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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쓰레기제로운동과대안적생활양식 – 쓰레기 제로 운동의 평가와 전망 토론

1. 즐거운 불편, 쓰레기 제로 운동
최근 후쿠오카 켄세이라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기자가 쓴 『즐거운 불편』이란 책(김경인 옮
김, 달팽이, 2004)을 읽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1998년 1년간 매달 르포 형식으로, 자신을 포함
한 4인 가족의 일상생활에서 물질과 편리함을 없애나간 실천경험을 보고하고 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 타고 통근하기, 자동판매기 사용 안하기, 외식 안하기, 제철 채소나 과일 아닌 것 안먹
기, 전기청소기 사용 안하기, 설거지 따뜻한 물로 안하기, 티슈 안 쓰기, 다림질 안하기, 음식찌
꺼기 비료로 쓰기 등이 그의 실천항목이다. 이러한 항목들에 대한 실천경험을 읽어나가면서, 불
편함을 인정하면서도 또 그것을 즐기고자 노력했던 정토회의 쓰레기 제로 운동과 일맥상통한 부
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책 출판을 준비하고 있던 저자는 2000년 1월, 2년간의 자전거 통근 끝에 한 미성년자가 몰던
오토바이에 부딪히는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까지 넘기게 된다. 불편은 결국 즐거운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기만 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여기면서, 책의 출판을 포기하고자 한 그에게 아내
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밤에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만들지 않고, 미
성년자에게 오토바이나 자동차 같은 위험한 것을 타도록 면허증을 내준 나라가 잘못한 거지! 당
신이 주장하고 실천해왔던 것이 틀린 건 아니잖아요?”라고. 그 말에 용기를 내어 그는 책을 내
기에 이르렀다.
『즐거운 불편』의 저자 부인이 남편의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한 말이기는 하나 교통사고 책
임을 전적으로 국가에 돌린 것은 좀 지나친 면이 있다. 하지만 환경 분야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
은 지방적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들이 국가 차원에서 찾아질 수 있는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므로
꼭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2. 제도개선 및 사회적 확산을 위한 정부의 역할
사실 많은 국가에서 이미 쓰레기 제로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미 수년전에 더
이상 소각장 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발표한 바 있다. 호주의 캔버러는 2010년까지 두 곳의 매
립장을 폐쇄하고 이를 종합 재활용단지로 만든다는 쓰레기 제로 계획을 채택했다. 뉴질랜드 지방
정부의 1/4 이상은 2015년까지, 그리고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는 2010년까지, 쓰레기 제로 도
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HP나 제록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도 쓰레기 제로 프로그램을 가동
시키고 있다.
쓰레기 제로 운동은 전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수년간 지속적으
로, 체계 있게, 개인이 아니라 단체 전체가, 이러한 운동을 한 곳은 정토회가 유일할 것이다. 지
난 5년간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쓰레기 제로 운동을 실천해온 정토회 가족들의 성과와 노하우
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쓰레기 제로 운동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한편 쓰레기
제로 사회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폐기물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매립이나 소각 시설의 증설 또는 재활용에 두기
보다는 쓰레기의 발생억제와 원천감량에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 원칙에 맞게 모든 폐기
물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현재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순환경제사회형성촉진기본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힘써야
한다. 그리고 제도적 측면에서 쓰레기 제로 사회 만들기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의미를 가지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가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지난 1년간 이 제도의 시행과정에
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는 조치들이 나와야 하겠다. EPR 제도가 재활용을 강조한 나머
지 쓰레기 발생억제와 원천감량을 경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1회
용품 신고포상금제도를 착실히 운영하는 등 1회용품 사용 규제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정토회의 쓰레기 제로 운동을 하나의 모델사업화하여 전국의 여러 직장이나 가정에 보
급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워크샵을 개최하고 시범사업을 펼치
는 한편 쓰레기 제로 운동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개인이나 시민단체, 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에 상을 수여하도록 해야 한다. 쓰레기 제로 도시, 쓰레기 제로 호텔, 쓰레기 제로 공장을 선언
하는 곳이 많이 나오도록 정부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학교교육 과정에 쓰레기 제로 운동을
소개하는 한편 교육홍보자료를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 적극적으로 배포할 필요가 있다.
3. 쓰레기 제로 운동의 향후 과제
정토회는 지난 5년간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음식물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고, 생긴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화하는 것도 훌륭한 실천이지만, 제철 채
소나 제철 과일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는 다짐은 더욱 의미 있는 실천이 될 것이다. 자원과 에너
지를 많이 쓰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면서 만든 수박과 딸기를 겨울철에도 먹어야만 하는지 의문
을 던져보자. 진정한 쓰레기 제로 운동은 양적인 제로가 아니라 질적인 제로로까지 나아가야 하
며 질적인 제로는 자연의 법칙에 완전히 순응하는 것을 목표로 할 때 달성가능할 것이다.
쓰레기 제로 운동을 벌일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이 운동이 어디까지나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쓰레기 제로 운동은 재미있게 해야지, 자기 몸에 병이 생길 정도로, 너무 불편
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까지 나아가서는 안된다. 장애인이나 병약한 사람에게도 쓰레기 제
로를 강요하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다. 쓰레기 제로 운동 자체가 목적이 되고 절대
적 가치가 되어버리면, 쓰레기 줄이기에만 맹목적으로 집착하여 왜 쓰레기 제로 운동을 하는지
근본 목적을 잊어버릴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쓰레기 제로 운동의 과제는 재미있게 하는 것이다. 의무감에서, 자부심으로, 또는 남
의 눈치 때문에서가 아니라, 불편한 것이 오히려 재미 있고 즐거워서 자발적으로 하는 운동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히말라야 고봉을 오르는 고통 속에서 쾌감을 느끼듯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쓰레기 제로 운동 자체도 즐겁고 재미있는 쾌락이 될 수 있다. 쓰레기 제로 운동 앞에 “재미있
는” 이나 “즐거운” 이나 “행복한” 등의 관형사가 필요하겠다.
쓰레기 제로 운동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실효와 성과를 내는 의미 있는 실천이라는 합리성이
있어야 설득이 되고 확산이 된다. 누가 보아도 불편할 뿐 아니라 불합리하기까지 하다면 일시적
유행에 그치고 말 것이다. 실효와 성과를 가시적으로 설득력 있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또 하
나의 숙제다.
순환하고 있는 물질이 어딘가에 체류하게 되면 그것이 환경오염이 된다. 물질순환의 궤도에 진
입하지 못하는 물질이 대량으로 생산되면 그것도 환경오염이 된다. 쓰레기란 어떤 물질이 물질
순환의 궤도에 들어가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므로, 생각해보면 모든 환경문제의 근본이 쓰레기 문
제이기도 하다. 쓰레기 제로 사회가 바로 자원순환 사회이며, 지속가능한 사회임을 우리 모두 깨
달아야 할 것이다.

글 : 이창우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자료출처 : 한국불교환경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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