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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지향)일기] 내가 비건지향을 시작하게 된 이유

내가 비건지향을 시작하게 된 이유

비건(지향)일기 – 지미 ①

 

내 인생 첫 채식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주제로 공부하며 공장식 축산업을 다룬 다큐를 보았다. 고통을 느끼는 동물들을 봤고 죄책감에 채식을 시작했다. 한동안 ‘채식인’으로 살지 않다가 내 선택이 곧 내 정체성이라 느끼던 스물 한 살에 다시 시작했다. 얼마 전 만난 돼지의 얼굴을 보고 기억하는 지금은 되돌아갈 수 없겠다고 생각한다.

트럭 철창 안으로 흙먼지가 묻은 돼지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그 돼지의 양 옆으로 다른 돼지들의 몸통이 보인다. 어두운 밝기의 사진

3월 초 도축장 앞에서 만난 돼지의 얼굴 @지미

기후위기를 마주하면서 나의 삶과 생존이 지구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했다. 사람도 인간 아닌 동물도 먹거리를 키우는 흙도 이들이 자리잡고 있는 이 지구의 온도도 지속가능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가장자리에 있는 존재부터 사라진다. 우리가 기후위기로 망하지 않고 다른 세상을 살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세상은 누군가를 죽이거나 소진시키며 유지되는 구조 대신, 당신 덕분에 내가 살고 있음을 인지하며 혐오 대신 생성적 관계로 만날 수 있는 사회여야 할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기후활동가’라는 어색한 이름으로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그 중 모든 동물을 나와 동등한 존재로 만나기 위해 한 것이 비건 지향이었다. 도시에 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자 첫 용기였다.

나의 ‘비건 지향’은 내가 먹고 입고 쓰는 것을 바꾸는 실천이다. 나아가 제품 뒤 ‘알레르기 성분표시’를 확인하는 일에 익숙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이 내 앞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며 이를 위해 매일 태어나고 길러지고 죽는 동물의 얼굴을 생각하는 일이다.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할 때 그 방법으로 ‘비건 지향’만큼은 명확하다. 비건을 ‘지향’하는 일은 타협의 여지라기보다, 동사의 모양으로 고민을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비건지향 일기를 통해 이 변화의 과정에 함께 할 용기를 나누고 싶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바람’에 참여해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김 현지

김 현지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김현지(지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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