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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화연대특집] 전력권력과 에너지 전환 – 전력산업-핵산업계의 권력관계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사회는 그렇게 당연하게 굴러가지
않는다. 서민들은 배가 고파서, 카드빚에 쪼들려서 단돈 몇만원, 몇십만원을 훔쳐도 형사처벌을
받지만 정치인은 기업으로부터 수십억원의 검은 돈을 받고도 다른 정당보다 1/10에 불과하다고
큰소리 치는 몰상식이 현실이다. 핵발전소가 위험하므로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부품 이탈이 발생하고 방사성물질이 누출된다. 위험을 늘 안고 사는 것보다 가능하다면
전력소비를 줄이는 기술을 적용하고 대안에너지로 대체하면 좋겠지만 현실 불가능하다는 핵산업
계 측의 홍보에 어쩔 수 없이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쓰면서 살고 있다.

자본의 이해에 따라 움직여

하지만 효율을 늘려서 전력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안전하게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는 사실은 감추어져 있는 것이 또한 전력산업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선택되고 진행되어야 할 전력정책들이 왜 발이 묶여 있는 것일까. 정책변화로 인해
손해를 입는 이익집단들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관료주의가 결합된 권력관계가 상식을 통하지 않
게 하는 원인이 된다.
전력산업, 특히 핵산업은 소수의 관련 전문가들과 엄청난 규모의 자본 주위에 몰려있는 이해집단
들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핵발전소 1기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만kW급 화력발전소가
7,000억원에 불과한데 비해 2조 3,000억원에 이른다. 주요 설비는 해외에서 수입해서 두산중공업
에서 조립하고 주 건설업자 선정에 1조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올해 총 4기의 핵발전소가 추가
로 건설될 계획이다.
또한 전기세 중 일부를 준조세의 성격으로 거두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매년 천억원의 돈이 전
력연구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핵발전 관련 기술 개발에 투여되고 있고 대국민 홍보사업으로 연
간 100억원 가량이 원자력문화재단의 핵에너지 홍보와 교육, 해외시찰 등에 쓰이고 있으며 2,000
억원 가량이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기금으로 대형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 주변지역민에게 뿌려지
고 있다. 올해 예산으로 핵폐기장 주변지역 지원금 3,000억원이 추가로 배정되면서 효율 향상을
위한 수요관리와 대체에너지 분야의 비용은 줄었다. 전력산업기반기금 중 올해 대체에너지 발전
사업을 지원하는 비용은 53억원에 불과하다.

핵산업에는 많은 과학자들이 연관되어 있는데 과학분야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관
련 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핵산업계에서 던져지는 용역사업은 이들 과학자들에게 중요한 수입처
가 된다. 지질학, 의학, 핵공학, 물리학, 전기공학, 화학공학 등 핵발전소를 건설, 유지하기 위
한 온갖 용역이 핵산업계의 입맛에 맞게 진행되면서 오히려 각 분야의 학문적 발전은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 비판적 학자들의 고백이다.
그 중 대표적인 예로 지질학 분야를 들 수 있다. 핵발전소는 건설하기 전에 지질학적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활성단층 여부에 대한 조사가 수행된다. 활성단층은 관련 규제법에 의해 언제 움
직인 것인지 그리고 단층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 것인지를 확인하여 핵발전소 안전에 위협적인 것
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은 지질학계의 퇴적학, 구조지질학, 연대측정 분야의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최근 몇 년전까지 지진 안전지대라고 취급되었기 때
문에 관련분야의 연구 성과와 수준이 낮은 상태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진발생 빈도수가 부
쩍 늘어나면서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활성단층의 징후를 발견하
고도 관련법의 기준에는 미치지 않는 활성단층이라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
되었다. 결국 지질학계 내에서는 갈등이 발생했고 발견된 활성단층은 핵발전소 안전성에 전혀 문
제가 없다는 예정된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핵산업계를 규제하는 역할을 하는 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안전
기술원이 핵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과학자들을 길들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관련 연구
에서 비판적인 과학자 등 관련 전공자를 배제하고 연대측정 등 주요 연구분야에는 정부쪽 지질학
자를 배치하는 등 편법을 쓰면서 소외시키는 것이다. 결국 이에 반발한 과학자들이 탈퇴하고 어
용학자들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 연구결과의 중간발표가 황당한 것은 활성단층에
적용하는 기준치를 교묘히 바꾸는 것이다. 반경 2km 이내에 있는 활성단층에 대해서 반경 8km 이
내의 단층 길이 기준(300m)를 쓰지 않고 반경 16km 이내의 단층 길이 기준(1.6km)을 적용하여 발
견된 활성단층이 이보다 짧은 1.5km 라고 발표한 것이다.

과학적 진실 왜곡

비판적 과학자들은 국내에서 제대로 된 연구가 진행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독자적인 연구로 결
국 국제적인 학술지에 관련 내용을 싣는 것으로 마감했다. 결국 똑같은 활성단층이 국제 학술지
에는 관련법 기준상 핵발전소에 위협적인 활성단층이 발견된 것으로 발표되고, 국내 과기부에서
는 문제 없는 안전한 활성단층으로 발표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비판적 과학자들이 더 이상 정부와 핵산업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제자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관련 연구 용역은 물론이고 취직에서
도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핵산업계의 권력이 과학의 진실조차 왜
곡하는 상황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

글 : 양 이 원 영 (반핵국민행동 yangwy@kfem.or.kr)
자료출처 : 월간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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