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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기후변화협약 대책- 버티기작전, 과연 성공할까?

한국 정부의 기후변화협약 대책

다시 시작하는 기후변화 방지 노력

기후변화는 인간활동의 결과로 지구생태계의 안정체계를 위협하는 지구환경위
기이자 산업문명을 쌓아올린 화석연료에 기반한 현행 에너지체제의 위기이
다. 그래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하여 지구생
태계의 평형성을 회복하려는 기후변화협약은 곧 자원고갈, 환경오염, 군사분
쟁 등을 유발하는 지속불가능한 에너지체제를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에너지체
제로 전환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1997년 교토회의에서 부속서Ⅰ국가들(OECD와 시장경제전환국가)은 2008년부
터 2012년 사이에 온실가스 감축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하기로 결
정한 바 있다. 부속서Ⅰ 국가들이 온실가스를 5.2% 줄여도 지구온난화를 방지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지만,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최초의 구속력 있는 조치로서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하려면 중장기적으론 현재 배출량을
50-70% 감축해야 한다. 교토의정서의 성공적인 이행만이 지속가능한 배출량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기후변화협약에서 제시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공평
성(Equity)을 기후변화 대응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알려진 바대로 IPCC의 보
고서는 지구생태계의 연간 이산화탄소의 흡수 능력은 분자량으로 140-170억톤
사이라고 지적한다. 이것을 세계인구(1989년 기준) 52억명으로 나눠보면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7-3.3톤(0.74-0.9TC)이 된다. 그러나 현재의 이
산화탄소 배출은 지속가능한 배출량의 2배가 넘는 연간 1인당 7톤(1.9TC)을 넘
었다. 환경연합이 제시한 지속가능성과 공평성의 원칙에 따르면 2050년까지
각 국가가 1인당 0.9TC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달성해야 한다. 이는 각각의 국
가들에게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을 규정해준다.
지난 7월 독일 본에서 미국이 교토의정서의 서명을 철회한 가운데 속개된 당
사국총회에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 메카니즘 운영 절차 및 방식 등 교토의정서’의 주요 이행 골격이 합의되
었다. 온실가스 최대배출국인 미국이 빠진 상태에다 일본과 캐나다를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해 교토메커니즘 활용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고 산림을 광범위하
게 인정하는 등 교토의정서는 허점투성이로 전락했지만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교토의정서 이행에서 다시 시작될 수 밖에 없다.

버티기식 한국의 기후변화대책
한국은 기후변화협약 채택당시 OECD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교토의정서상에
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부과받은 부속서Ⅰ국가군에서 빠져있다. 하지만 한국
은 온실가스 배출량 면에선 186개 당사국 중 최상위층에 속해 있다. 외환위기
시기에 잠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0위 수준
이다. OECD 24개국 중에서도 상위 1/3에 속한다. 그런데도 미국이나 유럽연합
이 의무 감축에 조기 참여하라고 압력을 가하면 “제3차 공약기간(2018-22)부
터 구속력있는 의무부담을 고려”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얼마 전만 해
도 한국은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둘러대며 신흥공업국인 한국은 지구온난화
의 역사적 책임이 없고 그래서 의무부담도 동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
런데 최근에 전문가들은 한국은 온실가스 누적배출량도 이미 상당하여 이러한
변명이 국제사회에서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협상전략이 소극적이니 국내 대책도 신통하지 않다. 1998년 4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대책기구를 구성하여 현재 6개 실무작업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관련부처에서 맡고 있는 총 35개 과제의 수행여부를 형식적으로 확인하
는 정도에 그칠 뿐 기후대책을 지휘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범정부대책기구
가 총괄할 기후대책이 별로 없다. 1999년 2월에 마련된 ‘기후변화협약 대응 종
합대책’에 나열된 35개 과제를 보면 한국의 기후변화(협약) 대책이 협상전략
에 초점을 맞춘 채 각 부처의 기존계획을 ‘기후변화대책’이라고 포장한 짜깁
기 작품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종합대책에 나열된 주요 온실가스 저감대책
인 원전 증설, 소각로 증설, 하수종말처리장 확충 등은 온실가스 감축의 적절
한 수단이 아닐 뿐만 아니라 관련부서에서 기후변화와 관계없이 추진하던 계획
이다. 부문별, 세부과제별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없다. 이 계획에 따
르면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기반으로 하는 공급위주의 에너지정책은 계속 지속
될 전망이다. 가장 주요한 에너지대책은 교토의정서 상의 CDM수단에서 ‘자
제’하기로 한 원전을 1998년-2015년 기간 중 18기 신규로 완공하겠다는 것이
다. 에너지다소비산업구조조정에 대한 전략이 없으며 에너지효율 향상과 절
약, 수요관리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이 없어 구두선
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을 요란하게 내세우고 있지만 이
재생가능에너지의 90%는 폐기물 소각열이 차지하고 있어 알맹이가 없다. 경차
보급은커녕 중형차가 가장 잘 팔리는 현실은 기후변화협약 대책이 얼마나 허
술하고 형식적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조직과 인력관리에도 문제가 많다. 우선 관련 부처를 보면 대개 담당인력이
한 두 명에 불과하다. 산업자원부의 경우 자원정책과에서 담당사무관이 주요
업무의 하나로 기후변화협약을 담당하는 수준이고 외교통상부의 경우 다른 18
개 국제환경조약과 큰 차이없이 기후변화협약을 다루고 있다. 환경부도 지구협
력과와 국제협력관실에서 기후협약업무를 다루고 있으나 대동소이하다. 관련부
처의 담당자도 순환근무제 원칙에 따라 자주 바뀐다. 상당한 전문성과 국제적
경험이 필요한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기후협약 담당자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일
관된 업무 추진이 어렵다. 전문가풀제를 도입했지만 기후변화 분야 전문인력
의 양성과 지원이 제자리 걸음이다. 그리고 부처간 협력체계가 취약하고 혼선
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교부가 협상 실무를 맡고, 당사국총회 대표는 환경
부 장관이 맡고, 에너지-산업부문의 사업 이행은 산자부가 맡고 있는 상황이
며, 국무조정실은 이와 같이 분장된 부처 간 업무를 통합, 조율하는 기능이 미
흡한 실정이다.
기후변화협약 관련 기초연구도 매우 부족하다. 온실가스 배출 현황에 대한 기
본 통계 구축도 초보적인 수준이며 기후변화의 영향을 연구하는 기상학, 생태
학, 농학, 해양학 분야도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

한국의 기후변화(협약) 대책 방향

한국이 언제부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한 논
란이 많다. 선진국의 의무 감축 조기 참여 압력 말고도 국내에서 의무부담 시
기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환경연합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온실
가스 배출량을 고려할 때 늦어도 2차 공약기간부터 의무 감축에 참여해야 한다
는 생각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방식에 대한 국제
적 합의에 따라 조정될 수 있지만 “3차 공약기간에 구속력있는 의무부담”을 하
겠다는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수용되기 힘들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지속가능성, 공평성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현실을 고려한 전향적인 온
실가스 감축 태도를 견지하면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부속서Ⅰ국가
들을 독려하고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촉진하는 지구의 구원자 역할
을 할 수도 있다. 이런 한국의 선구적 노력은 선발개도국으로 이루어진 ‘의
무이행 그룹’ 창설로 이어져 기후변화협약의 이행을 순조롭게 하는 윤활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선발개도국은 다음과 같은 태도를 취해야 한다.
첫째,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을 낮추기 위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즉
시 실시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방식은 부속서Ⅰ국가와 차이를 둘 수 있다.
둘째, 총배출량의 감축을 시작하는 기준연도를 설정해야 한다. 셋째, 2050년까
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합의해야 한
다.
한국은 특별히 통일 이전이라도 EU와 같이 남북을 하나의 지역단위로 묶어
서 에너지협력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섭단체로 구성하는 노력을 할 필요
가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전체로서 온실가스 배출에 여유를 갖게 될 것이
며 에너지절약과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등 기후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온실가스 저감 대책은 관련부처의 우선순위 과제로 설정되어 중장기적 계획
아래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초점은 산업구조의 재편과 에너지
절약, 재생가능에너지 촉진에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자동차, 조선, 철강, 석
유화학 같은 중후장대형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온실가스 배출
을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전 세계적인 산업구조 개편과 맞물려 정보
통신분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경제구조도 저에너지 산
업구조로 변화되는 추세에 있다. 에너지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의 관점에서도 산
업구조 개편은 바람직한 변화이다. 여기에 덧붙여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
로 등장하는 에너지절약산업, 재생가능에너지 산업도 정부가 적극 육성해야 한
다.
에너지절약은 가장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다. 로키마운틴연구소
는 원자력발전에 투자하는 것보다 전력효율 향상에 투자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
축에 7배 정도 비용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낸 바 있다. 에너지절약의 잠재
력은 통상 전체 수요의 30%가 넘는다. 에너지절약은 에너지공급의 보조적인 수
단에서 독립하여 새로운 에너지원의 관점에서 제도화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재
생가능에너지가 기후변화가 초래한 생태위기, 에너지위기를 궁극적으로 해결하
는 대안임에는 이견이 없다. 지금처럼 알맹이 없는 단기적인 재생가능에너지
촉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원구성이나 에너지구성을 재생가능에너
지 위주로 전환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이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2010년까지 전력의 21%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기로 한 정책을 배
울 필요가 있다. 이런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에너지세를 도입하고 에너지가
격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만으론 어렵다.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
해야 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시민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도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는 기후변화(협약)와
무관했다. 그런 탓인지 시민들도 기후변화문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
족하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성숙한 서부유럽에선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에너지
정책의 권한이 큰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한다. 1996년
11월 독일 남서부의 프라이부르크(Freiburg)시 의회는 2010년까지 온실가스 배
출을 현재 수준보다 25% 삭감하기로 결정하고 실행계획을 수립하여 추진 중이
다. 기술적, 이론적, 현실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에너지면에서 지
역난방, 에너지효율 제고, 소수력, 열병합발전, 태양열·태양광발전 등의 수단
을, 교통면에서 경전철, 대중교통, 철도, 자전거, 교통계획 등의 대책을 수립
하여 매년 구체적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사회, 정치적 여건은 다르지만 우리나라도 지방정치의 자원을 온실가스 감축
과 지속가능한 에너지체제 구축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현재 광역자치체와 기
초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지방의제21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적절
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제공: 에너지대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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