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경부운하 예정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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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댐 아래 한강에서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는 고니떼.


주민들 벌써부터 “홍수 걱정”…폐광지대선 지반 침하 사고 걱정


 건설 회사들은 경부운하에 들어설 각종 시설물을 설계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일반인은 물론이고 해당 지역주민조차 강이 어떻게 바뀌고 어떤 시설이 들어설지 모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경부운하가 초래할 변화를 현장에서 검토하기 위한 운하검증단을 꾸렸다. 지난 16일 운하검증단의 첫 현장답사에 동행해 팔당댐부터 문경 리프트 건설예정지까지 둘러봤다.

 6호선 국도 옛길을 따라가다 팔당댐을 건너보는 곳에서 멈췄다. 크고 귀티 나는 철새 고니 떼가 헤엄치고 있었다. 강변엔 아침인데도 어린 고라니가 눈에 띄었다. 확장된 새 도로로 휙 달려가면 결코 보지 못할 자연이었다. 물안개 낀 강물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바위들이 철새들과 어울렸다. 운하를 파려면 물속에서 폭파해야 할 암반이다.



“갑문 막으면 어떤 일 벌어질지 상상이 안가”


 꽁꽁 언 팔당호를 지나 남한강으로 접어들었다. 외지인에게 경기도 여주는 낭만적인 곳일지 몰라도 주민들은 수도권 상수원을 지키느라 각종 규제를 짊어지고 산다. “중학교에 가서 처음 이층집을 봤다”는 박희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말이 귀에 남았다.
 이포대교를 지난 여주군 흥천면 상백1리엔 운하를 위한 첫 인공시설물인 여주보가 들어선다. 강 건너 대신면 양촌리에서 바라 본 남한강은 폭이 넓었지만 수심은 깊지 않았다.







운하를 위한 첫 인공시설물인 여주보 예정지



 이항진 여주환경련 집행위원장은 “수심 유지를 위해 보 하류 강바닥을 10m는 파내야 한다”며 “2006년에도 제방 꼭대기까지 물이 차올랐는데 보를 막고 나서 홍수에 견딜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수 때마다 쓰레기가 말도 못하게 많이 떠내려 오는데 갑문을 막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 안 간다”고 덧붙였다.
 일행을 지켜보던 마을 주민은 “개발을 반대하는 환경단체가 마땅치는 않지만 운하건설엔 반대”라며 “강바닥이 암반인데 어떻게 굴착하냐”고 물었다. 이곳엔 강폭 300m, 깊이 6m의 수로가 건설될 계획이다.

천년고찰 신륵사에도 경부운하 ‘용마’ 닥치나

 여주 대교를 지나 남한강변에 오롯이 자리 잡은 천년고찰 신륵사에는 고려시대 유일한 벽돌탑인 다층전탑 등 보물이 7개나 있다. 박명옥 경기도 문화유산 해설사는 “고려 때 거칠고 사나운 용마가 자주 나타났는데 인당대사가 신통력으로 고삐를 잡아 순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신륵사란 이름이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거친 용마란 남한강의 잦은 홍수를 가리키는 것일까. 그렇다면 용마는 이제 곧 경부운하의 모습으로 닥칠 것이다.

 신륵사가 서 있는 절벽 아래에서 물은 크게 휘돌아 소용돌이가 인다. 바닥에 깔린 암초에 수많은 황포돛배가 침몰했을 것이다. 강을 굽어보는 다층전탑과 나옹선사의 다비식이 거행됐던 절벽 위에 세운 돌탑과 정자 강월헌은 모두 물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박씨는 “해마다 한 번은 신륵사 마당까지 물이 든다”며 “견디다 못해 청자각의 기둥 재질을 얼마 전 나무에서 화강암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풍광 빼어난 여주 삼합리가 ‘수장’될 운명

 검증단은 영동고속도로가 남한강을 건너는 남한강교로 향했다. 영동고속도 확장되면서 새 다리가 건설돼 이제는 쓰이지 않는 다리다. 놀랍게도 교각의 기둥모양 기초인 우물통이 땅 위로 2m 이상 드러나 있었다. 이 위원장은 “애초 땅에 묻혀 있었지만 골재 채취로 하상이 낮아진 때문”이라며 “운하수로를 만드느라 바닥을 쳐내면 사용을 못하게 되는 다리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짙푸른 강물과 모래톱, 흰 급류의 조화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 강천보가 들어서면 수장될 운명이다.



 두 번째 신규 시설인 강천보는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에 들어선다. 이곳은 청미천과 섬강이 남한강과 만나는 곳으로 너른 범람원이 펼쳐져 있다. 짙푸른 강물과 모래톱, 흰 급류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그러나 보 직하류인 이곳은 수위가 14m나 상승하게 돼 모두 사라질 운명이다.

 남한강을 따라 충주로 접어들면서 급경사 때문에 강의 호흡이 급해졌다. 여울과 소가 번갈아 나오고 강변엔 버드나무 숲과 모래밭이 이어졌다. 잔잔한 곳엔 어김없이 철새들이 모여 있었다.
 남한강이 여우섬을 지나 충북 충주 쪽을 휘어지면서 목계나루가 나온다. 조선시대 영남지방에서 거둔 세곡을 실어와 보관하던 조운의 중심지이다. 신경림의 시비 ‘목계장터’가 일행을 맞는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충주 목계교 교각 사이 좁아 배 못다녀

 검증단은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의 목계교에서 교각 사이의 거리를 쟀다. 17.2m, 5천t급 선박운행에 필요한 25m는 물론이고 2500t급의 22m에도 못 미친다고 양장일 환경련 협동사무처장이 지적했다.
 대운하연구회 쪽은 한강에서 잠수교, 양평교, 달천교, 달천철교 등 4곳을 철거대상으로 꼽았지만, 이곳 말고도 이날 경북 문경리프트 예정지까지 둘러본 결과 철거대상으로 파악된 교량은 4~5개에 이르렀다.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의 목계교에서 다릿발 사이의 거리를 재고 있다. 2500t급 선박 운행에 필요한 22m에도 못미쳐 철거 대상이다.



 충주댐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조정지댐 호수변에 국보 6호 중앙탑이 있다. 통일신라 때 나라의 중앙에 세웠다는 7층 석탑은 언덕 위에 높이 솟았지만, 호수의 수위가 상승한다면 등대처럼 보일 것 같았다. 이곳은 삼국이 각축을 벌이던 군사요충인 만큼 고구려 중앙탑을 비롯해 수많은 역사유적이 있다고 염우 충주환경련 사무처장이 설명했다.

   경부운하는 충주시 금가면에서 남한강에서 벗어나 지류인 달천으로 방향을 돌린다. 속리산에서 발원하는 달천은 화양구곡 등 수많은 관광지와 수달서식지 등을 품고 있어 ‘충북의 동강’으로 불리는 곳이다.
 환경단체들은 이제껏 달천댐 건설, 문장대 온천개발 등 이곳을 지키느라 애써왔지만 달천을 송두리째 수로로 만들 운하사업이 닥치자 모든 일을 젖혀두고 달려들고 있었다.

이화령 밑으로 20㎞가 넘는 수로 터널

 충주시 살미면 팔봉에는 조령산을 넘기 위해 배를 47m 들어 올리는 거대한 리프트 시설이 들어선다. 충북도가 빼어난 경치와 생태가치를 인정해 자연환경명소로 지정했다는 표석이 개울가에 멋적게 서 있었다.
 이화령을 넘는 데는 자동차로도 한참 걸렸다. 이 길을 20㎞가 넘는 수로 터널로 넘는 것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한 방안이다. 산속엔 눈이 하얗게 쌓였다. 양장일 처장은 “대운하연구회 쪽에서는 결빙으로 운하가 막히는 날이 길어야 연간 이틀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결빙기간이 훨씬 더 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경 마성면 리프트 예정지. 주위에 문경 팔경중 으뜸으로 꼽히는 진남교반과 삼국시대 유적인 고모산성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화령을 넘은 배는 또 다른 리프트로 58m를 내려가 낙동강으로 흐른다. 2500t급 선박을 실어 나를 초대형 리프트가 건설될 경북 문경시 마성면에도 문경팔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진남교반과 영남대로 옛길, 삼국시대 유적인 고모산성이 자리 잡고 있다.
 염우 청주환경련 사무처장은 “마성면 일대는 폐광이 거미줄처럼 얽혀 지반침하 사고가 잦은 곳”이라며 대형 운하시설물의 안전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검증단이 일정을 마무리하려고 찾은 마성면 신현리 봉생마을의 리프트 건설 예정지에는 문경시장이 세운 안내판이 서 있었다. 거기엔 “얼룩새코미꾸리 등을 꼭 보호합시다”라고 적혀 있었다.


여주·충주·문경/글·사진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출처 : 인터넷 한겨레 기사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2708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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