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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한국의 에너지 정책, 어디로 가야하나 – 원자력인가, 재생가능에너지인가

원자력인가, 재생가능에너지인가

이필렬 (방송대 교수/에너지대안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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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심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석유위기 앞에서 미래의 에너지원 후보로 원자력과 재생가능 에
너지가 거론되고 있다. 두 가지 중에서 원자력은 에너지 수급 시스템 속에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
은 것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는 한국에서는 아직 가능성으로 겨우 고려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을 훨씬 더 큰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한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아주 주변적인 것으로
에너지의 일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유럽 등지에서는 원자력을 포기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대안으로 적극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원자력의 미래를 밝은 것으로 보지만,
유럽 등지에서는 원자력은 희망이 없는 것으로 본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유럽에서 각광을 받지
만, 한국에서는 아직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 글에서는 원자력과 재생가능 에너지를 개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선택해야 할 미래의 에너지원이 어떤 것이 되어야 할 것인지 살펴볼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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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역주민 간의 갈등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달했
다. 현재 18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앞으로 10년 후에 거의 두 배 가까이 늘리려 하는 정부로서는
이와 함께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핵폐기물을 처분하는 시설을 하루빨리 건설해야만 현재의 핵
발전 중심 전력 정책을 계획대로 밀고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분장 후보지역 주민들은 현
재의 핵폐기물도 문제지만, 바로 정부의 대대적인 원자력 확대정책 때문에라도 핵폐기물 처분장
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 처분장을 수용하면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쏟아져
나올 핵폐기물을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을 완전히 황폐화하는 결과를 낳
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또한 자기들은 지금까지 원자력발전의 혜택을 입은 것이 거의 없는데, 그럼에도 그 찌
꺼기인 핵폐기물을 떠맡는다는 것은 이치에 조금도 닿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영광이나 울진 같
이 원자력발전소가 4-6개나 있는 곳이 그런대로 발전한 것도 아니고, 주민들은 예나 마찬가지로
어업이나 농업을 하면서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도 주민들을 위한 것
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의 혜택은 지역 주민이 아니라 오히려 대도시에서 자기들이 쓰
는 전기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모르고 사무실, 공장, 가정의 에어컨을 돌리는 사람들이 가장 많
이 입는다고 할 수 있다. 원자력의 혜택을 받은 것도 없고, 앞으로 핵폐기물의 항상적인 위험 속
에서 살게 될지 모른다는 지역 주민들의 염려를 고려하면 주민들의 저항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
다.
정부에서는 후보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도 아랑곳 없이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강행할 것처
럼 보인다. 원자력발전 확대정책도 전혀 수정하지 않을 것 같다. 이대로 가면 2010년 경이면 전
체 전력의 절반 가량이 원자력발전으로부터 얻어지는 전력수급 구조가 확립된다. 정부에서는 한
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바로 원자력 확대밖에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에너지의 거의 전부를 수
입하는 마당에 원자력발전소를 크게 늘리는 길 말고 다른 길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
들이나 원자력발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원자력 의존이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핵사
고의 위험이 커지는 것은 물론, 원자력중심 에너지 수급구조가 나중에 닥칠 에너지 위기를 극복
하기 어렵게 만들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다른 길이 없
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들은 대안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원자력을 서서히 포기해가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적극 개발하면 원자력발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
는 것이다.
원자력에 집착하는 정부와 대안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자고 하는 원자력 반대진영의 갈등은 두 진
영의 입장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
은 앞으로 정부와 반대진영 간의 격렬한 싸움과 더 나아가서 커다란 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터인
데, 원자력발전의 확대가 이러한 부정적인 면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원자력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면 원자력을 확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다. 그러나 대안이 있다면 이토록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자력을 계속 할 필요
는 없을 것이다. 이 대안을 찾아내서 적극적으로 퍼뜨리는 것이 훨씬 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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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원자력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가는 지난 2월 5일 발표된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의 시급함을 호소하는 담화문에서 아주 잘 드러난다. 정부 담화문의 요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원자력이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에너지로서 국가 동력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는데, 핵폐기물 처분
장을 건설하지 못하면 이 중요한 동력의 공급이 끊어지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이라는 중차대한 사업에 협력하면 많은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담화문
은 원자력에 대한 찬양의 말로 시작한다. “원자력은 온실가스나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이고, 안전성이 거의 완벽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화력발전에 비해 발전원가가 저렴”하다
는 것이다. 이어서 원자력이 이렇게 좋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대로 “핵폐기물 처분장
을 건설하지 못하면 원전 가동에 지장을 초래하여 국가동력인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
게 된다는 위협투의 말이 뒤따르고, 그렇지만 협조를 하면 그 지역은 3000억원 규모의 지역지
원금은 물론 각종 국가사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여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주겠다는 말로 끝이
난다.
정부에서는 여러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원자력이 안전하고 좋은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담화
문에는 원자력발전과 핵폐기물의 위험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안나온다. “위험하지만 우리가 안
전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니 믿어주십시오.” 같은 말조차도 없다. 원자력발전을 오래 한 다
른 나라에서는 다 핵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는데, 우리만 없다는 식이다. 정부로서는 어쩌면 원
자력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따라서 위험
에 대한 언급을 할 아무런 이유도 없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별로 설득력
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 설득력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진지함
을 보여주는 가운데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안전하다고만 주장하면 어린아이가 아니고
서 누가 선뜻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핵폐기물은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핵폐기물을 처분할 때는 반드시 다음 두 가지 원
칙을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이야기된다. 하나는 핵폐기물을 인간과 환경으로부터 오랫동안 격리
해야 한다는 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공정성(equity)의 원칙이다. 정부에서 핵폐기물 처분의 모범
사례로 선전하는 스웨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어느 한 나라도 빼놓지 않고 모두 이러한 원
칙에 입각해서 핵폐기물 처분에 접근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서는 원자력이 안전하고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어떤 원칙에 입각해서 핵폐기물을 처분하겠다는 한마디 말
도 없다.
핵폐기물을 격리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핵폐기물이 방사능이라는 강한 독성을 지닌 위험한
물질이고, 그 독이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핵폐기물 속에는 방사능을 내뿜는 수많은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다. 원자력발전기가 가동되기 전에는 우라늄만 들어있던 핵연료 속에서 가
동과 함께 핵분열이 시작되자마자 갖가지 방사성 물질이 생겨나 여기저기 쌓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요드-135나 크세논-135처럼 일주일이면 방사능이 다 빠져나와 독성이 사라져버리는 것도
있지만, 아주 오랫동안 방사능을 내뿜는 것도 있다. 체르노빌 사고 때 유럽에 널리 퍼졌던 세슘-
137이나 스트론튬-90 같은 핵폐기물은 독성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30년 정도나 된다. 핵
폐기물 중에는 반감기가 이것보다 훨씬 긴 수십만년, 수백만년 되는 것도 있다. 플루토늄-239는
반감기가 24400년이고, 테크네슘-99는 21만년, 요드-12는 1570만년이다.
이러한 방사능 독을 지닌 물질들이 환경에 크게 해를 미치지 않게 되려면 반감기의 10-20배 정도
의 기간이 지나가야 한다. 이 정도의 기간이 지나야 독성이 원래 값의 1000분의 1 내지 백만분
의 1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슘이나 스트론튬만 가지고 따지면 핵폐기물이 300-600년
이상 완벽하게 격리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플루토늄-239를 기준으로 하면 격리 기간은 수
십만년으로 늘어난다. 물론 반감기가 10번 지났다고 해서 독성이 환경에 해가 안될 정도로 줄어
드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만명의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는 핵폐기물이 있다고
하자. 반감기가 한 번 지나면 독성은 절반으로 줄기 때문에, 이때는 5000명이 해를 입는다. 두
번 지나면 다시 절반으로 줄어 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2500명이 된다. 이런 식으로 해
서 반감기가 10번 지나면 이 물질의 독성은 10명에게 해를 줄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든다. 반감기
의 10배의 시간이 지나면 독은 1000분의 1로 줄어들지만, 그래도 그 독성으로 아직 10명은 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세슘-137은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극물의 하나로, 관객으로 가
득찬 극장에 한 방울만 떨어지면 그 중 절반이 15분 안에 사망할 수 있다(David Ewing Duncan,
Do or Die at Yucca Mountain, Wired 11.04(April 2003)). 이토록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반감기
가 10번 지났다고 해도 여전히 치명적인 독이 남아있는 것이다.
핵폐기물의 독성이 이토록 강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핵폐기물을 1만년 동안 아주 적은 양의 방
사능만 방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스웨덴에서는 거의 영구적으로 격리될 수 있도록 오랫동안 변
동이 없었던 아주 안정한 화강암층에 동굴을 파고 처분한다. 독일에서도 거의 30년 전부터 골레
벤(Gorleben)을 영구처분장 후보지로 정하고 조사를 해왔지만, 그동안 조사만을 하다가 2000년
10월부터는 독일 정부에서 적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3-10년 동안 조사를 중단하기로 한 상
태이다. 이는 핵폐기물을 완벽하게 격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그러면서도 어렵다는 것을 말
해준다. 독일에서는 이미 1980년에 핵폐기물 처분 기준이 만들어졌고, 현재는 기본법 안에 핵폐
기물 처분에 관한 조항이 들어 있다. 이들 처분 기준의 골자는 방사성 물질은 그 방사능이 위험
하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사람, 동물, 식물의 생활권으로부터 격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
고 있다. 여기서 위험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갈 때 일상적으로 받게 되는 방사능
수준, 즉 자연방사능 수준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의 방사능이 없어진 상태까지 격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닌데, 독일이나 스웨덴이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핵폐기물 처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공정성의 원칙이란 한국에서는 그다지
고려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경제에서만 공정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다른
영역에서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성 문제가 명시적
으로 논란거리가 되지는 않지만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예를 들어 서울 도
심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농촌 지역에 처분하는 것은 공정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이다. 농촌지
역에서는 쓰레기를 만들어내지도 않았고, 따라서 쓰레기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맛보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쓰레기를 떠맡기는 것은 공정성을 전적으로 무시하
는 것이다. 공정성의 원칙을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유발자부담 원칙이 된다. 말하자면 쓰레
기를 만들어낸 사람, 즉 유발자가 그 쓰레기 문제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폐기물의 경우 공정성은 지역간, 도시와 농촌, 서울과 영광 사이에서만, 즉 현재 살아있는 사
람들 사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핵폐기물이 아주 오랫동안 독을 내뿜는 속성을 가지
고 있기 때문에 우리 다음에 살아갈 후손들도 고려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바로 세대간의 공정
성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다. 유발자부담 원칙에 따르면 핵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 운영자와 원자
력 전기 사용자가 감당해야 한다. 그러니 유발자부담 원칙을 현재 사회에 엄격하게 적용하면 핵
폐기장을 서울에 건설하자는 주장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 운영자들이 서울에 몰
려있고 서울에서 원자력 전기를 가장 많이 쓰면서 이득을 얻고 있기 때문에, 이 원칙을 따르면
핵폐기장은 원자력발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서울에 건설해야 한다. 그런데 세대간의 공정
성 문제는 원자력발전의 혜택은 모두 현 세대가 누리면서 그 찌꺼기인 핵폐기물은 대부분 나중
에 후속 세대들이 떠맡게 된다는 데서 발생한다. 핵폐기물은 후속 세대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
다. 그러나 이들이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방사능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면, 이는 유발자 원칙에 어
긋나는 것이고 공정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핵폐기물은 후속 세대들에게도 피해
가 가지 않도록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인간과 환경으로부터 철저하게 격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아주 안전하게 격리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500년 동안 격리하도록 규정하고 그
렇게 할 수 있도록 처분장을 만든다고 해도 이 오랜 기간 동안 핵폐기물 처분장에 어떤 일이 일
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땅 속 깊은 곳에 아주 안전하게 처분했다면 땅 속에서 방사능이 지하수
와 접촉해서 누출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커다란 사회변동이 일어나서 처분장
이 사람 손에 의해 파헤쳐지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앞으로 50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일어날는지는 지난 500년간의 인류역사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수많은
전쟁이 일어났고, 많은 정치, 사회적 지각변동이 있었다. 최근 미영 연맹과 이라크간의 전쟁이
끝난 후 이라크 사람들이 폐쇄된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서 방사능에 오염된 여러 가지 물건을 가
지고 나온 것도 심각한 사회변동 앞에서 방사능의 관리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다. 이라크
의 일반 시민이 원자력발전소가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위
험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더라도 이들이 이스라엘의 폭격 후 오랫동안 가동이 중단된 발전소가 얼
마나 위험하다고 생각했을까? 아마 별일 없겠지 하고 들어가서 필요한 것들을 들고나오지 않았을
까? 마찬가지로 수백년 후에 살아갈 사람들이 핵폐기물에 대해서 아주 특별하게 경계하는 마음
이 없다면 이들도 이라크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핵폐물 처분장에 접근해서 무언가 쓸만한 것을 파
헤치는 일을 벌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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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에 따르면 최종 선정될 핵폐기물 처분장에는 중저준위 핵폐기물 영구처분장과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건설된다. 실무자들은 방사능의 정도가 낮은 중저준위 핵폐기물만 영구처
분되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조금도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들은 사용후 핵
연료는 독성이 아주 강하고 위험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별로 위험하지 않
은 것처럼 말한다. 따라서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잘 처리하기만 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핵폐
기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각 나라마다 그것을 구분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영국에서는 다섯 가
지로 나누기까지 한다. 그러나 보통은 저준위, 중준위, 고준위(사용후 핵연료)로 나뉘어진다. 이
들 여러 종류의 핵폐기물은 모두 처분 대상인데, 원자력발전을 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핵폐기
물 처리는 커다란 골치거리이다.
현재 원자력발전을 우리보다 훨씬 오래 한 나라 중에서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는 나
라는 한 나라도 없다. 정부에서는 원자력발전을 오랫동안 해온 나라 중에서 한국만 핵폐기물 처
분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적어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에 관한 한 사실과 너무 다른 것
이다. 50년 가까이 원자력발전을 한 영국과 미국조차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지 못하
고 있다. 물론 이들 나라는 수십년 전부터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러나 아직도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7년에 하원에서 네바다주
의 유카산맥을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으로 지정했고 2002년에는 원자력을 적극 찬성하는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부지의 처분장 건설을 지지했지만,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처분장 건설
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 독일은 1979년부터 골레벤에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추진해왔지
만 25년이나 된 지금까지도 조사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에서 핵폐기물 이야기만 나오
면 모범사례로 선전하는 스웨덴조차도 중준위.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만 있지,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은 없다.
정부에서는 이번에 건설할 핵폐기물 처분장이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이고, 다른 대부분의 나
라에는 이러한 종류의 처분장이 운영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 건설될 처분장에는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 시설도 건설된다. 중저준위나 고준위 모두 똑같이 처분장으로 들어온
다는 점에서는 아무 차이가 없다. 한가지 차이는 중저준위 폐기물은 완전히 밀봉되어서 땅속에
묻혀버리고, 고준위 폐기물은 수십년 동안 또는 그이상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
겨질 수 있다는 것 뿐이다. 수십년 후 다른 곳으로 옮겨질지 아니면 더 오랜 기간을 처분장의 창
고에 머무를지는 미지수지만, 중요한 것은 많은 양의 고준위 핵폐기물이 수십년 동안 창고에 쌓
여 있다는 것이 그 지역에 커다란 잠재적 위험이 된다는 것이다. 만일 저장창고에 기술적인 문제
가 생기거나 테러가 발생하면 그 지역은 방사능으로 심하게 오염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의 실무자들은 고준위 핵폐기물은 그 지역에 영구히 묻히지도 않고,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그
다지 위험하지도 않은데 지역 주민들이 쓸데없이 과민 반응을 보인다고 말한다. 지역 주민들이
사용후핵연료까지 오기 때문에 위험이 더 크다고 하면, 그렇다면 위험한 사용후 핵연료는 처분장
으로 들여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처럼 이야기한다(KTV 2003년 4월 19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토
론 참조). 그렇다면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핵폐기
물 처분장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운영하고 있을까? 위험이 없다면 처분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
고, 당연히 많은 나라에 있을 것이다.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고준위 핵폐기물보다는 위험이 덜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위험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에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방사능의 정도가 아주 낮
은 휴지나 장갑 같은 것은 제대로 처분만 하면 크게 위험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준위 폐
기물은 저준위 폐기물보다 훨씬 많은 양의 방사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처분하기가 쉽지 않
다. 이러한 이유로 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은 많은 나라에서 운영 중이지만 중준위 핵폐기물 처
분장은 몇몇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는 없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을 하는 대부분의 나라
에 핵폐기물 처분장이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극히 일부의 진실만을 담고 있는 셈이다.
저준위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은 프랑스, 일본, 미국, 영국, 스웨덴, 스페인, 체코, 헝가리 등에
존재한다. 그러나 중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중준위 핵폐기물은 저
준위 핵폐기물보다 방사능의 정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처분에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따라
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중준위 핵폐기물은 임시저장소에 보관되어 있다. 이와 달리 한국정부에서
는 저준위와 중준위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처분하려 하는데, 이는 정부에서 핵폐기물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핵폐기물 처분을 너무 쉽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갖게 만든다. 중저준위
폐기물 중에는 기체 형태의 방사성 물질을 여과한 필터나 순환펌프의 윤활유가 포함되고 그 속에
는 상당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음에도 정부에서는 이것들을 모두 저준위 핵폐기물과 같
은 수준으로 취급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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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월과 4월에 나온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협조를 호소하는 담화문에도 정부에서 원자력의 장
점을 선전할 때 항상 언급하듯이 원자력이 장기적으로 값싸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것 또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쓰이는 연료인 우라늄
도 땅속에 묻혀 있다. 당연히 우라늄도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제우
라늄협회 등에서는 우라늄을 세가지로 분류한다. 값이 싼 것과 꽤 비싼 것, 그리고 얼마나 있을
지 추정이 어렵지만 아주 비싼 것으로. 값이 싼 것은 가격이 kG당 40달러 이하이고, 꽤 비싼 것
은 가격이 kG당 130달러 선이다. OECD의 핵에너지기구 (Nuclear Energy Agency)에서 분석한 바
에 따르면 값이 40달러선인 우라늄의 매장량은 약 200만 톤으로 추정되고, 130달러선의 우라늄
은 430만 톤 정도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전세계에는 약 440개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이들 원자력발전소에 일년 동안 투
입되는 우라늄의 양은 약 64000톤에 달한다. 그렇다면 kG당 40달러선의 가격으로 얻을 수 있는
우라늄은 30년 정도 쓸 것이 남아있는 셈이고, kG당 130달러선까지 포함하면 앞으로 약 100년
간 쓸 것이 남아 있는 셈이다. UNDP의 분석은 좀더 비관적인데, 이에 따르면 kG당 130달러 이하
의 우라늄은 모두 약 320만톤이 매장되어 있고, 이것은 약 50-60년 쓸 것밖에 안된다. 그런데
1990년대에 우라늄의 가격은 kG당 20-40달러선을 오르내렸고, 그 전에도 오일쇼크 후인 80년대
초 kG당 150달러에 달한 후 지금까지 계속 가격이 하락했다. 그렇다면 현재 원자력발전의 경제성
이란 이러한 낮은 우라늄 가격이 바탕을 두고 있는 셈인 것이다. 만일 원자력 중심의 전력수급구
조가 계속 유지되어 수십년 후 값싼 우라늄이 고갈된 후에도 원자력발전을 계속해서 할 수밖에
없다면 지금보다 값이 5배나 높은 우라늄을 사용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것도 얼마 오래 가지 않
는 것이라면 원자력발전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미래의 에너지 파탄을 예비하는 셈이 된다. 지금
도 미국의 월드워치연구소나 유럽의 여러 연구소에서는 원자력의 경제성이 화력 발전의 경우보
다 크게 떨어진다고 말하는데, 원자력 전기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
아들인다 해도 낮은 우라늄 가격이 지속되는 데 바탕한 저렴한 기간은 30년 정도밖에 안되는 것
이다. 그래도 우리가 원자력에 계속 의존하고 대대적으로 원자력을 확대한다면, 그후에는 아주
비싼 값으로 원자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이때 닥칠 에너지 수급의 혼란을 감수할 준비를 해
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원자력의 경제성에 대한 정부의 주장과 구미 여러 연구소의 주장이 왜 큰 차이를 보이는
지 생각해보자. 원자력발전의 원가에는 연료비와 운영비뿐 아니라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한 후 관
리하고 해체하는 비용과 핵폐기물 처분비용이 모두 포함된다. 그런데 이 중에서 연료비와 운영비
는 비교적 정확하게 계산이 되지만, 발전소 해체비용과 핵폐기물 처분비용은 아직까지 실제적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산출하기 어렵다. 대략의 추정비용만 계산할 수 있을 뿐
이다. 우리 정부에서 발표한 원자력발전소 해체비용은 1기당 1600억원이다. 이 비용은 원자력연
구소에서 계산한 결과이다(산업자원부, 원자력백서, 2002). 정부에서는 앞으로 원자력발전소 해
체에 대비해서 발전소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이 정도의 비용을 적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1600억원이 적정한 비용인가에 대해서 분명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원자
력발전소 해체비용과 비교할 때 1600억원은 터무니없이 적다고 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서
2001년에 발표한 OECD국가의 원자력발전 자료에는 한국의 고리 1호기 해체비용이 약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International Energy Agency(2001), Nuclear Power in the OECD,
Paris, 139면). 이 비용은 국제에너지기구에서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해서 나온 것은 아니
다. 한국정부의 원자력담당 부서에서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에
서는 고리 1호기의 해체비용은 1600억원보다 훨씬 높게 잡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커다란 차이가 나는 것일까? 정부에서는 국제에너지기구에 고리 1호기의 해체비용이 1600억원 정
도 든다는 자료를 제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고리 1호기의 상태에 대한 정보가
다 드러나 있고, 그 상태면 해체비용이 대략 얼마나 든다는 것이 산정될 터인데 비용을 너무 낮
게 책정한 자료를 제출해서 망신을 당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해체비용으로 잡는 것은 1600억원이고 이 비용이 원가계산하는 데 고려된다. 비정상적으로 낮게
책정된 해체비용도 원자력발전의 경제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
에 나오는 다른 나라 발전소의 경우 해체비용이 가장 낮게 책정된 것이 1000킬로와트당 30만 달
러이다. 이 비용을 한국에 가장 많은 100만 킬로와트급 원자력발전소에 적용하면 해체비용은
3600억원이다. 해체비용이 가장 높게 책정된 1000킬로와트당 220만 달러를 적용하면 100만 킬로
와트급 발전소의 해체비용은 2조 6천억원이 넘는다. 발전소 건설비용과 맞먹는 비용이 해체하는
데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국제에너지기구에서 분석한 자료와 비교할 때 정부에서 책정한 발전
소 해체비용 1600억원은 너무 낮은 것이 아닐까?
정부에서는 발전소 해체비용과 핵폐기물 처분비용으로 매년 기금을 적립하고 있고, 지금까지 3조
원 이상 적립했다고 말한다. 이 기금은 해체비용을 1600억원으로 책정하고 적립한 것이다. 그렇
다면 해체비용과 핵폐기물 처분비용으로는 크게 모자랄지 모른다. 독일의 경우 원자력발전소는
지금까지 해체비용과 처분비용으로 약 35조원을 적립했다. 물론 우리보다 원자력발전소가 1.5배
더 많고 원자력발전을 한 기간이 두배 가까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이 적립된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 차이가 10배나 난다는 것은 한국이 원자력발전소 해체비용과 핵폐기물 처분비용을 다
른 나라에 비해 너무 낮게 책정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부에서 말하는 원자력전기의 저렴함은
바로 이러한 비정상적으로 낮게 산정한 해체비용과 처분비용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6
2월 4일 핵폐기물 처분장 후보지 네곳이 발표된 후 지역주민들이 반대운동을 벌여왔는데, 느닷없
이 4월 21일에 또다시 정부 담화문이 발표되었다. 이렇게 갑자기 담화문이 발표된 것은 정부가
핵폐기물처분장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표시한 것으로 봐야 하지만, 두 번째 담화문에
는 특이한 내용이 하나 담겨있다. 이것은 핵폐기물 처분장을 유치하는 지역에는 양성자가속기가
함께 들어서게 해주겠다는 것, 양성자가속기까지 얹어서 더 크게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양성자가속기가 핵폐기물 처분장의 위험을 보상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매력이 있는 것일까?
지역주민 중에는 양성자가속기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정부나 원
자력연구소에서 아주 좋다고 하니 그렇게 믿는 사람이 조금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정부 관계
자들도 그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를 것이다. 과학기술자, 핵과학자들이 좋다고 하니 그렇게 믿
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양성자가속기로는 다른 연구도 물론 할 수 있지만 중성자를 발생시켜
서 핵폐기물과 충돌시키는 연구를 할 수도 있다. 핵폐기물과 연관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
담화문에는 “양성자가속기 사업은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 등 참단산업과의
연계가 커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외국의 가속기 사
례를 아무리 참조해봐도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양성자가속기를 얹어준다는 말
이 지역주민에게는 더 큰 모욕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부는 돈이면 모두 된다고 생각하는 것
일까? 지역주민들을 그 정도로만 보는 것일까? 양성자가속기의 첨단산업과의 연계 운운은 독재정
권 시절 원자력발전소가 그냥 큰 공장이고 그것이 들어서면 지역이 발전하게 된다고 선전했던 것
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아직도 정부는 돈만 뿌려주면, 그리고 선전만 하면 뜻대로 된다고 보
는 것 같다. 이는 독재시절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양성자가속기를 가지고는 핵폐기물 중에서 강한 방사능을 가지고 있고 붕괴에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는 세슘, 테크네슘, 요드, 아메리슘, 큐륨, 넵투늄 등을 처리해서 방사능이 줄어드는 시간
을 인위적으로 짧게 만드는 작업도 할 수 있다. 현재 이러한 연구가 미국과 러시아에서 활발하
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방사성 원소를 양성자가속기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것들을 먼
저 고준위 핵폐기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 물론 이 분리과정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비슷한 화
학적 분리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양성자가속기가 들어서면 핵폐기물 재처리도 행해지
게 되는 것이다. 핵폐기물 재처리는 꽤 위험하고 다량의 액체 핵폐기물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물
론 양성자가속기에서의 처리를 위해서 세슘 같은 핵종을 분리할 때에도 해당된다. 그렇다고 양성
자가속기로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이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를 크게 줄여서 전체적으로 핵폐기물
의 방사능을 상당히 줄이는 효과를 낳는 것도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양성자가
속기로 핵폐기물을 처리한다 해도 전체적인 방사능 줄임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처분 비용만 크
게 늘린다고 한다(IEA).
양성자가속기가 이러한 장치로서 가동하려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다량
의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만들어지며, 효과는 크지않은 반면 비용은 훨씬 더 든다면, 정부에서는
양성자가속기를 한국에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놓고 먼저 국민의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 그
러나 4월 21일 담화에서 정부는 그런 일은 고사하고 양성자가속기가 정보기술, 생명공학, 나노기
술까지 몰고와서 지역발전에 굉장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핵폐기물 처분장 유치를 부
추겼다. 정부에서는 아직까지도 물질의 힘으로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다는 구시대적 생각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7
핵폐기물 처분장을 찾지 못하고, 이것이 원자력발전의 가동을 계속할 수 없게 만들고, 그 결과
전력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이는 근본적으로 에너지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가 너무 굳어져있
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과 같이 앞으로도 원자력과 화석연
료 이외의 대안은 없다는 생각을 고수하면, 핵폐기물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원자
력발전을 계속 확대하는 한 핵폐기물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이렇게 해서 쌓여가는 핵폐기물을
처분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안은 없는 것일까? 유럽 국가들의 예는 원자력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
준다. 유럽에서는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영국 등 대부분의 원자력
발전을 하던 나라가 원자력발전소를 이미 완전히 폐쇄했거나(이탈리아), 점진적으로 폐쇄하거나
(스웨덴,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잠정적으로 원자력발전을 확대하지 않기로(영국) 결정했다.
대신에 이들 국가는 태양에너지, 풍력, 조력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적극 개발하는 길을 선택했
다. 이미 풍력과 태양에너지는 상당한 양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2002년 독일에서 풍력발전이
공급한 전력은 전체 전력의 거의 5%에 달한다. 2010년이면 10%를 넘을 것이고, 2020년이 되면
20% 정도가 될 것이다. 이렇게 원자력을 포기하더라도 대안은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
에서는 앞으로도 재생가능 에너지보다는 원자력과 화석연료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의존하려 하
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말 재생가능 에너지가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정책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를 대안으로 삼고 적극 개발해가면, 충분한 양의 에너지를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 얻을
수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는 풍부하게 존재한다. 전세계적으로 태양에너지는 인류가 소비하는 에
너지의 1만배 이상이나 들어오고 있고, 풍력 하나만 가지고도 전체소비량의 수십배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은 땅이 좁고 인구가 많기 때문에 남한에 해마다 비치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그 정도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들어오는 햇빛의 총량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60배에 달한다.
이 중에서 2%만 이용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건물 지붕이나
유휴지만을 이용해서 태양에너지를 얻는다고 해도 거의 대부분의 에너지를 태양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재생가능 에너지는 태양에너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풍력은 물론이
고, 조력, 바이오매스, 지열까지 상당한 양의 이용가능한 재생가능 에너지가 존재한다. 풍력발전
기를 내륙뿐 아니라 바다에까지 설치하게 되면 우리가 소비하는 전기의 대부분을 풍력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200테라와트시 이상).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 조력발전시설을 설치해도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의 바다에서 조력발전을 통해서 생산가능한
전력량은 12,000 메가와트로 추산된다. 이 수치를 원용해서 6분의 1 정도가 한국에서 가능하다
고 보면, 2000메가와트가 나온다. 2000메가와트면 원자력발전소 두 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그 밖에 바이오매스와 지열도 많은 양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특히 이
들 에너지원은 전력생산에서 기저부하를 담당할 수 있다. 이제 원자력과 재생가능 에너지 중에
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는 분명해졌다. 점점 값이 비싸지고, 고갈되고, 위험한 원자력
이 아니라, 값은 점점 내려가고, 영구히 쓸 수 있고, 깨끗한 재생가능 에너지인 것이다.

<참고문헌>

Gruppe Ökologie(2001), Vergleichende Bewertung von Entsorgunsoptionen für radioaktive
Abfälle, Hannover, A9-A11면 참조
International Energy Agency(2001), Nuclear Power in the OECD, Paris
Bernhard Fischer 외(1991), Der Atommüll-Report, Müchen
International Energy Agency(2001), Nuclear Power in the OECD, Paris
Wissenschaftlicher Beirat der Bundesregierung Globale Umweltveränderungen(2003), Welt im
Wandel: Energiewende zur Nachhaltigkeit, Berlin
이필렬(2002),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녹색평론사

자료출처 : 에너지대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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