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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배꼽 정읍을 원자력 산업의 메카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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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배꼽’ 정읍을
‘원자력 산업의 메카’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최근 전라북도와 정읍시, 그리고 한국원자력연구소 간에 협약이 체결되고, 전라북도와 정읍시에
각각 지원부서가 만들어지면서, 방사선연구센타의 정읍 입주가 기정사실화되는 듯합니다. 또한
원자력연구소와 정읍시가 주최한 주민설명회와 대덕연구단지 견학을 거치면서 정읍시민들에게 방
사선연구센타의 정읍 입주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유치의 경제적 효과를 이유로 환영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환영 분위기는 원자력 이용시설의 잠재적 위험성과 다른 지역에서의 유사한 시
설에 대한 격렬한 논쟁을 생각할 때, 오히려 기이한 현상으로 여겨집니다. 여기에는 연초부터 이
루어진 방사선연구센타 유치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대대적인 언론 보도와 지역 정치권과 행정당
국의 적극적인 홍보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해당 지역주민과 정읍시민, 그리고 출향인을 비롯한 침묵하는 적지 않
은 정읍사람들이 방사선연구센타의 정읍유치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
려는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원자력 관련 시설의 잠재적 위험성이고, 또 하나는 경제적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읍지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이미지)의 훼손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읍생명민회는 지난 5월 26일 원자력연구소의 공식발표를 계기로 연구용 원자로
와 감마선 조사(照射)시설을 비롯한 방사선연구센타의 기능과 그 사회·경제·환경적 영향에 대
해 나름대로 공부하고 검토해 왔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원자력 및 방사선
이용 시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으며, 행정당국이나 언론이 제시하는 경제적 효과
도 크게 과장된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또한 그 잠재적 위험성이 지나치게 간과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방사선연구센타 정읍 유치 문제를 공론화하고, 정읍사람들에게 더욱 정확한 정보와 판단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몇 가지의 문제제기를 하고자 합니다.

1. 연구용 원자로와 감마선 조사시설 등 원자력 관련시설의 잠재적 위험성은 절대 간과될 수 없
습니다.

최근 수년사이 비파괴검사 및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취급 부주의로 수 명이 손가락이 절단되
는 등의 사고가 있었다. 2중 3중의 차폐막이 설치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이동 중 발생할 수 있
는 분실이나 사고, 취급부주의에 의한 방사성물질의 누출 가능성과 그 위험성은 간과되고 있다.
원자로의 잠재적 위험성이나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올해 3월에 보도된 한 기사에 의하면 루마니아의 수도 부크레슈티에서는 코발트60이 들어있는
연구목적의 핵시설이 발견되어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고 한다.

방사선 조사시설의 경우에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지만,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외국에서는 적지 않은 사고 사례가 보고 되고 있다.

이스라엘(1990. 6. 21)
이 사고는 1990년 6월 21일 오후 5시경, 12.6 PBq의 60Co 선원을 이용하여 의료용품과 식품을
살균하는 조사시설에서 발생하였다. 조사실의 물품상자의 운송과정에서 잼(jam)이 발생하자 일상
적으로 그랬듯이 운송 메카니즘은 정지하고 ‘source down’ 신호가 들어왔으나 이 경우 예외적으
로 감마방사선 경보음이 울렸다. 집에서 대기중이던 운전기사가 도착하여 경보음을 정지하기 위
해 꺼두었던 제어판의 전원을 켰을 때 다음과 같은 세가지 신호가 나타났다. (1)물품의 잼을 알
리는 경고등, (2)’source down’ 신호, (3)감마방사선 경보음.
영어로 쓰여진 운전절차서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은 감독관을 불러 문제를 처리해야 했으나 작
업자는 혼자서 해결하기로 하였다. 여기서 감마방사선 경보는 이전에 고장난 경우가 있었지
만 ‘source down’ 신호는 한번도 고장난 경우가 없었음을 고려하여 운전기사는 ‘source down’ 신
호가 옳은 것으로 판단하고 경보음을 정지하기 위해 조사실의 방사선감시기와 경보회로를 연결하
는 케이블을 끊어버렸다. 그러나 조사실 문을 열기 위해서는 조사실의 방사선감시기의 정상적인
작동여부를 시험하는 방사선감식 테스트를 수행해야 하지만 제어판 조작을 통해 이 테스트를 가
장하는 평소의 트릭을 사용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조사실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운전기사는
휴대용 방사선 감시기를 들고 조사실로 들어갔으나 문에 부착된 방사선 체크 선원으로 정상적인
작동여부를 시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불행히도 휴대용 방사선 감시기는 그가 조정한 낮은 선량
범위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선원랙이 물품상자에 끼어 있음을 발견하고 조사실 밖
으로 가서 손수레를 가져와 손상된 상지를 제거하고자 하였다. 약 1분이 지났을 때 눈이 불타는
듯한 느낌과 심한 두통으로 깜작 놀라서 그는 조사실 밖으로 뛰어 나왔다. 잠시 후 메스꺼움과
구토로 인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전신에 10∼15Gy의 선량을 피폭한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피폭 후
36일만에 운전기사는 사망하였다.

2. 연구용 원자로 건설 등 향후 계획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애초 계획서에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연구용 원자로가 예산의 2/3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시
설로 되어 있으며, 공식발표에선 향후 검토 사항으로 보도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방사선연구센
타 안에 원자로 건설은 필연적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연구단장과
정읍시장 등의 언급이 엇갈리고 있다. 방사선연구센타 유치의 일등공신이라고 자처하는 정치인들
과 행정관료, 그리고 원자력연구소의 소장 등은 연구용 원자로 건설에 대한 입장이 명확히 밝혀
야 한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소의 관계자들은“우리나라의 의료용 RI시장은 연 200여억
원, 일본의 경우 그 10배에 달한다”며 “일본 역시 의료용 RI 전용원자로가 없고 단가는 더욱
비싸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용로가 생기면 의료용 RI생산의 아시아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고 말한다. 국일현 추진단장도 설명회에서 정읍유치 배경에 대해 방사선동위원소의 수출을 위해
공항이 가까워야 한다는 점은 명확히 밝혔다. ‘(원자로가) 들어오면 정읍 사람들에게는 좋지만,
유치하고 싶어도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3. 감마선 조사시설에서 생산되는 감마선 조사식품(방사선을 쬔 식품)의 안전성은 여전히 의문
시 되고 있다.

정읍의 경우 100만 큐리 규모의 고준위 조사시설 2기가 들어오게 되어 있는데, 화성의 경우, 70
만 큐리 규모의 조사시설도 거부되었다. 또한 원료로 이용되는 코발트60은 매우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다.
방사선 조사식품은, 세계보건기구의 안전성 확인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의 주요 소비자단체들에
게 유전자조작식품(GMO)과 마찬가지로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식품으로 받아들여지
고 있다. 최악의 경우, 시장에서 방사선 조사 식품 자체가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방사선조사식품은 GMO와 마찬가지로 농산물 수출국에서만 장려될 뿐이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EA회의에서 ‘방
사선 처리 식품이 DNA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1998년 독일 연방영양연구센타의 연구 결과가 공
개되었다.
이 연구는 이온화된 방사능이 식품에 URP라는 유해물질을 생성시킬 수 있으며, 그중 하나인 2-
DCB를 섭취한 실험용 쥐의 결장세포에 심각한 DNA 손상이 유발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연구도 위해성을 입증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정성을 입증하려던 과정에서 나온 결과이
다.
한국에서도 최근 현재 19개품목이었던 조사식품을 37개품목으로 확대하려 했으나 소비자단체
의 반발도 유보됐다.

4. 원자력 산업은 첨단산업이 아니라 사양산업입니다.

서유럽과 북미 등에서는 원자력의 위험성 때문에 단계적으로 원자력의 사용을 포기하려 하고 있
다. 대신 태양, 풍력 등의 청정 대안에너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바로 첨단
산업입니다.
비발전용 원자력 산업의 활성화도 넓게 보아, 발전용 원자력산업의 확대를 위한 전술에 불과하
다.(IAEA, 즉 국제원자력기구는 개별국가 국민의 안전이나 건겅에는 관심이 없이 전세계의 핵산
업을 육성, 부흥시키고자 하는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5. 경제적 효과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발표된 계획대로라면 연구인력 및 관리인력은 수 십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어(게다가 정읍에
오게 될 인력마저 어쩔 수없이 몇 년 보내고 가야할, 기피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 고용효과는
중소기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화성과 여주 등 기존 방사선 조사시설의
예를 볼 때, 지역산업과의 연관과 상승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용 원자로가 들어오
고 관련 업체가 입주할 때를 전제했다 하더라도 300-500명의 연구인력과 1조원의 경제적 부가가
치 창출은 턱없이 과장된 것이다. 이에 비해 후술할 지역이미지의 타격으로 인한 경제적 역효과
가 훨씬 클 것이다.

6. 관광문화산업을 중심으로 한 내발적 발전의 지역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방사선연구센타의 정읍 유치과정에서 정해마을, 보천교, 동이학교 등 인근 지역의 역사 문화적
인 유산에 대한 검토가 전무했다. 특히 정해마을(새암바다)은 정읍의 시원이 되는 마을이며, 정
읍의 상징이다. 또한 입암은, 현재는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으나, 일제 때 최대의
민족종교세력이었던 보천교의 본거지였다. 또한 얼마전까지만 해도 시의 주도로 세계종족문화촌
을 만들려고 했었다.
과연 정읍에 일관된 지역발전 전략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만약 정말로 원자력 관련시설이 들어오게 된다면, 동학, 단풍, 정읍사로 상징되는 ‘청정한 생
태관광문화도시’ 정읍의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원자력’으로, 우물(井)이 상
징하는 ‘생명의 근원’이라는 이미지가 생명파괴의 상징인 ‘핵’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는 곧바로
관광객의 감소 등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의 정체성과 이미지는 비록 무형의 것이지만, 그 경제적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
다. 여러 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영광에서는 최근, ‘영광원자력발전소’라는 명칭이 관광객의
감소와 굴비 등 지역특산물 판매 감소의 결정적 이유가 된다고 보고 지역이미지의 훼손을 줄이
기 위해 ‘영광’이라는 지명을 바꿔줄 것을 요구한 바가 있다.

7. 정읍 원자력 파크 등의 보도는 영광 핵발전소. 고창 핵폐기장로 연결되는 핵벨트가 형성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정읍을 원자력 파크로 만든다는 계획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최근 신문보도
를 살펴보면 국승록 시장이 정읍을 원자력 연구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내용이 소개
되고 있다.
만약 고창에 핵폐기장이 들어오게 되면, 영광과 고창과 정읍을 잇는 핵벨트가 형성되고 시장님
이 기대하시는 대로 정읍은 원자력의 메카가 될이니다. 그리고 입암의 연구단지에서는 핵 폐기
혹은 재처리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질 지도 모른다(그런데 笠岩이라는 지명과 원자로나 핵폐기 시
설에 필수적인 암반구조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억측 아닌 억측이 일기도 한
다.). 어떤 분의 말씀대로 한 번 말뚝이 박히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그것을 계기
로 어떤 계획이 진행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대다수 정읍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원자력 전문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상식적인 수준에
서나마, 그리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나름의 견해를 밝힐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는 정읍
이라는 지역공동체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의 의무요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제기와 제안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정책 추진에 발목을 걸기 위한 것이 아닙니
다. 정읍이라는 지역공동체가 형성된 이후, 정읍의 미래에 관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지도 모
를 이번 방사선연구센타 정읍 유치가, 그 자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없이, 그리고 정읍의 장
기적 발전 방향에 대한 숙고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정읍생명민회는 이번 문제제기와 제안을 계기로 방사선연구센타의 유치가 정읍 시민 모두의 일
로 공론화되고, 해당 지역주민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시민의 입장에
서 정읍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귀한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견해와 입장이 진정으로 정읍을 사랑하는 정읍사람들의 애틋한 마음에서 비롯
된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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