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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예비 불법어업국 불명예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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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불법어업국 불명예 누가 책임지나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활동가

지난 9월 20일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의회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멕시코, 에콰도르와 함께 예비 불법어업국(IUU-불법ㆍ비보고ㆍ비규제)으로 지정했다.
앞서 2013년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된 바 있다. 그 후 어렵게 2015년에 명예를 회복했지만 불과 4년 만에 다시 불명예를 뒤집어쓴 것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 정부와 원양업계는 이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명확한 후속 조치로 불법어업국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할 것이다.

안일한 행정 조치가 원인

이번 미국의 예비 불법어업국 지정은 2013년과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이 불법어업 선박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대한민국 정부가 남극해양생물보존위원회(CCAMLR)의 어업허가서 발행에 대한 규칙을 충분하게 적용하지 않고 어업허가서를 발급했으며, 이로 인해 불법어획물이 해외로 유통됐다”고 지정 이유를 추가했다.
실제로 2017년 12월 홍진실업의 ‘서던오션호’와 ‘홍진701호’는 남극수역에서 이빨고기를 조업하다 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의 보존조치 위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위원회의 어장폐쇄 통보에도 조업을 지속해온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위원회에 “해당 선사가 불법어획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않게 하겠다”면서도 뒤로는 어획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어획증명서(DCD)를 발급해줬다.
해양수산부는 법적 제한이 있는 우리나라의 사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어획허가서를 발행했다고 했다. 그러나 남극해양생물보존위원회의 어획확인서 발급 규정(CM 10-05)에는 “선박이 보존조치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어획했다는 이유가 있다면 어획허가서를 발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국제사회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더구나 2013년에 이미 어획허가서 발급을 거부한 사례가 있어 해양수산부의 변명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제사회는 해양수산부가 진행한 일련의 행동들을 눈여겨 지켜보고 있었다. 해당 선박들은 국내에서는 무혐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예비 불법어업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우리나라 경제력을 고려할 때 예비 불법어업국 지정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적 손실을 의미한다. 또한 국가 이미지는 국제사회 속 경쟁력과 정치력을 나타낸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는 무한한 창피함 속으로 추락했다. 이번 예비 불법어업국 지정으로 우리나라는 심각한 정치, 경제, 사회 문제로 인해 불법어업을 영향력 있게 통제할 수 없던 나라들과 동등한 위치로 떨어졌다.

뼈를 깎는 고통과 반성 필요

이번 미국의 예비 불법어업국 지정은 2013년 미국이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한 후 유럽이 같은 이유로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던 것처럼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작년 10월 유럽과 ‘IUU어업 근절을 위한 한-EU 공동선언’까지 한 상황이라 유럽에선 더 큰 배신감과 불신을 갖고 우리나라를 상대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신뢰하며 긍정적으로 공동선언을 준비했던 유럽 정부간 기구 관계자들은 이번 지정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명분을 잃은 것이다.
두 번에 걸쳐 짙게 새겨진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선 뼈를 깎는 고통과 반성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밖에 없다.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외 환경단체는 정부와 원양업계의 환골탈태를 위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시 정부 대표단의 해양수산부 수장이 책임질 것 △IUU어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안을 원양산업법 개정안에 포함하고, 불법어업 통제 관리의 투명성을 강화할 것 △원양업계는 불법어업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업체를 퇴출하는 등 자정 시스템을 구축할 것 △정부와 업계는 시민사회와 함께 불법어업 방지를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후속 조치와 장기간의 실천으로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원양업계는 불법어업이 동종업계에 손해를 입히고 국가의 이미지까지 하락시킨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책임감 있는 조업을 시행해야 한다.

이 글은 10월 7일자 한국수산신문에 게재됐습니다.

이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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