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활동소식

[기고][함께사는길] 진해신항으로 사라질 230만 평 바다

첨부파일 열기첨부파일 닫기

진해신항으로 사라질 230만 평 바다

백호경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진해만은 창원, 부산, 거제, 통영, 고성으로 둘러싸여 견내량, 가덕수로 두 군데의 좁은 통로로만 물이 오가는 입구가 좁은 닫힌 바다다. 진해만에는 마산만, 행암만, 진동만, 당항만, 사곡만, 고현만 등 크고 작은 바다와 구불구불한 해안선 등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바람과 해류의 영향이 적어 어류 산란장과 굴, 홍합, 피조개 등의 양식장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 또한 진해만의 절반은 수산자원보호구역, 나머지는 마산만 특별관리해역, 일부는 부산연안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바다가, 진해만이 다시 매립될 위기에 처했다.

진해항 매립 예정 부지

또 바다를 매립하겠다는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는 이곳 진해만의 입구 3분의 1을 막는 신항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40년까지 총 사업비 12조 원을 투입해 총 21선석(선박이 접안하여 화물의 하역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축된 구조물)의 대규모 스마트 항만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항 제2신항인 ‘진해신항’ 사업이다. 해양수산부와 경남도, 창원시는 진해신항이 부산항 신항, 가덕신공항, 철도망과 연계해 세계적인 물류 허브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건설 사업으로 취업유발 등 경제적 파급 효과와 함께 항만배후단지 조성에 따른 지역 개발 등을 기대했다.
진해만은 이미 부산신항으로 250만 평의 바다가 사라졌다. 이에 물길이 바뀌고 일부 어류의 산란처가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해수부의 계획대로 진해신항이 건설되면 진해만 입구 절반을 막아버리고 230만 평(축구장 1071개 면적)의 바다가 사라질 것이다. 이에 해류의 이동은 느려져 수질은 악화될 것이며, 낙동강에서 내려온 물을 따라온 플랑크톤의 이동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진해만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며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창원, 고성, 통영, 거제지역 수천 명의 어민과 수만 명의 수산업 종사자들의 생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진해만에서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10만 명을 헤아리고 있으며, 지구별 수협(진해, 마산, 창원. 고성, 통영, 거제), 업종별 수협(굴, 멍게, 멸치, 근해통발, 서남해수어류, 제1,제2잠수기조합, 패류살포양식, 나잠, 정치망), 전국어업인연합회 등 전국단위 어민단체가 자리하고 있다. 그 외 수산시장 상인, 수산물 가공업・유통업 종사자, 수산업 연계 관광산업 종사자 수를 합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정부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도’를 도입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연계한 예산 수립과 집행을 하겠다고 한다. 건설과정과 운영과정에서도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진해신항을 수조 원의 예산으로 추진하는 점도 탄소중립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인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한편으로 진해신항 추진이라는 탄소배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 상황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

경제성 없는 사업 쪼개기로 억지 통과
바다를 지키고 보전해야 할 해양수산부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항만기본계획에서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진해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과 이 바다를 함께 향유해야 할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단 한 번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개발을 통한 경제 효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 사업은 기획재정부가 진행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수행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이 실시한 경제성 분석 결과 경제성을 판단하는 비용대비편익(B/C)에서 통과 조건인 1에 못 미치는 0.92로 평가됐다. 경제성과 정책성, 지역 균형발전 등 세 가지 평가 항목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따져 진행된 AHP 분석 결과역시 0.497로 통과 조건인 0.5를 넘지 못했다.
2021년 1월 1차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사업기간 중 민간투자 고용유발 효과, 운영기간의 직접  간접적 고용 효과는 해양수산부가 제시한 것보다 작거나 효과가 크지 않으며, 취약계층 중 여성인력의 고용 개선은 개선되나 어업 관련 지역 고용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생활여건 영향의 경우 최근의 산업단지 현황,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해제 면적 현황을 볼 때 과거와 같은 산업단지의 높은 입주증가율이나 경제자유구역 확대 효과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예비타당성이 없음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해수부와 경남도는 진해신항 전체 사업을 2단계로 나눈 뒤 15선석 가운데 9개 선석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추진했고 결국 2021년 12월 1단계 9선석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제성이 없음으로 결론이 난 사업을 2021년 12월 쪼개기식으로 진행하여 2차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경제적인 효과가 없다는 결과를 뒤집어 통과를 시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진해신항을 중심으로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고 가덕도 신공항, 철도를 기반으로 동북아 최대 항만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히지만, 실제 진해만에 미칠 악영향과 그에 따르는 사회적, 환경적 비용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로 바다가 줄어들고 바다에 쏟아 붓는 수천만 톤의 시멘트는 같은 양의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데도 어민과 시민들에게 사업내용을 제대로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공론화 과정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마산만을 잊었나
진해만의 매립을 통한 진해신항 건설의 문제는 진해만을 끼고 있는 지역의 시민들에게 매우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진해만에 속한 마산만 주변의 시민은 마산만에서 벌어졌던 오염의 경험과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 무분별한 매립과 개발로 마산만은 죽음의 바다, 오염된 바다의 대명사라 불렸다. 마산만을 살리기 위해 조 단위 이상으로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수영하는 마산만을 만들자’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겨우 살아나고 있다. 진해신항 사업은 이러한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사업이며 시민들은 마산만의 오염과 고통이 진해만에서 반복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수산자원의 보고인 진해만에 필요한 것은 신항이 아닌 해양환경관리다. 진해만은 조선소, 무역항, 어항 등 해양산업 시설에 의한 특정유해물질 유입, 어장 및 수산물가공 시설에 의한 오염이 가중되고 있으며 적조 및 빈산소수괴 현상(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가 적은 공간)이 장기간 발생(2021년 5월~10월)하고 있다. 최근에도 먹이 생물이 부족하여 굴, 멍게 등 수산업 피해가 매우 컸다. 봄이면 패류독소로, 여름이면 적조, 빈산소수괴가 이 바다를 괴롭힌다. 겨울이면 노로바이러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하지만 그 원인이 제대로 규명된 적은 없다. 원인 규명이 되지 않으니 해결책이나 관리정책이 있을 수도 없다. 사전관리는 전무하고 사후 약방문식 대처만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해신항 건설은 진해만의 목을 조르는 짓이다. 진해만의 입구가 막히면 진해만 내만의 수질은 더 악화되고 해양생태계 파괴와 수산업 피해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매립 중단하고 진해만 살려야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은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진해신항 사업의 부당성을 알리면서 매립 반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어민들과 함께하기 하기 위해 설명회를 진행해 오고 있다.
또한 현장 모니터링을 통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진해만 해양생태의 중요성과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려고 한다. 지난 1월 18일에는 창원물생명시민연대, 경남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와 ‘진해만 매립저지 전국연대’를 결성해 21개 단체, 13명의 개인이 함께 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장밋빛 계획만을 쏟아내고 있지만, 일방적인 추진은 시민들과 어민들의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 진해만에 미칠 영향을 파악해 어민과 시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먼저다. 무엇보다 진해만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매립을 중단하고 진해만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진해만을 지키고 사람과 생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바다를 만들기 위해 함께 나서야 한다.

이 용기

이 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활동가 이용기입니다.

생태보전 활동소식의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