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활동소식

[우리동생x환경운동연합]축산동물의 삶, 그리고 동물복지

축산동물의 삶, 그리고 동물복지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비거니즘은 식습관에서 동물에서 유래한 모든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 전체에서 어떤 동물에 대한 착취와 학대도 배제하는 것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비건이라고 할 때, ‘추구’나 ‘지향’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데요. 비건이신 분들에게 항상 돌아오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식물 재배하는 데도 살충제 뿌리지 않니?”, “그럼 병원에 가서 약도 안 먹어?” 그런 이야기들. 사실 동물에서 나오는 것들을 완벽하게 배제하면서 사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그걸 비건을 하시는 분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비건을 추구하시는 분들도 차를 타고 이동하고, 때로는 플라스틱 페트병에 담긴 물도 마시고, 아프면 약도 먹고 병원도 가죠. 백신을 개발하려면 동물실험을 거칩니다. 하지만 다 같이 공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비건도 백신을 맞습니다. 그러니까 비건을 하는 사람이건 안 하는 사람이건 완벽하게 동물에 대한 착취를 배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지향’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동물복지는 호사스러운 개념이 아닙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는 동물복지를 ‘동물이 생존하고 죽는 환경과 관련한 신체적, 정신적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동물이 건강하고 안락하고 본래 습성을 표현할 수 있고 어떤 고통, 두려움, 괴롭힘과 같은 나쁜 상태를 겪지 않는 것이죠. 즉, 신체적인 고통에서 자유로운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고 자연스러운 본능을 발현할 수 있는 조건이 됐을 때 동물복지가 좋다고 얘기합니다. 동물학자 로렌스는 ‘윤리적 고려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 부분이 정확한 말인 것 같습니다.

동물복지에 대한 정의

우리 사회에서 동물복지에 가장 취약한 동물은 농장동물들입니다. 본능에 따른 행동에 제약을 가장 심하게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면역력이 약화되어 질병 감염에도 취약해집니다.
1997년 동물복지학에서는 보다 더 적극적인 개념의 동물의 5대 자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1) 건강과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영양과 신선한 물이 있어야 하고, 2) 쉴 곳이 있는 적절한 환경, 3)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여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 4) 충분한 공간과 적절한 시설로 습성에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과 5) 결국은 정신적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조건까지 이어지는 차이가 있습니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동물복지 문제

동물권 입장에서는 축산업은 사실 사라져야 하는 산업입니다. 축산업이 너무나 거대해져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어렵다 보니 그 안에서 고민하게 된 것이 동물복지인 거죠. 적은 비용으로 많이 기르려고 하다 보니 ‘공장식 축산’이라는 단어조차도 이제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환경적 학대뿐만 아니라 동물복지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행동을 제한하기 위한 관행들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공장식 축산’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것은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일 것 같습니다. 이는 유럽연합 등에서는 오래전에 금지된 사육 방식입니다. 일단 이 안에서는 동물복지 요소를 충족을 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둥지를 틀고, 모래 목욕을 하고, 먹이를 찾고, 횟대에 올라가는 정상적인 행동은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고, 이런 스트레스로 서로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부리 앞을 뭉툭하게 만드는 신체 훼손의 관행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건강하지 않고, 면역력 약화되면서 질병으로 죽어가는 닭들이 너무 많다 보니까 전염병이 발생하면 좁은 곳에서 순식간에 퍼지게 됩니다.

* 관련 기사 : “농림축산식품부와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국내 산란계(계란을 낳기 위해 기르는 닭) 농가 1464곳 중 약 95%는 ‘배터리 케이지’를 사용하고 있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곳은 불과 5%. 유정란 농가(방사 시스템)를 포함해 92곳에 불과하다.” (“2년 동안 A4 감옥에 갇힌 채…” 살충제 달걀, 동물복지 사각지대​, 리얼푸드, 2017.08.18.)

 

돼지

한 농장에서 몇 천 마리씩 기르면서 대규모 밀집 사육이 이뤄집니다. 돼지 같은 경우는 진흙 목욕도 하고 먹이를 찾는 행동을 하죠. 코로 땅을 파헤쳐서 그 안에 있는 미생물도 찾고 또 다른 개체와 상호작용을 합니다. 그런데 농장에서는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니까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육 공간이 좁다는 사실에만 주목하는데, 이외에도 위해가 되는 요소가 많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계속 배설을 하게 되면서 암모니아 수치가 지나치게 올라가고 이게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자극이 됩니다. 피부 자극이나 걷지 못하는 반응까지 보이죠. 또 공간이 좁은 것을 넘어서 어미 돼지가 새끼 돼지를 깔아뭉개는 것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분만틀 안에 넣고 감금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에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2020년 1월 1일부로 돼지의 스톨 사육이 제한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스톨 이용을 교배 후 6주로 제한하고, 지금 있는 농가들 같은 경우에는 현실적인 적용을 고려하여 10년 동안의 유예 기간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실제적인 적용에 있어서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 관련 자료 : “국내 돼지 농가의 96.4%에서 사용하는 스톨 사육은 가로 60cm, 세로 210cm의 철장에 어미돼지를 사육하는 방식입니다. 임신한 어미 돼지는 고개를 돌릴 수도 없는 스톨에 갇혀 새끼를 낳고 다시 임신하기를 반복합니다.” ([농장동물] 스톨 사육 제한, 농장동물 복지로의 작은 한걸음, 동물자유연대, 2020.01.13.)

​동물복지를 개선해야 된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실제적으로 사육되는 환경, 도살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의 고기 소비량이 많은 편이지만, 본인이 먹는 음식이 어떤 식으로 키워지고 만들어지는지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복지 축산은 얼마나 다를까요?

과대 포장된 것 중에 하나가 ‘동물복지 축산’입니다. 동물복지는 해야 되는데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하자니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까 기존의 관행은 일단 두고 ‘동물복지 축산’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서 인증을 받게 하자는 게 전략이라면 전략이었습니다.

출처 : 농림축산검역본부, 2020년 기준

 

출처: 농림축산검역본부, 2019년 기준

 

출처: 농림축산검역본부, 2019년 기준

하지만 2020년 기준, 동물복지농장 인증 현황을 보면, 전체 가축사육농장에 비교했을 때 비율은 굉장히 낮습니다. 그나마 산란계가 15%이고, 양돈과 젖소는 0.3%, 0.2% 밖에는 되지 않죠. 현실적으로 본다면, 돼지와 소를 방목을 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땅이 부족합니다. 산란계 같은 경우는 기존의 시설에서 보완하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지만 양돈과 젖소 사육농장은 기존보다 훨씬 큰 시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증받은 농가라고 하더라도 동물복지 인증 최소 휴식공간과 최소 소요면적을 보시면 기존의 사육농장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닭의 경우, 올라갈 수 있는 횟대, 산란상, 깔집 등이 있어 특성에 따라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부리 다듬기’와 ‘강제 환우'(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일주일 넘게 물도 밥도 주지 않고 강제 털갈이)도 금지되어 있죠.

코로나와 같은 인수 공통 전염병 또한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야생동물이 있어야 할 곳에 가축을 키우고, 서로 안 만나야 될 동물들이 서로 만나면서 바이러스가 계속 옮겨 다니는 문제에서 유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굉장히 많은 얘기를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규정과 기준을 강화시키는 근거, 동물복지

그렇다면 동물복지는 정말 거짓말이고 축산업이 돈을 벌게 해주기 위한 눈가림일 뿐일까요? 그럼에도 규정과 기준을 강화시키는 근거는 동물복지에 있습니다. 지금 사육되는 산란계 중에 95%는 케이지에 나고 자라고 있는데 이들이 케이지에서 계속 갇혀 있다가 삶을 마감하는 최악의 학대는 예방을 할 수 있는 거죠. 이는 복지 기준이 강화되면서 생기는 변화이고, 전체적 총량으로 봤을 때는 희생되는 동물의 숫자와 사육할 수 있는 동물의 숫자가 규정이 강화되면서 감소하게 됩니다.

기후위기와 동물복지 축산은 겹치는 부분도 있고 안 겹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만약 공장식 축산 농장을 대체하는 다른 농장이 생겨나서 소비되는 에너지와 물의 양이 줄어들더라도 내뿜는 메탄가스 총량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동물복지의 기준을 높이게 되면 사육할 수 있는 동물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이런 지점이 기후위기 솔루션과의 교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식재료 값이 오르게 되면서 부담이 될 텐데요. 동물복지 기준을 강화하면서 생기는 부담은 가계 부담이 아닌 사회적 부담으로 동물의 복지를 위해서 함께 나눠져야 하는 책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보다는 작은 실천을

8,500명의 비건을 대상으로 한 전 세계 글로벌 인식조사에서 비건이 된 동기를 물었더니 90%가 동물복지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와 환경이 그 다음이었고 건강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낮았습니다. 동물복지가 결국 동물권을 침해하고 사용하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가짜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안에서 이상적인 사회가 올 때까지는  그 안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개선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다 같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내가 하는 방법이 맞나, 하는 고민들을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더 알아보고 싶다면 동물복지나 동물권 관련한 많은 자료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와 좋은 책을 통해 궁금한 부분을 알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고기 없는 월요일은 지난 2009년 영국의 록 밴드 비틀스의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한 유럽의회 토론회에서 제안한 캠페인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를 먹는 대신 채식을 통해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참여하자는 취지이다.

어떤 분은 윤리적 이유로 비건을 실천을 하시는데 유제품을 사용한 케이크만은 포기를 못하셔서 한 달에 한 번 휴가를 주고 계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비건보다 덜 윤리적인 것은 아닙니다. 완벽하게 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다 포기하는 것보다는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금씩 실천하면서 좋다고 느끼시게 된다면 주변에도 알려주세요. 그렇게 작지만 동물한테 조금 덜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 나가기를 바랍니다.

*[우리동생x환경운동연합] 컨텐츠는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과 환경운동연합의 컨텐츠협약으로 한 달에 한번씩 소개됩니다.

김보영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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