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관련자료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 기후협약을 피해갈 수 없다.

12월 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제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개막된다. 러시아가 교토의정
서를 비준할지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여 이번 유엔 기후회의는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맥 빠진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미국, 러시아 등 기후변화에 큰 책임이 있는 국가들이 근시안적인 이익을
앞세워 지구적 차원의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과 전진을 가로막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반면에 기후변화가 인간사회와 생물권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증대하고 있다. 지난 8
월 유럽을 덮친 이상 열파로 프랑스에서만 5천여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나타났고 국내에서도 지
난 해 폭우를 몰고 온 태풍 루사에 이어 강풍을 수반한 태풍 매미로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가 발생했다.
하지만 국제 사회가 현실에서 전개되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기후
변화협약은 어떤 방식으로든 전개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기후변화협약
이 전개되든 한국은 가장 어려운 위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대표적인 화석연료 소비
대국이다. 선진공업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분서주하는데 비해 한국은 이미 1인당 에너지소비
가 이탈리아, 영국을 넘어서 독일, 일본 수준에 이르렀지만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 2003년 현
재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인 한국은 2010년도 되기 전에 경제대국인 미국, 일본, 독일과 인구
가 많고 국토도 넓은 중국, 인도, 러시아에 이어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가 될 전망이
다.
만약 러시아가 비준하여 교토의정서가 발효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선진국들이 제기해 온 개도
국 참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OECD 가입국이면서 기후변화협약 상에서 개도국 지
위를 가진 한국, 멕시코 등에 선진국의 압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고, 한국은 다른 개도국과는
다른 방식의 의무부담을 강요받을 것이다. 만약 러시아가 제4차 IPCC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교토
의정서 비준을 미루겠다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되면 사실상 교토의정서 발효는 물 건너간다.
그러면 갈등과 조정기를 거쳐 새로운 의정서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선 중국이나 동
남아 국가는 아니라도 최소한 OECD회원국 중 기후변화협약상의 개도국은 새로운 지위와 의무를
부여받을 것이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의무 부담을 강요받을 상황
에 놓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바뀌어야 한다.

– 기후협약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기후변화협약에서 방관자적 위치를 벗어나 어느 정도 의무 부담을 질 자세로 협약
에 임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거론하는 개도국 참여론의 목표물이 되는 당사국
이다. 개도국 참여론은 선진국들이 교토의정서 이행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중국이나 동남
아, 중남미 개도국들에게도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전가할 목적으로 제기한 일종의 정치공세이
다. 하지만 한국, 멕시코처럼 이미 선진국(OECD)으로 간주되지만 기후변화협약상의 개도국 지위
를 유지하는 나라들 입장에선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2018년 온실가스 의무 감
축 참여 고려’라는 지금의 매우 느슨한 입장을 서둘러 수정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늦어도 2차
공약기간(2013-2017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눈치
만 살피다 억지로 떠밀려 온실가스 의무감축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서 적절한 의무를 다할 것을 먼저 약속하는 것이 합리적인 협상 정책이다. 이러한 한국의 능동적
인 참여는 위기에 처한 기후변화협약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 넣고 새롭고 창의적인 협상 전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예정된 부담을 제 스스로 지면서 선진국을 압박하고 개도
국을 견인하여 정체된 기후변화협약을 끌어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면 한국의 외교적 위상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산업구조와 생활양식의 변화를 유도하고 저탄소 에너지 경제를 실현하
기 위해 에너지효율 향상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다행히 2011년까지 재생
가능에너지 5% 공급을 추진하는 등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시동을 걸었으나 에너지 효율을 향상
하여 에너지소비 증가세를 꺾는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 또한 온실가스 저감수단으로 청정개발
체제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원자력 발전을 여전히 온실가스 저감의 주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저
탄소 에너지 경제의 실현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근본 대책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
는 길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정부대책을 살펴보면, 기존의 종합대책은 전체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세
부 과제별 감축량을 수치로 정하지 않은 채 직·간접적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과제들을 단
순히 나열하는 식이었다. 앞으로 종합대책 수립 시 목표 기간 동안 전체적으로 얼마 정도 온실가
스를 줄일지, 세부 과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하는 지 구체적으로 설정해
야 한다. 과거처럼 기존의 각 부처 사업계획에 추상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의 의미를 덧붙이는 식
이 아니라 가정·상업, 수송, 산업, 전환 부문 별로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수립하고 세부 분야별
로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를 수립하여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교통, 에너지, 건물, 산업, 농업 등 관련 분야의 온실가스 감
축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에너지연대가 추진 중인
에너지조례가 조속히 자치단체별로 제정·집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응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기후변화협약대책위원회는 방대한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 역할과 기능은 매우 미약하다. 이 위원회 운영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바탕으로 실질
적으로 기능하는 위원회가 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점은 대응체계 자체보다는 운영
에 있다. 짜깁기, 나열식 기후변화협약 종합대책조차도 세부적인 계획과 실질적인 집행이 관련
부처 혹은 부서에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로 국무조정실 차원의
통합·조정 기능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견제와 보완 차원에서 지속가능위원회가 기후
변화협약 문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고 그 결과가 효율적으로 시행되도록 각 부처 단위 대응
체계 구축 및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또한 각 부처 내에서 정책수립과 시행 토대구축을 위한 부서
간 협조체제 구축도 중요하다.

– 기상재해 대책,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온실가스 저감 못지않게 시급한 분야가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된 대책이다. 이미 태풍 루사, 매
미 등 기후변화의 직간접적 영향에 따른 기상재해가 한반도에서도 더욱 심각해지고 생태계의 변
화도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의 기후변화 관측, 생태계 영향 조사, 기상재해 대책 등
은 제자리걸음이다. 마산만 해일 피해와 부산항 크레인 붕괴, 대규모 정전 사태 등은 기후변화
에 대한 적응을 소홀히 한 인재의 성격이 짙다. 기후변화를 막는 국제적 차원의 노력에 동참하
는 것 못지않게, 국내에서 발생하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여 인명과 재산, 생태계
를 보호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은 기후변화에 대한 과
학으로부터 출발한다. 기후변화 관측, 생태계 영향 조사 등과 관련한 예산, 인력을 크게 늘여야
하여 이를 위해 선진국처럼 국가기후법 같은 법률의 제정도 검토해야 한다. 이런 과학적인 관측
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장기 기후적응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재 기준의 수립과 방재 대책의 마련은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현재 행자부 산하의 국립방재연
구소의 인력과 시설 수준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대규모 재해를 겪을 때마다 방재 연구 인력 및
시설 확충 주장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등장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방재
대책을 미루는 것은 정부의 심각한 직무유기이다. 태풍 매미에 대한 평가와 대책을 통해 효율적
이고 근본적인 방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글 : 이상훈 /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 에너지시민연대 기후행동포럼 운영위원장
자료출처 : 에너지대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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