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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두렵다면, 경부운하 공약 접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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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시민단체들이 제안한 경부운하 검증 공개토론회를 거부했다. 자신의 제 1 공약이며, 10년 전부터 100여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했다는 계획에 대한 논쟁을 사양했다. 36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2007대선시민연대’의 입장이 쑥스럽게 됐다.



하긴 결론이 놀라운 것은 아니다. ‘경부운하 공약’은 논쟁할수록 이 후보의 표를 떨어뜨리는 애물단지다. 이 후보가 의례적인 홍보는 하고 있지만, 일선에서 주장하던 자문그룹들은 두 달 넘게 침묵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폐기 목소리가 높고, 이 후보 지지자들도 절반 이상이 의문을 표시한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사실상 죽은 공약’을 철회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불도저 추진력’에게 중도포기란 굴욕이며, 부실공약으로 여론을 호도했다는 비난을 우려한 탓이다. 무엇보다 개발공약에 환상을 갖는 표심에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이명박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은 공개된 토론의 장에서 유통되는 의제가 아니라, 시골 장터에서 ‘낙후된 지역을 구원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선전되는 게 고작이다. 지역방문 시 나오는 ‘운하가 건설되면 발전이 없던 내륙지역 여건이 좋아져, 금방 4만불 시대를 맞게 되니, 표정관리를 해야’한다는 따위의 주장이 그것이다.



사실 ‘경부운하 공약’은 실체가 모호하다. 기본적인 정보들(용도, 이용요금, 노선, 사업비, 수질대책 등)이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지적될 때마다 말을 바꿔 지금은 그 모습조차 짐작하기 어렵다. 처음엔 ‘물류혁명의 신기원’이라 했으나, 이제 운하 효과에서 ‘물류의 비중은 20% 미만’이라고 한다. 물류개선효과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지금은 관광과 내륙 발전 효과를 홍보하고 있으나, 근거가 미약하고 설득력도 없다.




식수원 대책도 중구난방이다. 처음엔 운하를 해도 상관없다고 하다가, 나중엔 운하와 식수원을 구별해 수로를 두 개로 만들겠다고 했고, 또 강변여과수를 대안이라고 했다가, 수량을 확보할 수 없으니 절반만 하겠다는 등 수시로 변했다. 경부 축의 연간 물동량이 1,872만톤인지 645만톤인지, 비용편익분석결과가 2.3인지, 1.2인지도 알 수 없다. 또 골재 팔아 운하 만든 나라가 있는지, 투자하겠다는 외국 회사가 어디인지도 확인할 수가 없다.



이명박 후보 측은 한 때, ‘운하와 관련된 각종 환경 쟁점을 두고,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국민들의 의혹을 없애자.’며 환경연합에 공개토론회를 제안했었다. 운하 공약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던 7월, 공약에 대한 자신감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공개토론회’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온갖 변명으로 토론회를 지체시키더니, ‘선대본부가 해단했습니다. 구월에 대선본부가 뜨면 다시 논의하세요.’라는 휴대폰 문자를 보내고, 연락을 끊었다.



국민 절반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후보의 행각이라 하기엔 낮 뜨겁다. 게다가 요즘엔 ‘운하 반대’를 정략과 음모로 규정하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본격 거론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부운하 공약에 대해 토론하기는커녕, 경부운하에 대해 검증하자는 논의 자체를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추석을 맞아 경부운하에 대해 공격적으로 홍보하겠다.’고 새로이 밝혔다는데, 뭘 홍보하겠다는지도 의아하다. 실체도 밝히지 못하고, 토론도 당당히 못하는 부실한 공약이 국민에게 통할 것이라는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다. 80%의 국민들이 경부운하 공약을 우려하고 있는데, 숨기고 달리 말해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순진해 보인다.



필자는 이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이 벽장 너머의 허구적인 그림자라는 심증을 굳혀가고 있다. 한 때는 엄청난 몸집을 가진 강력한 괴물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점차 강아지 같은 미미한 존재에 불과할거라는 믿음이 커져가고 있다. 검증의 햇볕에 순식간에 사라질 허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적반하장으로 토론을 거부하고 정치공세를 통해 검증활동을 시비하고 있다. 대선시민연대 검증토론 제안에 대해 ‘반론포기’를 넘어 ‘방해’와 ‘협박’으로 응답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에 근접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옹졸한 대응이다.



필자는 이 후보께 더 늦기 전에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 당당히 나서 검증토론에 응할 수 없다면, 경부운하 공약을 버려라.


 



(이 글은 프레시안 9월 13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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