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현장소식] 탄천이 자유로워지는 날

 

 

탄천에 위치한 백궁보의 해체를 기념하는 행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다. 참석자들의 인사말과 소감을 나누는 현장은 공사가 이뤄지는 곳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축제에 더욱 가까운 분위기였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반가워하는 듯 보였다.

곧이어 굉음이 들린다. 무거운 중장비가 연기를 날리며 물가로 다가온다. 현장에 도착한 굴삭기가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각도를 잰다. 굴삭기 끝에 달린 크라샤가 움직이자, 어렵지 않게 콘크리트를 부순다. 저 단단한 구조물이 마치 과자처럼 바스라진다. 내심 이렇게 쉽게 부숴질 수 있는 것인데, 이렇게나 간단히 물길을 틀 수 있는 일인데 이리 오래 걸릴 일이었나 하는 마음을 못내 떨치지 못한다. 한편으로는 눈앞에 이뤄지고 있는 보 철거를 보며 앞으로 일어날 탄천의 변화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탄천과 백궁보의 미래는?

우리는 앞으로 바뀔 백궁보의 모습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가까운 미금보의 사례가 좋은 답이 될 것이다. 미금보는 지금으로부터 3년 하고도 약 9개월 전에 해체된 탄천의 보였다. 탄천의 다른 보들과 마찬가지로, 미금보 또한 1990년 6월부터 1994년 10월 사이에 농업용수 확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1990년 말 분당에 계획도시가 만들어지면서 탄천에 위치한 보들은 원래 목적을 상실한 채 방치됐고, 탄천의 흐름을 막아 최저 수질오염 등급과 악취를 남겼다. 해마다 봄이 되면 기온이 상승하여 부유물질과 악취가 발생하는 등 수질이 더 악화됐고 그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도 급증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미금보의 해체가 제안되었다. 성남환경운동연합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전문가, 행정, 그리고 시민의 공감을 바탕으로 미금보 해체를 최종 결정, 실행하였다.

미금보가 철거된 후의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기존 지역주민의 주요 민원사항이었던 수질오염, 악취 등은 눈의 띄게 줄었으며 경관 또한 자연스러운 환경으로 변화하였다. 생태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는 더욱 눈에 띤다. 보가 있던 자리의 수위가 일정해지고 모래톱과 수풀이 조성되면서 다양한 새가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고,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가 관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의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2021년 12월 (주)생태조사단에서 진행한 성남시 보구간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탄천 내 9개 보를 선정하여 상·하류 지점을 모니터링한 결과물의 흐름이 막힌 상류부보다 하류부에서 수질, 생물종 다양성 등의 지표가 더욱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막힌 물의 흐름은 물을 결코 건강하게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백궁보의 철거가 미금보의 사례보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보의 철거가 백궁보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궁보의 철거를 시작으로 백현보를 비롯한 탄천의 8개 보가 철거를 계획하고 있다. 2021년부터 예산이 수립되어 실행된 환경부의 ‘하천 수생태계 연속성 진단체계 구축’ 사업이 첫 시범사업 대상지인 백궁보를 시작으로 전국 7개 하천 29개소의 보를 철거할 예정이다. 탄천 유역의 전체적인 자연성이 회복되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된다.

한편으로는 너무나 느린 사업 추진 속도에 안타까움과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매년 농경지의 도시화, 시설 노후화, 파손 등으로 적게는 50개, 많게는 150개의 보가 폐기되고 있으며, 이렇게 데이터 상으로 폐기된 보만 해도 3,800개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환경부가 추진하는 사업은 시범사업 단계라고 해도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9개소의 보를 올해 모두 철거한다고 하더라도, 이정도 속도라면 단순계산으로도 폐기된 보만을 철거하는데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전 세계적으로 하천의 자연성 훼손이 심각한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것이 보와 댐과 같은 횡단구조물로 인한 하천의 연속성 단절이다. 물의 흐름이 정체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질오염과 같은 문제는 이미 익히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도 하천 관리에 있어 하천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하천 생물들에게 보나 댐과 같은 구조물은 서식처의 단절을 의미하며, 단절된 구간에서 평생을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연속성이 건재한 하천은 상ㆍ하류에 걸쳐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천 생물들은 상하류를 자유롭게 오가며 먹이ㆍ생식활동을 한다. 하지만 구조물로 인해 단절된 하천에서는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는 생물들만이 남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보에는 어류가 오갈 수 있는 어도를 만들기도 하였으나, 우리나라의 어도 설치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며, 어류의 어도 이용률 또한 종과 적응 여부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곳곳의 보를 찾아서

결국 하천 생물들을 위해서는, 이러한 구조물은 없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환경운동가로서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며 이러한 하천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했고, 현장을 다니며 철거가 이뤄졌으면 하는 다수의 보를 보았다.

 

 

 

서울시 정릉천에 있는 정릉 11보는 산책로 옆에 있는 농업용 보다. 도심 속 무심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이 농업용 보는 주변에 물을 댈 곳도 없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는 목적없는 이 보를 ‘졸업’시켜주어도 될 듯하다.

 

 

사진의 보는 수원시 원천리천에 위치한 고렴보이다. 이곳 또한 과거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지어졌으나, 수원시가 도시화되며 주위에 아파트, 대규모 공업단지가 들어서며 본래의 용도를 잃었다. 과거 가동보였던 것이 지금은 흔적만 남아 보의 뼈대만 남은, 말 그대로 “방치”된 보이다.

 

 

 

대전시 갑천에 위치한 갑천4보는 길이가 200미터에 이르는 꽤 큰 크기의 가동보다. 원래 다른 곳에 있던 갑천4보는 지난 2009년 10월 전국체전에서 카누 경기의 하천구간 길이가 짧다는 이유로 94억 원을 들여 지금의 위치로 이전하였다. 필요 없는 보를 허물지 않고 구태여 지금의 위치로 옮기고, 물을 가두어놓고 쓸곳을 찾지 못하는 전형적인 세금낭비 사업이 되었다. 더구나 가동보는 고정보보다 유지비용 측면에서 더욱 많은 돈이 든다.

 

용도 없이 방치된 구조물을 인간사회에 대입해보자. 우리 주변에 폐가가 널려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보기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비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여 주변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 폐가가 가려는 길 곳곳을 막고 있다. 하천 생물들에게는 방치된 보가 폐가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관리도 잘 안되어 하천 경관을 해치는 동시에 물길을 막아 수질오염의 위험을 더하며, 물길 곳곳을 막아 생활반경을 제한한다.

지금 소개한 보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했든 전국에 3,800개에 달하는 보가 하천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다행히도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나 정부에서도 하천 연속성 회복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시민들의 환경의식도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아직 하천 자연성의 회복이 주요한 이슈로서 다뤄지고 있지는 않으나, 언젠간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하천 생물들을 위한 환경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종원 김

종원 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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