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활동소식

지역 에너지 전환을 위한 세 가지 열쇠

온실가스 농도, 해수면 상승, 해수 온도, 해양 산성도 등 ‘기후변화 4대 지표’가 지난해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최근 보도됐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2021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 발표 소식이었는데요. 그런데 유엔이 이 발표와 함께 전한 유엔 사무총장의 목소리는 잘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 대책의 실패를 비판하며 ‘따기 쉬운 열매’가 있는데 왜 잡지 않냐고 호소했는데요. 바로 재생에너지 이야기입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재생에너지는 진정한 에너지 안보, 안정적 전기요금, 지속가능한 고용 기회를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경고만 전할 게 아니라 좀 더 분명한 행동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촉박함이 읽혀집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확대는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역 에너지 전환의 성패에 달려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재생에너지는 진정한 에너지 안보, 안정적 전기요금, 지속가능한 고용 기회를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지=유엔 홈페이지

지난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강화됐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가 법제화됐습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2018년 대비 26.3%에서 40% 감축으로 상향되면서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 목표도 기존 20%에서 30%로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하지만 2020년 기준 한국의 태양광, 풍력 발전 비중은 4.7%로 G20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고 세계 평균 10%의 절반에도 미달합니다. 국내 행정구역별 전력 소비량 대비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발전 비중이 5% 이상인 곳은 단 5곳에 불과했고, 서울 등 대도시 비중은 1%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전력 소비량이 124,689GWh로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은 0.8%에 그쳤습니다. 지난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 단체장 공약 중 기후 에너지 전환 공약이 드문데다 최대 전력 수요지인 수도권에서 여당의 기후, 환경 공약이 전무했다는 뉴스가 씁쓸한 이유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기후 정책 방향을 보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그대로 이어가되 에너지, 산업, 수송 부문의 달성 방안은 이전 정부의 계획을 수정하겠다고 시사했습니다. 지난해 수립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에 따라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할 예정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조화’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추고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기조입니다. 이런 방향을 올해 말까지 4차 에너지기본계획,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은 법정 계획을 통해 구체화겠다는 일정도 밝혔습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연이어 RE100 선언(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이니셔티브)을 하며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추세와는 대조됩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올해 초 지역 에너지전환 과제를 포함한 ‘2022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서‘를 발표했습니다. 이어 지난 2일 열린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 에너지 분권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지역 에너지전환 과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우선, 재생에너지 계획입지와 주민 참여가 미흡합니다.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사업은 개별 입지로 개발됐고 그에 따라 주민 갈등이 복잡하게 나타났습니다. 지역의 재생에너지 자원 잠재량, 생태적 영향, 주민 동의, 계통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입지 관련 여건을 종합적으로 사전 검토해 지자체 주도로 지구를 지정하고 이후 해당 지구에서 체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자는 게 계획입지의 취지입니다.

정부는 2020년 10월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계획입지와 유사한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다만 현재 집적화단지로 지정된 사업은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2.4GW), 경북 안동시 임하댐 수상태양광(45MW) 등 두 곳에 불과합니다. 특히 서남권 해상풍력의 경우, 지자체가 새롭게 발굴한 입지라기보다는 기존 사업이 진행되던 곳에 단지를 사후 지정한 꼴이 됐습니다. 지자체 주도의 재생에너지 계획입지가 아직 본격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제도 취지대로 지자체가 주도해서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계획입지를 발굴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으기 위해서는 기초 데이터가 구축돼 투명히 공개될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풍황, 규제, 어업 활동 등 자료를 통합 분석한 풍력 입지정보도를 2020년까지 구축하고, 2021년 상반기까지 고려 구역(Consideration Zone)을 발표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소식이 없습니다. 재생에너지 입지 발굴을 위한 기초 데이터 구축과 공유가 지연될수록 지자체 주도의 계획입지 준비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풍력 입지정보도와 같은 기초 정보를 조속히 구축하고 투명히 공개해 지자체의 계획입지를 지원해야 합니다. 아울러, 집적화단지에 대한 사업시행자 공모를 의무화해 공정성을 담보해야 합니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서남권 해상풍력은 2021년 말 최초로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로 지정됐다. 사진=한국해상풍력

재생에너지 이익 공유 방식이 제각각이고 형식적 주민 참여에 그친다는 점도 한계입니다. 아울러, 해상풍력과 같이 자연환경 영향이 큰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지역주민, 시민사회가 발전사업허가 이후 사후적으로 인지하는 것은 물론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참여를 보장 받지 못 하는 문제도 여전합니다. (“환경부와 산자부는 해상풍력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 지역 시민단체 참여 보장하라”. 인천 환경단체 논평, 2022.4)

주차장, 도로, 철로 등 공공 유휴부지의 경우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보급은 미온적입니다. 고속도로 유휴부지에 설치 가능한 태양광 잠재량은 최소 2017MW로 추산되기도 했지만(태양광산업협회), 한국도로공사는 2025년까지 243MW 태양광 확대를 목표로 하고 매년 30MW 점진적 확대하는 수준입니다. 주차장, 철로 등 유휴부지의 재생에너지 잠재량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평가도 구축되어 있지 않습니다(또는 최소한 비공개되어 있습니다). 공공 및 대형 유휴부지에 대한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평가하고 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이 요구됩니다.

아울러,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기 위해는 행정과 재정 등 충분한 역량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2012년 제주에너지공사가 출범한 이후 지역 주도의 에너지전환을 실행할 전담기관인 에너지센터 또는 에너지공사는 광역 5개, 기초 6개가 설립됐습니다(2021년 4월 기준). 이런 전담기관은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에너지전환 관련 주민참여와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아울러, 지방공기업 등 형태를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을 직접 개발하고 관리하기도 합니다. 다만, 지역에너지센터의 경우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수적인데 규모가 한정적이고(최대 1억원, 지방비 동일 매칭) 인건비가 포함되지 않아 융통성이 낮아 아직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후변화대응기금과 같은 정부 재정을 적극 활용해 전액 지원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지역에너지센터 설립과 목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이를 법제화하고 지역별로 새롭게 설립될 탄소중립지원센터와의 중복 해소와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지방공기업의 역할도 아직 소극적입니다. 제주도의 경우, 1단계 해상풍력 사업(총 702MW 규모)의 사업시행 예정자로 지정된 제주에너지공사가 이를 추진 계획이었지만, 제주에너지공사는 56.8MW의 풍력(40기)과 1.5MW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입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현재 한동·평대(105MW) 해상풍력 지구지정 외 사업 추진은 지연되거나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12.8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인데, 이는 서울시의 2030년 태양광 보급 목표인 800MW의 1.5%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에너지 지방공기업의 실적이 저조한 요인으로는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개발 방향과 이를 수행할 전담기관으로서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재정 역량의 한계가 꼽힙니다. 지역에서 대규모 태양광, 풍력 입지를 발굴하더라도 실제 사업은 민간이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울산, 인천, 부산, 전남 등에서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에 글로벌 기업, 투자 자본이 뛰어드는 행태는 오래 전부터 우려와 지적이 있었습니다. 제주에너지공사의 경우처럼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한 역할을 부여 받아도 공기업 구조상 막대한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개발과 관리를 위한 지역 에너지 전담기관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부여하는 법규 개정과  지방 공기업 등 공공 부문의 재생에너지 투자 역량 확대를 위한 재정 지원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려면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 방식의 탈피가 병행돼야 합니다. 화력, 원전과 같은 대규모 중앙공급형 에너지 구조는 지역의 재생에너지 전환 동력을 약화하고 전통적인 경직성 전원 위주의 생태계를 고착시키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런 점에서 여전히 건설 중인 4기 석탄발전소에 더해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점진적으로 줄이는데다 신규 원전 건설을 재개하고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을 통해 이용률을 높이겠다는 정책 방향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석탄발전을 폐지하는 지역이 그 대안으로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하고 지역 경제와 고용을 어떻게 전환할지에 대한 지역의 권한도 부재합니다.

에너지 정책 권한이 있는 중앙정부가 그 권한을 올바로 쓰고, 지역사회와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목표를 후퇴시킬 게 아니라 강화하는 국가 에너지전환 목표가 요구됩니다. 국회는 에너지전환지원법 등 중앙집중식 에너지원 퇴출을 촉진하기 위한 법제화를 서둘러야 합니다. 석탄발전 등 중앙집중식 에너지원의 폐지와 전환 관련 지역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정의로운 전환 이행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발표자료지역 에너지 전환 현황과 과제(환경운동연합) (PDF, 1.47MB)

이지언

이지언

기후·에너지 활동가 leeje@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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