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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 섬 이야기]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섬, 섬 주민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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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섬, 섬 주민은 존재하는가?

홍선기 목포대 교수, 생태학

 

며칠 전 모 기관에서 진행된 섬 청년 관광 콘텐츠 개발 사업 심사가 있어서 참석했다. 청년들이 나와서 각자 자신들의 성과를 멋지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한 청년의 자료를 보니 우리나라가 세계 4위로 섬이 많은 나라로 쓴 것이다. 2018년 해양관련 국내 모 기관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지방신문이 인용하면서 벌어진 일인데, 적잖은 정치인에 연구자들까지 그렇게 알고 쓰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과연 우리나라 섬 개수가 세계 4위일까.

ⓒ신안군청 사진 1. 전라남도 신안군 비금 수치 선착장

세계 지도를 작성하는 월드아틀라스(World Atlas)의 최신 자료에 의하면, 스웨덴이 267,570개, 노르웨이 239,057개, 핀란드 178,947개, 캐나다 52,455개, 미국 18,617개, 인도네시아 17,505개, 호주 8,222개, 필리핀 7,641개, 일본 6,852개, 칠레 5,000개, 중국 6,500개(면적 500㎡ 이상) 순서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이트에 의하면, 오히려 한국의 섬은 4,400개, 북한은 3,579개가 있다고 하여 우리나라의 섬 개수에는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몇 개국 섬 개수에 오류가 있다고 하지만, 일단 국내외 여러 가지 자료를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 섬 개수가 세계 4위는 아니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중국에 이어 아시아 5위가 된다. 우리나라 유무인도서 현황에 보고된 섬의 개수는 3,348개다.

오래전 필자가 국내 무인도서 활용 관련된 발표를 준비하면서 해외 사례를 조사했는데, 2011년 중국 인민왕일본어판(人民網日本語版)에서 확인한 내용으로는 중국 광동성(広東省)에만 2,376개의 섬이 있고, 그중에 면적이 500㎡ 이상인 섬이 759개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 중에서 무인도서 60개를 선정하여 관광섬, 공동서비스섬, 교통공업섬, 농림어업섬 등 4개 종류로 구분하여 종합적으로 개발한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였다. 또한, 중국 저장성(浙江省) 저우산군도(舟山群島)에는 약 1,400여 개의 유·무인도가 있다. 위키피디아(Wikipedia) 등 해외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섬 개수는 부정확하지만, 약 6,500여 개로 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4위의 섬 보유 국가라는 것은 정정해야 할 오류이다.

전 세계적 자국의 섬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지만, 무인도까지 자국의 섬 개수를 정확하게 면밀하게 확인하고 측정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2007년도에 해양수산부 『무인도서 실태조사 및 관리유형 지정』법에 따라서 조사사업이 시작되면서 현대적인 방법으로 우리나라 무인도의 체계적인 조사와 관리가 이뤄지기 시작하였고, 이후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에서도 무인도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어 자국의 정밀한 섬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경우, 섬과 관련된 국가 간 상호 갈등이 남아 있어서 더욱더 영해기점 무인도에 대하여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주변국이 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서 우리나라 정부도 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홍선기 사진 2. 옹진군 대청도 농여해변에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2018년 <섬의 날> 국가기념일이 지정되고, 2021년 전라남도 목포에 한국섬진흥원이 설립되면서 섬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섬 주민을 위한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섬 정책 수립에 가장 중요한 것은 대규모 토건 사업보다도 섬에 정주하거나 활동하는 주민, 섬을 찾는 시민들을 위한 휴먼웨어 정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난 5년 전 19대 대선을 치르면서 대두된 대선공약 중 하나가 ‘여객선 공영제’이다. 이것은 섬 주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교통권 확보를 통해 섬과 육지 사이의 접근성을 높임으로 인하여 생활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객선 승선 비용을 일반 도로와 철도 수준에 맞추고, 선박의 장비 등을 고도화 등 섬 기본권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자는데 있었다. 안타깝게도 섬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여객선 공영제’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 올해 1월 ‘20대 대통령에게 바라는 섬 정책을 위한 정책 공약’이 제안되어 화제가 되었다.

ⓒ홍선기 사진 3. 울릉도 도동항.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에는 차량이 많다. 섬 항구 확장, 공항 건설, 리조트 건설 등 다양한 관광 목적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과연 울릉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 섬 정책 대선공약은 전국 규모의 섬 민간단체인 (사)한국섬재단에서 주도하였고, 한국도서(섬)학회, (사)한국생태관광협회, (사)황해섬네트워크, (사)해양환경안전협회 신안군지회, 목포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섬 학술 연구, 생태관광, 환경정화의 활동을 해 온 5개 기관이 협력하여 6개의 대선공약을 준비하였고, 주요 언론에 <섬 정책 대선공약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 공약 제안서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 새로운물결 등 5개 정당 후보 대선캠프 및 정책위원회에 각각 발송하였다. 6개 섬 정책 대선공약으로는 ⓛ섬 주민 기본소득제(섬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섬주민기본소득제 추진), ②섬 주민출산장려제(가임연령의 섬 주민 출산, 정착 및 다산을 장려하기 위한 섬 출산장려지원 제도 추진), ③한국연안여객선공사 설립(안전한 바닷길을 위한 한국연안여객선공사 설립 및 여객선공영제 재추진), ④권역별로 종합병원선을 건조, 운영(전천후 대형 종합병원선 건조), ⑤세계 섬·해양 기후 위기 대응 선도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 섬·해양의 환경 보전과 기후 위기 아시아·태평양 저개발 섬 국가에 대한 지원(정책, 산업, 기술)하는 ‘섬·해양 기후위기 대응 국제기구 설립’, ⑥일·휴식·관광을 연계한 워케이션센터(workcation) 조성 및 섬 주민 주택 제도 개선을 통한 섬 사회공동체의 새로운 소득원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 6개 섬 정책은 단순히 시혜의 대상으로서 섬이 아닌, 섬의 가치 재발견, 섬 주민의 기본권 확보, 국민이 사랑하는 섬을 기반으로 ‘살기 좋은 섬’을 만들어 섬 주민의 기본권을 확보하자는데 그 목적이 있다.

대선은 끝나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당선인이 되었다. 필자의 관심은 새 정부에서 섬 정책의 기조가 후퇴할지, 아니면 긍정적으로 발전할지에 있다. 섬도 국토이고, 섬 주민도 국민이다. 바다는 또 다른 도로이고 여객선은 또 다른 시민들의 교통수단이다. 섬은 육지와 비교하여 교통, 의료, 교육, 환경,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섬은 영토로서 지켜내야 할 국토이며 국민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바다 자원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세계 몇 번째로 섬이 많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제대로 된 섬 정책 하나 제정하지 못하는 정치인들, 그리고 그 주변인들의 싱거운 논의는 더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가 경제선진국 대열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선진국 수준의 섬 정책, 섬 생활, 섬 관광, 섬 지속가능성의 표준을 만들어 제도화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꾸려진다고 한다. 섬을 위한 정책 수립은 어느 분과에서 다룰까. 부디 새 정부의 한 발자국 진전된 섬 정책을 기대해 본다.

이 용기

이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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