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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환경 내 항생제, 무엇이 문제인가”-항생제 내성 발표

21세기 생명환경위원회 “환경 내 항생제, 무엇이 문제인가”심포지엄

-박태균 (중앙일보 기자)

한국인은 항생제를 좋아한다. 일반인은 물론 의사와 약사도 마찬가지다. 우여곡절을 겪은 의약분
업이 항생제 남용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시작됐지만 아직도 항생제 사용량은 별로 줄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항생제 내성 국가다.
그러나 항생제에 대한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미국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식사할 때 가장 두
려운 것이 무엇인가를 조사했더니 잔류 농약이 가장 무섭고 다음이 식품 중 항생제 잔류라고 답
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식사할 때 가장 겁나는 것이 무엇인지 물으면 농약ㆍ다이옥신ㆍ환경 호
르몬ㆍ호르몬제ㆍ방사선 조사식품ㆍ보존료(식품첨가물)ㆍ착색료(식품첨가물)의 순서로 꼽는다.
대개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이다. 항생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항생제 남용을 막으려면 한 나라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하다. 의약분업 이전엔 우리만 항생제 관
리를 철저히 하면 만사가 풀릴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국가 간 인적 교류가 늘어나면서 내성균이 다른 나라로 쉽게 전파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황사 등 환경 오염이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다. 아마도 일본은 대표적인 항생제 남용 국가인 한국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 일
본인이 한국에서 병에 걸리거나 한국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꺼림직할지도 모른다. 식중독ㆍ폐
렴 등을 일으키는 황색 포도상구균의 경우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80% 이상이 내성을 보일 정도
로 심각하다.
제약회사들이 1980년대 이후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등한시하는 것도 문제다. 항생제는 힘들여 개
발해도 큰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항생제 개발에 연간 10억원의 예산이 지원될
뿐이다. 내성에 대한 역학조사도 극히 미흡한 실정이다. 항생제도 그 나라 국민에게 맞는 것을
써야 한다. 일본의 경우 녹농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이미 있는데도(유럽에서 개발된 이미페넴) 자
국 국민을 위해 메로페넴이란 항생제를 만들었다.
이대로 가면 페니실린(최초의 항생제) 발견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경고도 있다.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백신과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 기존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이 병
행돼야 한다.
최후의 항생제로 불리는 반코마이신이 대표적인 예다. 20여 년 전 개발돼 현재 반코마이신 내성
포도상구균(VRSA)이 속속 출현하고 있지만 오히려 테트라사이클린.박트린과 같은 ‘고전적’인 항
생제로 죽일 수 있다.

국내에서 가축용 항생제는 연간 1200여t이 판매된다. 가축의 종류별로는 돼지ㆍ닭ㆍ수산물ㆍ소
의 순서로 항생제 사용량이 많다.
국내 가축용 항생제의 54%가 사료 첨가용으로 쓰인다. 치료용이 아닌 예방용인 셈이다. 가축 질
병이 자주 발생하는 환절기엔 사료업자들이 나서서 아예 사료에 항생제를 더 넣어주는 ‘클리닝
서비스’를 한다. 이 서비스는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사료에 항생제를 넣지 않으면 소ㆍ돼지 사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축산업자들의 고민이
다. 항생제가 장내 유해 세균을 죽여 가축이 소화를 잘 시키고 이것이 성장촉진ㆍ체중 증가라는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항생제의 내성이다. 클리닝 서비스는 가축의 질병을 ‘청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축
에 사용하는 다른 항생제들의 효과까지 ‘클리닝’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 결과 국내에서 소ㆍ돼지
ㆍ닭의 각종 세균을 죽이기 위해 사용되는 테트라사이클린과 스트렙토마이신은 세균을 죽이는 약
효를 거의 상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닭에서 분리된 포도상구균(식중독 유발균)의 경우 테트라사이클린에 대한 내성률이 96%에 달했
다. 테트라사이클린으로 닭의 포도상구균을 죽일 확률이 고작 4%에 그친다는 뜻이다. 국내에선
최근에 개발된 3세대 항생제인 퀴놀론을 투여해도 닭에서 나온 대장균의 43%가 살아남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축에서 분리된 포도상구균에 페니실린(항생제)을 주사했더니 세균의 96%가 생존했다
는 연구결과도 있다.
반면 덴마크에선 포도상구균의 테트라사이클린 내성률이 2%에 불과하다. 1998년부터 가축의 성장
촉진을 위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결과다.
수의사가 가축을 치료할 때도 이런 항생제는 써봐야 별 효과가 보지 못하는데도 계속 사용한다.
특히 가축용 항생제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연간 800t) 사용되는 테트라 사이클린도 마찬가지
다. 각 항생제 내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탓이다.
가축용 항생제의 남용은 사람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고기ㆍ우유ㆍ계란 등 축산물에 잔류된
항생제가 음식과 함께 인체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람도 모르는 새 매일 항생제를 먹게 되는 셈
이다. 또 가축의 항생제 내성균이 사람에게 전파될 수도 있다. 덴마크에서 일부 사료 첨가용 항
생제를 퇴출시킨 뒤 해당 항생제에 대해 가축의 세균은 물론 사람의 세균에서도 내성률이 줄어
들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 결과 2002년 서울과 수도권 일대 백화점ㆍ대형 유통매장에서 판매되는 식
품(212종)에서 분리된 대장균의 항생제 내성률은 93%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살모넬라균ㆍ포도상
구균ㆍ리스테리아균ㆍ비브리오균 등 식중독균의 56∼100%가 항생제 내성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
다.
일본에선 태국ㆍ프랑스 등에서 수입한 닭고기에서 최후의 항생제로 알려진 반코마이신으로도 죽
일 수 없는 반코마이신내성장구균(VRE)이 확인됐다.
아직도 가축용 항생제 상당수가 사료에 첨가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다. 일부 항생제에 대해선 사
용기준과 허용량이 정해져 있다. 항생제의 잔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휴약(休藥)기간도 설정해두
고 있다.
국내에서 허용되는 사료 첨가용 항생제의 가짓수는 종전 53종에서 지난해 25종으로 줄어들었
다. 미국(46종 허용)보다는 오히려 적어졌지만 덴마크(4종 허용)보다는 여전히 많은 셈이다. 일
본과는 같다.
허가가 취소된 항생제엔 옥스테트라사이클린ㆍ에리스로마이신ㆍ카바독스ㆍ설파메타진 등 내성률
이 상대적으로 높은 항생제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 허용 여부가 논란이 됐던 버지니아
마이신ㆍ타이로신은 퇴출대상에서 빠졌다.
한국동물병원협의회에선 항생제는 수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
다고 주장한다. 1995년 덴마크에선 수의사가 항생제 등 약물 투여에 따른 이익을 얻지 못하게 하
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과 가축에서 항생제 사용량이 40%나 감소했다.
가축에 항생제를 덜 쓰도록 사육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 전염병이 퍼지기 쉬운 밀집 사육을 피
하고, 단지 형태의 집단 사육보다 가축을 분산시켜 길러야 한다.

출처/ 서울환경연합 벌레먹은 사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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