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관련자료

[월간문화연대특집] 전력권력과 에너지 전환 – 재생가능에너지의 지속가능함에 대하여



재생가능에너지의 지속가능함에 대하여
오랜 반핵운동을 거치면서 유럽 시민들은 반대만 해서는 낡은 체제에서 벗
어날 수 없다는 자각에 이르렀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새로운 에너지기
술이다.
그런데 이 새로운 에너지 기술이 고갈의 염려가 없고 깨끗하다고 해서 화석
연료와 원자력 위주의 에너지체제에서
쉽게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기존 에너지산업계는 물론 관료와 기술자
도 새로운 에너지를 반기진 않았다.
환경정책을 중시하는 정부와 정치라 해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에너지산업
계와 마찰을 빚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이런 낡은 체제의 관성과 반동을 깬 힘은 시민사회에서 나왔다. 유
럽에선 1970년대부터 원전과
핵폐기장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 저항이 줄기차게 일어났다. 집요하고 완강
한 원전 반대 운동은 선거나 의회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다가 1979년 미국의 드리마일섬 원전사
고가 발생하자 결국 스웨덴에선
1980년 국민투표를 거쳐 의회에서 현존하는 원자로를 폐쇄한다는 결정을 내
렸다. 독일에선 1977년 골레벤
핵처분센터 반대운동으로 고양된 반핵운동이 1986년 체르노빌 원전에서 나
온 방사능 낙진이 독일에 떨어지면서
절정에 달했다.

지금은 비싸더라도

오랜 반핵운동을 거치면서 유럽 시민들은 반대만
해서는 낡은 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자각에 이르렀다. 핵재앙에서 해방되고 기후변화의 위험
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비싸더라도 태양에너지와
풍력발전을 선택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시민들은 화석연
료와 원자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스스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자로 나섰다. 하노버대학에서 반핵운동을 하던 대학생
들이 독일 굴지의 태양에너지 회사인
바그너사를 20여년간 키웠고, 교직을 접고 작은 재생가능에너지 회사를 차
린 해커씨 같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기업을 세웠다. 뜻이 있는 시민들은 비록 돈이 많이 들었지만 지붕에 태양
열집열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해안가나 마을 언덕에 풍력발전기를 세웠다. 또, 낡은 물레방아를 수리하
여 소수력발전기로 이용했다.

곧 전기 반란이 일어났다. 인구가 3천명도 되지 않
은 독일 쉐나우
마을에선 원자력전기와 큰 화력발전전기를 쓰지 않기 위해서 35억원 가량
을 모금하여 배전회사를 주민들이 인수,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태양혁명도 일어났다. 독일 아
헨의 태양에너지모임은 몇 년간 시의회를
설득하여 시영 전력회사가 태양전기를 비싸게 의무적으로 사주고 이 비용
은 시민들이 분담하는 이른바 ‘아헨모델’을
만들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시민들이 주도하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
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새크라멘토에선
1989년 주민투표를 거쳐 란초세코 원전이 가동을 멈추었다. 대신 지금은 란
초세코 원전 근처에 미국에서
가장 큰 3메가와트 태양광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홋카이도에서 오랫동안 원
자력발전을 반대했던 시민들은 돈을
모아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원전
확대를 고집하고 있지만 원자력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일본 전역에 10만개가 넘는 태양발전소를 세웠고 이는
일본 기업이 세계 태양전지 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시민들이 주도한 에너지 전환의 불씨는 에너지 정
책 변화로 이어졌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시민들이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에 나서면서 재생가능에너지
촉진제도를 일관되고 강력히 요구한 결과 독일 정부는 에너지정책 전환에
착수하였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원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에너지공급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
을 2050년엔 50%까지 높이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기후보호’정책을 발표하였다.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정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은 ‘재생가능에너지
전기 매입 정책’과 ‘10만 태양지붕 프로그램’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전
기 매입 정책은 1991년부터 발효된
전력매입법 제정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법에 따르면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
한 전기를 지역 전기회사는 소비자
전기 가격의 80-90%에 구매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선택

이 법에 따라 풍력전기와 태양전기의 가격은 킬로
와트시(kWh)당
17페니히로 책정되었다. 이 가격은 풍력발전의 발전단가와 비슷하거나 높았
기 때문에 이 법이 시행되면서 독일의
풍력발전은 급속히 증가하였다. 독일이 세계 제일의 풍력발전 보급 국가가
된 것도 이 법의 시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1년부터 10년 동안 독일의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무려 100
배나 늘어났다. 2002년
말을 기준으로 독일의 풍력발전 용량은 12,000MW에 이르렀고 총 발전용량
의 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풍력발전에 비해 발전단가가 7-10배 비싼 태양광발전을 보급하기엔 전력매
입법이 보장하는 태양전기 구매 가격이
너무 낮았다. 그래서 전력매입법은 태양광발전을 보급하는데는 도움이 되
지 못했다. 대신에 지역에 따라서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치단체 산하의 전력회사에서 태양광 전기를 2마르크 정
도의 높은 가격으로 태양전기를 구매하도록
조례를 제정한 곳이 늘어났다. 이러한 제도는 1992년 아헨의 태양에너지모
임 주도로 처음 시행되었기 때문에
총비용보장 구매제도 또는 아헨모델로 불리는데, 이 모델을 채택한 지자체
에서는 다른 지자체보다 태양광 발전의
확산이 훨씬 빨랐다.

지금 독일에선 2000년에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를 점차 폐쇄하기로
정부와 원자력산업계가 최종 합의를 하고 새로운 재생에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것은 풍력발전, 태양발전,
소수력발전, 바이오매스 등 재생가능에너지 전기를 생산비를 보장하는 가격
에 의무적으로 구매해주는 제도이다.
여러 지자체로 확산되던 아헨모델이 결국 연방정부의 법·제도로 자리를 잡
게 된 셈이다. 재생가능에너지법이
시행되면서 재생가능 전기 중에서도 특히 태양광발전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 법은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킬로와트시(kWh)당 0.99마르크(약 600원)로 매입할 것을 규정한 것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태양광
전기의 구매가격은 다섯 배 이상 올랐고 결국 실제 태양광발전 발전단가에
거의 근접하게 되었다.

태양광발전 확대는 독일 정부가 시행한 ‘10만 태
양지붕 프로그램’과
연계되어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재생가능에너지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1999년 4월에 시작된 ’10만
태양지붕 프로그램’을 통해 태양발전을 하려는 시민들은 장기 저리로 쉽게
설치비를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기본 내용은 주택이나 공공건물의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비용을 연방정부
에서 전액 무이자로 대여해주고 빌린
돈의 거의 90%만 7년 동안 상환하도록 한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최대 용
량이 3kW인 10만개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5년 안에 독일 전역에 설치하려는 것이었다. 2003년 6월에 이
프로그램은 조기 종료되었는데,
재원 조달의 어려움도 있지만 이미 10만 태양지붕 프로그램의 목표를 상당
히 달성했다고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시행으로 2003년 6월까지 300MW의 태양광발전 설비가 추가
로 늘어났다.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기 전인 1998년과 비교하면 전선망을 통한 전기공급에서 태양광 전기
의 비율은 10배나 증가하였다.
이 10만 태양지붕 프로그램에는 거의 10억 마르크가 투입되었고 총 25억 마
르크의 투자를 유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를 살리는 재생가능에너지

이렇게 풍력, 태양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
하려는 독일 내부의
혁신적인 변화는 벨기에,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
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0년까지
전체 전력의 22%를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
가능에너지 전기를 장려하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구상을 키워
나가고 있다.

근시안적인 경제적 합리성을 기준으로 보면 세계에
서 벌어지는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노력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이나 일부 정부는 값싼 화석
연료나 원자력이 아니라 값비싼 재생가능에너지를
쓰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노력은 한마디로 ‘값비
싼 에너지쓰기 운동’이다. “우린
값싼 석탄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전기를 쓰길 원하지 않는다. 우린 지금
비록 비싸지만 평화를 가져오고 지구를
살리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원한다.” 이것이 에너지 전환을 이끈 독일 시민
들이, 태양발전소를 세운 일본 시민들이
가진 생각이다. 앞으로 관련 법·제도가 정비되어 에너지대안센터가 시민태
양 발전소를 여기 저기 세우면, 부안
주민들이 원자력의 대안으로 시민단체들과 함께 지붕에는 태양광발전기를,
새만금에는 풍력발전기를 계속 세우면
한국의 시민들도 하나 둘 이런 불합리한 생각을 상식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글: 이 상 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leesh@kfem.or.kr)

자료출처 : 월간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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