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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이름하의 환경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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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전방부대에서 군의관으로 군대생활을 할 때의 이야기다. 당시 부대 내에 유난히 공사가 많았다. 전방부대 군인이라면 평시에는 군사훈련을 하면서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일과가 되어야 할 터인데 시도 때도 없이 작업복을 입고 이런 저런 공사에 투입이 되는 것이다.








그 이유를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차피 예산의 제약상 매일 군사훈련을 할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혈기방장한 젊은이를 하는 일 없이 부대 내에 가두어두었다가는 무슨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다. 구타, 탈영, 총기사고 어느 것이라도 한 번 일어나면 당사자뿐 아니라 지휘관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 낮에는 힘든 일을 시키고 밤에는 푹 재워야 하는 것이다.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공사의 연속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는 데 기여한 셈이다. 하지만 자신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투자되어야 할 소중한 젊음이 땅을 파고 덮고 하면서 허비되었다는 씁쓸함은 아직도 남아 있다.

2008년. 경부대운하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강에 화물선을 띄우고 백두대간을 파헤쳐서 배를 산으로 보내겠다는 생각은 대담하긴 하지만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여당 과반땐 ‘대운하 특별법’

500㎞가 넘는 자연하천을 인공수로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할 국토훼손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운하가 만들어지고 나서다.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홍수의 위험이 커지고 수질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물은 우리 국민의 3분의 2가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바로 한강과 낙동강이다. 또 사고이건, 테러이건 한 번 발생하면 한강, 낙동강 동시오염이라는 초유의 재난이 될 수 있다.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되는 데도 대운하건설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경제살리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공사를 시작하면 건설경기가 활성화되고 고용도 늘고 경제성장률도 올라갈 것이다. 우려하는 대로 홍수라도 나면 복구공사하면서 건설경기가 활성화될 것이고, 정 안되겠다 싶어 원래대로 복원공사라도 하게 된다면 건설업은 또 다시 호황을 맞게 될 것이다. 하지만 땅을 파고 덮고 하는 사이에 21세기 지식경제 사회로 도약하는 데 써야 할 국력이 낭비될 것이다.

지난 3개월 사이에 우리는 두 차례 최악의 재난을 겪었다.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 때문에 서해안 전체가 오염되는 최악의 바다오염 사고가 있었고 600년이나 된 국보 1호 숭례문을 불길에 날려 보내는 최악의 문화재 소실 사고가 있었다. 두 번의 ‘최악’은 국민이 직접 잘못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경부대운하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세 번째 최악의 환경재난은 너무나 민주적으로 결정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우리는 경부대운하 건설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시켰다. 그리고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운하 건설을 찬성하는 국회의원이 과반수가 되어 ‘대운하특별법’을 통과시키면 최악의 재난을 위한 민주적인 절차가 완성되는 것이다. 정작 우리 자신은 대운하 건설에 대해서는 한 번도 의견을 말한 적이 없는 데도 말이다.

총선서 찬성 후보들 가려내야

다행히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 국회의원 출마자에게 대운하 건설을 찬성하는지 물어보자. 대운하 건설을 찬성하는 후보자는 아무리 인품이 훌륭하고 능력이 출중해도 다음 기회에 뽑아주도록 하자.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대운하라는 최악의 환경 재난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두 차례 최악의 재난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면서 느꼈던 자괴감을 이번에는 떨쳐버리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는 할 수 있다.

 

 

* 이 글은 3월 2일 경향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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