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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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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집중호우로 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3천7백여 명에 이르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산 피해만도 2,305여 채의 가옥 침수, 1,367ha의 농경지 유실 또는 매몰, 127 곳의 도로가 파손됐다(소방방재청, 2006년 7월 18일 오전 06시 현재).
덕분에 잠잠하던 댐건설 주장이 나오고, 특히 한탄강댐 건설을 서두르고 폐기한 영월댐 계획도 되살리자는 의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간(2000-2004년) 수해 예방 및 복구를 위해 32조 929억원이 투입됐고, 지난 수십 년간 건설한 제방 3만7천km, 댐 19,000여개(높이 15m 이상 대형댐 1,217개)의 효과에 대해서는 보도가 없었다. 비록 집중호우가 내렸지만, 많은 지역의 강수량이 정부의 시설기준인 계획 홍수량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왜 비가 내린 대부분의 곳에서 피해가 발생하는지 설명하는 곳도 없다. 더구나 홍수 피해액이 매 10년마다 3.7배씩 증가해, 최근 10년 사이(94년-03년)엔 년간 1조 7100억원까지 늘어난 원인도 알려주지 않았다.

▲ 98년 홍수에 잠긴 문산읍 전경, 오른쪽 아래로 홍수를 직접 야기한 도로와 철도 교량이 보인다.
▲ 98년 홍수에 잠긴 문산읍 전경, 오른쪽 아래로 홍수를 직접 야기한 도로와 철도 교량이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댐으로 근본적인 홍수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거나, 위에서 거론한 두 댐이 있었다면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허구이다.

우선 한탄강댐의 경우, 댐이 건설됐을 경우 혜택을 받게 되는 댐 하류의 상황이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즉 이번 홍수에 하천의 홍수량이 가장 많았던 7월16일 13시에도, 연천군 전곡지점의 홍수량은 4,510톤/초에 불과해, 하천이 수용할 수 있는 계획홍수량 6750톤/초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결국 한탄강댐 없이도 홍수 위험이 없었던 곳인데, 이번 홍수를 빌미로 댐을 짓자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혹시 일부 언론에서 비춘 한탄강 유원지 때문이라면, 이곳이 홍수 때마다 침수될 수밖에 없는 하천변 시설이라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또 건교부는 75km 떨어진 파주 문산읍을 위해 댐의 필요를 주장하고 있지만, 문산읍의 96년, 98년 99년 대홍수가 임진강 물이 넘쳐서 난 홍수가 아니라, 임진강 지류인 동문천의 좁은 하천 폭 때문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이 또한 적절한 대책이 아니다. 즉 65m 정도의 하폭을 가진 동문천에 29m, 37m 길이의 교량을 그것도 제방보다 1.5m나 낮게 설치한 탓에 홍수가 문산읍으로 흘러들었고, 문산읍의 펌프장이 이를 퍼내지 못한 것이었다. 따라서 감사원이 이미 검증했듯이 홍수조절을 위한 댐건설은 설득력 없는 의견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영월 동강댐을 건설했다면, 댐 바로 밑에 위치한 영월의 홍수를 관리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지만, 다른 지역의 혜택은 매우 회의적이다. 하지만 영월읍은 자체의 홍수 대책으로 제방을 높이고, 배수펌프 시설을 지난 해 완공했다.
이번에 영월주민들이 대피한 것은 영월읍의 통로인 영월대교가 제방보다 2m나 낮게 시설되어 있어서, 이곳으로 홍수가 들어올 것을 염려해서였다. 그러니 주민들의 수고는 교량의 위치와 높이를 잘못 설계한 부실한 국토계획과 무책임한 행정의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결국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량을 제방 높이 이상으로 높여 피해원인을 없애고, 영월읍의 저지대를 성토하거나, 홍수 시 침수를 감내하는 도시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천혜의 동강을 부수고 2조원의 댐을 짓자는 주장대신 홍수 취약지역 도시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더구나 동강은 건교부가 물 부족을 위해 댐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으나 나중에 물 수요예측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고, 한강 서울 지점에서의 홍수조절효과는 겨우 20cm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난 상태다. 그런데도 온 국민의 홍수 걱정을 틈 타, 때 아닌 댐 건설을 언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거나 유언배포에 다름없다.

그렇다면 좀 더 나가 왜 이렇게 홍수 피해가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이번 홍수 피해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첫째, 이번 홍수에서 인명피해의 대부분은 산사태, 계곡 급류, 하천범람 등의 형태로 산간지역에서 일어났다(총 50명 중 강원지역 46명). 특히 인제군 한계리의 경우 35명의 인명피해가 생겼는데, 그 원인은 세 시간에 160mm에 이르는 기록적인 호우 탓이다. 50년 빈도(100mm 수준) 내 외의 홍수를 기준으로 관리되던 지역에서 발생한 국부적인 돌발홍수에 대응하기란 불가항력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계곡의 최상류에 세울 수 있는 대책이란 한계가 있으며, 그 책임을 곧 건교부와 지자체에 묻기는 어렵다.
다만 경기도 양주 송추계곡 홍수(24명 사망, 98년)와 연천군 군대 막사 매몰 산사태(50명 사망)처럼 무분별한 산림절개와 유원지의 난개발에 따른 하천범람이 홍수피해 원인인 경우도 많다. 또 군사도로, 임도 등 각종 도로 건설이나 관광 시설의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수해 위험지역의 과도한 이용 등도 홍수 피해를 악화시키고 있음이 흔히 보고된다. 따라서 산간 지역의 환경훼손과 국토의 난개발에 대해서 행정기관이 사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온 것은 비판받아야 하며, 기상 이변에 대응한 이상 홍수 예보 능력제고, 비상 시 신속한 경고와 질서 있는 대피 지원 등에서 정부가 충분히 제 역할을 했는지는 점검 받아야 한다.

▲ 2002년 양양 남대천 수해복구 공사 현장. 고속도로를 놓는 것 같이 직선화된 하천이 하류의 홍수를 가중시킨다.
▲ 2002년 양양 남대천 수해복구 공사 현장. 고속도로를 놓는 것 같이 직선화된 하천이 하류의 홍수를 가중시킨다.

▲ 남대천의 지류가 각진 돌무더기 속에 갖혀있다
▲ 남대천의 지류가 각진 돌무더기 속에 갖혀있다

둘째, 중류 지역에서 흔히 일어나는 농경지 침수는 대개 하천의 왜곡과 부실한 관리 때문이다. 하천 제방을 도로로 이용되기 쉽도록 직선화하거나, 공유지인 하천부지를 도로나 택지 등으로 전용하면서 하폭을 좁히거나 흐름을 왜곡한 것이 문제다. 아시아 몬순 기후인 한국은 가뭄과 홍수기의 수량 차이(하상계수)가 무려 200-300에 달한다(유럽 10-20배).
충분한 하천부지와 통수면적은 홍수 배제를 위한 필수 요소이지만, 낙동강의 경우 90% 이상의 범람원을 간척하고, 높은 제방을 쌓아 강을 가두었기 때문에 범람원 지역의 홍수는 모두 양수기에 의존해 하천으로 넘겨지고, 하천의 수위는 주변보다 10m 이상 높아지는 위험한 상태가 계속된다. 더구나 하천정비사업을 한다며 하천의 지류까지 콘크리트를 직선으로 발라 놓고, 강 하구엔 둑을 막아 홍수가 바다로 빠져 나가는 것도 막아버렸으니 홍수가 커지는 것은 잘못된 정책의 결과라 할 수 있다.
2003년 강릉 남대천과 양양남대천의 홍수 형태는 참으로 시사적이다. 지역적으로 이웃해 있어 비슷한 강수량을 보였던 두 하천은 유역면적과 하천의 길이에서 양양 남대천이 훨씬 컸음에도, 그 피해는 강릉에 집중됐다. 강릉시가 홍수 대책이라며 하천의 상류까지 제방을 튼튼히 쌓은 덕분에 상류의 홍수가 순식간에 강릉시를 집어삼킨 반면, 양양군의 경우 허술한 상류의 제방들이 터지면서 하류 읍내의 홍수 피해를 줄인 것이었다.
사람이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거대한 자연재해는 우리가 적응해야 하는 방법을 잘 가르쳐 주었다. 만약 우리가 위의 교훈을 받아들여 적절한 시설을 갖추게 된다면, 우리는 토사를 제거한 홍수만 저장했다 이후에 신속히 제거함으로써, 홍수를 조절하면서도 수확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셋째, 도시지역의 피해는 대부분 시설 관리의 불량에 따른 침수와 사고다. 공사장 관리 부실로 지하철이 잠긴 고양시 정발산역의 어이없는 사태나, 서울 9호선 지하철 건설 공사장의 편의적인 제방 절개와 부실 관리 때문에 안양천 제방이 붕괴된 양평동 침수 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100년 혹은 200년 빈도에 대비해 계획된 경기도 일산시가 50년 빈도 정도의 호우에 온통 물난리가 난 것을 두고, 시설의 부족이나 시민의식을 탓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때문에 대책도 설계기준을 높인다며 새로운 공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부실공사를 철저히 근절시켜 피해의 재발을 막는 것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요컨대 이번 홍수 원인 논란이 건교부 예산을 늘려야 한다거나 댐을 추가로 건설하자는 쪽으로 발전할 이유는 없다. 도리어 정부가 지난해에만 수해대책 비용으로 댐 건설 및 관리비 약 2,200억원, 제방 건설비 약 1조원 등을 사용했음에도 그 한계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 적절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투자하고 홍수 대책을 수립할수록 홍수 피해는 커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이 하루빨리 자신들의 삶터로 복귀하고, 우리사회가 올바른 홍수대책 수립을 통해 더욱 성숙해 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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