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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잡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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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9일치 <한겨레>에 ‘끊어진 물길 이으면 선진국 가는 지름길, 한반도 대운하를 꿈꾸며’라는 제목의 기고를 했다. 이는 이명박 전 시장의 인기를 한껏 높여준 운하 건설 주장을 자신이 직접 나서 글로 쓰고 설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의 주장은 지난해 6월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교해 더 다듬어지거나 구체화된 것이 없어 실망스러웠다. “한반도 대운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프라”라거나, “국운 융성의 토대”라며 그 필요성을 신비화했고, “한강의 기적을 일궈 세계를 놀라게 했던 국민들이 마음을 열고 뜻을 합쳐” 성공시켜야 할 대업이라고 절대화했을 뿐이다. 게다가 자신의 태몽과 어릴 적의 꿈 얘기, 그리고 예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 건설 비화’까지 늘어놓으면서, 운하 이야기를 드라마 주몽에나 나올 법한 신화쯤으로 전락시켰다.

▲ 충주호에 접한 월악산 국립공원 입구. 경부운하 계획에 따르면, 이곳으로부터 20.5km에 걸쳐 15m 넓이의 터널 2개를 국립공원 한가운데로 뚫게 된다.ⓒ 박종학
▲ 충주호에 접한 월악산 국립공원 입구. 경부운하 계획에 따르면, 이곳으로부터 20.5km에 걸쳐 15m 넓이의 터널 2개를 국립공원 한가운데로 뚫게 된다.ⓒ 박종학

▲ 98.5m 높이의 충주댐. 2,400톤 규모의 바지선이 이곳을 넘기 위해서는 초대형 크레인과 거대한 갑문 시설이 필요하다. 더구나 댐 폭이 좁아 이들 시설을 직접 부칠 여유도 없다. ⓒ 박종학
▲ 98.5m 높이의 충주댐. 2,400톤 규모의 바지선이 이곳을 넘기 위해서는 초대형 크레인과 거대한 갑문 시설이 필요하다. 더구나 댐 폭이 좁아 이들 시설을 직접 부칠 여유도 없다. ⓒ 박종학

부산의 매리취수장 사용이 불가능하고, 수도권 유일의 팔당호도 수질오염에 노출될 것이다. 운하 용수를 대기 위해 충주댐과 팔당댐의 연간 1300억원대에 이르는 전력생산 수익을 포기해야하고, 국립공원 월악산을 가로지르는 20.5㎞ 터널도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 구미시를 휘감아 도는 낙동강. 수량이 적은 이곳에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중간 중간에 대형 댐을 막아 수위를 높이게 되며, 이는 수질오염과 홍수 위험을 높이게 된다. ⓒ 박종학
▲ 구미시를 휘감아 도는 낙동강. 수량이 적은 이곳에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중간 중간에 대형 댐을 막아 수위를 높이게 되며, 이는 수질오염과 홍수 위험을 높이게 된다. ⓒ 박종학

이번 기고로 이 전 시장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실체가 없다는 의혹을 더 강하게 받게 됐다. 자신의 운하에 대한 애착과 신념은 보여줬지만, 이번에도 정책으로서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기본노선, 사업비, 주요 시설 등)조차 확인해 주지 않은 탓이다. 즉 지난 10년간 준비해 왔고, 전문가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할 뿐, 세종대 주명건 이사장이 95년 내놓은 아이디어 외에 새로운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지금까지의 ‘운하로 경부축 물류 20% 담당’ ‘세금 들이지 않고 공사장 골재 팔아 사업비 해결’ ‘이미 외국 회사 투자 약속’ ‘4년 안 완공’ 등은 이런저런 분석과 비판이 시작되면서 이번 기고에선 쏙 빠지고 없다. 독일의 RMD(라인-마인-도나우)운하를 한반도 운하의 미래라고 하더니, 관리 회사가 운영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는 불량회사고, ‘바벨탑 이후에 인류가 저지른 가장 무식한 건설사업’이라는 혹평이 소개되면서 슬그머니 뺐다.

이 전 시장은 “사소한 비판과 제안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썼지만, 환경단체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요청한 구체적 사업계획에 대해 답변한 적이 없다. 내용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시기와 장소에 따라 편한대로 자료와 주장을 내고 비판에 귀를 닫아온 것이다. 정책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운하 반대를 ‘희망과 자신감’ 없는 사람들의 걱정으로 치부해 왔다. 따라서 이 전 시장의 주장은 공인으로서 떳떳한 논쟁이 아니라, 낙후지역의 주민들을 부추기고 찬반의 갈등을 불러 온 무책임한 정략으로 비춰지고 있다.

▲ 낙동강의 해평습지를 조사하고 있는 환경연합 회원들. 강의 수위를 6m로 조절하겠다는 계획에 따르면 이러한 공간들은 모두 물에 잠기게 된다. ⓒ 박종학
▲ 낙동강의 해평습지를 조사하고 있는 환경연합 회원들. 강의 수위를 6m로 조절하겠다는 계획에 따르면 이러한 공간들은 모두 물에 잠기게 된다. ⓒ 박종학

경부운하는 예산을 추산하기 어려운 대형 사업이고, 이에 따른 영향과 피해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물류의 수요가 있는지, 이용 요금이 어떻게 될지, 사업비가 얼마나 들지 회의적이다. 또한 20여개의 대형댐을 쌓고, 막대한 준설을 해 흐르던 강물을 통째로 호수들로 만들 경우의 피해도 걱정이다. 아마 부산의 매리취수장 사용이 불가능하고, 수도권 유일의 팔당호도 수질오염에 노출될 것이다. 운하 용수를 대기 위해 충주댐과 팔당댐의 연간 1300억원대에 이르는 전력생산 수익을 포기해야하고, 국립공원 월악산을 가로지르는 20.5㎞ 터널도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게다가 북한에까지 운하를 연결하겠다는 한반도 대운하라니, 너무 요란스럽고 무책임하다.

대통령 선거일(오는 12월19일)까지 아직도 짧지 않은 기간이 남아 있으며, 국민들이 그 때까지도 이런 무모한 사업에 관대할지 모르겠다. 이 전 시장 스스로 “꿈은 꿈으로 그칠 수도 있다. 꿈이 의미를 가지려면 실현을 위한 방법이 구체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고 했듯이, 이제 실현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계획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아니 경부운하에 대한 구체적 사업계획을 준비할 때까지, 진지하고 성실하게 논의할 역량이 갖춰질 때까지 언론플레이를 그만두고, 허황된 논쟁을 중단해야 한다.

* 이 글은 한겨레 1월 12일자 신문 ‘왜나면’코너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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