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미리 가 본 경부운하 예정지 ③남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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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남한강 일대





 앞에서 언급하였던 운하 건설시 다리에 대한 문제 중 골재 채취로 인해 기반이 약해진 다리는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사례가 이미 대한민국에, 그것도 튼튼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야 할 고속도로에 있다.


 

 여주 강천면 영동고속도로에 있는 남한강교는 현재 인근 마을 주민들만이 이용하고 있고 그 옆에 건설된 새로운 다리가 고속도로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남한강교  ⓒ이수길


 


 


 이 다리가 바로 옆에 또 한번 지어진 새 다리에게 고속도로 버팀목의 위치를 내어준 이유는 바로 아래에 위치한 하천에서 행해졌던 골재채취 현장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남한강교를 지탱하는 발들은 무분별한 하천 채굴로 인해 어느 순간 공중에 붕 떠버린 것처럼 되었다. 다리와 자연환경에 대한 계획없이 진행된 난개발이 결국 멀쩡한 다리를 순식간에 주저앉게 만들었고 더 이상 고속도로를 지탱할 수 없게 되자 이 큰 다리가 단지 이웃동네 건너가는 길목으로 전락한 것이다.


 

 고속도로로써 폐쇄된 남한강교의 밑단에는 이미 반창고를 붙인 듯 덕지덕지 철판 보강물이 붙어 있었고, 다리의 발들은 그 밑을 적나라하게 지상으로 드러내었다. 한번 그 지형에 맞게 건설된 다리는 그만큼 쉽게 다른 용도로 바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수심은 9m가 필요한데, 땅을 파서 9m를 만들려면 다리 기반들이 다 무너지고, 제방을 양 옆에 쌓아 9m를 올려버리면 배들이 모두 다리에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운이 좋아 살아남은 다리들은 설계 이후 한번도 고려되지 않았던 수준 이상의 수압을(더 깊이 잠기므로) 앞으로 평생 견뎌야 하는 데,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다리들이 운하 속에 쓸려 내려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남한강교의 밑단  ⓒ이수길


 




 운하가 건설되면 그 주변의 물 사정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길까? 남한강교 주변의 습지를 염려하며 토론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운하 주변지역이 받는 영향으로 넘어갔다. 기본적으로 운하는 비스듬히 흐르는 물길을 계단식으로 바꾸나 물길이 지나가지 않는 그 주변 지역은 현재의 높이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

 

 운하로 인한 지형 변화가 가장 심한 갑문의 주변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길까? 갑문을 사이에 두고 상류는 제방에 의해 수위가 높고 하류는 하천바닥 준설에 의해 수위가 낮다. 갑문 주변 지형의 높이는 상류수위와 하류수위의 중간쯤이 된다. 육지 입장에서 보면 한쪽은 물높이가 급격히 낮은 지대가 되고 한쪽은 물높이가 매우 높은 지대가 되는 것이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성질상 지면보다 수면이 낮은 갑문 하류 지역은 인근 땅 속에 흐르는 물 마저 모두 저지대의 갑문 하류로 고이게 된다. 즉 가뭄이 오는 것이다.


 


 






 


 




 지면보다 수면이 높은 갑문 상류 지역은 문제가 없을까? 갑문 상류에 거대하게 고인 물은 자연상태 이상으로 많이, 넓게 모여있기에 그만큼 토양 침식력도 강해진다. 상류의 물은 하천 바닥에 스며들어 점차 주변 지역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자꾸 지면과 높이를 같이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펌핑 효과이다. 이로 인해 우포늪의 경우 4~5m의 수위 상승이 예측된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바로 바닥에 물이 전혀 스며들 수 없도록 방수처리를 하는 것이다. 방수시트를 까는 방법, 유역 전체에 U자형 관을 삽입하는 방법 등 다양한 공법이 존재하지만 결국 어떠한 방법을 쓰든, 그곳은 일개 수도관이 될 뿐 자연하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유지되어도 운하로 인해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안개일수까지 막을 수는 없다. 안개일수는 농작물의 발육에 필요한 일조량을 감소시켜 큰 타격을 준다.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수길


 


⑤ 신륵사 








신륵사에서 바라다 본 남한강 ⓒ이수길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탐방단은 신륵사에 다다랐다. 신륵사는 창건에 관련된 여러 가지 전설과, 특히 조선시대에 세종대왕의 묘인 영릉을 이곳에 천묘한 것으로 유명한 여주의 명승지이다. 이 곳의 유래와 각종 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도 역시나 탐방단의 이슈가 된 것은 이 고찰을 끼고 흐르는 거대한 남한강 줄기였다.


 

 신륵사가 본래의 명칭보다 ‘벽절’로 유명한 것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역시 이곳의 상징격인 보물 제 226호 다층전탑의 존재가 컸다. 이곳은 여주대교가 개통대기 전까지 늘 배로 남한강을 건너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곳이었다. 또한 한국의 산악지형상 강줄기는 험악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만큼 위험했기에 뱃사공들은 이곳의 절벽에 위치한 다층전탑을 보면 이제 살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도 내륙 주운이 발달하기 힘들었음을 다시한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여주대교 개통 전에는 침몰사고가 굉장히 잦았다고 한다. 나름대로 강변 절벽 위에 위치해있지만 지금도 해마다 한 두 번씩은 신륵사 마당마저 남한강에 잠겨 유실된 문화재만 해도 몇 개인지 모른다고 한다. 수해를 못이겨 기둥을 결국 나무에서 화강암재질로 바꾼 청자각을 보며 한국의 강변이 유럽과 어떻게 다른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한반도는 반도국가였기에 외적으로 해양 강국으로써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내륙주운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달하기가 힘들었다. 연중 최소 유량 대비 최대 유량의 비율을 하상계수(유량변동계수)라 하는데 한강은 1:90, 낙동강은 1:260, 섬진강은 1:270에 이른다. 반면 독일 라인강은 1:18, 영국 템스강은 1:8에 불과하다. 구불구불 험난하게 형성된 산악지형의 하천도 그냥 물에 떠내려가도록 배를 띄우는 유럽과는 달리 큰 위협요소이다. 매년 하천이 얼어붙는 것도 자연스럽게 물류운송으로써의 자연하천의 역할에서 벗어나게 했다. 자연스럽게 유럽과는 다른 발전의 역사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모든 선진국에는 운하가 있었다’며 우리도 이제 운하를 만들자는 이명박 당선인의 주장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유럽은 운하를 이용하다가 산업혁명이 일어나 철도, 도로, 항공으로 그 흐름을 옮겼으며 우리는 육상교통을 이용하다가 개방 후 철도, 도로, 항공으로 그 단계를 따라잡았다. 이것은 필요성이 있으냐 없느냐의 문제이지 남의 나라 역사를 모방하여 선진국인척 하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여주하면 역시 도자기, 문화, 그리고 임금님께 올리던 쌀이다. 신륵사에서 이곳의 밥을 먹고 있노라면 탐방단 한 명 한 명 모두 운하에 대한 시름 보따리들을 잠시나마 떨쳐버릴 수 있었다. 절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탐방단 모두가 밥그릇을 싹 비웠다. 운하 건설 후 수위가 높아진 상태에서 예년처럼 지구 온난화로 대홍수가 나면 이제 신륵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태안 사태나 숭례문 방화사건처럼 ‘사후 약방문’격인 행태는 생각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여주에서 점심을 먹고 추가로 팀원들이 합류한 탐방단은 남한강 상류를 거슬러 오르며 과거 내륙주운이 이용되던 시절 융성하였던 흥원창과 목계나루를 둘러 보았다.


 




⑥ 흥원창, 목계교





 흥원창은 남한강, 섬진강의 세 물줄기와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세 도가 만나는 곳이라 하여 삼합이라고도 불리는 과거 창고지대로 이용되던 지역이다. 한강에도 다리가 놓이고 육상교통이 발달하면서 포구로 이동하던 물류량이 점차 빠르고 안전한 육상교통으로 옮겨지자 자연스럽게 창으로써의 옛 모습은 잊혀졌고 지금은 세 행정구역의 경계점에서 남한강만이 그때와 다름 없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이 곳은 단지 아름다움만이 남아있었다.


 








ⓒ이수길




 

 목계나루터 또한 흥원창과 그 운명을 같이 하여 지금은 찾아오는 이들에게 지난날의 향수와 신경림 작가의 숨결과 천 년을 흐른 평온함만을 안겨주고 있다. 목계나루터의 뱃사공의 노고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옆에 지어진 목계교이다. 탐방단은 목계교를 직접 실측하여 이곳의 다리는 운하 건설 시 무사할지 알아보았다. 다리의 발과 발 사이 거리인 경간장은 약 17m. 컨테이너선이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약 25m에 턱없이 부족했다. 아쉽게도 목계교는 철거 대상이다. 인근에서 본 다리들 중에 그나마 제법 커보였는데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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