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활동소식

[비건(지향)일기] 우리의 식사에는 배려가 녹아있어요

우리의 식사에는 배려가 녹아있어요

비건(지향)일기 – 피카츄희③

 

얼마 전 중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오랜만의 만남에 들뜬 우리는 일단 저녁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던 차였다. 나는 일정 때문에 저녁은 같이 못먹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말했다. “피카츄희가 못오면 우리 삼겹살 구워 먹을까?” 생각해보니 삼겹살을 무척 좋아하던 친구였다.

비건을 지향하다 보면 사람과의 관계와 배려에 대해 생각할 일이 많아진다. 처음에 비건 지향(페스코)을 시작했을 때, 돈까스를 눈 앞에 두고 참는 일보다 어려웠던 건 사실 사람들과의 식사 조율이었다.

식사는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친구를 만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대부분의 만남은 ‘식사’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식사의 선택지가 나로 인해 줄어들 때, 미안함과 부담감이 몰려왔다. “밥 한 번 먹어요”, “식사 한 번 해요”라는 상투적인 말이 이제는 고민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어디를 가야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혹시나 나 때문에 모두가 불편해지는 건 아닐까? 미처 나의 상황을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이 미안해 할 때에는 되려 내가 난처해지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나로서는 작은 배려도 항상 크게 느껴졌다. 나는 언제나 배려를 구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햄이나 고기가 들어간 메뉴가 제외돼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혹은 같이 비건 식당을 찾아가보자고 제안해왔다. 나의 선택권에 대한 존중 덕에 괜한 미안함과 부담감도 점차 사라졌다.

물론, 단체 생활을 할 때에는 자연스레 나의 선택지가 사라질 때가 많다. 다수의 편의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혹은 고기를 안먹으면 근손실이 온다고 지적한다던가 메뉴를 고를 때 은근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비건들은 고기를 먹으면 눈치를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나의 지향점은 타인의 배려와 이해를 필요로 한다. 누군가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조금의 양보라고 생각한다. 어떤 범위에 있든, 우리의 식사에 녹아있는 작은 배려로 인해 나의 선택권도 존중받는다.

송 주희

송 주희

에너지기후국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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