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후변화 관련자료

[기고글]재생가능에너지실태와 향후과제

에너지 수급 불안 다시 보기

한 겨울인데 에너지 수급에 빨간등이 커졌다. 보통 냉방전력을 많이 쓰는 한 여름에 발생했던
최대전력소비가 때 아니게 한겨울에 나타났다. 전력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2003년 1월에만 전력
소비량이 역대 최고기록을 두 차례나 갱신하였다. 천연가스 역시 1월 6일 하루에 거의 10만톤
이 소비되어, 1986년 국내에 천연가스가 도입된 후 최대 소비량을 기록했다. 최근까지 한국가스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가스 재고량은 30만톤 정도로 만약 외국에서 도입이 안될 경우 3일 정도
만 지탱할 수 있는 위태로운 실정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임박해지면
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서자 에너지 수급 불안은 더욱 심각해졌다. 석유 비축물량
이 정부와 민간을 합쳐 비상시 101일분이 확보되어 있다고 하지만 유가 급등은 다른 에너지원의
가격을 동반 상승시켜 공급불안과 경제적 부담을 더욱 가중할 것이다.
정부당국과 언론은 겨울철 에너지수요 급증에 따른 수급 불안을 날씨와 소비자 탓으로 돌렸다.
국민들이 에너지 귀한 줄 모르고 펑펑 쓰는데다 날씨가 추워져 난방에너지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
증하여 에너지 수급 불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에너지 낭비의 주범인 소비자들
특히 은행, 백화점, 공공기관, 가정 등에서 실내온도를 낮추고 전열기 사용을 자제할 것을 호소
하였다. 그러다가 페르시아만의 전운이 감돌면서 유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에너지 소비자 책임론
을 구체화한 이른바 고유가 3단계 대책을 발표하였다. 승용차 부제 운행, 에너지 다소비사업장
관리, 옥외조명이나 유흥시설 사용시간 제한 등을 유가에 따라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
다. 이것 역시 가정, 상업, 산업 등 에너지소비자들에게 에너지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거나
강제하는 시책이다.
정부의 지적처럼 개인, 기업 할 것 없이 한국의 에너지소비자들은 에너지를 너무 낭비한다. 지
난 5년간 석유 소비량이 1억배럴 가까이 증가했다. 천연가스소비량도 1998년 이후 연 200만t씩
급증하고 있다. 전력소비도 꾸준히 증가하여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이 영국 수준을 넘어 독일 수
준에 근접했다. 그 결과 한국은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독일, 일본 수준을 넘어섰고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석유 수입 세계 3위, 석유 소비 세계 5위에 이르렀다. 필요한 에너지
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에너지 100 중 97 이상은 들여온 것이다. 한국은 이미 OECD국가
중에서 GDP당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이대로 가면 멀지 않아 1인당 전력소비량이
미국 수준에 근접할 것이고 1인당 에너지소비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
니 에너지 위기 운운해도 시민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에너지 부족 사태를 우려해도 건물
마다 붙어있는 거대한 간판들은 여전히 도시를 환하게 밝히고 휘발유 1ℓ당 1300원이 넘어도 자
동차 교통량은 전혀 줄지 않는다. 월드컵을 축제의 광장으로 만들고 평화적인 촛불 시위로 초강
국 미국 앞에 자존심을 세웠던, 세계언론이 극찬한 빛나는 시민의식은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것
일까. 왜 수준 높은 시민들이 에너지 위기에 대해선 이렇게 심한 불감증에 걸린 것일까. 시민들
과 기업들이 에너지문제에 둔감해진 것은 역설적이게도 정부와 에너지공급업체들이 에너지 공급
정책을 너무 잘했기 때문이다. 1979년 2차 석유파동 이후 경제 주체들은 에너지 수급에 대해서
염려한 적이 거의 없다. 최종 소비단계에서 손쉽게 에너지를 소비하다 보니 시민들은 대부분 에
너지를 마치 공기처럼 ‘원래 주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마저 생겼다. 공기를 호흡할 때와는
달리 에너지를 소비할 때 돈이 들지만 에너지가격이 크게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는 관
심사항이 아니었다. 정부와 에너지산업계가 자랑해왔듯이 한국은 그 어느 나라 보다도 짧은 기
간 내에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낮
은 에너지가격 정책이 지속되었고 원전설비 과잉으로 남아도는 전력을 팔기 위해 전력요금을 수
차례 인하하였다. 지난 1980년대 전기요금을 열 한차례 내리는 동안 전력 소비는 가파르게 증가
했다. 전력소비증가율은 지난 1987년 – 1997년 기간동안 연평균 12.1%에 이르렀다. 땅 짚고 헤엄
치기 식으로 독점이윤을 챙기는 한국전력공사, 가스공사, 정유업체들 등 소수의 에너지공급업체
들은 이익추구를 위해 수요 관리보다는 수요 확대에 온 힘을 쏟았다. 천연가스 수급난도 가스공
사 민영화와 일본 원전중단 사태에 따른 현물 부족이 겹친 탓이지만 가스공사의 무분별한 천연가
스 수요 확대 마케팅도 원인을 제공했다. 경기침체의 징조만 보여도 등장하는 건설경기 부양책,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내건 자동차 내수 촉진책,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 등도 가
정과 상업, 수송 부문 에너지 수요 증가를 부추겼다. 그 결과 중대형 아파트가 급증했고 OECD 국
가들 중 인구밀도는 최상위이지만 경차 비중은 최하위인 상황이 빚어졌다. 결국 곰곰이 따져보
면 국민들이 에너지문제에 대한 불감증에 걸린 것은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에너지정책, 경제정
책을 추진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핵폐기물 처분장, 원전 확대 정책의 쌍생아

에너지 수급 불안과 유가 상승으로 시민들이 에너지문제에 잔뜩 관심을 기울이던 차에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정부는 2003년 2월 4일 핵폐기물 처분
장 후보지 4곳을 선정 발표하였다. 과거처럼 영광, 고창, 영덕, 울진지역 주민들은 ‘결사 반
대’를 외치며 항의 시위와 집회에 나섰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핵폐기물 처분장을 2008년까
지 조성하지 않으면 핵폐기물이 넘쳐 원전 가동이 어려워지고 그 결과 전력대란이 일어나 엄청
난 사회 경제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의 시급성을 강조하였다. 정부와
원자력산업계는 전력 수급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서 원전 확대는 불가피한데 원전을 확대하려면
대부분의 원전보유국처럼 핵폐기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핵폐기물 처분장은 매우 안
전하며 해당 지역엔 3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지역지원금을 제공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리고 각계 전문가와 협의해서 우선 4곳의 후보지를 선정했고 최종 선정 단계엔 주
민과 환경단체의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한다.
전력대란으로 위협하며 지역발전기금으로 구슬리는 정부와 원자력산업계의 주장은 1990년 안면
도에 핵폐기물 중간 저장소를 추진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과연 정부와 원자력산업계
의 주장처럼 핵폐기물 처분장은 시급한가? 핵폐기장 건설이 시급하지 않다는 반론은 역설적이지
만 정부와 원자력산업계가 제공하였다. 정부와 한전은 1994년에 2001년이면 발전소 내 폐기물저
장고가 가득 찰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다가 굴업도 핵폐기장 추진 계획이 활성단층의 발견으
로 백지화되고 나자 1997년 한전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유리 고형화를 통해 압축하는 기술을 개발
하여 발전소 내부의 폐기물저장고 수명을 크게 연장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대부분의 원전보유
국이 핵폐기장을 운영 중이라고 했지만 1969년에 첫 원전을 건설하여 최대 19기를 가동하면서 전
력의 30%를 원자력으로 공급했던 독일은 아직까지 시험운영 중인 소형 핵폐기물 처분장 밖에 없
지만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원전 폐쇄에 들어갔다. 전세계에서 핵폐기물을 완벽하게 처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라는 아직 없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핵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에서
도 핵폐기물 처분은 국가적 논란거리이고 엄청난 고민거리이다. 대만은 핵폐기물의 위험성이 알
려진 뒤에 원전을 시작했지만 핵폐기물 처분장이 있는 란위섬이 온통 방사능에 오염되자 핵폐기
물을 북한에 수출하려고 시도하여 우리 국민의 공분을 산 적도 있다. 원전이 각각 6기, 4기씩
가동 중인 영광과 울진 지역 주민들이 더 강하게 핵폐기물 처분장을 반대하는 것을 보면 지역경
제 활성화라는 것도 설득력이 별로 없다. 처음엔 원전 주변 주민들이 원전 건설을 대대적으로 반
겼다. 정부와 한전의 말을 믿고 지역발전을 기대하며 원전 건설을 반겼던 고리, 월성, 영광, 울
진 주민들은 지금은 한결같이 원전의 추가 건설도, 핵폐기물 처분장도 강력히 반대한다. 이들 주
민들은 이미 지역발전 대신 ‘희생’을 경험한 바 있다. 지역발전이 희생의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 붙일 순 없다. 어느 누가 위험과 불안, 피해를 가만히 앉아서 받
아들이겠는가. 정말 안전하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싫다는 후보지 대신 전력을 많이 소비하
는 대도시 주민들을 원인자부담 원칙을 내세워 설득해서 대도시 주변에 핵폐기물 처분장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과 원전 확대 계획은 공급 위주 전력 정책이 낳은 쌍생아이다. 핵폐기물
처리 방식과 부지를 국민 의사를 수렴하여 결정하기 이전에 전력공급을 지금처럼 확대해야 하는
지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전력산업계는 비록 증가세가 둔화되었지만 전력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늘어나는 전력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선 원자력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원전 확대
계획에는 공급 위주의 정책 논리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정부는 지난 해 「제1차 전력수급계획」
을 확정·고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5년까지 전력소비량은 연평균 3.3.% 증가할 전망이다.
그래서 2015년에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은 8,500kWh에 육박하게 되는데 이는 다
른 OECD국가들에 비해 엄청나게 많다. 경제성장전망치에 따르면 2015년 1인당 국민소득은 현재보
다 약 2배정도 증가하는데 1인당 국민소득이 이미 한국의 2배가 넘는 영국이나 3배 가까운 독
일, 일본의 1인당 전력소비량이 각각 5,556kWh와 6,223kWh, 7,557kWh이고 이들 국가에선 전력소
비가 정체되었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정부가 전망하는 전력수요는 과도하다. 이런 수요 전망에
따라 발전소를 계속 지을 계획이다. 탈원전이라는 OECD의 일반적 추세와는 정반대로 원자력의 증
가폭이 두드러진다. 계획에 따르면 2015년에 원자력발전의 설비용량은 발전설비의 34.6%를 차지
할 전망이다. 이는 2001년의 27.0%를 훨씬 상회할 뿐 아니라 과거「제 5차 장기전략수급계획」
보다 오히려 높아진 수치이다. 이 계획은 전력 낭비적인 현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다. 한국은 이미 1인당 전력소비가 영국 수준을 넘어 독일 수준에 육박
했다. 전력소비를 부추긴 가격정책과 전력소비 촉진 정책 때문이다. 대표적인 전력정책의 실패
가 심야전력요금제도이다. 1985년부터 원전에서 나온 남는 전기를 처리하기 위해 심야 전력을 일
반 전기의 30%도 안되는 요금에 판매하다보니 한밤중에 전력소비가 늘어 원전과 유연탄화력발전
소는 물론 전력소비가 많을 때만 가동하는 중유, 천연가스발전소까지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지금
도 벌어지고 있다. 전력 낭비적인 현체제를 그냥 둔 채 위험과 갈등을 몰고 오는 원전과 핵폐기
물 처분장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정책은 이미 설득력과 합리성을 상실했다. 반대하는 지역주민들
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 붙이기 전에 정부의 전력 정책이 전력산업계의 이익 논리에 휘둘리고 있
지는 않은 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위주의 에너지 전환이 필요

펑펑 쓰라고 부추겨놓고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일시적으로 소비자에게 에너지절약을 강조하는
식으론 에너지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 전력 낭비를 초래해 온 요금 정책, 심야전력요금제도, 심
야 영업이나 간판 규제 완화 등을 시행해 놓고 전력공급 부족이 우려된다며 원전을 추가 건설하
고 핵폐기물 처분장을 지으려 한다면 피할 수 없는 환경위기와 지역갈등만을 불러일으킬 뿐이
다. 대한상의조차 정부의 고유가 대책이 재탕, 삼탕에 불과한 임시방편이라고 꼬집으며 에너지절
약캠페인 보다는 에너지가격 조정을 통해 에너지수요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석유
고갈에 따른 자원위기와 방사능 위험, 지구온난화 같은 생태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먼저 한
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석유는 중동지역에 편중된 한정된 자원이다. 상당수의 자원전문가들
이 2010년이 되기 전에 산유량이 석유 소비량을 따라 가지 못해서 만성적인 석유 부족 사태가 발
생하리라고 전망한다. 더러운 전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미국이 제 2위의 석유자원국 이라크
를 침공하려는 것도 석유 위기가 임박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이 군사력에 의존
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반면 유럽은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
원 고갈과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처럼 에너지자원을 확보할 군사력도 없으면서 에너
지 낭비를 초래하고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은 등한시하는 에너지정책으론 다가오는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에너지절약캠페인이 에너지 낭비 구조를 온존시키는 구실을 한다면 이것은 약
이 아니라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에너지절약캠페인이라
는 미봉책을 탈피해서 에너지이용효율을 극대화하고 자원 고갈에 대비하는 에너지체제를 수립해
야 한다. 그리고 30년 이상 전력정책의 변화를 가로막으며 핵폐기물이란 엄청난 근심거리를 생산
하는 원자력발전소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내뿜는 대형 화력발전소를 대신에 전력체
제의 낭비를 줄이고 생태위기를 낳지 않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와 국토와 자원 여건이 유사한 유럽의 에너지정책에서 에너지문제의 해법을 배울 필요가 있
다. 독일, 벨기에,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등은 원자력발전에서 탈피하면서 에너지효율향상
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유럽 에너지 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
고 있는 독일은 에너지시스템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이다. 19기의 원전을 2020년까지 단계적
으로 폐쇄 중인 독일은 단기적으론 열병합발전을 확대하여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이면서 중장기적
으론 풍력, 태양광발전 등으로 전력 공급을 대체하는 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다. 독일의 재
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은 2005년까지 이산화탄소 방출을 1990년에 비해 25% 감축하겠다는 목표
를 달성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독일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
한 것이기도 하다. 독일 환경부에서 나온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한 기후보호’ 계획에 따르면
독일 정부에서는 현재 일차에너지의 2%, 전기의 5%를 담당하고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율을
10년 후에는 두배로 늘리고, 그후 해마다 10%씩 늘려가서 2030년에는 30%, 2050년에는 50%로 증
가시키려고 한다. 풍력기술을 선도해온 덴마크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수요의 50%를 풍력발전으
로 충당할 전망이며 오스트리아는 이미 전체 에너지수요 중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
이 22%나 된다. 2010년까지 전력수요의 22%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유럽
연합은 작년 9월에 열린 요하네스버그 지구정상회의(WSSD)에서도 전세계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재
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15%까지 높이고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대한 연간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에
너지 보조금을 폐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연합에서 나온 장기 에너지 시나리오 중 환경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한 시나리오는 재생가능에너지 위주로 에너지시스템이 전환될 것임을 확
실하게 보여준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에는 2000년에 비해 에너지소비가 60%정도 줄
고, 전체에너지의 80%이상을 재생가능에너지가 담당할 전망이다.
쉘사의 에너지 시나리오를 보면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은 매우 낙관적이다. 다국
적 석유기업 중의 하나인 쉘사는 2060년이 되면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이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최대 60%를 차지하고, 특히 태양에너지의 비중은 20% 정도가 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쉘은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1999년부터 연산 25MW의 태양광전지 공장을 가동하는 등 태양광, 풍력, 바이오
매스 등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대부분이 태양에서 나오는 것으로 고갈되지 않고 끊임
없이 채워지는 특성이 있으며 온실가스를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초래하지도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재생가능에너지는 지구온난화의 대안으로 각광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풍력과 태양광발전은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원자력과 석탄
이 거의 정체 상태인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재생가능에너지원 중에서 상대적으로 뛰어난 경제성과 기술 신뢰성을 확보한 풍력발전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풍력발전은 발전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은 에너지원으로 기후변
화협약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 기술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린피스와 유럽풍력협회가
2002년 발행한 「풍력 12」에 따르면 2002년 현재 전세계에 설치되어 있는 풍력발전기는 약 5만5
천기이며 설비용량은 25,000MW이다. 풍력발전을 통한 전력생산량은 약 천4백만가구, 3천 5백만명
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최근 풍력발전기의 설치는 세계적으로 급속히 증가하여 2000년
도 한 해동안 설치된 풍력발전기 용량은 약 4,000MW로서 2000년도에 비하여 약 28%가 증가하였
고, 2001년도에는 약 6,800MW가 새롭게 설치되어 약 37%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특히 유럽국가들
이 90년대 후반부터 주민반대, 위험성, 핵폐기물 처분 문제 등을 이유로 원자력발전의 신규 건설
을 중지하고 조기 폐쇄 움직임을 보이면서 풍력발전은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
면 2020년에 풍력발전기에 의한 전력생산량이 전세계 전력소비량의 1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
다. 1999년 약 38억달러였던 세계시장의 규모는 2004년에 280억달러로 커져 풍력산업은 가장 성
장속도가 빠른 에너지산업의 하나로 자리를 굳힐 것이다.
세계 풍력발전의 성장세를 주도하는 유럽에서는 2001년 한해 동안에만 총 4,500MW의 풍력발전단
지를 건설하여 유럽내 전체 풍력발전 용량은 벌써 17,000MW를 넘어섰다. 눈부시게 풍력발전을 확
대해 온 독일은 2001년 한 해 동안에만 2079기, 2,659MW를 설치하였다. 이것은 풍력발전의 선구
자 덴마크가 지난 20년동안 설치한 용량을 넘어서는 엄청난 실적이다. 누적풍력용량을 보면 2001
년 말 독일의 풍력발전 용량은 유럽 전체용량의 50%에 해당하는 9,000MW가 넘었으며 최근 풍력발
전 성장률이 가장 높은 스페인의 설치용량은 3,300MW으로서 덴마크를 제치고 세계 3위로 부상하
였다.
태양광발전산업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난 20년간 설비가격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태
양전지의 세계시장 규모는 1998년 151.7MW에서 2001년 390MW로 급증하였다. 최근 4년 연속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고 한다. 월드워치연구소에 따르면 전세계 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은 아
직 1,140MW에 불과하지만 30년 안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동력자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급격한 시장증가 추세를 감안한 낙관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연간 태양전지 생산량은 2005년에는
650MW, 2010년에는 1,700M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2010년에만 원자력발전소 2기 용량
에 가까운 태양광전지가 설치될 것이다.

한국에서 재생가능에너지 현황과 과제

한국은 아직까진 재생가능에너지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석유와 석탄, 원자력을 기반으로 하는 공
급지향적인 에너지시스템과 저에너지가격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에너지효율향상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석유나 가스공급시스템, 원자력발전이나 유연탄발전처럼 대규모 중앙집중적인 에너지에
의존하다 보면 소규모 분산적인 재생가능에너지는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을 확대할
수록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 소수력발전에 대한 지원은 소홀해진다. 원자력발전, 유연탄 발전
을 동결하거나 포기할 때 이를 대체할 에너지효율 향상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이 힘을 받는
다. 유럽의 에너지정책 변화는 대규모 중앙집중형 에너지시스템, 특히 원자력발전에서 탈피하면
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도 에너지효율 향상이 촉진되고 재생가능에너지가 비약적으로 확대되려
면 원자력 위주의 전력 정책, 공급 위주의 중앙집중적인 에너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재생가능에너지 자원이 없기 때문에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
다. 예산이 부족한 탓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대략 추정한 자료이지만 태양열, 태양광, 바이
오매스, 풍력, 소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자원량은 2000년 국내총에너지 소비량의 약 6배에 달한
다. 이 중에서 현재의 기술로 이용가능한 자원량만도 국내 에너지소비량의 절반에 달한다. 좀
더 정밀한 자원 조사가 이루어지면 재생가능에너지 가용자원량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예를 들
어 국내 풍력에너지 잠재량 추정에선 해양풍력자원이 빠졌는데 해양풍력자원을 추가할 경우 국
내 풍력에너지 잠재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할 의지와 정책이
없는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고려는 「대체에너지개발및이용·보급촉진법」에 표명되어 있다.
이 법에선 대체에너지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법에 따르면 “대체에너지는 석유·석탄·원자력 또
는 천연가스가 아닌 에너지”로서 지속가능성과 환경친화성을 주요한 특성으로 하는 재생가능에너
지와는 다소 의미가 다르다. 정부의 분류에 따르면 대체에너지는 전체에너지공급의 1%에 불과한
데 이 대체에너지에서 폐기물소각열, 석유화학공단 폐가스 연소열 등 폐기물에너지의 비중이 92%
나 된다. 그러니 진정한 재생가능에너지비중은 0.1%도 되지 않는 셈이다. 지난 해 12월 확정해
서 발표한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11년까지 대체에너지를 전체에너지공급의 5%까지 확
대하겠다는 대단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2011년이 되어도 대체에너지의 90%는 폐기물에너지로 채워
질 전망이다. 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정부는 환경단체의 주장
을 받아 들여 2002년 3월 25일 개정된 대체에너지촉진법에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생산비를 보장
하는 가격으로 우선 구매하는 획기적인 조항을 신설했다. 태양광 발전 전력과 풍력 발전 전력을
각각 716.40원/kWh, 107.66원/kWh기준가격에 5년 동안 우선 구매하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앞서
간다고 알려진 독일에서 적용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원가를 보장해주는 개념을 도입한 셈이다.
그 밖에 소수력발전과 매립지가스발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우대가격을 보장한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이 정책은 진일
보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나 지속가능한 전력체제를 실현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많다. 먼저 이
지침은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사업자를 배려하지 않았다. 기준가격 적용대상전원을 태양광
발전 3kW이상, 풍력발전 10kW이상으로 규정하여 소규모 발전업자도 고려하는 듯 하지만 소형발전
사업자도 대규모 발전 사업자와 유사하게 복잡한 발전사업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발전사업자가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에선 일반주택 지붕에 설치된 3kW 태양광전지판에서
나오는 전력을 가정에서 전기회사에 판매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이 태양광발전
을 확대시킨 원동력이었다. 더군다나,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전력 기준가격을 5년으로 정한 것
은 시장에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지 않다. 정부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우대 구매 기간을 더 장
기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런 미비점 때문인지 아직까지 이 제도를 이용해서 소규모 풍력발전
이나 태양광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판매하는 경우는 없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자금 지원도 부족하다. 재생가능에너지와 관련하여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과 보급을 위해서는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자금(이하 에특자금)에서, 그리고 재생가능에
너지 전력매입을 위해서는 전력산업기반조성기금에서 재정을 충당한다. 2002년에는 에특자금에
서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에 250억원, 보급에 230억원이 쓰였고 기준가격지원을 위해 35억원을 확
보해 놓은 상태이다. 총 515억원 정도가 대체에너지와 관련하여 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
원규모는 다른 에너지자원에 대한 지원규모나 여타 OECD 국가들의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원규
모와 비교해보면 극히 미미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전력산업기반조성기금의 제 1차 계획기간
(2003∼2005년)의 투자계획에 따르면 향후 3년동안 전체 전력산업기반조성기금에서 대체에너지지
원에 소요될 예산은 0.68%, 212억원에 불과하다.
앞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가는 지속적인 투자와 시장의 확대를 통해 낮출 수 있음을 고려하여
보다 장기적 전망 속에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생가능에너
지 시장의 확대가 대기 환경개선, 온실가스 감축, 신규 고용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를 수반한다
는 것이 강조되어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전원 개발에 대한 투자비 보조와 전력시장에서 재생
가능에너지의 공평한 접근 보장,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의 의무구매와 구매요금에 대한 지원정책
은 가장 기본적인 정책이 된다. 현재 이러한 정책은 기본적인 골격을 갖춘 셈인데 재생가능에너
지 확대와 연구 개발을 위한 예산도 크게 늘려야 한다. 독일에서 태양광발전이 급속히 확대된 것
은 전력구매제도와 함께 10만태양지붕 프로그램이란 융자제도의 도움이 컸다. 90%에 가까운 설치
비를 무이자, 7년 상환 조건으로 융자해 주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편된 전력시장에서 재생가
능에너지가 성장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전력공급자가 공급전력의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가능에너
지로 의무적으로 채우는 제도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글: 이상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자료출처 : 환경과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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