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순환 활동소식

‘물 관리 민영화’보다 ‘믿을 만한 수돗물’이 급하다

정부는 지난 해 ‘물 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하고, 올 들어서는 환경부에 ‘물산업육성과’를 신설해 ‘물 관리 민영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세계가 물 관리를 민영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물 관리 효율을 높이고,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영화’가 효율성을 제고할지, 한국의 수도정책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생각이 다르다. 정부가 엉뚱한 현실진단으로 상황을 왜곡하고, 위험한 처방으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본다.



우선, 정부는 물 산업을 황금산업(BLUE GOLD)이라며, 2003년 830조원 규모 물시장이 2015년에는 1,60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 한다. 비올라, 수에즈 등 소수 외국기업들이 거대한 개도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자료를 똑같이 인용하더라도 물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5% , 민영화된 물 시장은 9%에 불과하다. 더구나 90년대 개도국에 진출했던 다국적 물 기업들은 대부분 실패해 철수했다.



거론된 비올라는 매출의 50%가 모국인 프랑스에서, 30%는 기타 유럽에서 나오며, 개도국 비중은 불과 13%다. 최근에는 개도국 사업의 실패로 매출이 1/4이나 줄었다. 수에즈는 2002년 아르헨티나에서만 5억유로의 적자를 내, 자회사인 US 필터스와 스페인 FCC를 팔았다. 민영화는 세계의 흐름이 아닐뿐더러, 수돗물 값 폭등, 관리 부실 등으로 세계시민운동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는 실패한 정책이다.



다음으로 민영화는 수도정책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없다. 현재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국민은 약 1% 정도로, 미국과 일본의 30-50%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 만큼 불신이 극단적이다. 그렇다고 돈을 적게 쓰는 것도 아니어서, 수도예산 연간 6조원은 국민1인당 13만원으로 세계 최고다. 취수장과 정수장은 넘쳐나서 가동률은 53.1%에 불과하다. 반면 농촌지역 시설투자는 부진해서, 면지역의 수돗물 공급 비율은 아직도 37.5%다. 460만명의 국민들이 우물과 간이상수도 등에 의존하고 있고, 최근에도 이천시 식수의 ‘방사성 물질 기준치 초과’, 고성군 식수의 ‘폐광 중금속 오염’ 등 사고가 터졌다.



한국 수도정책의 문제는 개발관료들이 자기들끼리 편의적인 행정을 펴온 결과 발생한 비효율, 불평등, 무책임이고 그에 따른 국민의 불신이다. 도시지역에선 과잉으로 투자하고, 손이 많이 가는 농촌은 외면하고, 시설공급에만 집중하면서, 수질 관리를 소홀히 했다. 소비자의 눈높이를 무시하고, 국민의 참여를 막은 결과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민영화로 달성하겠다는 효율화란 기껏 인원을 줄이거나, 약품 사용량을 줄여 관리비를 줄이는 정도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농촌지역 투자를 포기하고, 농촌의 수돗물 가격을 대폭 인상해 불평등을 확대하겠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지금 필요한 개혁은 정부의 투자순위의 조정, 정책의 투명성 강화, 시민의 참여 제고, 국민의 수돗물에 대한 인식 개혁 등 여러 곳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합리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개발부서와 다를 바 없는 환경부 수도부서를 제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물 산업 강국’이 아니라, ‘안전한 수돗물과 신뢰를 주는 수돗물’이다. 농어촌 상하수도에 지원을 늘리고, 소독 방법과 관망 관리를 개선해 냄새와 녹물을 줄이는 노력이 차라리 의미 있다. 정보 공개와 시민 감시 체계를 강화해, 시민들이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수도 사업에 독립경영을 도입하고, 성과와 책임을 평가함으로써 효율을 높이는 건 다음이다. 이것은 수도민영화의 홍역을 치뤘던 나라들, 물 관리에 선진적인 나라들이 얻은 결론이기도 하다.



 

(이 글은 한겨레신문 9월 14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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