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활동소식

[비건(지향)일기] 기후활동가가 비건을 말하는 이유

기후활동가가 비건을 말하는 이유

: 살리는 사랑을 하자

비건(지향)일기 – 지미 ③

 

세 번째 비건지향일기를 쓰고 있는 나는 환경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의 활동가다. 환경단체에 있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자연을 좀 더 사랑하는 착한 사람처럼 이야기되곤 한다. 사랑..하는 것도 맞지만 나는 사랑하는 것이 아주 많고 사랑하는 것만큼 슬프고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분노하는 것도 많다.

 

쉽고 온건한 그 ‘사랑’의 방식에 대해 생각한다. 원래 나의 자리를 지키며, 사는 방식은 전혀 바꾸지 않고, 가끔 만나는 자연 속에서 실컷 맑은 숨 쉬다가 오는 것이 전부라면 누구든 자연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근데 그렇게만 사랑한다면 자연은 못 지킨다.

바로 그 옆에서는 나무가 베어지고 바다가 따뜻해지고 또 빨개지고 있으며 물살이와 물살이가 먹는 식물들이 너무 빨리 자라거나 대규모로 죽으면서 강의 속도가 달라져 물이 고이고 썩는다. 그런데 이런 장면은 우리의 풍경 속에 없다.

우리가 먹는 ‘생선’을 더 쉽고 싸게 공급하는 상업 어업은 바다의 아주 아래까지 그물로 긁어내며 어린 물살이까지 잡아들여 종의 절멸을 불러오고,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돌고래는 감금시설인 수족관에서 평생을 스트레스와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우리가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산을 불태워 개간해야 하고, 그곳에 살던 동식물은 쫓겨나거나 죽는다. 그 자리에는 화석연료에 기대어 운영되는 공장이 들어서 숱한 돼지와 소, 닭과 같은 동물이 생 전체를 착취당하다 도살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닭알이나 소젖 그리고 사체가 된 몸은 덩어리가 되고 제품으로 만들어져 인간에게 도착한다.

 

각각 별개의 고통이고 사실이고 폭력이자 부정의이다. 온실가스 배출의 문제로, 동물이 겪는 고통의 문제로, 생태계 파괴와 생물 다양성 감소의 문제로 따로 해설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서로 무관하지 않다. 돈이 되지 않는 것들이 차례대로 죽는 세상은, 더 많은 이윤을 목적한 거대 기업과 산업에 의해 굴러간다. 이를 정당화하는 자본주의 체제 덕분에 어떤 폭력들은 문제 되지 않는다. 각각의 사건이 쌓이고 쌓여 지구 온도가 올라가고 있고, 인간에 의한 자연재해는 더 자주 더 크게 들이닥치며, 다음 생명을 길러 낼 흙은 빠르게 사라지고 말라가고 있다.

다양한 존재들이 서로 엮이고 연루되어 촘촘히 만든 그물망, 지구 생태계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더 헐거워진 연결망은 약한 고리가 버티지 못하고 끊어질 때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 누굴 먼저 떠나보내게 될지 뻔한 상황을 방치하며, 동시에 누군가는 여전히 배 불리며 눈 가리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기후위기이다. 기후위기는 몇 년 뒤로 예정된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재난이다. 더 많은 돈을 위해 손쉽게 파괴되는 생명과 관계 하나하나를 다시 붙잡고 연결해야 한다.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모든 과정이 총체적으로 절망을 가리키고 있다. 지구한계를 지키기 위해, 기후생태위기이자 불평등과 백래시 이후의 시대를 상상하기 위해 지체없는 전환을 요청한다.

나는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좀 더 적극적으로 기대어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나 모든 생명이 그렇게 관계 맺을 수는 없는 불평등한 위치에 있다. 변화의 책임이 인간에게 있기에 같이 비건 하자고, 비거니즘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는 것을 목적하는 환경운동은, 동물권 운동과 따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서로를 살릴 수 있는, 책임감과 분노가 함께하는 그런 사랑을 해보자.

 

김 현지

김 현지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김현지(지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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