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관련자료

[월간문화연대특집] 전력권력과 에너지 전환 – 시민이 만들어낸 에너지 독립 – 독일



21세기는 분권화, 지방화, 다양화를 화두로 던져주
고 있으나, 에너지
시스템만큼은 여전히 중앙집중적이다

가비오따쓰의 저자인 미국 언론인 앨런 와이즈만
은 ‘이 시대의 가장
중독성 강한 마약은 다름 아닌 에너지’라고 말한다. 에너지의 소비는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른
환경파괴와 지역파괴가 날로 심해지고 있음을 날카롭게 꼬집은 표현이다.
그렇다면 해로운 마약이 아닌, 깨끗하면서도
자연과 지역과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에너지는 없는 것일까? 재생가
능에너지에 기반한 분산적인 시스템이
그 해법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 두 사례가 우리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
여 줄 것이다.

쉐나우의 에너지 반란

쉐나우는 독일 남부 흑림지역에 있는 인구 2500명
정도의 아주
아담한 마을 이름이다.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에너지 문제에 관심 있는 이
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곳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거대 전력회사로부터 마을
의 전력망을 매입해 자체 전력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전 유럽
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가장 많이 팔린 품목 중 하나가 방사능 측정기라
할 정도로, 대부분의 시민들은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능이라고 하는 두려움에 크게 시달려야 했는데, 쉐나우 지역
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몇몇
의식있는 주민들은 ‘원자력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들’이라는 모임을 만들
어 에너지 절약 운동의 전개, 체르노빌
사고 피해 어린이 초청 등 실천적인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모임은 시
작단계부터 커다란 벽에 부딪치는데,
다름 아닌 쉐나우 지역의 전력 독점권을 갖고 있는 전력회사와의 갈등이었
다. 에너지 절약 운동이 전력회사
자신들의 전력 판매에 안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 전력을 많이 쓰는 사
람이 이득을 보게끔 가격을 조정한
것이다.

쉐나우 지역 주민들은 전력 독점의 문제점을 깨닫
고 이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
해 사용하는 것이었다. 몇몇 가구가
결합해 소형 열병합 발전기를 설치하고, 오래된 소수력 발전기를 손봐 전력
을 만들었다. 그러나 전력회사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전력회사 외에는 전력 판매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원활
한 보급은 힘든 형편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독점적인 전력회사를 몰
아내지 않고서는
원자력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할 길도 없다는 것을
주민 스스로 깨닫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전력회사의 독점적 지위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쉐나우에서 벌어지고 있
는 상황을 언론을 통해 알리는가 하면,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면서 전력회사의 횡포에 대해 고발하기 시작했
다. 결국 쉐나우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전력회사의 독점적 권한을 빼앗을 수 있었다. 이후 전국적인 모금운동을 전
개해 EWS라는 전력회사를 만들어
전력판매를 가능케 했으며, 더 나아가 전력망까지 매입해 1997년 7월 1일
명실상부한 쉐나우만의 주민자치
전력회사가 되었다.

1998년 4월 독일의 전력시장 자유화와 발맞추어
EWS도 전국적인
재생가능에너지 판매회사로 거듭났다. EWS만의 특별한 재생가능에너지 보
급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전력 소비자들이
사용료 이외에 자발적으로 내는 약간의 돈을 모아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시
설을 설치하고, 또 열병합 발전시설
설치자를 지원하는 활동이 그것이다. 이러한 EWS의 활약은 쉐나우에서 시작
한 주민들의 에너지 독립을 독일
전체의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및 주민자치 에너지 독립으로 이어가고 있
다.

미래를 만들어 가는 에너지 개척자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너무나 아름다운 호수 보덴
제를 끼고 졸라
콤플렉스(Solar Complex)는 활동한다. 졸라 콤플렉스 역시 짜임새 있는 준
비과정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토대로 에너지 독립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징엔의 시민들은 1997년 징엔 워크샵을 조직하여 지역 자체의 이상적 모델
만들기에 관한 구상을 하게 된다.
이후 2000년 ‘구체적 유토피아를 위한 요구’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개최하
였고, 2000년 9월 드디어
졸라 콤플렉스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졸라 콤플렉스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토
대로 지역 에너지 독립을 목표로 하는데,
유토피아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에너지 시스템 전환이라는 결론을 내렸
기 때문이다. 창립 당시 단 20명이
주주로 참여하였으나, 현재는 100여명을 훨씬 넘어섰다.

이들은 유토피아를 만들어가기 위해 지역의 자연환
경에 기반한 에너지
시스템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마이나우섬에서는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는
열병합 발전기가 섬 전체 전기의
1/3, 열의 1/4을 생산한다. 콘스탄츠 근방에는 식물 찌꺼기를 이용한 바이
오가스 열병합 시설이 있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360가구가 충분히 쓸 수 있는 양이며, 열은 원거
리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 실리카겔
콘테이너에 저장해 이용하고 있다. 또, 보덴제 호수에는 50인 탑승이 가능
한 태양전지 보트를 운행중이며,
징엔시 외곽에 세 기의 풍력발전기와 다양한 형태의 소수력 발전기도 운영
중이다. 물론 마을 곳곳의 남는 지붕에
태양전지를 설치해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졸라 콤플렉스는 운영방법 또한 체계적이다. 각 시
설별로 출자자
구성을 따로 하여 독립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졸라 콤플렉스는 최초 설치에
만 관여한다. 새로운 풍력발전기를
설치한다고 가정해 보자. 졸라 콤플렉스에서는 새로운 풍력발전기 설치에
관한 홍보를 담당하고 출자자를 새로이
모집한다. 출자자들이 모이면 출자금으로 새로운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이 풍력발전기를 관리, 운영할 독립된
회사를 새로이 만든다. 이 풍력발전기는 독립된 회사의 소유가 되며, 풍력
발전기에서 나온 수익은 풍력발전기에
출자한 시민들에게 분배된다. 시민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그 시설에서 나온 수익을
투명하게 배분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졸라 콤플렉스는 2030년까지 징엔시의 모든 에너지
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러한 목표는 졸라 콤플렉스에서
일하는 몇몇의 생각만은 아니다.
많은 시민들이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매년 성장세가 눈에 보일 정도
로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이 징엔시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유토피아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역사적
으로 여러 차례
증명되었다. 또, 중앙집중적인 에너지 시스템으로 인한 폐해는 부안의 핵폐
기장 부지선정과 당진의 대규모 화력발전단지
건설 등 지금 현재도 진행형이다. 21세기는 분권화, 지방화, 다양화 등을
화두로 던져주고 있으나, 에너지
시스템만큼은 여전히 중앙집중적이다. 이 틀을 깨는 가장 큰 힘은 다름아
닌 시민이다.
지역과 무관한 몇몇 정치가와 관료에 의해 결정되는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에너지의 무분별한
소비가 지역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또 지역을 살리는 근본적인 힘과 에너
지 자립은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시민
스스로 깨우쳐 나갈 때 유토피아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결국 세상은 시
민 스스로, 즉 내가 변화시키는
것이다

글: 염 광 희 (에너지대안센터 간사
ykh@kfem.or.kr)
자료출처 : 월간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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