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활동소식

[비건(지향)일기] 우리가 아는 돼지는

우리가 아는 돼지는

비건(지향)일기 – 지미 ②

 

‘살아 있는 돼지를 직접 만난 적이 있었나?’ 지난달 도축장을 찾아가는 길에 기억을 더듬어봤다. 주로 도시에서 살아온 나는 강원도에 농사를 지었던 해에 닭을 처음 키워 봤고, 닭 우리를 잘 짓기 위해 자연 방사 농장을 찾아간 적도 있다. 소는 농촌 지역을 걷다가 사육장을 지나치며 봤던 것 같다. 그렇게 만난 ‘가축’ 동물은 생소했고 신기했다. 개나 고양이처럼 마냥 귀엽고 친근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무섭고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낯선 존재들이 건네는 눈빛이나 행동은 궁금증을 갖게 했다.

우리가 아는 돼지는, 그리고 소와 닭은 무엇인가? 고깃집 앞에 그려진 돼지와 소의 웃는 얼굴이 생각난다. 귀엽고 친절한 표정이다. 그리고 그 안에 ‘고기’로 놓여 있다. 돼지, 소, 닭보다 “돼지고기, 소고기, 치킨”으로 더 많이 부른다. 그 사이는 없다. 친절한 얼굴까지는 아니더라도, 생소하고 신기한 존재로 만날 수 있는 동물의 얼굴로부터 ‘고기’로 놓이기까지 그 중간 과정을 인식하게 하는 ‘얼굴’은 우리에게 없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편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고기를 먹을 때마다 그것이 나에게 반응하고 나와 눈 마주칠 수 있는 ‘동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SNS에서는 비윤리적인 공장식 축산업을 알리기 위한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다. 도축장의 돼지와 소, 닭을 촬영한 것들이다.* 처음 봤을 때는 충격적이었고, 오랫동안 보니 불편함과 죄책감이 들었다. 폭력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이었고 외면하지 않는 이상 ‘내가 먹는 것이 그’라는 걸 마주해야 했다. 그 순간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일은 그 동물과 나의 불평등한 관계를 인정하는 일이었다.
*’비질’(vigil)이라고 한다. 다음 일기에서 다시 다룰 예정!

비건 지향은 결국 어디에 가닿아야 할까? 동물이 놓인 위치를 모른 척하면서, 예쁘게 맛있게 동물성 성분 없이 만들어진 ‘vegan 제품’을 먹는 일로도 충분할까?
내가 만날 수 있는 돼지가 오직 ‘고기’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과정을 다시 곱씹어보자. 우리가 아는 돼지는 무엇인가, 누구인가?

트럭 철창 안으로 흙먼지가 묻은 두세 마리의 돼지들의 머리를 뒤에서 보고 있다. 어두운 밝기의 사진

도축장 앞에서 만난 돼지들의 뒷모습 @지미

 

트럭 철창이 보이고 그 안에 여러 마리의 돼지들이 조금씩 보인다. 오른쪽 중앙에 한 마리와 왼쪽 위쪽으로 보이는 안쪽에 있는 돼지는 눈이 보인다. 어두운 밝기의 사진.

도축장 앞에서 만난 트럭과 돼지들 @지미

 

트럭 철창 안으로 흙먼지가 묻은 돼지가 카메라를 트럭 바깥을 보고 있다. 그 돼지의 양 옆으로 다른 돼지들의 몸통이 보인다. 얼굴이 보이는 돼지의 눈은 충혈되어 있다. 철창 안으로 어두운 밝기의 사진

도축장 앞에서 만난 트럭 속 한 돼지의 얼굴 @지미

김 현지

김 현지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김현지(지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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