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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생명학회 대안워크샵 기조발제문 – 오늘 이 자리에서 새만금을 이야기하는 이유

1. 관성. 정책. 정치: 새만금의 덫

인간 행위와 사고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참으로 두려운 것들이 많다. 우선 ‘관성'(慣性)이라는,
인간 행위와 사고의 특징이 두렵다. 관성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 전까지의 행위
와 사고의 틀이 문제가 없다면 관성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이 삶을 안정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발전은 없다. 게다가, 만약에 기존의 행위와 사고의 틀이 문제가 있다면 발전에
역행될 뿐 아니라 자신을 포함하여 더불어 사는 모든 것들의 삶을 파괴시킨다. 인류 역사에서
이러한 정체와 파괴의 사례들이 수없이 있어 왔다. 현재 이 세계에 남아 있는 부족들은 바로
그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류 역사에서 사라져 간 수많은 부족들에 비해 성공적인 ‘관
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실상 그렇지 못했던 인간집단들
이 훨씬 많았다. 이들은 자기 삶터를 파괴시키고 그 때문에 자기 종족의 삶 자체의 파괴를 초래
하는 관성을 갖고 있었다.
새만금 방조제와 향후의 간척이라는 사항이 다시 한번 결정되고 1년이 흘렀다. 당시에도 수많
은 찬성과 반대의 논박들이 있었고, 그 후에도 이 문제는 우리의 숙제로 남아 있다. 분명한 것
은 어느 한 정부가 어떤 결정을 했다는 것보다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는 지역의 자연과 지역사회
의 삶, 국민 전체, 나아가 오늘날과 같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세계적 연망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
이다. 한때 새만금의 개발을 결정했다 해서 그 정책 결정의 사실만을 떠 안고 가겠다면 그 정부
는 훨씬 중요한 사항들을 외면하고 당초 결정을 ‘관성’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니, ‘훨
씬’이라는 부사(副詞)는 적절하지 않고 ‘본질적’이라는 형용사가 나을 것 같다. 본질을 외면
하고 당초 자기 논리의 지속에 고착하겠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정책을 넘어서 ‘정치’라는 차
원까지 결부된다. 정치가 아니다. 정치가 인간 활동의 꽃이라 하는 것은 자칫 관성에 맹종하기
쉬운 모든 생존활동들과 삶의 가치들을 탄력있게 만들고, 고착되기 쉬운 것들을 살아 숨쉬게 만
들고, 상이한 개인과 집단들의 자기 중심적 의사결정들을 일반이익과 공공선으로 향하도록 중재
하며, 궁극적으로 사회의 앞날에 대해 비젼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지금까지 정부가 한
번 결정한 사항이라는 사실에만 고착되어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있어야 할, 온당한 의미에서
의 ‘정치’를 결여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작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쌀문제를 목도하고, 그간 주장해 오던 간척과 식량생산의
고리가 현실성을 잃고 있음을 목도하고도 기존 결정에 고착되고자 한다면 이는 환경은 물론, 지
역사회의 발전, 나아가 농업 자체의 미래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비젼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반
증한다. 농업의 미래는 작금의 경제세계를 풍미하는 시장경제적 경제합리성을 넘어서 사회체
계, 국가체계, 민족의 지속을 위한, 훨씬 큰 차원의 사회적 합리성에 의거하여 판단되어야 할
사항이다. 양곡의 수급과 관리, 농토의 보존과 관리, 농촌사회와 농업인의 지속은 당장의 가격
논리나 시장경제적 전망에만 의존해서 판단될 일이 아니다. 이 엄연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사회적 합리성의 구도 안에 갯벌과 어업과 어민이 선별적 희생자로 존재할 수는 없다. 지금
까지 잘못되어 왔던 것은 인간의 삶에서 언제나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왔던 농업과 어업, 육지
와 강과 갯벌과 바다, 농민과 어민의 존재방식을 깨고 이분화시켜 온 기술과 경제, 그리고 세간
의 가치관이다. 기존의 농토와 농업과 농촌사회를 잃어 가면서, 시장경제의 경제합리성에 비추
어 보아도 의구스럽기 짝이 없는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논리를 내세워가며 갯벌
간척지에서의 식량생산과 농업경영을 이야기하는 것은 본 기조발제의 근간인 논법과 원리, 사고
방식의 차원을 넘어서 실질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농업문제를 오늘날 인류의 숙제, 민족의 숙제
인 환경의 지속, 경제와 사회문화의 지속의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단편적이고 이리저리 파
편화되어 있는 당장의 가격 논리에 맹종한다면 이는 경제를 넘어 정치적 차원에서 문제가 된
다.
새만금 갯벌은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것이 농업이라 해서 희생될 수 없는, 보다 차원 높은 농업
정책에 의해 보존되고 농업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하는 어업의 터전이다. 나아가 금세기 인
류 최대의 과제인 생태학적 연속성과 생물종 다양성, 그리고 그 안에서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
적 연속성과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토지와 강과 갯벌과 바다의 풍
요한 세계 한 부분이다. 우매한 관성에 의해 소멸되었던 부족들이 언제나 어느 한 부분의 극단
적인 확대와 다른 부분의 선별적 희생을 자행해 왔다. 지금 우리 시대의 관성은 파편적 인식과
근시안적 경제 논리에 있다. 다른 곳에서 농토를 잃고 바로 인접한 친척인 갯벌을 희생하며, 그
렇게 만들어진 농토를 또다시 근시안적 경제 논리에 따라, 그 지속성과 타당성을 의심할 수밖
에 없는 산업개발의 장밋빛을 씌워가며 희생시키는, 이러한 우매함이 바로 전체 체계를 보지 못
하는 파편적 인식에 있다. 이리저리 찾아다니다가 공공선과 장기적인 발전 구도를 갖지 못하
고, 단편적인 것들이 모여 만든 악순환의 덫에 걸리는 것이다. 개별 이익을 따르기 마련인 개인
과 집단들의 경우라면 일시적으로 그러할 수도 있겠다 하겠지만 전체를 아우르고 전체의 비젼
을 제시해야 할 정부가 그러하다면 이는 정책, 그리고 나아가 정치의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

2. 관성. 지역사회. 발전

지역사회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의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1년 동안 새만금 생명학회는 많은
분들과 이야기하고 진정으로 살길을 모색해 왔다. 그 목표는 정확했다. 환경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고 사회를 살리는 길이었다. 새만금개발이라는 엄청난 문제를 계기로 하여 오히려 사람들로
부터 뜨겁게 애정을 느끼고, 희망을 갖게 되고, 정말로 좋은 환경과 사회와 문화를 이룰 수 있
는 계기로 역전시킬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갖게 되었다. 지역사회는 변하고 있다. 왜 그 사실
을 몰랐을까? 왜 우리에게는 이러한 사실들이 전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말들이 주민들로부터 나
오고, 이제는 몇가지 프로파간다에 따라 자기 운명을 맡기지 않겠다는 결단도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 있다. 관성이다. 가장 큰 것이 물리적 사실에 대한 관성이
다. 이미 방조제는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것도 저렇게 크게 만들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인
가 하는 관성적 사고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 때문에 그 뒤에 초래될 장기적인 경제합리성의 문
제, 궁극적인 생존과 지역발전, 그리고 오늘날의 사회문화발전에 대한 사고가 활발하게 커나가
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정신적 부담도 문제가 된다. ‘정부가 정한 것인데’라는 어찌 보
면 의사결정에 대한 시민적 인식에서 다소 멀어져 있는 사고들도 있다. 정부가 결정한 것이면
자연과 사회와 인간의 운명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도 덮어야 한다는 주객 전도의 사고방식으
로 발전할까 염려스럽다. 그러나 현재 지역에서 일고 있는 흐름은 새만금문제에 대한 재인식이
다. 매스미디어가, 지식인이 이제는 끝난 문제 아닌가, 혹은 이미 지어진 것을 어찌하겠는가 하
고 덮어둘지 몰라도 지역사람들의 의식은 서서히 바뀌고 있다.
3. 오늘 무엇을 하려 하는가?

오늘 이 자리는 새만금 방조제 건설과 간척의 반대라는 점만을 내세우고 그 주장의 목소리를 높
이고자 하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지역사회 스스로의 언로(言路)에 의해 막혀버리
고, 사회관계 때문에 멈칫거리던 새만금개발 관련 문제들을 다시 진단하고 진정한 발전에 관하
여 논하고자 하는 자리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역사회가 살고 활성화되고 국가가 활성화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몇몇 사람들의 개인 의견에 그치는 대안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수렴하고 시대적으로
걸맞는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새만금개발에 동의하는 많은 분들과 대치하고자 함도 아니다. 이 분들에게 있는 귀한 의견과 지
혜들도 살펴보았다. 시대가 달랐을 때 유일한 가치로 믿었던, 물리적으로 거대한 자연차단과 개
발의 ‘가치’가 지금도 이 분들에게서 존속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고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를 떠나서 과연 진정한 발전과 삶터의 보존이 어떻게 이
루어져야 하는가를 찾고자 할 때 우리는 얼마든지 귀를 기울이고,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오늘
의 현대문화가 개방적으로 되어 간다고 해도, 사실은 개인과 집단의 개별이익, 고착되고 관성화
된 사고, 타인의 목소리를 물리적으로는 들어도 사실은 들리지 않는 ‘귀머거리 문화’가 존속
되고 있고,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발전 관련 논박들은 이러한 현상에 볼
모잡혀 발전이 아니라 덫을 만들어 가기 십상이다. 새만금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현상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정말로 ‘발전’을 실현하게끔 진행되기를 희구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이야기되는 것들은 결코 새만금 생명학회에서 결정한 최종적인 내용들이 아니
다. 함께 일을 풀어가기 위하여 내놓는 화두에 불과하다. 어떤 구체적인 설계를 내놓고 그것에
관해 논박하는 자리도 아니다. 대안의 방향에 관한 논의도 있고 구체적인 시안도 있다. 모든 것
들이 결코 우리 사이에서 결정된 것들이 아니다. 그간에 이리저리 이야기되어 오던 것들을 새만
금 생명학회 내에서 다시 검토하고, 논박하고, 나아가 다른 분들에게 내보임으로써 진정한 대안
이 나올 수 있도록 촉발하는 내용들에 불과하다.
새만금생명학회 대안분과에서는 2001년 가을부터 생명학회 공동답사와 회의, 대안분과의 답사
와 회의, 주민과의 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실로 다양한 모색을 해 왔다.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
하면 다음과 같다.
1. 생태적 합리성과 경제합리성을 통합하는 지역발전의 논리적 근거의 모색
2. 생태계와 사회문화체계의 상호작용과 바람직한 연결방안.
3. 환경에 적응하는 기술체계로서의 새만금의 생업과 발전방안
4. 새만금의 해양지질과 해양생태계의 실태와 해결방안
5. 새만금 일대 지역사회(부안, 김제, 군산)의 경제적 다양성과 환경 다양성을 살리는 발전 방

6. 지역별, 집단별, 개인별 이익 갈등을 최소화하고 일반이익과 환경보존을 도모할 수 있는 사
회문화적 통로
7. 방조제의 대안적 활용방법
8.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주민과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는 생태관광
9. 외부 엘리트의 지식이 수용되고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지역지식기반의 구축

오늘 이 자리에서는 이 수많은 이야기들을 모두 다시 꺼낼 수는 없다. 첫 자리이니만큼 그 중에
서 우선 총론적인 사항들, 즉 발전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다음, 거꾸로 가장 구체적인
현안으로 들어가서 해양지질과 생태계의 현실에 대한 해결방안, 방조제의 대안적 사용방안을 논
한다. 이것들조차 한번에 이야기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러한 것들에 관해서만은 개괄
적으로나마 ‘화두’로 던져놓고자 한다. 그리고 난 뒤에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수
정, 폐기, 조정하려 한다.
우리의 이 활동은 자연과 사회와 삶이라는 본질적인 사항의 운명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다. 관성에 젖지 않고 본질의 해결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새롭게 출발해야 할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 본질에 관한 논의가 국민의 권리임을 밝힌다. 정부의 기존 결정
이라는, 하위 범주의 사건 때문에 본질의 논의가 유효하지 않다는 우(愚)가 범해지지 않기를 바
란다.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오늘 이야기의 주제가 될 것이다.

1. 지역발전의 세계적 추세를 볼 때 새만금 일대의 발전은 어떠한 방향을 취해야 하는가?

1) 지역환경과 지역경제
2) 주민경제
3) 지역발전에 대한 지역 정서와 해결방안

2. 해양지질과 해양생태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3. 방조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4. 새만금의 문제 해결을 세계사의 진전으로 연결시키는 방안

글 : 조경만(새만금 생명학회 대안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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