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보호

[활동기사] 선촌마을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마을 앞바다

해양보호생물 잘피가 사는 선촌마을
이른 아침, 경상남도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로 향했습니다. 이 날은 마을 주민분들이 방화도에 해양쓰레기 정화사업을 하러 간다고 하셔서, 해양활동가들도 함께 동행했습니다. 선촌마을에 대한 애정이 담긴 알록달록한 벽화가 해안을 따라 곳곳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선촌마을벽화 ©환경운동연합

이곳에는 해양보호생물인 ‘잘피’가 삽니다. 잘피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바다의 종자식물입니다. 오래 전 이 곳에는 잘피숲이 무성했었지만, 어구쓰레기를 비롯한 해양쓰레기가 범람하고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많은 양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시, 잘피숲이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마을주민들이 앞장서 마을 앞바다를 가꾸기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만 해도 스티로폼 조각들이 쌓여있던 해안가도 몰라보게 깨끗해졌습니다.

통영시 해안가 쓰레기수거 포대 ©환경운동연합

2017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지 3년 만인 2020년 2월 14일, 선촌마을 주민들의 환영 속에 선촌마을 인근 해역 1.94㎢ 면적(여의도 면적의 약 2/3크기)이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 고시되었습니다. 전국 최초로 모든 주민이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찬성한 곳이라고 합니다.

선촌마을 해양보호구역 안내문 ©환경운동연합

선촌마을 해역 해양보호구역 지정(해양수산부 고시 제2020-20호) ©해양수산부 수정

처음에 선촌마을 주민들은 이 곳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자신들의 어업활동을 제약받을 거라는 오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해양수산부와 통영시는 주민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지속적으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해양보호구역으로 이미 지정된 현장 방문을 추진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주민들이 해양정화활동에 참여하면서 바다를 보호해야한다는 인식을 높이고, 주민들 간의 화합을 도모한 것이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주민들이 함께 한 방화도 해양정화 활동
작은 어선을 타고 5분 정도 바다를 나가자 방화도에 도착했습니다. 한 손에는 포대자루를 들고 섬 해안가로 밀려들어온 쓰레기를 점차 치워나갔습니다. 주민 대부분은 고령이셨지만 능숙한 솜씨로 정화활동을 진행하셨습니다. 참여하는 주민 분들은 이제 해양쓰레기 정화 활동을 많이 하다보니 프로가 되었다고 웃으며 말씀하십니다.
방화도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해양정화 활동을 진행하는데, 쓰레기 양이 많아 배로 옮길 수 없습니다. 수거한 해양쓰레기들은 다시 바다로 떠밀려가지 않도록 한 데 모아 그물에 넣고 나무에 매어두면 지자체에서 수거해간다고 합니다.

방화도 해양정화활동 모습 ©환경운동연합

모아둔 해양쓰레기는 바다에 떠밀려가지 않도록 나무에 매어둔다 ©환경운동연합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해양보호구역은 현재까지 전국 31개소(1,798.442km²)입니다. 가장 최근에 지정된 곳은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갯벌로, 14.08km²가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세계 해양학자들은 2030년까지 해양 면적의 30%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해양보호구역 면적이 IUCN 기준 3%도 되지 않아 갈길이 멉니다.
그렇지만 해양보호구역 지정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수산부, 환경부, 문화재청 각 부처가 각각 다른 법적 근거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해역별로는 항만과 해안, 연안을 어촌어항공단, 해양환경공단, 지자체 등에서 관리하고 정화 활동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수심 5~6m 가량의 마을 앞 해역은 관리 예산이 없고, 관리 주체가 모호해 관리 취약 해역입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이 민간 차원에서 취약 해역의 침적 쓰레기 제거 활동을 진행 중이지만, 향후 이 지역에 대한 명확한 관리 주체가 필요합니다.
선촌마을 주민분들과 해양쓰레기 정화활동을 하고 온 방화도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속해있습니다. 환경부 관할 해양보호구역이지만,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어 결국 해안가에 떠밀려 온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 주민들의 몫이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전체 해양 면적의 20%를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해양보호구역을 전체 해양 면적의 30%를 지정하자는 국제적 목표에 비해 낮아 상향 조정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 계획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은 ‘지정’자체가 정책의 목표인 측면이 있어, 지정 중심의 해양보호구역 정책에서 관리 중심의 해양보호구역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환경운동연합은 해양수산부, 환경부, 문화재청의 좀 더 책임있는 해양보호구역 관리방안을 요구하며, 앞으로의 활동을 전개해나가겠습니다.

 

[참고하면 좋을 자료]

최 선형

최 선형

해양 활동가입니다 seon@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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