시즌 1 마무리
피카츄희와 지미
피카츄희 “시작은 가볍게, 마무리는 무겁게”
<비건지향일기>는 나의 습관과 일상을 돌아보고, 의미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 일기를 쓰기시작했을 때에는 그 동안 당연하게 지내왔던 나의 일상에 대해 가볍게 나누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매주 일기 내용을 준비하면서 무엇이 더 의미 있는 메시지일까 깊이 고민하는 과정을 반복했지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저의 일상이 가끔은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었습니다. 내가 비건 지향 일기를 쓰는 사람으로서 해산물을, 치즈를, 계란을 먹어도 될까? 고기가 아닌 손쉬운 대체품을 택해도 될까? 하는 질문이 따라왔어요.
‘최대한’ 비건을 지향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쏟고 있었지만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상황이 허락하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비건을 택했지만 <비건지향일기>의 필진이 된 후로는 스스로를 조금 더 검열하고 책임감을 부여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짧지 않은 시간 이어왔던 저의 실천이 조금 부족해보이기도 했고요.
이렇게 솔직하게 써도 되나, 고민했지만 저와 비슷한 마음을 느껴본 사람이 많을 거라고 용기를 주셨던 지미님 덕분에 이렇게 솔직한 소감을 전합니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는 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즐겁게 이야기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제 결심을 더 오래 잘 이어갈지에 대해서도요!
함께 고민 들어주시고 나눠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
지미 “비건을 생각하는 당신이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비건(지향)일기의 지미입니다. 건네는 말로 일기를 쓰기는 처음이네요. 새삼스레 반갑습니다.
처음 비건(지향)일기를 시작하며 저는 용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향’이라는 실천을 선명히 하고 싶은 마음은 고민을 끝내기 위해서가 아니었고, 불명확한 이 지점을 드러내는 것이 더 많은 동료를 만날 기회가 될 거라 기대했습니다. 도시에서, 한국에서, 인간으로서 살면서 100% 완벽한 실천이란 없고, 그것이 구조적 변화를 도모할 출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선 일기에 적었듯, 저는 제 주변으로부터 채식을 배려 받고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과는 별개로 계속 개인으로서, 채식하는 사람으로서 머물게 되는 것에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실천의 목적은 ‘나 혼자 더 완벽하게 야채만 먹기’가 아니라, 지금껏 우리가 살아온 방식에 의문을 가지고 균열을 내는 거였고,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의 환경운동’과 별도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건들이 외로운 개인으로 남고, 일기에 담긴 숱한 비건 지향인들의 고민이 기후∙환경운동과 별도로 논의되는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이 ‘비건(지향)일기’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무엇을 목표해야 할지 다시 묻게 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며 시즌 1을 마무리합니다.
제 글이 비건을 고민하는 독자 분들에게 얼마나 용기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방향의 말하기가 불친절하게 다가갔을 수도 있겠어요. 피카츄희 님의 소감을 읽으며 나의 부족을 탓하게 되는 것이 공감되고 또 속상했어요. 그만큼 비건은 혼자 할 수 없단 걸 절실히 느끼기도 했습니다.
일기는 한창 뜨거운 여름일 때 다시 시작하려 해요. 어떤 존재들에겐 고비가 될 무더운 날씨만큼, 기후위기에 대해 제대로 대면하고 응답할 책임이 무거워지겠지요? 저는 여기까지 읽고 계신 여러분이 궁금해요! 혼자 말하고 혼자 고민하지 않도록 더 충실히 고민해서, 같이 나눌 질문을 가지고 돌아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