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관련자료

[기고글]원자력을 넘어 재생가능에너지로, 해외의 에너지 선택

원전을 폐쇄하고 태양광발전소를 세운 새크라멘토

캘리포니아주의 주도 새크라멘토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환경운동가들
에겐 매우 귀에 익은 도시이다. 1989년에 가동한 지 15년 밖에 되지 않은 란초
세코 원전을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모범적으로 추진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1979년 드리마일섬 원전에서 노심이 녹아내리는 치명적인 사고가 발
생한 후 미국 각지에선 원전 반대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미국에서도 환경정
책이 가장 선진적이라는 캘리포니아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당시 97만
킬로와트 용량의 란초세코 원전은 최대 출력을 내지 못해 설비 교체와 보수를
위해 추가적으로 5억달러를 투자해야 할 상황이었다. 시는 시민들의 요구에 따
라 5억달러를 추가 투자하여 란초세코 원전을 가동할 지, 원전을 폐쇄할 지를
주민 투표에 붙였다. 결과는 박빙의 차이로 원전 폐쇄안이 승리하였다. 새크라
멘토 전력회사(SMUD)는 주민 투표의 결과를 수용하여 란초세코 원전을 폐쇄하
였다. 원전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은 시민들이 킬로와트시당 1센트씩 전력요
금 더 내서 충당하였다. 지금 란초세코 원전 주변에는 미국에서 최대인 3메가
와트 태양광발전기가 세워져 있다. 얼마 후면 50만 킬로와트 가스발전기가 이
곳에 가동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새크라멘토 전력회사가 미국에선 드물게 시영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회사는 시민들이 선출한 전력과 경영 분야 전문가들로 구
성된 이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의사가
전력회사 경영에 반영될 수 있었다.
새크라멘토 전력회사가 120만명에게 공급하는 전력의 절반 이상은 재생가능에
너지원에서 생산된 것이다. 수력발전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지만 매립가스발
전,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재생가능에너지 전력도 7퍼센트에 이른다. 2011
년까지 이 비율을 20퍼센트 이상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가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를 위해 투자하는 재원은 주정부에서 주는 재생가능에너지 연구 개
발과 보급을 위한 기금도 있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녹색요금제를
통해서도 마련된다. 2만 1천명의 시민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쓰겠다며 매
달 전기요금을 6달러 더 낸다. 이 회사는 이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풍력발전기
를 세우고 공공기관이나 주택의 지붕을 빌어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다. 최근에
는 시민들이 시의 보조를 받아 지붕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잉여전력을 판
매하는 프로그램도 시행되고 있다. 이렇게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이면
서도 전기요금은 캘리포니아주 평균보다 낮은 편이고 경영효율도 매우 높다.
그리고 2000년 캘리포니아 정전사태 때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할 만큼 계
통운영이 안정되어 있다.
하지만 새크라멘토 전력회사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제도는 얼마가지 않아 수
정이 불가피할 듯 싶다. 주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시민들
만 참여하는 녹색요금제를 통해 재생가능에너지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이미 녹색요금제 부담을 두 배로 인상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
고 한다. 독일처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재원을 전력요금에 반영하여
모든 전력소비자 나누어 부담하는 방식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유럽의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 독일

몇 해 전부터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선 유럽이 미국을 추월하였다. 브뤼셀의
유럽위원회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업무를 총괄하는 칼 켈너씨는 “유럽연합은 1
차 에너지소비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6%에서 2010년까
지 12%로 높일 계획”임을 자신있게 소개했다. 특히 유럽의회에서는 2010년까
지 전체 전력의 22%를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도록 목표를 정했다. 유
럽연합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주력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 지구 생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명분이라면 석유, 천연가스 등의 수입
의존도를 줄여 갈수록 치열해지는 에너지 자원 쟁탈전 속에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은 실리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강력한 군사력으로 얼
마 남지 않은 중동과 카스피해 주변의 석유, 천연가스를 독식하려는 전략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성장세가 두드러진 재생가능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고 실업문
제 해소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경제적 동기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에 담
겨 있다. 유럽연합에선 지금까지는 수력이 재생가능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했
으나 최근 증가분은 대부분 풍력과 바이오매스가 차지한다.
유럽연합에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주도해 온 국가는 독일이다. 연방환경부
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 전체 에너지 소비 중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차
지하는 비율은 60퍼센트로 늘어날 것이다. 이런 자신감은 재생가능에너지의 빠
른 성장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다. 예를 들면 2002년 말 기준으로 풍력발전 용
량은 무려 12,000메가와트에 이르렀다. 이는 10년 전에 비하면 100배나 증가
한 양이다. 2025년까지 전력의 20퍼센트를 풍력으로 충당할 계획인데 추세를
보면 매우 낙관적이라고 한다. 한국을 비롯해서 여러나라에서 따라 배우는 재
생가능에너지법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 법의 골자는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생산된 전력은 전력회사에서 생산비를 보장하는 가격에
의무 구매해주고 그 비용은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이고 에너지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재생가능에너지는 지금부터 서둘러 확대
해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사회가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의 정신이다. 이 법이 작동하면서 3킬로와트 태양광발전기를 10만 개 설치하
여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을 300메가와트 추가하려는 10만 태양지붕 프로그램
은 얼마 전에 목표량을 달성하여 조기 종료되었다.
에너지효율 향상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목적으로 지난 2000년 연방정부와
독일 재건은행이 설립한 독일에너지청(DENA)에선 100퍼센트 재생가능에너지 전
환의 의지마저 엿볼 수 있었다. 재생가능에너지 분야 책임자 디터 우 박사
는 “2050년이면 일부 태양광발전 전력과 풍력발전 전력을 수입할 경우 독일에
선 재생가능에너지만으로 1차 에너지소비를 충족할 수 있다”는 중장기 에너지
시나리오를 상세히 설명했다. 전력만 보면 독일에서 수력, 풍력,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등 이용가능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잠재량은 연간 500테라와크시
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1997년 독일의 전력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이
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 의지를 구현한 연방의회 건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대한 독일정부의 의지는 통독 후 1993년부터 조성해
온 베를린 수도 재건 사업 곳곳에서 드러난다. 베를린 도심을 관통하는 슈프레
강과 거대한 도심공원 티어가르텐 주변에 신축되거나 재건축되는 연방청사 건
물 지붕에는 대부분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되었다. 신축한 수상청사에는 가장
용량이 큰 151킬로와트의 태양전지가 지붕을 덮었고 대통령궁 부속건물 지붕에
도 44킬로와트의 태양전지가 건축 외관과 조화를 이루며 설치되었다. 기존 건
물을 개축한 경제부와 교육부 청사에도 태양전지가 설치되었다. 베를린 수도
재건 사업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과거 제국의회를 혁신적으로 재건축한 독
일연방하원 의사당이다. 이 건물엔 영국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유리
돔이 연방 독일 의회의 상징처럼 솟아 있다. 나사선 경사로를 따라 유리 돔 꼭
대기에 이르면 한참 짓고 있거나 막 지어진 연방 청사들을 비롯하여 베를린 도
심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유리 돔은 햇빛을 받아들여 이것을 간접광으로
바꾸어 돔 바로 밑에 있는 본회의장으로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돔
은 통일 독일이 세운 새 의회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자연형 채광시설로도 기
능하고 있는 셈이다. 이 건물엔 에너지수요의 15퍼센트 이상을 재생가능에너지
로 충당한다는 연방의회의 가이드 라인에 따라 세심한 에너지 공급 계획이 실
현되었다. 연방 의사당과 주변에 신축된 의원회관 등 5개의 부속건물의 에너
지 수요를 사용자의 행태, 계절적인 요인 등을 고려하여 면밀히 추정하고 이
에 맞추어 통합 에너지 공급 계획을 수립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건물에서 쓰
는 전기와 열에너지는 100퍼센트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에서 나온다. 식물성 기
름을 연료로 쓰는 400킬로와트 열병합 발전기 4대가 수요에 맞게 신축적으로
가동되어 전력과 열을 공급한다.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혁신적
인 방식보다는 기존 방식이지만 재생가능한 100% 식물성 기름을 연료로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비상시를 대비하여 외부 전력망과 연계시스템도 구축되
었다. 이 바이오디젤 열병합 시스템은 화석연료에 비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을 70퍼센트까지 절감한다. 발전기를 4대로 구성한 것은 회기가 있을 때와 없
을 때 의회건물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변동되는 것에 맞추어 신축적이고 효율
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또 특징적인 것은 땅 속을 열저장원으
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의회 건물 부지 지하 280-320미터 사이에 형성된 대
수층에 여름에 남는 폐열을 70℃ 수준으로 저장해두었다가 난방열이 부족할 경
우 직접 또는 열펌프를 거쳐 이용한다. 반대로 30-60미터 지하 저장소에 난방
에 사용된 폐수를 5-6℃ 식혔다가 여름에 의회 건물의 더운 공기를 식히는 냉
각수로 이용하는 시스템도 이용되고 있다. 연방의회 지붕에는 많진 않지만 태
양전지판도 깔려 있다. 연방의회 에너지시스템은 비록 석유를 쓰거나 외부 전
기를 쓰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에너지전환을 추구한다는 연방의회의 정
책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정책조사를 통해 원자력과 화석연료에서 탈피해서 재생가능에너지로 나아
가는 에너지정책의 변화와 조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2000년 6월에 정부
와 원전산업계가 합의하여 19기의 원전을 폐쇄중인 독일은 말할 것도 없고 미
국에서도 안전에 대한 우려, 핵폐기물 처분 문제 때문에 원전이 시장경쟁력,
정책적 명분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음을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 공무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말로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외치면서 현실은 여전
히 원자력 드라이브 정책에 발목 잡혀있는 한국의 현실이 흑백영상처럼 아득하
게 대비되었다

글 : 이상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자료출처 : 함께사는길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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