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관련자료

[기고글]시민발전소가 열어 가는 에너지미래

1. 시민태양발전소

‘원자력에서 벗어나려는 시민 35명이 태양발전소를 세우다’ 인왕산 아래 마
을 부암동에 가면 해를 따라 움직이는 파란색 태양전지판 기둥에 이런 안내문
구가 새겨져 있다. 이필렬 에너지대안센터 대표는 “5월 15일 오늘 준공되는
시민태양발전소는 에너지 대안 실천의 첫걸음, 원자력과 화석연료를 뛰어넘는
실천의 첫걸음”이라고 이 시민태양발전소의 의미를 설명했다. 우리가 처해있
는 현실은 분명하다. 화석연료는 얼마 남지 않았으며 한정된 석유나 천연가스
를 둘러싼 전쟁의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연소할 때 나오는 온실
가스 때문에 지구생태계는 기후변화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위험한 에너지 원
자력이 화석연료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이 확인된 마당에 인류는 선택의 여지없
이 재생가능에너지 위주로 에너지체제를 전환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아니라 언제일 뿐이다. 고갈되지 않고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태양에너지와 풍력, 바이오매스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
인류 생활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얻는, 에너지시스템의 100% 전환이야말로
석유위기, 기후변화와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그런데 시민발전소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이 3kW 태양발전소는 겨
우 한 두집에서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작은 발전소를 세우는
데 2900만원이라는 적지 않는 돈이 쓰였다. 개정된 대체에너지촉진법에 따라
생산된 태양전기를 kWh당 716원에 판매할 수 있다 해도 원금 회수에만 10년
이 넘게 걸린다. 원자력발전소나 큰 화력발전소에서 대량으로 값싸게 전기를
생산하는데 굳이 경제성이 떨어지고 기술 신뢰성도 낮은 태양발전이나 풍력발
전에 신경을 써야 하나.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성이 높아지면 시민들이 고생스
럽게 나서지 않아도 재생가능에너지가 널리 보급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을 되새겨보고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의 과정을 살
펴본다면 우리가 지금 당장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나서야만 하는 이유를 이해
할 수 있다.

2. 시민발전소들이 바꾼 선진국의 에너지정책

재생가능에너지는 새로운 에너지기술이다. 그런데 이 새로운 에너지 기술이
고갈의 염려가 없고 깨끗하다고 해서 화석연료와 원자력 위주의 에너지체제에
서 쉽게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기존 에너지산업계는 물론 관료와 기술자
도 새로운 에너지를 반기진 않았다. 환경정책을 중시하는 정부와 정치라 해
도 에너지산업계와 마찰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유럽의 시민들은 핵재앙에
서 해방되고 석유전쟁을 피하고 기후변화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지금 비싸더
라도 태양에너지와 풍력발전을 선택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시민들은 화석연료와 원자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스스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자로 나섰다. 뜻이 맞는 시민들은 지붕에 태양열집열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
하고 해안가나 마을 언덕에 풍력발전기를 세웠다. 낡은 물레방아를 수리하여
소수력발전기로 이용했다. 곧 전기 반란이 일어났다. 인구가 3천명도 되지 않
은 독일 쇠나우 마을에선 원자력전기와 큰 화력발전전기를 쓰지 않기 위해서
35억원 가량을 모금하여 배전회사를 주민들이 인수했다. 태양혁명도 일어났
다. 독일 아헨의 태양에너지 협회는 몇 년간 시의회를 설득하여 시영 전력회사
가 태양전기를 비싸게 의무적으로 사주고 이 비용은 시민들이 분담하는 이른
바 ‘아헨모델’를 만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새크라멘토시에선 시민들이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막은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 앞장 서 전체 전력의
5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고 있다. 홋카이도에서 오랫동안 원자력발전을
반대했던 시민들은 돈을 모아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원전 확대를 고집하고 있지만 원자력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일
본 전역에 10만개가 넘는 태양발전소를 세웠고 이는 일본 기업이 세계 태양전
지 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값비싼 에너지이지만 보
급이 늘어나면서 풍력발전, 태양에너지는 최근 30%넘게 성장하고 있고 비용은
10년도 되지 않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
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시민들이 재생가능에
너지 보급에 나서면서 재생가능에너지 촉진제도를 일관되고 강력히 요구한 결
과 독일 정부는 에너지정책 전환에 착수하였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원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에너지공급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2050년
엔 50%까지 높이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기후보호’정책을 발표하였다. 독
일의 재생가능에너지정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은 ‘재생가능에너지 전기 매
입 정책’과 ’10만 태양지붕 프로그램’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전기 매입 정책은
1991년부터 발효된 전력매입법 제정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법에 따르면 재생가
능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지역 전기회사는 소비자 전기 가격의 80-90%에 구매
해야 한다. 이 법에 따라 풍력전기와 태양전기의 가격은 kWh당 17페니히로 책
정되었다. 이 가격은 풍력발전의 발전단가와 비슷하거나 높았기 때문에 이 법
이 시행되면서 독일의 풍력발전은 급속히 증가하였다. 독일이 세계 제일의 풍
력발전 보급 국가가 된 것도 이 법의 시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1년부터
10년 동안 독일의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무려 100배나 늘어났다. 2002년 말을
기준으로 독일의 풍력발전 용량은 12,000MW에 이르렀고 총 발전용량의 5%를 차
지하고 있다. 그러나 풍력발전에 비해 발전단가가 7-10배 비싼 태양광발전을
보급하기엔 전력매입법이 보장하는 태양전기 구매 가격이 너무 낮았다. 그래
서 전력매입법은 태양광발전을 보급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대신에 지역
에 따라서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치단체 산하의 전력회사에서 태양광 전
기를 발전단가를 보장하는 2마르크 (1,200원 내외) 정도의 높은 가격으로 태양
전기를 구매하도록 조례를 제정한 곳이 늘어났다. 이러한 제도는 1992년 아헨
에서 처음 시행되었기 때문에 총비용보장 구매제도 또는 아헨모델로 불리는
데, 이 모델을 채택한 지자체에서는 다른 지자체보다 태양광 발전시설의 성장
이 훨씬 빨랐다. 아헨 모델은 아헨의 태양에너지모임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처
음 고안한 것으로 그 후 다른 시민단체들이 여러 지역으로 확산하였다.
독일에선 2000년에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를 점차 폐쇄하기로 정부와 원자력
산업계가 최종 합의를 한 반면 새로운 재생에너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것은
풍력발전, 태양발전, 소수력발전, 바이오매스 등 재생가능에너지 전기를 생산
비를 보장하는 가격에 의무적으로 구매해주는 제도이다. 여러 지자체로 확산되
던 아헨모델이 결국 연방정부의 법·제도로 자리를 잡게 된 셈이다. 재생가능
에너지법이 시행되면서 재생가능 전기 중에서도 특히 태양광발전이 크게 확대
되었다. 이 법은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kWh당 0.99마르크(약 600원)
로 매입할 것을 규정한 것이다. 매입가격은 2002년 1월부터 설치된 것에 대해
서는 해마다 5%씩 감소하는데,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개발과 시장 확
대로 발전원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었기 때문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태양
광 전기의 구매가격은 다섯 배 이상 올랐고 결국 실제 태양광발전 발전단가에
거의 근접하게 되었다.
태양광발전 확대는 독일 정부가 시행한 ’10만 태양지붕 프로그램’과 연계되
어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재생가능에너지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1999년 4
월에 시작된 ’10만 태양지붕 프로그램’을 통해 태양발전을 하려는 시민들은 장
기 저리로 쉽게 설치비를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기본 내용은 주택이나 공
공건물의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비용을 연방정부에서 전액 무이자로 대여해주
고 빌린 돈의 거의 90%만 7년동안 상환하도록 한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최
대 용량이 3kW인 10만 개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5년 안에 독일 전역에 설치하려
는 것이었다. 2003년 6월에 이 프로그램은 조기 종료되었는데 재원 조달의 어
려움도 있지만 이미 10만 태양지붕 프로그램의 목표를 상당히 달성했다고 평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시행으로 2003년 6월까지 300MW의 태양광발
전 설비가 추가로 늘어났다.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기 전인 1998년과 비교하면
전선망을 통한 전기공급에서 태양광 전기의 비율은 10배나 증가하였다. 이 10
만 태양지붕 프로그램에는 거의 10억 마르크가 투입되었고 총 25억 마르크의
투자를 유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풍력, 태양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
를 확대하려는 독일 내부의 혁신적인 변화는 벨기에,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0년까지 전체 전력의 22%를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가능에너지 전기를 장
려하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화석연료
와 원자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구상을 키워 나가고 있다.
한편 태양광발전 보급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이웃 일본이다. 1994년부터 주택
용 태양광발전 설비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후 5년 만에 일본은 미국을 추월하
여 세계 1위의 태양전지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태양광발전 설비 보급도 급속
히 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누적보급량의 46%가 일본에 설치되어 있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주택용 발전 설비로만 총 11만호에 400MW의 태양광발
전 설비가 보급되었다. 일본 국내 태양전지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어 대량생산
체제가 갖추어지면서 같은 기간 태양광발전설비 가격은 kW당 1,910만원에서
740만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물론 이런 변화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것은 아
니었다. 태양광발전 설비 설치비의 2/3에서 1/2까지 보조를 해주고 생산된 전
기는 소비자 전기 가격에 의무 구매해주는 제도가 시행되었다. 일본 국내의 태
양광발전 확대 정책에 힘입어 샤프, 산요, 교세라 같은 일본의 태양전지 회사
는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 해 전세계 태양전지 생산량 512MW의 절반
가량을 일본 회사들이 생산하여 1조 3천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 산업
계는 2015년이면 태양전지 용량 20,000MW, 태양전지 시장 규모 40조원으로 성
장이 기대되는 태양광발전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기술개발과 시설 투자에 노력
하고 있다.
일본의 태양광발전 확대에는 정부의 보급지원과 업계의 저렴하고 안정적인 시
스템 공급도 중요했지만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활발한 시민 참여가 바탕을 이
루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태양광전기 보급 촉진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큰 이점이 없는 태양광발전기 설치에 시민들은 에너지원 고갈과 기후변화 문
제 극복에 참여하려는 자발적인 시민 의식을 발휘하여 적극 호응하였다. 일본
은 이 추세를 몰아 2010년에 태양광발전 누적보급량을 4,820MW로 확대하는 계
획을 순조롭게 추진 중이다.

3. 시민발전소 확대를 위한 과제

국내에서도 지난 해 9월부터 ‘대체에너지 개발 및 이용 보급 촉진법’ 개정 법
률이 시행되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큰 힘을 되는 작은 발전소가 세워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개정법에서 풍력전기는 kWh당 108원, 태양광전기는
716원, 소수력 74원 등에 의무 구매하고 신축 공공건물에 재생가능에너지 이용
을 의무화하겠다는 신설 조항들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새 전기를 마련할 전
망이다. 특히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전력의 차액보전제도라고 불리는 재생가능
에너지 전기 의무 구매 조항은 기본적으로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법의 취지와
내용을 받아들인 것으로 매우 환영할만한 내용이다.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소
수력발전 등의 발전단가를 보장하는 가격으로 일정기간 이상 전력 매입을 보장
하게 되면 이런 새로운 발전방식이 전력시장에서 자리잡는데 큰 기여를 할 것
이다. 하지만 개정된 대체에너지 촉진법의 효력이 1년이 지나도록 전혀 나타나
고 않고 있다. 독일이나 일본에선 작은 규모의 풍력발전기나 태양광발전설비
는 전기설비로 간주되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발전사업허가 절차가 생략
된 채 공인된 시스템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전력생산량을 계량만 하면 손쉽
게 재생가능에너지 전기를 판매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렇지 않다. 3kW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더라도 전기사업법에 따르는 발전사업허가를 복잡한 절
차를 거쳐 시도 지사에게 받아야 하고 상당한 연회비를 내면서 전력거래소 회
원에 등록해야 한다. 작은 발전소와 전력망을 계통 연계하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한전 직원들도 작은 발전소의 계통 연계 설비를 어떻게 받아 들어
야 할지 난감해 한다. 어렵게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계통을 통해 생산된 전력
을 보낸다고 해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차액을 지급할 지도 불분명하다.
만약 작은 발전소가 앞으로 1만개, 10만개 계속 늘어난다면 전력거래소가 이
들 작은 발전소들과 거래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법이 규정
하는 절차와 규칙에 따라 작은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소를 세워 전력 판매를 하
는 것은, 작은 태양광발전설비나 풍력발전기가 많이 세워지는 것은 어렵다. 대
체에너지 촉진법을 개정하여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매입 제도를 도입했지만 전
기생산과 판매를 관장하는 전기사업법의 관련 시행령과 규칙을 제대로 손보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들이다. 신축 공공건물에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을 의무화하
겠다는 조항이 들어갔지만 규제개혁위원회 등의 반대로 시행령 마련에 많은 진
통이 예상되고 있다. 산자부 전기위원회와 신재생에너지팀은 이런 문제들을 조
속히 해결해야 선진적인 대체에너지촉진법이 제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근시안적인 경제적인 합리성을 기준으로 보면 세계에서 벌어지는 재생가능에
너지 보급 노력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이나 일부 정부는 값싼 화
석연료나 원자력이 아니라 값비싼 재생가능에너지를 쓰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
이다. 시민태양발전소 운동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값비싼 에너지쓰기 운동’이
다. “우린 값싼 석탄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 전기를 쓰길 원하지 않는다. 우
린 지금 비록 비싸지만 평화와 지구를 지키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원한다. ” 이
것이 에너지 전환을 이끈 독일 시민들이, 태양발전소를 세운 일본 시민들이 가
진 생각이다. 전기사업법의 관련 조항이 조속히 개정되어 에너지대안센터가 시
민발전소를 여기 저기 세우면, 시민단체들도 작은 태양광발전소와 풍력발전기
를 많이 세우면 한국의 시민들도 하나 둘 이런 불합리한 생각을 상식으로 받아
들일 것이다.

글 : 이상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자료출처 : 전기저널(9월호)

admin

에너지 기후변화 관련자료의 최신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