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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촛불’을 켠 부안에서 – 핵폐기장 반대운동과 에너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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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위도가 마침내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 후보지로 결정되었다. 정부에서 유치신청 마감일로
정한 7월 15일 하루 전인 7월 14일 부안군수가 유치신청을 냈고, 그후 열흘 정도 부지선정위원회
에서 위도의 부지 적합성을 검사하여 적합 판정을 내림으로써 부안군에 핵폐기장이 들어서는 것
으로 결론이 났다. 이제 정부 계획대로라면 2년 가까이 정밀 지질조사를 해서 특별한 문제가 없
는 것으로 밝혀지면 건설공사에 들어간다.
정부에서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핵폐기장을 건설하겠다는 태세다. 군수가 부안군민과 군
의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유치신청을 한 것에 대해 부안군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와중에, 행자부 장관이 부안군수를 방문하고 대통령까지 부안군수에게 격려 전화를 걸었다는 사
실은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가를 보여주는 징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의지가 과연 관
철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부안군민의 반대 의지도 아주 확고하고, 대안을 찾자는 목소리
도 점점 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안군에서 거세게 일어나는 핵폐기장 건설반대 운동을 정부에서는 우선진압 쪽으로 방향을 잡
은 것 같다. 지금까지 5천명이 넘는 경찰을 동원해서 반대를 막는 일에만 온 힘을 쏟고 있는 꼴
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 이것은 90년 안면도와 95년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추진 때와는 상당
히 다른 양상이다. 90년에는 원자력연구소에서 안면도에 제2원자력연구소를 건설한다고 처음부
터 거짓말을 했고, 안면도 주민들은 그것이 실은 핵폐기장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경찰력이 감당
할 수 없을 정도의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렇게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전개되자 정부에서는
과기부장관을 해임하고 건설계획을 철회하는 무마책을 폈다. 굴업도의 경우는 굴업도가 속한 덕
적도 주민들이 반발하자 초기에 국정홍보처에서 직접 나서서 몇차례 토론회를 벌이며 설득작업
을 폈다. 토론회에서는 핵폐기장 추진측과 반대측이 모두 나서서 논쟁을 벌였고, 주민들에게도
상당한 시간의 발언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주민들의 저항이 시간이 흘러도 수그러들지 않자 굴
업도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핵폐기장 건설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부의 입장이 아주 확고하다. 주민들과 대화하고 의논하려는 자세는 거의 보이
지 않고, 반대가 심하면 힘으로 강하게 눌러서라도 핵폐기장을 건설하겠다는 식이다. 군수 개인
의 유치신청이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주민 대다수가 반대하더라도 군수가 지자체의
대표이기 때문에, 신청은 적법하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며 건설을 밀어부치고 있다. 오히려 정부
와 달리 안면도나 굴업도 때는 보도에 인색하던 방송사들이 몇차례나 토론회를 열어서 찬성과 반
대 의견, 부안군민의 생각을 온 국민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굴업도가 후보지로 선정
되었을 때는 중앙 방송사에서 한 번도 토론 프로를 방영하지 않았는데, 상당히 달라진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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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안군 핵폐기장 선정을 놓고 벌어진 방송사의 토론에 다섯 차례나 참가했다. 텔레비전에
서 세 번 라디오에서 두 번, 어떤 때는 진지하게 또 어떤 때는 아주 격렬하게 찬성측 사람들과
말싸움을 벌였다. 방송 토론은 원래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논의가 아니라 시청자에게 자기 주
장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보여주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특히 텔레비전의 경우는 시청자의 수
가 많고 주제가 주제니만큼 시청자들 중 강하게 반대하거나 강하게 찬성하는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기 때문에, 토론이 격렬해질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조금 엉뚱한 주장을 하거나 질문
을 하면 격한 반응도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텔레비전 찬반토론의 속성이다.
토론에서 반대측 주장 중에 유난히 엉뚱했던 것은 플루토늄을 먹어도 된다는 것, 태양전지를 만
드는 데 카드뮴이라는 독성 물질이 사용되고 이것은 반감기가 무한대라는 것 등이었다. 핵폐기장
이 들어서면 풀한포기 안나고 기형아 탄생이 속출하고 폭발사고가 일어난다고 반대측이 주장하는
데 정말 그런 것이냐는 질문도 꽤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정부의 보고서에 나온 사실을 전하면
서 약간 부정확하게 이야기한 것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니까 책임져야 한다거나, 이름을 거명하
며 비판을 하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등의 협박성 발언, 굴업도나 다른 지역에서는 3억 현금보
상 이야기 같은 것이 없었는데 위도에서만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을 가지고 절차상 문제에 대해 비
판하자, 다른 지역에서 현금보상 이야기가 정말 없었는지 증명하라는 식의 반응도 지금까지는 없
던 것이었다. 정부로서는 공개적인 토론장에서까지 그런 식으로 강하게 말을 해야 할 정도로 핵
폐기장 문제가 급박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발언이야말로 지역주민들의 반감을 부추기기
만 하고 참여정부의 얼굴에 먹칠만 할 뿐이다.
플루토늄을 먹어도 된다는 발언은 핵폐기물 연구를 하는 전문학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여기저
기에서 정말 그런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고, 부안에 갔을 때도 정말 그런 것인지 촛불집회에서 반
드시 해명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그러한 요구를 들으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컸던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그 말이 핵폐기물을 연구한다는 ‘전문가’로부터 나왔기 때문에 더
절망하고 분노한 것 같다. 언젠가 일본의 정부관료가 그와 똑같은 말을 했다가 호되게 비판받고
두드려맞은 적이 있고, 개의 경우 플루토늄이 아주 미량만 몸속에 축적되어도 치명적일 수 있다
는 결과가 이미 실험을 통해서 확인되었지만, 이 전문가는 그러한 사실보다는 플루토늄이 물에
녹지않기 때문에 먹는다고 해도 흡수되지 않고 소화기관을 통해서 배설되리라는 판단만을 믿었
던 것 같다.
우리가 금속 가루 같이 물에 녹지 않는 물질을 먹으면 그것은 당연히 대부분 몸에 흡수되지 않
고 배설된다. 강한 독성을 지닌 수은도 액체상태 그대로 마시면 거의 다 배설된다. 물론 이렇게
먹는 것도 아주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아주 적은 양이지만 약간은 몸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은을 먹고 플루토늄을 먹는다는 말은 금속 상태의 것만을 먹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산
화플루토늄이나 할로겐화플루토늄 같은 플루토늄 화합물로 먹는 것이나, 플루토늄이 축적된 음식
물을 먹는 것도 플루토늄을 먹는 것이다. 토론회에 나왔던 핵 전문가는 자신은 플루토늄 금속이
나 산화물을 먹는 것만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듣는 사람들은 다른 플루토늄
화합물과 음식물 속의 플루토늄 등 어떤 형태의 플루토늄이든 먹어도 괜찮다는 것으로 받아들였
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플루토늄으로 핵연료를 만들고 플루토늄으로 원자폭탄을 만
든다고 말할 때 의미하는 플루토늄도 모두 순수한 금속 플루토늄은 아니다. 산화플루토늄까지 포
괄해서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플루토늄을 먹는다는 것도 플루토늄 금속이나 산
화물만 섭취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된다.
동물실험을 가지고 유추한 결과 사람의 경우 5만분의 1그램 같은 아주 적은 양의 플루토늄으로
도 폐암발생 위험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원자력 찬성측에 속하는 미국의 핵
연구소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는 1만분의 1그램이면 100% 폐암에 걸리고, 100만분의 1그램으로
는 폐암 발생률이 1.2% 높아진다고 계산했다 (A Perspective on the Dangers of Plutonium,
www.llnl.gov/csts/publications/sutcliffe/). 이 경우에는 플루토늄을 입으로 먹은 것이 아니
라 호흡기를 통해서 흡수한 것이다. 금속 플루토늄이나 산화물이 아주 미세한 가루 형태로 공기
중에 떠돌 경우 이것은 호흡기를 통해서 폐 속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흡입된 플루토늄은 폐의 어
딘가에 흡착될 수 있는데, 이 경우 반감기가 24,400년이나 되는 플루토늄이 폐 속에서 오랫동안
강한 알파 방사선을 내뿜고 이로 인해 폐암 발생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호흡기를 통해서 흡입될
때 5만분의 1그램 정도로도 폐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플루토늄 1그램으로 5만명을 치명적
인 폐암에 걸릴 수 있게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때 전제되어야 할 것은 플루토늄을 고
운 가루 형태로 퍼뜨려서 이것을 사람들이 호흡기를 통해서 흡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
해서 1그램이 5만분의 1씩 갈라져서 5만명의 폐 속으로 골고루 퍼져들어가는 일은 일어날 수 없
으니까 그 말은 얼토당토 않다고 반박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러한 주장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
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해서, 아주 적은 양의 플루토늄으로도 폐암에 걸린다는 사실
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991년 걸프전이나 1999년 보스니아 전쟁 때 전차 파괴용으로 열화(劣化)우라늄탄이 많이 사용되
었다. 열화우라늄이란 보통의 우라늄으로부터 원자탄이나 핵연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우라늄-235
란 동위원소를 뽑아내고 남은 우라늄을 말한다. 특별한 쓸모가 없는 열등한 우라늄이란 의미에
서 열화 우라늄이라고 부르지만, 우라늄-235가 뽑혀나갔다는 의미에서 감손(depleted) 우라늄이
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 다음에 전차전에 참가했던 연합국 군인 중 상당수가 원인모
를 병에 걸려서 고통받는 일이 일어났다. 미국 정부나 정부측 과학자들은 병의 원인을 개인적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열화우라늄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한 과학자도 많았다. 우라늄은 방사성
물질이지만, 손으로 만져도 될 정도로 방사능의 정도가 미미하다. 알파 방사선을 내놓기 때문에
우리 몸 밖에 있을 때에는 거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는 걸프전 참
전 군인들의 병이 우라늄탄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라늄이 우리 몸속에 들어
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몸 속에서 바로 옆의 세포들에게 알파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우리 몸
이 서서히 상해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면 전쟁 참전 군인들이 우라늄탄 때문에 병에 걸린 것일까? 폭탄 속 우라늄이 몸 속으로 들
어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호흡기를 통해서 우
라늄이 군인들의 몸속으로 흡입되었다면, 이들이 나중에 이상한 병으로 고통받을 확률은 높아진
다. 우라늄탄은 전차를 뚫고 들어가지만 전차의 철판과 충돌하면서 일부가 분쇄되어 가루가 된
다. 그리고 또 충격의 결과 뜨거운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은 충돌로 분쇄된 우라늄 가루가 널
리 퍼지는 것을 돕는다. 이 우라늄 가루가 주위에 있던 군인들의 호흡기를 통해 몸 속으로 들어
갔을 것이고, 이로 인해 군인들은 방사능 병에 걸렸을 것이다. 이들이 호흡기를 통해서 마신 우
라늄의 양이 얼마나 되었겠는가? 그들은 짧은 시간 동안 전장에 있었고, 가루가 되어 공기속에
흩어진 우라늄도 아주 적은 양이었다. 플루토늄도 마찬가지다. 가루로 퍼져 호흡기로 들어오면
아주 적은 양도 치명적이 되는 것이다.
플루토늄이 소화기로 들어온다고 해서 모두 배설되는 것도 아니다. 음식물에 섞여 들어가면 그
중 상당부분이 인체에 흡수된다. 영국의 플루토늄 공장이 있는 셀러필드 부근에서는 물고기와 조
개 속에서 플루토늄이 발견되었고 이들 어패류를 먹은 사람들의 암 발생 빈도가 높아진 일이 있
었는데, 소화기관을 통해서 흡수된 플루토늄이 이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셀러필드 주
변 씨스케일 마을 아이들의 백혈병 발생률이 다른 지역보다 10배나 높다는 연구도 나왔는데, 이
것도 플루토늄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연구보고가 있었다. 재처리 시설이
있는 라아그 부근 지역의 일이다.
플루토늄을 그냥 먹는 것은 해가 적기는 하지만, 그것도 분명히 한도가 있다. 입으로 먹는 경우
는 상당 부분이 배설되기 때문에, 호흡기로 흡입될 때보다는 물론 더 많은 양이 들어가야 치명적
인 손상이 일어난다. 로렌스 리버모어의 자료에 의하면 플루토늄 0.5그램을 섭취하면 바로 사망
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원자력에 대해서 비판적인 다른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몇 밀리그램
만 섭취해도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니 플루토늄을 먹어도 괜찮다고 함부로 이
야기해서도 절대 안되고, 플루토늄을 먹어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고 몇 밀리그램이라도 그냥 삼
켰다가는 나중에 어떤 고통을 당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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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서 핵전문가는 태양전지도 카드뮴으로 만들기 때문에 그 폐기물이 핵폐기물보다 더 위험
하다는 뉘앙스의 주장을 폈다. 카드뮴이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는 한다. 그러나 카드뮴
태양전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태양전지는 규소로 만든다. 카드뮴은 중금속으로 인
체에 해롭지만, 규소는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는 물질이다. 그러니 태양전지는 원자력이나 핵폐
기물과 달리 거의 대부분 해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토론회에 나온 핵전문가는 핵폐기물은 반감
기라도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독성이 줄어들지만, 카드뮴은 반감기가 무한대라서 몸속에 들어가
면 끝까지 독을 내뿜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반감기는 방사능을 내놓는 물질에 대해서만 사용하는 용어이다. 카드뮴은 중금속으로 독성을 지
니고 있지만 반감기 같은 용어가 적용되지 않는다. 플루토늄은 중금속일 뿐만 아니라 방사능을
내뿜는다. 카드뮴은 인체에 축적되면 중금속의 독만 내뿜는다. 그러나 플루토늄은 몸 속에 축적
되면 중금속의 독과 함께 방사능을 내뿜기 때문에, 카드뮴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치명적인 해
를 입힌다.
핵폐기물 처분장이 들어선다 해도 풀한포기 자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핵폐기장 위에서도 풀과
나무는 자란다. 문제는, 처분장 건설이 잘못되거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핵폐기장에 지하수가 침
투해들어가고 이 지하수에 핵폐기물이 섞여서 퍼지면, 핵폐기장 주변의 풀이나 나무가 모두 방사
능으로 오염된다는 것이다. 이들 식물을 먹고사는 동물도 방사능으로 오염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오염된 지하수가 식수까지도 방사능으로 오염하면, 핵폐기장 주변지역 사람들은 방사능으
로 완전히 오염된 환경에서 사는 셈이 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형아가 많이 태어나리라는 것
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태어난 아기가 기형아가 아니더라도 자라면서 백혈병 같은 각
종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고준위 핵폐기물(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에서는 세심하게 주의하지 않으면 폭발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 사용후 핵연료는 방사능의 정도가 아주 높기 때문에 수십년 동안 뜨거운 열을 내뿜는
다. 그렇기 때문에 냉각을 아주 잘해야 하는데, 만일 냉각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열이
쌓이고, 온도가 높이 올라갈 수 있고, 방사성 물질이 사방에 퍼질 수 있다. 지난 7월 25일에는
미국의 과학 주간지 “사이언스”(Science)에 핵폐기물 속의 플루토늄이 물에 닿으면 서로 반응해
서 수소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수소가 발생한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불
꽃 하나만 튀어도 폭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핵폐기장이 들어서면 그 지역은 풀한포기 자라지 않고 기형아가 태어나고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는 말은 맞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풀이 자라기는 하지만 처분장이
잘못되면 방사능 풀이 자라고, 이렇게 되면 기형아가 탄생하고, 자칫하면 폭발사고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핵폐기장이 들어서고 나서 당장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후에도 아무 일이 없다고 확언하는 것은
자기과신이고 오만이다. 지하수가 많은 지역에서 서서히 오랜 기간에 걸쳐서 지하수가 침투해 들
어가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핵폐기물 같은 위험한 물질을 다룰 때 우리는 기본
적으로 겸허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위험이 현실로 튀어나올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에서 한결같이 느꼈던 점은 정부나 원자력 관계자들의 태도가 전에없이 고압적이라는
것이다. 1995년 굴업도 폐기장 추진 때도 몇차례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했지만 이렇지는 않았
다. 그때는 오히려 핵폐기장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상황이 이러하니 자기들을 좀 도와달라
는 호소투로 토론에 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
인지 토론태도가 위협투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나는 직접 참여했던 어떤 토론에서도 명예훼손이
니 허위사실 유포니 하는 말을 들은 일이 없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토론 때마다 (물론 나를
향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서 토론을 해야 했다. 그런 고압적인 태도 앞에서 더 격
렬하게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말조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
이다.
정부쪽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고압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실을 크게 호도하는 것도 있
다. 그들은 핵폐기물을 가리키는 말을 여러차례 바꾸었다. 최근까지도 그들이 쓰던 용어는 방사
성 폐기물이었고,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말은 원전수거물
로 바뀌었고, 처분장은 원전(수거물관리)센터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렇게 용어를 바꾼다고 해서
사실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핵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 모두 핵분열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
하는 시설을 가리키는 것이고, 방사성 폐기물(radioactive waste)이나 핵폐기물(nuclear waste)
모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로 방사능 찌꺼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원전수거물이나 원
전센터라는 용어에는 그러한 의미가 조금도 들어있지 않다. 말이 의미전달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원전센터라는 말은 원자력 연구센터라는 의미를 강하게 풍긴다. 그렇다면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이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는 시설이라고 알아들을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정부
에서 어떻게 홍보를 했는지 이제는 언론에서도 원전센터라는 말을 공공연히 사용한다. 유학에서
는 정치의 근본이 말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는데, 그렇다면 이나라 정치의 현주소는 원전
센터라는 말 속에 압축되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치가 바로 서지 못한 것이 그러한 말의 왜
곡을 낳았고, 위도 현금보상설을 만들어냈고, 부안군민들의 저항을 낳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
다. 핵폐기장이 원전센터라고 계속 불리우면, 시간이 갈수록 그것이 위험한 시설이라는 인식이
흐려져갈 것이다. 철저한 감시와 주의가 필요한 시설에 대한 인식이 그렇다면, 그곳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핵폐기장이라고 부를 때보다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이라크에서는 전
쟁이 끝난 후 약탈이 자행되던 시기에 사람들이 폐쇄된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서 방사능으로 오
염된 물건들을 집어왔다는데, 원전센터에서도 나중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토론회에서 나를 위축하게 만들었던 정부의 고압적인 자세는, 부안에서의 강경진압이나 대통령
의 발언 또는 관계장관의 발언을 보고 들으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자리에서도 강
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반대를 확실하게 누르고 핵폐기장 건설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리라. 안면도와 굴업도 사태 이후 우리 사회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시민의식도 꽤 높아졌건만,
정부의 접근방식은 그때보다 민주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민주 쪽으로 퇴보한 셈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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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에서 유치발표 바로 다음 날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을 때, 나는 한편으로는 정부의 태도에 분
노했지만 부안군민의 시위에 대해서도 마음이 편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핵관련 시위
가 너무 격렬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면 곤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다. 너무 격렬한 시위는 당장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건설적인 에너
지를 지닌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가 달성되면 에너지가 소진되고, 대부분 옛날 상태
로 돌아간다. 찬성과 반대측 주민들 간에 패인 감정의 골을 치유할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
에, 두 편으로 갈라진 지역사회도 옛 상태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지역에
서 핵폐기물과 핵발전을 반대하는 격렬한 투쟁이 있었지만, 이 투쟁이 한번도 건설적인 대안운동
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나는 사태가 예전처럼 전개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후 시위가 평화적인 것으로 바뀌면서 조금씩 ‘희망’이 솟아났다. 게다가 부안군민들
이 처음의 위도 핵폐기장 건설 철회뿐만 아니라 에너지 정책 재검토까지 요구하는 것을 보고 그
들 속에서 건설적인 에너지가 올라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안군민들은 자기 지역에 핵폐기
장이 들어서는 것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핵폐기물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 그만이라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핵폐기물은 어딜 가나 위험하기 때문에, 핵폐기
장이 자기 지역만은 안된다는 식의 생각은 지역이기주의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정부에서
부안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에다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핵폐기장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
성하지 않는다. 그들은 문제가 근원에서부터 해결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핵폐기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 지속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핵폐기물이 나오지 않으려면 지금과 같이 원자력발
전을 크게 확대하는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들의 요구는 결국 에너지 정책의 재검토
로 나아가는 것이다. 부안에서 이런 이야기가 큰 목소리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정부와
의 싸움을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안군민의 생각이 막기
만 하면 된다는 것에서 벗어나서 에너지정책의 재검토와 대안까지 생각하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부안군민들의 생각이 이렇게 발전한 것은 촛불시위의 장기화와 상당한 연관이 있다. 부안군민들
은 미군 탱크에 숨진 두 소녀의 추모시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겠지만, 이들의 촛불은 몇가지 중
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촛불은 기본적으로 평화를 의미한다. 그것은 싸움을 평화적인 기조 위
에서 전개하겠다는 군민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촛불은 더 나아가서 원자력에 대한 거부
를 의미한다. 그들의 시위를 밝혀줄 빛만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끌어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
기 때문에 평화로운 촛불시위는 자연스럽게 대안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하게 되어 있다.
부안에서의 촛불시위는 한달이 넘었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다. 참가자는 적을 때가 수
천명, 많을 때는 2만명 가까이 된다.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일 촛불시위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수천명이 넘는 사람이 그냥 모여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은 어딘가에서 새
로운 힘이 계속 공급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촛불시위가 연일 성황이라는 것은 부안군민들
속에서 건강한 에너지가 계속 솟구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에너지는 핵폐기장 건설을 반드
시 철회시키겠다는 의지만으로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한 의지와 더불어 그들의 관심이 핵
폐기물과 원자력발전, 그리고 더 나아가서 대안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나오는 것이다.
대안에 대한 관심은 아직은 시작 단계이다. 그러나 원자력과 대안에 대한 공부모임이 면단위로까
지 확산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대안을 생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
안을 모색하는 일은 당장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안모색은 단순히 반대만 하는 것
이 아니라 남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는 건설적인 실천이다. 따라서 이 일을 통해서 부안
군민들은 그들 자신이 우리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고,
부안 밖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 부안군민들의 대안을 찾는 작업이 정말 가시적
인 결과로 나타난다면, 우리 사회에 새로운 사회운동.환경운동의 장이 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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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에 대한 모색과 논의에 대해서 핵폐기장 건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안 가능성
자체를 아예 부정하거나 논의할 시간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이야말로 핵폐기물 문제의
해결을 아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시간은 있다. 정부에서는 중저준위 핵폐기물 저장고가 2008
년에 넘친다고 말하지만, 이는 울진 원전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다른 원전은 2010년이 넘어도 괜
찮다. 그리고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원전부지에 새로운 저장창고를 건설하면 저장기간을 크게 늘
릴 수 있다. 그렇게 하면 2020년 넘어까지도 저장고가 넘치지 않게 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들
은 저장시설을 새로 건설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저장시설이 많아질수록 관리가 더 어려워
져서 위험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원자력발전소보다 건설이 더 어려우랴! 그리고 관리와 감독
은 정부의 책임이 아닌가? 핵폐기장은 정말 안전하게 건설하겠다고 하면서 그것보다 훨씬 간단
한 임시 저장시설은 관리하기 어렵다니! 중저준위 폐기물보다 훨씬 위험한 사용후 핵연료는 이
미 2006년부터 넘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조밀저장을 하고, 지상에 건식저장소를 또
건설하고, 다른 저장고로 옮기는 작업을 통해서 저장용량을 2016년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이런
위험한 작업도 마다않는 사람들이 중저준위 폐기물 임시저장고를 늘리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말
이 안된다.
정부에서는 엄살을 부리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대안에 대해서 논의할 충분한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10여년의 기간동안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서, 첫째 핵
폐기장 부지 선정을 어떤 과정을 통해서 할 것인지, 즉 부지선정 방식에 대해서 논의하고, 둘째
원자력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논의하고, 마지막으로 에너지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갈
것인지 깊이있는 논의를 해서 많은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핵폐기물 처
분문제는 현재와 같이 원자력을 대대적으로 확대해가면 결코 풀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안을 찾
는 위원회가 구성된다면 여기서는 원자력발전소를 어떻게 현재 상태로 동결하고, 남은 원자력 발
전소는 어떤 식으로 줄여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며, 원자력발전의 감소로 인해서 모자라
게 될 전기는 무엇으로 충당할 것인지 설득력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부안 바깥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종종 부안군민들의 핵폐기장 반대운동에 대해서 대안도 없이 반
대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난한다. 그런데 이들이야말로 대안에 대한 고민을 조금도 하지 않
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원자력발전소는 ‘나라’를 위해서 계속 더 많이 건설해야 하는 것이고, 거
기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어딘가에 묻어야만 하지 않느냐, 그렇지 않으면 전기가 끊어진다는 정
부의 주장을 철썩같이 믿는다. 정부의 이같은 주장이 과연 맞는 것인지 따져볼 생각은 조금도 하
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은, 원자력발전소를 대대적으로 확대한다는 정
부의 정책이야말로 핵폐기물 처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국에는 지금 18개의 원자력발전소가 돌아가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로 불리는 고준위 핵폐기물
은 6000톤도 넘게 쌓여 있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그 양은 거의 세배로 늘어난다. 그때 쯤 정
부계획에 따라 원자력발전소가 25개로 늘어나면, 여기서 해마다 쏟아지는 사용후 핵연료도 1500
톤 정도로 늘어난다. 그때부터는 지금까지 20년에 걸쳐서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와 똑같은 양이 4
년만에 쌓이는 것이다. 이렇게 쏟아져나오는 핵폐기물을 제대로 처분할 수 있을까? 대단히 어려
울 것이다.
정부에서 2016년까지 위도에 건설하려는 고준위 핵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의 용량은 2000톤이다. 계
획에 따르면 그후 단계적으로 저장용량이 늘어나서 최종적으로 2만톤 규모의 시설이 건설된다.
그런데 2016년이면 사용후 핵연료의 양이 2만톤 정도가 될 것이다. 2016년에 1단계로 완공될
2000톤 규모의 저장시설에는 그 중에서 10분이 1밖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2만톤
의 저장시설이 완공되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만톤 시설의 완공 시점이 2026년 경이
라고 하면, 그때 전체 사용후 핵연료의 양이 5-6만톤에 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6만톤이라면 부안
군에 계획된 규모의 저장시설이 세 개 필요한데, 한 개를 건설하기도 대단히 어려운 판국에 건
설 부지를 세 개씩이나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설령 6만톤 저장시설을 건설할 곳을 찾아냈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확대하는 한 다시 10년 쯤 지나면 수만
톤의 사용후핵연료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결국 또다시 처분장 건설부지를 찾아야 하는데, 이러
한 일은 원자력 확대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끝까지 계속될 것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 원자력만이 살길이라고 원자력발전소를 100개쯤으로 늘렸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해마다 5000톤 정도의 사용후 핵연료가 쏟아질 터인데, 그러면 부안에 계획
한 2만톤 규모의 저장시설을 3-4년에 하나씩 건설해야 한다. 어디에다 그 많은 저장시설을 건설
한다는 말인가? 핵폐기물 문제는 지금처럼 원자력을 확대하는 한 해결 방도가 없는 것이다. 아
직 수십년 후의 먼 이야기인데 그때 쯤이면 해결방도가 나오겠지 하고 생각했다가는 정말 큰일난
다. 미국 등에서 원자력발전을 처음 시작할 때도 핵폐기물 쯤이야 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래
서 지금 세계적으로 핵폐기물 때문에 큰 곤란을 겪는 것 아닌가? 지금도 한국에 쌓여있는 사용
후 핵연료의 양은 47kg/km2로 단위면적당 세계 1위이다. 2위는 35kg/km2의 벨기에인데, 벨기에
는 원자력발전을 포기했으므로 앞으로 2위와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부안 바깥의 많은 사람들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부안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면 핵폐기물 문제가 해
결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분명한 사실은 현재의 에너지 정책이 지속
되는 한 핵폐기물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핵폐기물 문제는 근본적으로 원자력
확대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을 계속 밀고나가면 정말 어떤 대안도
없다. 좁은 땅에다 끝없이 핵폐기장을 건설하는 것 말고는. 그러나 원자력발전소를 현재의 18기
로 동결하고 이것들을 앞으로 30-40년 정도만 가동하기로 하면, 해결책이 찾아질 수 있다. 그러
면 18기가 그 기간 동안 돌아가면서 내놓을 핵폐기물의 양이 정확하게 계산될 터인데, 이렇게 계
산된 양에 대해서 처분계획을 세우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을 설
득하기도 쉬워진다.

대안도 있다. 대안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태양광발전을 하면 우리나라 땅을 대부분 태양전지로 뒤
덮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붕만 태양전지로 덮어도 필요한 전기의 40%를 얻을 수 있다.
이들은 풍력발전에 대해서도 원자력발전소 한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얻으려면 여의도 면적의 수
십배 되는 땅에 모두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풍력발전기는 원자력발전소처럼
땅을 완전히 뒤덮는 것이 아니다. 논 한가운데 설치하면 나머지 땅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바다에 설치하면 육지는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는다. 새에게 해를 준다는 주장도 다른 대형 시설
과 비교하면 크게 과장된 것이다. 바다에까지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전기의
60% 이상을 풍력에서 얻을 수 있다. 이 사실을 아예 외면해버리면 대안은 없는 것이 된다. 그러
나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보면 대안이 없다는 말이 ‘말이 안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은 아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서 시장이 연간 30%씩 확대되
고, 가격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풍력발전의 경우 발전원가는 10년 전에 비해서 50% 가
량 감소했고, 2010년이면 2003년에 비해 20% 감소, 2020년이면 5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
다. 이때가 되면 풍력전기는 아마 가장 깨끗하고 값싼 전기가 될 것이다. 풍력전기의 비율도 나
라에 따라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덴마크는 전기수요의 거의 20%를 풍력발전이 충당하고, 독일
은 5% 가까운 양이 풍력발전으로부터 나온다. 덴마크는 2030년에 50%의 전기를 풍력발전으로 충
당하려 하고, 독일 환경부장관은 2010년까지 풍력발전으로 전기수요의 10% 이상 공급하겠다고 장
담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풍력발전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풍력발전은 깨끗한 전기를 생산
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일자리도 창출한다. 덴마크의 경우 풍력산업은 두 번째로 큰 수출산업이
되었고, 독일에서는 풍력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사람의 수가 약 4만명이나 된다.
한국을 방문하는 유럽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국이 풍력발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주 좋다고
말한다. 바람은 육지보다 바다에서 더 강하게 불기 때문에 해안이 긴 나라일수록 풍력발전 하기
가 좋은데,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쪽에만 바다가 있
는 독일보다 한국이 풍력발전을 하기가 훨씬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풍력발전기는
해안과 내륙뿐만 아니라 이제는 바다에도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다. 수심이 깊지
않은 황해와 남해 여기저기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 우리는 풍력발전으로 아주 많은 전기를 얻
을 수 있을 것이다.
태양전기도 장래가 아주 밝다. 지금은 가격이 높지만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태양전기의 발전원가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앞으로 10년 후에 다시 현재 가격의 절반으로, 그
리고 20년 후에는 4분의 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도 해마다 30-40%씩 확대되고 있다.
일본과 독일에서는 태양전기의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
다. 독일은 지역에 따라서는 전체 전기의 10%까지 태양전기로 충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과 시민들의 참여에 힘입어 독일에서는 지난 10년간 태양전기 생산량이 40배 가까이 증가했
고, 앞으로 10년간 10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6
평화적인 촛불시위가 장기화되면서 부안군민들 사이에서 강경 투쟁에 대한 요구가 조금씩 올라오
는 것 같다. 전주에서 열린 촛불시위에서는 군민들이 기자들의 카메라를 빼앗고 부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래도 평화 시위라는 기조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
록 강하게 올라올 강경투쟁 요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이다. 강경투쟁을 통해서 얻을 수 있
는 효과는 짧은 시간 안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정부의 관심을 끈다는 것이다. 이때 최선의 결과
는 군민들의 아주 강한 저항 앞에서 정부가 물러서는 것이다. 그러면 부안군민들은 핵폐기장 백
지화라는 목표를 달성한 셈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얻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의
건설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위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쉽게 철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싸움은 강경
투쟁으로 가든 평화적으로 하든 장기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싸움의
동력을 어디에서 얻느냐는 것이다. 강경투쟁은 정부의 강한 진압을 불러오고, 전국적인 여론의
지지를 끌어당기지 못할 것이다. 핵폐기장 반대운동이 부안군민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부안 바
깥의 많은 사람의 지원을 얻고, 핵폐기장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어야만, 위도 핵폐기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정책의 재검토까지 끌어낼 수 있다.
부안의 싸움이 전국민의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촛불시위도 싸움이 장기
화되면 보통의 행사 수준을 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때 만일 부안에서 원자력전기 안쓰기
운동과 대안적인 실천활동이 벌어진다면 전국민의 관심을 끌고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
까? 이를 통해서 정부와 국민을 향하여 원자력과 핵폐기물을 거부한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
고, 부안을 실제로 핵없는 사회로 만들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료발췌 : 녹색평론 72호
글 : 이필렬 (방송통신대학/에너지대안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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