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하천은 ‘정상적’으로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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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청계천에 진정 ‘복원’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해 5월 청계천에서 열린 ‘빛의 축제-루체 비스타’. ⓒ뉴스메이커 김영민 기자

물길은 뺄셈을 모른다. 물길 앞에는 오직 덧셈만 있을 뿐이다. 물길은 작은 계류로 시작돼 실개천으로 흘러나와 마침내 강을 이루면서 유장해진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하는 물의 여정은 아름답다. 그 까닭은 낮은 데로 흘러내리면서 물벼룩과 메기를 품어 안고 갯버들과 갈대에게까지 자신의 몸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물길이 ‘물이 흐르는 길’만 뜻하는 건 아니다. 물길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육상 생태계까지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인다. 이 주장은 이미 서기 79년에 나왔다. 로마의 역사학자이자 저술가였던 플리니우스는 박물지 ‘자연의 역사’ 31권에서 “물길에는 물의 흐름이 관통하는 곳 주변 육상 생태계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라고 적었다.

플리니우스가 갈파했던 것은, 물길을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으로만 이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큰물이 지면 물길이 주변 육지를 적시면서 물길과 육지의 경계선이 사라진다. 물길 주변에 홍수터나 배후 습지가 잘 발달된 이유는, 물이기도 하고 때론 육지이기도 한 물길의 양면성 때문이다. 하지만 물길의 양면성은 이제 확인조차 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물길의 대부분은 높은 콘크리트 제방에 갇혀 육지와 완전히 단절되어 고립된 상태다.

청계천은 ‘콘크리트 어항’
물길은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일정한 규칙성과 연속성을 갖는 역동적인 생태계이기도 하다. 자연 상태에서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유역면적, 너비, 경사도, 물 흐름 세기, 물의 양, 수온, 용존산소 등이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청계천처럼 전기모터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려 다시 흘려보내는 하천은 정상적인 물길이 아니다. 그래서 청계천에는 ‘콘크리트 어항’이니 ‘길게 누운 분수’니 하는 이름까지 생겼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의 문제점이 심각하다 해서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가 주도의 고도 성장기에 복개된 청계천은 한 학자가 갈파했던 것처럼, 성장의 속도를 보태는 곳이면서 또한 이를 위해 죽어간 자연의 무덤이었다. 도로로 쓰던 뚜껑을 걷어낼 때까지 청계천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구가 배출한 노폐물을 은밀하게 내보내는 거대한 하수구기도 했다. 따라서 복개구조물을 걷어내 햇빛과 공기를 불어넣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개발 지상주의로 점철된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청계천에 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낯이 뜨거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 단장한 청계천을 찾는 시민이 많다고 해서 모든 허물을 덮을 수는 없다. 청계천에는 미인이 되기 위해서라면 전신 성형도 마다하지 않는 시류가 투영되어 있다. ‘가깝게 누릴 수 있고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자연’만 선호하는 효용 위주의 패러다임을 대변하기도 한다. 물을 퍼올리는 전기모터의 이면에는 ‘무질서한 자연’보다는 ‘정돈된 모조품’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욕구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도 ‘물길을 역행’
모조품으로서의 청계천은 이제 복개하천을 가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의 로망이 되었다. 올여름 다시 전기로 흐르는 분수하천 하나가 서울에 추가된다. 홍제천이 청계천 방식을 그대로 모방해 조성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반도 대운하 또한 전기의 힘으로 운동하는 물길이다. 배를 산으로 올리고 내리기 위해 댐과 리프트를 조작하는 과정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길의 힘이 아닌 전기에너지에 기댄다는 점에서 청계천과 닮았다.

청계천은 앞으로도 수많은 ‘짝퉁’ 하천을 만들어내는 진원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화장품을 짙게 바른다 해도 짝퉁이 진품이 될 수는 없다. 운하는 운하일 뿐이다. 국민의 70%가 먹는 상수원에 운하를 판다면서 ‘친환경 운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 이 글은 뉴스메이커 768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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