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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운하는 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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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 대표 이필완 목사가 순례의 길에 참여했던 어린이들과 함께 인사말을 전하며 생명의 강을 파괴하는 운하정책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올댓뉴스

꺼져가는 운하의 불씨를 살려 보려 물류 혁명에서 내륙 개발, 관광을 넘어 국토해양부는 ‘하천 정비’라는 마지막 동아줄을 잡은 듯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동아줄의 끝은 운하가 아니다.


운하건설은 배가 다닐 수 있는 물을 가두는 댐 건설과 하천 바닥을 파는 수로 건설로 이루어진다. 땅을 파면 하천생태계가 파괴되고, 댐을 건설하면 수질 악화와 생태계의 파편화가 뒤따른다. 그래서 운하 건설은 하천 복개 다음으로 하천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업이다. 한편, 하천 정비는 홍수를 막고자 둑을 보강하고 천변 저류지를 확충하고 건전한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운하 건설과 하천정비 사업은 결코 나란히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지난 17일 국토해양부가 국책연구기관 다섯 곳에 ‘친환경 친문화적 물길 잇기 기본계획 및 5대강 유역 물관리 종합계획 수립’이라는 용역을 30억원의 예산으로 발주했다. 그 목적이 운하 계획인데, ‘물길 잇기’라고 미화한다. 낙동강의 경우, 안동에서 부산까지 돛단배가 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는 물길이 이어져 있다. 그러나 댐을 건설하여 물고기가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물길 끊기’가 운하다.

하천 정비가 운하 사업이 아니라면, 하천 정비사업은 하천법에 따라 정부가 수행해야 할 사업이다. 즉 그것은 이윤을 창출하는 사업이 아니므로 특별한 이윤보장 장치가 없다면 민간에서 사업 제안을 할 이유가 없다. 만약 하천정비가 운하 사업이라면, 그 둘은 상반된 개념이며 운하를 100% 민자로 추진한다는 애초 방침과는 어긋난다. 현재 민간에서 운하건설 사업 제안서를 만들고 있는데, 그런 민자 사업에 정부가 30억원 예산을 투입해 별도로 연구를 수행할 근거가 사라진다. 그것은 민자 제안 사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생명과 평화의 강 모심 대행진 행사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4월28일 국회 건설교통위에 출석해 “민간의 사업계획서가 제출되면, 전문가 및 국민 의견을 수렴해 (운하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다섯 국책연구기관들이 물길 잇기 연구를 수행하는데, 그것은 ‘밀실 연구’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연구가 ‘찬성을 위한 찬성’ 연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그동안 국토해양부가 행해 온 사례를 참조하면, 운하 관련 각종 공청회, 자문회의 등이 ‘짜고 치는’ 형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최종 결론은 운하를 건설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국토해양부는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자충수’를 둬 버렸다. 운하와 관련한 어떠한 발언을 해도 그것을 액면 그대로 믿어 줄 국민은 극소수다. 실체가 없는 운하에 대해 말바꾸기를 해 왔고, 상황에 따라 수시로 운하의 목적이 변해 왔다. 이런 상태에서 건설될 운하를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운하는 오래전에 명분도 논리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영혼 없는 과학자’ 그리고 ‘영혼 없는 공무원’을 더는 만들지 않으려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제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 지난 2년 가까이 진행된 수많은 토론 과정은 쓸데없는 사회적 비용과 에너지를 낭비한 것이고, 심각한 국론 분열을 일으켰다. 전국민의 70% 이상이 운하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고려하더라도, 청와대는 더 운하를 끌고 갈 명분이 없다. 이제 그만 운하는 접자.

하천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정비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열린 마음으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 세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뜨거운 마음으로 고민한 뒤, 오늘 우리가 하천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나그네지만, 강은 내일도 흘러야 하기 때문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이 글은 5월 26일 한겨레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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