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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기고글]환경과생명-대관령 풍력단지 조성, 어떻게 볼 것인가

대관령 풍력단지 조성, 어떻게 볼 것인가
이상훈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에너지위기의 대안, 재생가능에너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것은 산업문명을 지탱해
온 화석연료의 고갈과 화석연료의 과용에 따른 지구온난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근본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에너지원 고갈은 엄연한 현실이요 매우 심각
한 문제이다. 근대 산업문명을 우리는 탄화수소(HC)문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즉, 이 말은 산
업사회가 화석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존을 해왔다는 것이다. 1999년 기준으로, 전세계 1차 에너
지 소비의 84%를 화석연료가 차지한다. 그 다음 원자력이 7%를 담당한다. 일부 전통적인 바이오
매스(가축배설물, 나무땔감)를 많이 쓰는 농업 중심의 저개발국가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나라들
이 1차 에너지 소비의 90% 이상을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는 셈이다. 특히 용도의 다양성,
이용의 편리성에 비해 지역적 편중성이 커서 자원분쟁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석유는 전세계 1차
에너지소비의 약 36%차지할 만큼 세계는 여전히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
난 세기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매장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
다.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소비한다면 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가채연수는 각각 41년, 170년, 65
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화석연료, 특히 석유에 깊이 의존한 사회에서 만약 석유 등 에너지원 공
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상당한 정치, 경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
서 에너지를 세계에서 가장 쓰는 미국이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테러
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내건 미국의 아프칸전쟁은 카스피해 주변의 에너지원과 수송망을 확보
하기 위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개입된 일종의 자원전쟁임은 잘 알려
진 사실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세계 열강들은 에너지원 확보 경쟁
에 가세하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가 얼마 남지 않은 화석에너지 확보를 위해 국제 경쟁을 하면
서 자국 내에선 재생가능에너지 개발과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형국이다.
더 심각한 에너지위기는 기후변화이다. 세계의 기상학자들은 이대로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소비
한다면 인류는 화석연료가 고갈되기 전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
할 것으로 보고 있다. IPCC는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기후연구자들은 온실가스들의 증가로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대기온도가 섭씨
0.5도 가량 올라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들은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
면 기온은 더욱 빠른 속도로 상승해서 21세기에는 최소 2도에서 최대 6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
측한다. 1861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웠던 10개의 연도 중에서 1990년 이후에 9개의
연도가 포함되어 있었고 90년대 이후로 금세기 최대의 엘니뇨가 세 차례나 일어나면서 전세계에
기상재해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지구의 기후가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
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도서지방, 저지대 침수, 생태계 교란, 열대 전염병의 확산, 기상
이변 등 여러 가지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어서 지난
2001년 한해동안도 20년만의 대설, 90년만의 가뭄, 13년만의 무태풍 등 각종 이상기후에 대한 소
식이 끊이질 않았고 최근 발표된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성 기후의 특색
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기상 연구기관들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 기후변화로
인해 폭설, 폭우, 태풍 등의 기상이변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세계 열강은 남아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
는 한편 자국내에선 재생가능에너지 촉진을 에너지정책의 중심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미 독일
은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 수요의 6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고 덴마
크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수요의 50%를 풍력발전으로 충당할 전망이며 오스트리아는 이미 전체
에너지수요 중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2%나 된다. 이런 가능성은 유럽정상회의
에서 정책으로 구체화되었다. 지난 해 유럽정상들이 모여 재앙을 초래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재생가능에너지를 적극 확대하기로 결의하고 2010년까지 유럽연합에서 전
력수요의 22%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기로 정책 목표에 합의한 바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불모지, 한국

하지만 에너지 사정이 선진국보다 훨씬 어려운 한국에선 에너지원 고갈이나 기후변화에 대응하
는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은 에너지소비량이 많고 증가 추세가 빠르며 거
의 대부분의 에너지를 낡은 에너지인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국민 일
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일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의 3배에 달하는 일본이나 독일과 거의 비슷한 수
준이다. 한국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같은 에너지다소비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
에 에너지를 많이 쓰기도 하지만 국민들이 생활 중에 소비하는 에너지량도 많다. 국민 1인당 생
활에너지(가정·상업에너지) 소비량도 일본과 같은 수준이며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2배 정도 높
은 이태리보다 더 많다. 이렇게 경제규모에 비해서 한국은 에너지를 많이 쓰지만 거의 대부분
의 에너지자원은 해외에서 수입한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7%를 넘고 석유 수입은 세계 4위, 석
유 소비는 세계 6위에 이른다. 수입 우라늄연료에 의존하는 원자력발전도 전체 전력공급의 40%이
상을 담당한다. 더군다나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도 이미 세계 9위 수준이다. 이러한 에너지
현황은 한국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에너지원 고갈과 기후변화를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말한
다.
한국은 재생가능에너지가 에너지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8%에 불과한 재생가능에너지 불
모지이다. 국토 전역에 분포하는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지열, 바이오매스 등 재생가능에너지
원은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으며 중장기적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계획도 없다.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풍력

이런 상황에서 국내 유니슨산업과 독일 라마이어사가 강원풍력발전(주)이란 합작회사를 설립하
고 1339억원을 들여 대관령에 국내 최초로 대단위 민간 상업풍력단지를 추진하는 계획안이 알려
졌다. 지난 6월 12일 산자부의 풍력발전 사업허가 내용에 따르면 이것은 현재 높이 65m, 날개직
경 65m나 되는 거대한 기종인 1,500kW급 풍력발전기 66기를 설치하여 발전용량 99,000k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계획이다. 이는 우리나라 총 발전설비의 약 0.2%에 해당한
다. 1단계로 19기(28,500kW)는 2002년 11월부터 토목공사 착공에 들어가 2004년 7월부터 상업운
전이 시작되며 나머지 47기(70,500kW)는 2005년 11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풍력
단지가 조성되면 온실가스나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4만 5천여 가구가 쓸 수 있는 연간
190,000MWh의 전력이 생산될 예정이다. 풍력발전을 하기 위해서도 발전기 제작과정에서 이산화
탄소 등의 물질이 조금은 배출된다. 그러나 풍력전기 1 kWh를 생산하기 위해서 배출되는 이산화
탄소의 양은 19g, 이산화황은 0.01g, 질소산화물은 0.04g으로 갈탄이나 석탄 발전의 2% 정도에
불과하다. ‘깨끗하다’는 선전문구가 빠지는 적이 없는 원자력(1 kWh당 이산화탄소 방출량 약
34g)과 비교하더라도 그 절반밖에 안된다. 태양광발전(1kWh당 이산화탄소 방출량 약 130g)이나
수력발전(약 32g) 등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하는 다른 발전방식과 비교해도 이산화탄소와 오염
물질을 가장 적게 내놓는 것이 풍력발전이다. 그러므로 풍력발전은 가장 깨끗한 발전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풍력발전기가 소음이 심하고 조류의 이동을 방해하며 경관을 망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요
즈음 생산되는 발전기는 날개 지름이 수십미터에다 높이도 백미터에 달하는 것들로서, 주택가로
부터 멀리 떨어진 넓은 들판이나 밭 한가운데에 세워지는데다가 날개가 커지면 돌아가는 속도
가 느려지고 이에 따라 소음도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풍력발전기에 가까이 다가가도 시끄럽게
돌아가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주거지, 공단과 인접한 제주도 행원단지도 풍력발전기 소
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풍력단지가 철새 이동로에 들어선다면 철새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지역에 풍력단지를 세우는 것은 당연히 피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렇
지 않은 지형에 들어선 풍력단지는 규모가 크더라도 새들의 비행에 아무런 장애물도 되지 않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도 대다수의 풍력발전기가 새들에게 장애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조사
에 의하면 풍력발전기 날개의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새들이 발전기를 피하게 된다고 하며, 오히
려 대형 건물이 새들에게는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풍력발전기가 자연경관
을 변형하고 환경도 파괴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탄광과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는 땅을
뒤엎고 그 위의 자연을 모조리 없앰으로써 환경을 크게 손상하고 자연경관을 완전히 바꾸어버린
다. 화력발전소는 많은 양의 온실기체와 오염물질을 방출하고 원자력발전소는 끊임없이 핵폐기물
을 내놓는다. 반면에 풍력발전기는 밭 가운데나 언덕 위의 아주 좁은 땅 위에 세워지기 때문에,
이로 인해 파괴되는 것은 거의 없다. 풍력발전기가 세워지면 나무 몇그루, 풀 몇 포기 정도만 손
상을 입을 뿐이다. 풀밭 여기저기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와 그 밑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이 빚어내는 풍경은 풍력발전기와 자연환경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할 수도 있다는 느낌
을 주는데, 이는 결국 풍력발전기의 자연변형은 우리에게 얼마든지 익숙해질 수 있고 긍정적으
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관령풍력단지 조성을 둘러싼 논란

분명히 대관령 풍력단지는 한국에서 풍력발전의 확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나아가 지속가능
한 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매우 중요한 계기이다. 특히 대관령 목장지대는 양질의 바람, 광
활한 초지, 좋은 도로 여건 등 대상지의 입지 조건만 보면 국내에서 손꼽히는 풍력단지 후보지이
다. 하지만 대관령 풍력단지 계획은 생태계 보전이라는 큰 장애에 부딪혔다. 대관령 풍력단지
대상지가 매우 우수한 식생으로 둘러싸여 있고 백두대간 주능선 주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태계
복원도 고려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 사업이 대상지 주변 생태계를 파괴하고 백두대간 보전의
상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보전협의회를 준비하는 백
두대간보전회, 주흘산대책위원회, 야생동물연합,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지리산생태보전회, 불교환경연대 등 백두대간 보전운동을 하는 단체들은 백두대간을 민족혼의 상
징이자 국토 관리의 근간이며 자연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이들은 백두대간 주능
선 주변에 풍력발전기가 세워지면 생태계가 단절되고 수질이 나빠질 수 있으며 추가로 관광위락
단지가 개발될 우려 등을 들어 대관령 풍력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덧붙여 정부
에서 백두대간 보전 방안을 설정하고 관련법·제도를 정비하는 마당에 예외로 대관령 풍력단지만
을 허용한다면, 다른 곳에서도 백두대간 개발과 훼손을 막을 수가 없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
다. 이유와 주장을 차이가 있지만 이들 단체뿐만 아니라 백두대간 보전 활동과 관련을 맺고 있
는 큰 환경단체들도 대관령 풍력단지에 대해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였다. 녹색연합은 재
생가능에너지 확대의 계기라는 측면에서 대관령 풍력단지 조성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백두대
간 주능선 300m 내에는 풍력발전기를 세워선 안된다며 계획의 수정을 요구했고 대관령 풍력단지
조성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환경연합도 입장을 정리하기까지 여러 차례 전국 단위
내부 토론을 거쳤고 진통을 겪어야 했다.

대관령 풍력단지 조성에 따른 환경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대관령 풍력단지 사업이 삼림을 대규모로 벌채하거나 희귀 생물종의 서식처를 파괴하는 등 생태
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면 사업 자체를 재고해야 하지만 실질적인 환경영향이 크지 않거나
그것을 줄일 수 있다면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대관령 목장지대는 양질의 바
람, 광활한 초지, 좋은 도로 여건 등 대상지의 입지 조건만 보면 국내에서 손꼽히는 풍력단지 후
보지이다. 이 지역은 연평균 풍속이 7.5∼8m/s으로 국내 최초의 풍력단지인 제주 행원 지역보다
도 우수하다. 풍력발전이 가능한 대부분의 산악지대가 숲으로 뒤덮여 있는데 비해 이 지역은 오
랫동안 목초지가 조성되어 있어 산림 훼손이나 생태계 파괴도 다른 산악지역에 비하면 현저히 적
을 것이다. 특히 산악지역에 풍력단지를 조성할 경우 공사용 도로를 내면서 생태계 파괴가 발생
할 수 있으나 이 지역은 목장지대 내 기존 도로를 활용할 수 있어 작업 환경도 유리하다.
물론 대관령 풍력단지를 조성하면 주변 생태계에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다. 하
지만 대관령 풍력단지 조성된다고 해서 백두대간의 생태축이 손상된다고 볼 수는 없다. 공사 기
간 중에 어느 정도 환경영향이 발생하지만 야생동물의 이동, 희귀 식물종의 서식, 수맥의 흐름
등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풍력발전기는 넓은 토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풍력단지가 들어서도 야생동물이나 식물의 서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대관
령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백두대간 보전이나 백두대간 보전운동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것은 다소
관념적인 발상이다. 환경단체라면 예외없이 백두대간 보전에 대해서 공감하겠지만 백두대간 마루
금 주변의 일정구역을 획일적으로 절대 보전하는 것만이 능사인 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있
을 것이다.
설령 풍력단지 조성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부정적인 환경영향을 발생시킨다 하더라도 화력발전이
나 원자력발전처럼 환경에 비가역적인 손상을 주는 대신 회복 가능한 흔적을 남기는 정도라면 대
관령 풍력단지 조성은 에너지시스템 전환을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차선책이다. 이렇게 풍력
자원, 지형조건, 작업 환경 등 여러 면에서 내륙 풍력단지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대관령 목장
지대에 백두대간 주변이라는 이유로 풍력단지를 조성할 수 없다면 결국 국내에서 내륙지역 풍력
단지 조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백두대간 보전을 이유로 대관령이 아닌 다른 곳에서 풍력단지 부
지를 찾아보라는 주장도 있지만 국내 산지에서 대관령 지역을 제외하고 다른 곳에서 적지를 찾
기 어렵다.

현행 법규상 대관령 풍력단지 조성은 가능

산림청은 백두대간 마루금 좌우 300m를 산림형질 변경 제한지역으로 고시하여 백두대간 관리를
해오고 있어 대관령 풍력단지는 이 지역 안에선 조성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운 바 있다. 그리
고 녹색연합과 백두대간 보전운동을 해 온 단체들도 마루금 좌우 300m를 백두대간 절대보전의 마
지노선으로 설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산림청이 산림형질 변경 제한지역 설정을 이유로 대관령 풍
력단지 불가를 내세우는 것은 법규 해석의 오류에서 비롯되었다. 산림법 시행령(제91조4 제1항제
2호)에는 산림형질 변경 제한지역을 설정하면서 군사시설 또는 공용·공공용 사업일 경우 예외
를 인정하고 있다. 국토이용관리법에 따르면 전기공급설비는 공공시설에 포함된다. 그런데 산림
청은 하위 법규인 산림법 시행규칙(제60조 산업시설의 범위)에 전기시설을 산업시설로 규정해서
공공시설에서 제외하였다. 하위의 시행규칙이 상위의 법률과 시행령에 모순되고 있는 셈이다. 그
래서 산림청이 자체적으로 정한 관련 시행규칙은 불가피하게 변경되어야 한다. 산림청은 한편에
선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산림형질 변경 제한지역엔 풍력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허가할
수 없다고 하면서 환경단체들에겐 풍력단지가 들어서려면 기존 고시를 해제해야 하는 심각한 문
제가 있어 대관령 풍력단지를 허가하기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이와 달
리 백두대간 보전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환경부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결과 생태계에 부정적 영
향이 크지 않다면 대관령 풍력단지 조성이 온실가스 감축에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공공시설이라는 이유로 백두대간 주변에 여러 가지 개발을 허용하는 것을 두둔하려는 것
은 아니다. 단지 현행 법규상으로도 대관령 풍력단지 조성은 가능하며 백두대간에 공공시설이 이
미 여러 개 존재하지만 그것들이 다른 개발 사업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니듯이 대관령 풍력단
지가 조성되더라도 개발 사업의 새로운 예외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백두대간 주능선을 크게 벗어나면 풍력단지 조성은 사실상 불가능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에너지전환에 대해서 적극 동의한다는 녹색연합은 여러 가지 단서를 덧
붙여서 산림청이 말하는 산림형질 변경 제한구역 300m 밖에 풍력단지를 조성한다면 이 계획을 인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백두대간 보전운동을 하는 일부 단체들도 이런 입장엔 동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백두대간 주능선을 어느 정도 벗어나면 대관령 풍력단지는 조성하기 어렵다. 상식
적으로 풍력단지의 입지는 바람이 가장 중요하다. 주능선에서 200∼300m 벗어나면 고도가 낮아지
면서 풍력도 감소한다. 평균 풍속이 2-3m만 떨어져도 풍력에너지밀도는 40-50%까지 감소하여 풍
력발전의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주능선 300m 밖에서만 풍력발전기를 세워야 된다
면 대관령에 풍력단지를 조성할 수 없다. 만약 경제성을 무시하고 주능선 300m 밖에서만 풍력발
전기를 세운다면 오히려 환경 훼손은 더 심각할 것이다. 주능선을 많이 벗어난 경사지에 발전기
를 세우려면 성토·절토 공사가 커지고 기존 목장내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작업도로를 내
려면 지형 훼손도 더욱 심해진다.
강원풍력발전이 지금 계획한대로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것이 꼭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환경
영향이나 경관을 고려하여 주능선 일정 구역 내에 세워지는 풍력발전기 숫자를 줄일 필요성이 제
기될 수도 있고 시민단체들이 이것을 사업자 측에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사업자 측
에서도 실시설계 과정에서 풍력발전기 위치와 숫자에 대해서 조정할 수 있다는 의사를 계속 밝히
고 있다. 결론적으로 해당 지역의 구체적인 환경영향을 중심으로 풍력발전기 입지를 정해야지 획
일적으로 일정구역 밖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관령 풍력단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지혜로운 추진을

그런데 대관령 풍력단지 사업은 상당히 규모가 큰 공사이다. 이 규모는 풍력 선진국인 독일에서
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 1998년부터 연차적으로 조성하는 국내 최초의 행원풍
력단지도 2001년까지 설비용량이 겨우 5.5MW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계획 중인 대관령 풍력단지
가 얼마나 큰 규모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경험과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곧 바로 이런 대
규모의 풍력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계획을 변경하여 우선
10MW 규모의 풍력단지를 조성하면서 여러 가지 경제적, 기술적, 환경적 문제들을 정확히 파악하
고 순차적으로 규모를 늘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풍력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겨울이면 대관령 지역은 기온이 영하 20도 이상 떨어지고 눈이 2-3m씩 쌓여 풍력발전기의 정
상가동과 관리가 어려울텐데 이에 대한 기술적 대비가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다. 경험이 전혀없
는 강원풍력발전이 제주 행원풍력단지를 조성하면서 축적된 국내의 풍력기술 노하우를 적극적으
로 활용한다면 풍력단지 조성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대관령의 풍부한 풍력자원을 강원풍력발전이 사실상 독점하는 지금 계획안은 공공자원인
풍력자원에 대한 다른 주체들의 이용가능성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현재 대관령 풍
력단지가 계획 중인 목장용지는 축산 부국을 위한 산지 이용 명목으로 3공화국 당시 특혜적으로
민간 기업에게 영구 임대한 것으로 축산용 초지로 이용하지 않을 경우 국가에 토지를 반납해야
한다. 채산성이 맞지 않아 삼양목장, 한일목장에서 키우는 가축이 크게 줄어 초지가 남아돌면
서 이미 토지 반납이 추진 중이다. 결과적으로 국유지를 임차해서 풍력단지를 조성해야 하는 셈
인데 강원풍력발전이 대규모도 풍력단지 부지를 선점해 버리면 차후에 다른 민간기업이나 지자체
가 이 지역의 풍력자원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대안으로 대관령 풍력자원 이용의 기
회를 다른 주체들에게도 열어두거나 비록 민간기업이지만 강원풍력발전의 공공적 성격을 제고하
는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반드시 수립되어야 한다. 풍력발전
기 1기가 차지하는 면적은 소규모이지만 공사 과정에서 더 넓은 면적에, 주변 생태계에 직·간접
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당연히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나온 의견에 따라 사업규모를 축소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어야 한다. 앞으로 내륙지역에 풍력단지를 추가로 조성할 경우 공사과정에서 유
사한 문제들이 충분히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감시와 비판을 통해 풍력단지 조성의 바람
직한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송전을 하기 위해 풍력단지 변전소에서 한국전력 횡계변전소까지
10.5km 구간에 44기의 송전철탑을 세우는 계획도 환경영향을 최소로 해야 한다. 특히 2기의 철탑
이 녹지자연도 8등급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는 공법 개발은 필수적이
다. 공사과정의 환경영향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대관령 풍력단지 환경감시기구를 구성하여 환경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비판, 감시하는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한편 대관령 풍력단지가 조성되면 대상지 주변에 관광개발이 속속 추진되어 결국 주변 생태계까
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많다. 일부에선 풍력단지 보다도 강원도가 추가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관광개발을 더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이것은 대관령 풍력단지 사업과
는 별개의 사안이지만 환경단체들이 강원도와 평창군이 목장지대에 관광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사
전에 약속을 받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대상지 주변 식생이 매우 양호하고 보전가치가 높아
서 산림청이 이 지역 생태복원이나 조림도 언급하고 있는 만큼 강원도나 강원풍력발전도 대상지
생태복원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관령 풍력단지는 처음으로 추진되는 민간풍력사업인데다 계획 규모가 거대한 만
큼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참여자들이 열린 대화
와 토론의 지속, 타협와 합의의 추구, 투명하고 공개적인 사업 추진 등 기존의 개발사업과는 다
른 자세와 태도를 견지하지 않는다면 이 계획은 원만히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다. 즉, 이 사업
은 생태계 보전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의 조화를 요구하는 사업인 만큼 다양한 가치를 조정하여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과정이 다른 어떤 사업보다 중요하다. 무리한 추진 탓에 이 사업이 중도
에서 좌초한다면 이는 단지 사업자의 경제적 손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 산업계
가 위축되고 나아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한 한국의 에너지시스템 전환도 지연되는 등 부정
적 파급효과가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사업보다도 신중하고 지혜로운 추진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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