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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 윤석열 후보의 ‘자율포장대 복원’ 공약이 친환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출처 : 오마이뉴스)

1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석열씨의 심쿵약속’이라는 생활밀착형 공약 13번째 시리즈로 대형마트 등의 자율포장대 복원을 약속했다. “친환경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덧붙였으나 자율포장대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플라스틱 노끈과 테이프로 인한 환경오염 방지’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고, 그 대체제로 종이 노끈과 종이 테이프를 비치하는 내용으로 대형마트 4사와의 협약을 수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매우 환경 퇴보적인 공약이다. 불필요한 폐기물을 줄이고 장바구니 이용을 활성화하고자 한 협약을 다시 협약 이전으로 되돌려 플라스틱 테이프를 사용하던 때와 같이 포장 폐기물을 배출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종이상자 자율포장 금지’란 지난 2019년 8월 추진된 환경부와 대형마트의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 내용 중 하나다. 2020년 1월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대형마트(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 등)가 자발적으로 자율포장대 내 비치된 테이프와 노끈을 제거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종이상자는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대형마트 내에서 빈 종이상자를 쓰지 않고 장바구니를 이용하도록 하여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을 큰 폭으로 줄인 사례가 있어, 이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장바구니를 활성화시키는 취지였다.

어차피 종이상자는 분리배출로 내놓는데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먼저, 상자를 자율포장하면서 사용하는 테이프와 노끈이 플라스틱 폐기물로 분류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 전 과정에 걸쳐 온실가스를 내뿜어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또한, 잘 썩지 않아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을 일으키며 소각 등으로 처리해도 온실가스와 유해물질 배출, 대기오염 등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과도한 비닐테이프가 붙어있는 박스는 재활용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1년 동안 대형 유통업체(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자율포장대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의 양이 무려 665톤이다.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약 857개 면적에 해당하는 양이다.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복원, 대선 후보의 적절한 공약인가

플라스틱 테이프 대신 ‘종이 테이프’를 비치해 친환경 자율포장대로 만들어내겠다는 윤석열 후보의 공약은 매우 일차원적이다. 무조건적인 플라스틱 제품의 ‘종이화’는 오히려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위해 비닐봉지보다 종이봉투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종이봉투의 공정과 운반 전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비닐봉지보다 5배 더 많다.

2010년 헬렌 루이스의 논문 ‘비닐봉지의 딜레마’에 따르면, 비닐봉지의 탄소 배출량은 개당 7.53kg이지만 종이봉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개당 무려 44.74kg로 5배가 넘는 양을 방출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자 했던 행동들이 오히려 탄소발자국을 남겨 기후위기를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처럼 아예 ‘안 쓰는 것’이 최선이다.

게다가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복원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세울만한 주제인지도 의문이다.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자 하는 협약을 없애고 종이 테이프라는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연 대선 후보의 적절한 공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윤석열 후보의 공약은 자율포장대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결해준다기보다는 대형마트를 ‘친환경 눈칫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공약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내 쓰레기 배출량은 하루 평균 50만t을 넘어섰고, 코로나19로 인해 택배, 배달과 같은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도 함께 폭발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이 2021년 12월에 발표한 ‘세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미국의 역할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인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1인당 연간 88kg으로 미국 130kg, 영국 99kg에 이어 전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또한, 유럽의 플라스틱·고무 생산자협회인 유로맵(Euro-map)에서 발표한 ‘세계 포장용 플라스틱 생산량 및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포장재 소비량은 67.41kg으로 벨기에(88.19kg)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불어나는 쓰레기를 처리할 공간은 없다. 국내 매립지들은 포화상태이며 쓰레기를 처리할 공간도 부족해 처리장 내 적치해 두거나 불법으로 투기하여 불법 폐기물 산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신규 쓰레기 처리장을 건설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혐오시설로 취급되어 어느 곳에도 건설하기 어려울뿐더러 비좁은 국토 면적에 쓰레기 처리장을 짓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선 후보들의 폐기물 공약에 새로운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쓰레기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시발점은 바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에서부터다.

백 나윤

생활환경국 자원순환 담당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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