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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의 섬이야기]부산의 진짜 동백섬 가덕도, 공항으로 사라진다

홍선기의 섬이야기

부산의 진짜 동백섬 가덕도, 공항으로 사라진다

홍선기(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생태학)

가덕도의 국수봉과 남산의 동쪽 중앙계곡에는 동백군락지가 있다 ©이상범

부산 강서구 천성동 308-2번지, 면적은 약 21㎢로 서울시 용산구 정도이다. 가덕도는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다. 가덕도 신공항이 정치권에 화두가 되었다. 이미 2016년에 신공항 부지로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곳이다. 그런데 평소 다른 섬 공항 건설에는 관심도 없던 정치권이 가덕도 공항에는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어 정치적인 환심을 얻고자 했다. 가덕도에 무관심하던 정치권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가덕도 공항을 표심의 제물로 삼은 것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이다. 국회에서 발의한 지 석 달도 안 되는 시간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보궐선거는 끝났고 국민 머릿속에서는 벌써 잊혔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공항이 건설되기 위해서는 대상 입지에 대한 공항 건설 전후의 안전, 경제, 생태환경 등 기본적이며 상식적인 영향평가 과정을 통해 검증이 진행된다. 활주로 주변의 개방성, 해무나 파랑 등 돌발적인 기상 이변에 적응할 수 있는 활주로와 항공기의 규모, 조류 충돌(bird strike)이 발생하지 않을 확률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섬 주민들의 건강과 복지 차원 뿐 아니라 관광객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서는 이러한 조건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올 가덕도는 이미 육지와 연결된 섬이다. 서쪽으로는 거가대교를 통해 거제도와 연결되어 있고, 동쪽으로 가덕대교로 부산과 연결된다. 국내에서 섬 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지자체 중에 이렇게 육지로 연결된 섬을 공항으로 하겠다는 발상은 처음이다. 필자는 보궐선거 분위기로 가덕도 공항 특별법이 통과되기 전에 가덕도를 방문하였다. 외지에서 바라보는 가덕도 분위기와는 다르게 섬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컸다. 특히 가덕도 외양포 마을은 1904년 2월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군은 병참기지 건설을 위해 주민들을 이주시켰고, 1945년 해방이 될 때까지 마을을 빼앗겼던 역사가 있다. 그러니 이제는 신공항 건설과 함께 다시 마을을 떠나 이주해야 하고, 고향은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된다.

가덕도 시민단체들의 신공항 반대 격문 ©홍선기

가덕도 신공항의 3.5km 길이의 활주로 중 40% 이상의 부분은 바다를 메워 조성하는데, 예정부지 주변의 수심이 최대 21m에 달한다고 한다. 이 바다를 주변에 있는 국수봉(264.4m), 남산(188.4m), 성토봉(179m)을 흙을 깎아 메운다고 하니 가덕도 자체의 형상이 크게 바뀔 뿐 아니라 산림 훼손, 나아가 매립된 흙에 의한 해양생태계 오염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태풍의 강력한 에너지를 분산시켜 막아줬던 산들이 절토되어 사라지면 그 바람의 영향은 고스란히 주변 지역에 미치게 된다. 대개 공항을 활주로 규모로 판단하지만, 부대시설과 보안 시설 등을 포함하면 그 면적은 두세 배 늘어나게 된다. 결국, 가덕도 대항동 전체가 형상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도 국책사업에서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무시되는 경향이지만,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기상 이변에 대한 평가도 필수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사항이다.

외양포의 일제강점기 포대 진지 ©홍선기

일제강점기에 군사적 요충지나 기상 기지의 역할을 했던 우리나라 섬들의 지형적, 지리적 특성을 보면, 왜 이곳이 특정한 장소, 특히 군사적으로 이용되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공항 건설지인 외양포(外洋浦) 일대는 일제강점기 시대 포대가 위치했던 장소이고, 일본군의 잔재가 고스란히 잘 남아 있어서 우리나라 근대역사교육에 매우 중요한 문화공간이다. 아직도 외양포 일원에는 당시 가옥, 도로, 우물 등이 남아 있다.

외양포에는 일제강점기 군인들이 사용했던 군사 시설을 포함하여 우물, 목욕실 등 당시 생활 공간이 잘 남아 있다. ©홍선기

전문가들의 조사에 의하면, 국수봉을 비롯하여 주변 생태계는 국립공원 수준의 생태적 보전가치가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가덕도 해역은 해양생태도 1등급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EN, ENdangered)리스트에 등재한 상괭이가 대거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도 국제거래 금지 목록에 상괭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9월 해양 보호 생물로 지정되었다. 수달도 발견되었다고 한다(한겨레21 1359호, 1360호 참고). 수달은 바다와 육지를 오고 가는 생물이다. 상괭이나 수달, 동백 자생군락지, 철새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보호 생물이 서식하고 활동한다는 것은 해양의 생태계 건강성이 매우 높고, 육지와 바다가 단절되지 않고 생태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지표이다. 특히 바다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은 수달이나 상괭이의 먹이가 되는 생물들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바다를 인간이 이용한다. 주민들은 물고기를 잡고, 양식도 하고, 가덕도 바다는 생업과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상괭이나 수달, 동백 자생군락지, 철새들의 존재는 오히려 방해물이 되고, 자연의 우수성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이 승리하면서 트럼프 정권에서 탈퇴했던 기후협약에 미국이 다시 가입하였다. 5월 4일에는 프랑스 하원이 정부에 발의한 ‘기후와 복원법안’이 통과되었다. 이 법안에 의하면 기차를 타고 2시간 30분 안에 있는 거리는 항공기 운항이 금지된다는 내용으로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프랑스 정부의 조치 중 하나이다. 일본에서는 80년대 경제부흥시대 지역균형이라는 차원에서 건설한 중소 공항의 지속적인 경영난 때문에 폐쇄된 공항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시간을 절약하는 일본인들에게 신칸센과 비행기 사이에 선택에서 신칸센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예를 들면, 도심에서 먼 비행장까지 가는 시간, 수속시간, 대기시간, 그리고 착륙 후의 절차 등을 합하면, 도심에서 신칸센을 타고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부합하듯, 일본국철(JR)은 신칸센의 속도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신칸센의 이용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세계적 추세에도 부흥하고 있는 내용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KTX도 점차 빨라지고 있고, 이미 경부선과 호남선 모두 거의 2시간대에 달리고 있으니 프랑스 법안을 적용한다면 공항이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 바바라 퐁필리 환경장관은 이날 ‘기후와 복원법안’ 하원 표결에 앞서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려면 프랑스에 뿌리 박힌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 이제 자동차를 넘어 비행기까지 절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랑스 환경장관의 기후법안지지 호소문을 보면서, 우리나라 정부와 환경부장관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이제는 자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자. 생물과 생태계는 자리를 잃고 주민 사회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공동체는 해체된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공생공존의 시대이다.

김보영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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