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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어떻게 할 것인가? – 독일의 핵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선정방식

독일의 핵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선정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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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현재 운영중인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모두 폐쇄되었거나 사용중단된 상태이고,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도 없다.
그동안 독일정부에서는 처분장 건설을 추진했지만 지역주민과 시민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쳐서 성
공을 거두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독일은 1990년대 말까지도 원자력확대 정책을 고수했기 때문
에 저항은 더 클 수밖에 없었고, 타협의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사민당-녹색당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야 이러한 상황이 바뀌는데, 이는 새 정부가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기로 결정을 했기 때문이
다. 현재 독일에서는 원자력 포기와 더불어 새로운 핵폐기장 건설 전략이 모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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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제1차 오일쇼크가 닥치자 당시 사민당의 헬무트 슈미트 수상이 이끌던 독일 정부는 가능
한 한 중동석유 의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원자력발전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폈다.
이 정책의 주요 내용은 경수로 건설을 계속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속증식로 건설을 통해서
원자력발전을 거의 영구히 계속하는 것이었다. 고속증식로는 플루토늄을 핵연료로 사용하기 때문
에, 핵연료를 얻기 위해서는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독일 내
에 재처리 시설을 세우기로 결정하는데, 이로써 독일은 경수로 가동, 경수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
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 플루토늄을 핵연료로 쓰는 고속증식로 가동이라는 원자력발
전 프로그램을 확립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재처리 시설이 들어서는 곳에 핵폐기물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을 집중시킴으
로써 핵폐기물 처분까지 해결한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었다. 이러한 계획의 실현을 위해 1977년 2
월 22일 독일 중부의 니더작센 주지자는 암염광산이 있던 골레벤(Gorleben)에 재처리시설, 핵연
료공장, 핵폐기물 처분장을 포함하는 ‘핵처분 센터’ 건설을 제안했고, 이때부터 독일에서는 그때
까지 원자력발전에 한정되어 있던 반대운동이 재처리시설과 핵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반대운동까
지 포괄하게 되고, 대대적인 반대운동이 벌어지게 된다. 반대운동이 계속해서 격렬하게 진행되
자 니더작센 주지사는 1979년 애모리 로빈스를 비롯하여 찬성과 반대를 대변하는 여러 국내외 전
문가를 초청하여 닷새에 걸친 열띤 토론회(Hearing)를 개최한 끝에, 1979년 5월 16일 ‘핵처분 센
터’의 건설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골레벤에
이 시설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포기했다.
니더작센 주지사가 재처리시설 유치는 포기했지만 핵폐기장은 연방정부 소관이었기 때문에, 정
부 결정에 따라 골레벤의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건설계획은 계속 추진되었다. 이 결정은 주민의
의사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내린 것이었다. 이에 따라 1979년 골레벤 암
염광산을 대상으로 적합성 조사가 시작되었고, 이 조사는 2000년 10월 1일에 가서야 중단되었다.
(그 사이에 1983년 골레벤 근처에는 핵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이 건설되었고, 이곳에 영국과 프랑스
로부터 수송된 고준위 핵폐기물이 저장되었다.) 그러나 이 조사와 독일 정부의 핵폐기장 건설계
획은 지역주민과 이들을 지원하는 시민들의 대단히 강한 저항에 부딪쳤는데, 이러한 반대에도 불
구하고 헬무트 콜 수상의 보수당 정부는 끝까지 계획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 동안 골레벤 암염광
산이 핵폐기장으로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고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운
동이 계속되었지만 계획이 철회되지 주된 않은 이유는 독일정부가 원자력 발전 확대정책을 고수
했기 때문이다. 보수당 정부의 인식은 원자력발전을 계속 하는 한 핵폐기장은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거센 반대가 있더라도 골레벤에 핵폐기장을 건설하겠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투명하
고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적인 방식의 건설추진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시도도 하지 않
았는데, 이는 원자력을 고수하는 한은 실현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다. 독일 정부에서 원자
력발전을 계속 하기로 하는 한 진정한 주민참여의 민주주의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독일의 핵폐기장 건설계획은 1998년 사민당-녹색당 연립정권이 들어서면서 커다란 전기를 맞게
된다. 사민당은 선거에서 이길 경우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겠다고 공약했고, 녹색당과의 연정을 통
해서 정권을 잡은 후에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간다. 이 절차는 핵폐기장 건설과정의
재검토까지 포함하는 것이었고, 핵폐기장 건설에 대한 논의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되었
다. 이에 따라 1999년 2월 연방환경부는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방식을 위한 위원
회'(AkEnd, Arbeitskreis Endlagerstandort, 이하 선정방식위원회 또는 아켄트)가 설립되었고,
2000년 10월에는 2000 6월에 이루어진 원자력발전 포기에 관한 최종 합의에 따라 골레벤에 대한
부지적합성 조사가 중단되었다. (이 중단(Moratorium)은 최소한 3년 최대 10년 동안 지속되는 것
으로 되어 있다). 이 합의는 또한 2005년부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는 것과 핵폐기물
을 발전소 사이트에 수십년간 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핵폐기장 건설을 장기간의 검
토 끝에 건설하겠다는 독일정부의 의지의 결과이다.
독일에서는 1960년대까지는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분한다는 컨셉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1976년
에야 원자력발전 회사, 즉 유발자가 핵폐기물 제거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규정이 도입되었고, 그
방식으로는 재처리와 직접적인 영구처분이 제시되었다. 당시에 재처리는 핵폐기물을 제거하는 하
나의 방식으로 여겨졌고, 독일정부에서도 이 방식을 권장했기 때문에, 원자력회사에서는 사용후
핵연료를 프랑스, 벨기에, 영국의 재처리 시설로 보내서 재처리를 하게 했다. 이를 통해서 발전
회사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제거할 수 있었고 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는 허가를 유지할 수 있었
다. 그러나 재처리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은 다시 독일로 오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방법은
단지 핵폐기물 처분을 연기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밖의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대부분 발전소 부지
나 지금은 폐쇄된 몇 개의 처분장에 처분되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재처리가 금지되고, 핵
폐기물은 직접 영구처분하고, 2030년 영구 처분장이 마련될 때까지 사용후 핵연료를 발전소 부지
에 임시저장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핵폐기장 부지선정 방식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 설립된 아켄트는 보수당 정부하의 핵폐기장 컨셉
트와는 완전히 다른 컨셉트를 개발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 위원들의 구성방식부
터 보수당 때와는 크게 달랐다. 보수당은 주로 과학기술자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이
번에는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위원으로 선발되었다. 이들은 모두 18명 (나중에 14명)이었는데,
이들의 전문분야는 지질과학, 사회과학, 화학, 물리, 수학, 광산학, 폐기물처분, 공학, 대중홍
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었다. 선정방식위원회는 4년 에 걸친 연구 기간 동안 연구와 더불
어 세차례의 공개 워크숍, 의원들을 비롯한 각 분야 그룹들과의 16번에 걸친 대화, 두차례의 해
외 시찰(스웨덴과 스위스) 등을 통해서 얻은 결과를 정리하여 2002년 말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
다. 핵폐기장 건설을 주관하는 환경부는 이 보고서에서 권고하는 안에 따라 핵폐기장 부지를 선
정 절차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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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켄트 보고서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주민참여와 투명성이다. 보고서는 스웨덴과 스위스를 핵
폐기장 건설절차를 가장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나라로 평가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 국가에서 핵폐
기장 건설에 주민참여와 투명성을 크게 보장한다는 것 때문이다. 그 밖의 다른 나라의 핵폐기장
건설과정은 부지주변 주민들의 지지와 주민들이 선정방식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위원회의 판단이다. 스웨덴과 스위스에서는 핵폐기장 부지선정 단계가 하나
씩 올라갈 때마다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방식만이 핵폐기장 건설
의 성공을 가져온다는 것이 위원들의 생각이다. 주민들의 참여 방식으로 위원회에서 제시하는 것
은 대화(모든 형태의 참여는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대화는 관련된 각종 의견과 지식의 소
통을 의미한다.), 투명성(투명성이란 모든 정보가 처음부터 접근가능하게 공개되어야 함을 의미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정보제공 정책이 무시되면 투명성이 달성되지 않는다), 권한의 공
평한 부여(지금까지 적합한 부지 선정작업은 과학기술자들의 일이었고, 지금까지 주민과 전문가
사이의 권한에는 불균형이 있었다. 선정과정이 주민들에 의해서 정말 감시될 수 있도록 하려면
주민들에게도 이들과 동등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감독 형태의 참여(주민들이 모든 정보를 얻
지 못할 경우 선정과정의 신뢰가 보장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지역의 미래모습 결정에의 참
여(핵폐기장이 들어왔을 때 지역에 미칠 긍정적, 부정적 영향, 기회와 위험을 인식하는 데 주민
참여가 필요하다. 지역의 미래에 대한 컨셉트도 주민 참여를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책임
지는 것으로서의 참여(결정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책임도 일부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들
이 핵폐기장을 찾는 과정을 함께 끌고나간다면 이들이 약속된 기준이 지켜지는지 감독하고 미래
의 지역개발을 결정하는 일도 할 것이다) 등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독일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
에서 핵폐기장 건설은 주민들의 반대 때문에 실패했다. 그러므로 주민을 참여시키는 것은 그것
이 번거롭고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해도 핵폐기장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아켄트는 부지선정과정이 다음 다섯 개의 단계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을 권고한다. 첫 번째 단계
는 핵폐기장으로 명백하게 부적합한 지역을 확정하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다음 단계에서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지역은 지질학적으로는 대략 100만년 동안 핵폐기물을 격리할 수 없
는 지질구조를 지닌 곳을 말한다. 이 단계에서도 주민들의 참여는 이루어져야 한다. 참여는 이
과정 참여자들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와 과정경과의 감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서 정보
플랫폼과 감시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보 플랫폼에서는 조사과정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
하고, 이것을 주민들과 모든 과정 참여자에게 제공한다. 이러한 주민참여는 다음에 오는 모든 단
계에도 해당한다.
두 번째 단계는 첫 번째 단계에서 제외되지 않고 남은 지역을 지질학적으로 핵폐기장에 특히 적
합한 작은 지역으로 좁히는 것인데, 그 수는 적어도 5개는 되어야 한다. 주민참여는 첫 번째와
똑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세 번째 단계는 이 지역들 중에서 부지후보지를 정하는 것이다. 아
켄트에서 제안하는 것은 지상 조사를 위한 부지후보지를 가능한 한 5개 또는 최소한 3개를 확정
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의 핵심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지상 조사를 허용할 것인가에
관한 주민투표 등의 주민 허용절차이다. 이 단계는 지상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지역에 대
해서만 시행된다. 조사 참여를 밝혔다고 해서 이 지역이 자동적으로 부지선정 과정 속에 갇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네 번째 단계가 끝난 후에 참여를 철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지상 조사
에는 핵폐기장 적합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인 분석이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서 그 지
역 안에서 가장 적절한 위치가 고려된다. 만일 지상조사에 응하겠다는 부지후보 지역이 3개보다
적으면 선정절차는 중단되고, 예를들어서 2번째 단계 마지막부터 다시 선정절차를 시작한다. 세
번째 단계의 주민참여와 그 후의 참여에서 중심 요소는 시민 포럼이다. 시민포럼에서는 그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지상조사 참가를 원하는가에 대한 조사, 지역의 발전 컨셉트를 만드는 일, 그밖
의 부지선정 관련 문제에 관한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도록 조직하는 일을 담당한다. 시민포럼
은 지방의회에 지상조사에 관한 권고를 하고, 지방의회가 다음 단계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
다.
네 번째 단계의 주된 과제는 지상 조사와 다섯 번째 단계인 지하 조사로 나갈 부지를 최소한 2
개 확정하는 것이다. 지상 조사에서 적합한 것으로 나왔을 경우 또다시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절
차를 밟는다. 이번에는 지하조사를 허용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주민들이 지하조사를 받아들이
지 않을 경우에는 이 지역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한다. 다섯 번째 단계는 지하 조사이고, 여기서
적합한 것으로 판정되면 핵폐기장 부지로 결정된다. 이 조사과정 중에도 시민포럼은 지속적으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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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에서는 2030년에 핵폐기장을 갖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주민들의 참여와 지
질 조사 과정에 긴 시간이 투입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아켄트는 다섯 번째 지하 조사가
10년 동안은 이루어져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고, 조사가 끝난 후 제출된 건설승인 서류에 대한 집
중적인 검토기간으로 5년을 잡을 것을 요구한다. 승인이 나오고 나서야 핵폐기장 건설에 들어가
는데, 아켄트에서는 건설 기간으로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글 :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자료출처 : 에너지대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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