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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쓰레기제로운동과대안적생활양식 – 도시에서의 쓰레기제로운동의 가능성과 대안 사회 만들기

개발과 독재와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20세기를 끝내고 상생과 화합으로 나아가기 위한 21세기
가 시작된 지 5년째, 우리는 과연 이웃한 생명과 화합하여 서로의 삶을 북돋으며 지속가능한 삶
을 지탱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고 있는가? 개발독재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하지만 지방분권화 시
대를 맞아 너도나도 잘 살기 위한 치열한 각축 아래 앞다투어 산하를 멍들게 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그 길이 쉽사리 우리에게 기회를 줄 것 같지 않다. 높아만 지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무
한경쟁을 뚫고 세계 속의 선진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교육 마저 시장논리로 매도하고 환경은 인류
의 복지 증진을 위한 환경일 뿐이라는 지난 김대중 정권의 시장자본주의형 국가정책도 갈 길 바
쁜 우리의 걸음을 더디게 만들었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노무현 정권의 일방적 정책도 생명
과 자연과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의 가슴에 우려를 심고 있다.
국가권력은 지방으로, 지방권력은 국민에게로 넘어오면서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와 더 많은 노
력이 가능해진 것도 사실이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사회적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적극적
인 참여는 사회변화의 새로운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올 것인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환경보
존을 위한 개인적인 실천에는 아직 대다수의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 않지만,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희생 사건과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맞아 거리로 뛰쳐나온
많은 국민들의 적극적이면서도 실천적인 의지는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그것은 사회문제에 문 감고 나와는 상관없는, 또는 나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
고 치부해버리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여 적극적인 참여의식의 표현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증대
하고 있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맞아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회 문화를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
다.
또한 개인의 건강과 가정의 안녕을 중심으로 불고있는 웰빙 바람을 통해서 알 수 있듯 일반국
민들은 환경을 생활수준 향상의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 – 물론 여전히 소비지향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명품형 웰빙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 다만 환경문제 해결의 책임이 정
부나 관계기관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개인 수준에서는 가족의 건강과 직결된 부
분에서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입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
한 국민들의 참여의식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나 시민운동 차원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환경운동은 이런 일반 국민들의 환경문제 참
여의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새만금이나 위도 문제, 천성산 살리
기 운동 등을 통해서 드러난 현재까지의 환경운동은 대규모 국책 사업의 환경파괴를 주요 이슈
로 삼으면서 오히려 해당사업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주민들과의 마찰이 불거지기도 하면
서 국책사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듯 환경운동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구환경을 보존하여 우리의 자손들이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
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환경파괴가 극심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더 이상 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환경문제는 대량으로 소비하
고 대량으로 폐기하는 우리의 삶 자체에서 연유한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일반 시민들의 삶 속
에서 검소하고, 소박하고, 단순한 삶이 보다 아름답다는 가치관을 심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반환경적인 소비지향의 삶이 집약되어 있는 도시에서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장차 전 국가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인구 100만이 넘는 광역도시가 7개나 되고 전 국민의 88%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우리 나라에서는 도시에서의 삶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암담한 미래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 볼 때 한국불교환경교육원이 그 동안 벌여온 쓰레기제로운동은 의미가 매
우 크다고 하겠다. 도시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환경을 살리는 것이고 지속가능
한 삶이 되는 지, 정말 그러한 삶은 가능한 것인지를 실험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이후 환경문제의 이슈화와 더불어 많은 환경운동 단체들이 생겨나면서 환경보호를 위한
국민적 관심과 실천 지침의 종류는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일반시민들의 환경실천 수준은 그리
높아지지 않은 듯 하다. 정토회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도시라는 생활공간이 가지는 현실적인 한계
를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적 위기 상황 속에서 새로운 실천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는 점에 주목하여, ‘쓰레기제로’라는 근본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수준
과 방법들을 직접 체험을 통해 확인하고 보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축적된 경험들을 토대로 대
중적인 시민 실천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데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1999년에 쓰레기제로
운동을 시작하였다.

도시의 삶과 쓰레기제로운동의 사회적 의미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
도시는 현대문명이 안고 있는 제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공간으로서, 그 속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단절되고 이웃과 이웃간의, 인간 상호간의 공동체성이 붕괴되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은 극
도의 외로움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도시에서의 삶은 소모성과 파괴성, 불건강성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먹거리로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도시 외부의 공급에 의존하면서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음식도 물도 옷도 전기도 어느 것 하나 생산하지 않으면서 대량
으로 소비하고 이에 따라 대량으로 발생하는 부산물도 자체 내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전량 도시
밖으로 배출하는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의 삶은 지속가능하지도 않을뿐더
러 내부적으로는 인구과밀에 따른 각종 공해 현상과 교통체증, 주택문제, 교육문제 등에 시달리
고, 외부적으로는 농촌이나 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농산물 등의 공급이 끊어지는 경우 한 순간
에 지옥으로 변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안고 있는 환경오염문제들 중에서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것
은 무엇일까? 먹는 물과 음식, 마시는 공기 등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고, 최근에 사회적인 문제
로 대두되고 있는 실내 오염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
는 이런 문제들이 왜 생겨나는 것인가? 우리가 편리하게 타고 다니는 자동차로 인해 공기는 숨쉬
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되었고, 과다하게 사용하는 합성세제와 가정오수로 인해 물이 오염되었으
며, 헌 것은 갖다 버리고 새 것만 찾는 습관이 새집증후군을 부추기고 있다. 그래서 내가 버리
는 가정오수가 아이들이 마시는 물로 돌아온다는 공익광고가 티브이에 방영되면서 우리의 무관심
과 무절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개별 가정에서의 생
활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들의 사고 속에서는 내가 버리는 것과 내가 먹
고 쓰는 것 사이의 연관관계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있지 않다. 오히려 도시에서 살고 있는 대
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환경오염과 관련하여 자신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
으며, 그 책임은 무능력한 정부와 부도덕한 기업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피해로부터 벗
어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감시활동에 나서고 정책입안 과정에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고 주장되기도 한다.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시민들이 소극적이면서도 피해의식에 젖어 있기 때문에 이들 문제를 풀
어 나가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다.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절실히 느껴야, 그리고 그로 인한 피
해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런 면에서 도시에서의 환경오염문제는 먹는 물이나 마시는 공기보다 쓰레기문제에서 접근하기가
훨씬 수월할 수 있다. 누가 보더라도 쓰레기 문제의 주범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쓰고 버
리는 쓰레기를 바라보면 쓰레기매립장의 문제를 금방 연상할 수 있다. 게다가 물이나 공기에 비
해 쓰레기는 눈에 쉽게 띈다. 가게와 내 집 대문 앞에 내놓는 쓰레기, 이를 실어 가는 쓰레기
차, 매립장에 산같이 쌓여 가는 쓰레기더미, 이것들이 의식하지 않고 보더라도 쉽게 인식되기 때
문에 자신이 문제 해결의 책임을 일부라도 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기가 쉽다. 그래서 도시에서의
환경오염문제를 풀어 가는 단초는 쓰레기문제에서 찾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불교환경
교육원에서도 쓰레기가 갖는 환경오염을 대변하는 용어로서의 이미지를 살려 ‘쓰레기제로운동’
이라 이름 붙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도시의 대표적인 환경문제인 쓰레기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리 나라에서 한 사람이 발
생시키는 생활쓰레기의 양은 1991년 2.3 kg/일이었던 것이, 2002년에는 1.04 kg/일로서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이러한 발생량 저감은 정부의 발생량 억제 정책(‘92 분리수거, ’94 종량제, 분
리수거 및 재활용 강화, 음식물쓰레기 매립지 반입 규제)과 시민들의 환경문제 의식에 따른 자각
과 협조(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 재활용품 분리수거의 생활화 등), 부피에서 실측에 의한 무게
기준으로 변경된 쓰레기의 계량 방법 등에 기인한다. 그러나 ‘99년 이후 다시 매년 소폭씩 증가
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국민 총소득증가에 따른 소비증가 및 수해로 인한 폐기물 증가(경
남, 강원지역)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선진국과 비교하여 국내의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은 높지
않은 편이지만(2002년 OECD 자료; 미국 2.08, 프랑스 1.39, 영국 1.53, 이탈리아 1.37, 스페인
1.84, 일본 1.12) 매립지 부족 및 쓰레기의 높은 수분함량 등으로 인한 처리 곤란이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치이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에 관한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2002년 생활폐기물 발생량 49,902톤/일 중 47.0%가 인구밀집인 수도권지역(서울, 인천,
경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도시가 차지하는 쓰레기 발생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쓰레기제로운동의 사회적 의미
쓰레기제로운동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 환경문제의 표면에서 심층으로 접근하는 운동이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환경문제
의 원인은 국가의 잘못된 정책이나 기업의 부도덕한 양심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대다수 국민들
의 잘못된 삶의 방식과 이를 끊임없이 재생산해내는 왜곡된 가치관에 있다. 많이 먹고, 많이 쓰
고, 많이 누리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가치관이 대량소비를 낳고 이를 통해 대량폐기, 대량생
산, 대량유통, 대량 채취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자원고갈과 환경파괴의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
다. 이와 같은 소비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환경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일반
국민들이 소비를 지향하는 삶의 모순을 깨닫고 인간과 자원과 환경의 상의성(相依性)을 제대로
이해하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와야 하며, 동시에 물질 중심의 행복에서 영적인 만족 중심의 행복
으로 가치관이 전환해야 한다. 결국 환경문제 해결은 개인의 변화를 통한 사회변화를 통해 완성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람들의 사고, 가치관 그리고 생활양식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것이야말
로 21세기 환경운동의 핵심 과제이며,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해 온 것이 쓰레기제로운동이라
고 볼 수 있다.
둘째, 목표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의 운동이다. 정토회의 쓰레기제로운동은 일반쓰레기, 음식
물쓰레기, 물, 에너지, 녹색소비 부문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두고 추진되었지만 여기서 얻어
진 계량적인 목표 달성이 핵심이 아니라 도시 속에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데 장
애가 되는 개인과 조직의, 그리고 사회의 여러 가지 장애들을 확인하고 특히 참가 대중의 반발
과 저항이 어떻게 발생하는 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대화와 수행을 통해 풀어 가는 과정을 중
심에 둔 운동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레기제로운동을 일반시민사회로 확대해
나가기 위한 실험적 운동이었다.
셋째,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사람이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고 대안을 모색해 가는 생활자 중
심의 운동이다. 쓰레기 문제라고 하면 소비생활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 정도의 문
제로 인식하던 기존의 방식에 대해 반성하고 소비자가 스스로 문제의 원인 규명과 해결에 책임
을 지는 시민중심의 적극적인 운동인 것이다. 쓰레기 발생량의 근본적인 감소는 생활자들이 현
재 자신이 처해 있는 일상 생활에서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활동을 스스로 해 나가는 자발적
인 노력과 의식변화 과정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넷째, 생태계와 사회의 관계성 회복 운동이다. 쓰레기제로운동은 ‘자연에는 본래 쓰레기가 없
다’라는 생태계의 순환적 사고에 바탕하여 자연계와 인간사회의 단절되고 왜곡되었던 관계성을
새롭게 회복하는 운동이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사물의 존귀 여부를 따지고 인간에게 쓸모가 없
는 것을 쓰레기라 부르던 데서 벗어나서 사물을 본래의 기능과 자리로 되돌려 놓고, 동시에 ‘청
소’는 행정기관의 책임이고,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제품 생산은 기업의 책임이고, 소비자
는 이들 제품을 즐겁게 향유하기만 하면 된다는 분절적 사고에서 벗어나 함께 책임지고 함께 노
력하는 운동인 것이다.
다섯째, 당위성에서 대안으로 나아가는 대안 제시형 운동이다. 미국의 레이첼 카슨 여사가 유
독물질의 피해를 증거로 들며 환경보호를 주창하고, 알도 레오폴드씨는 모래땅에서 네 계절을 보
내며 생명과 하나되는 대지의 윤리를 주장한 이후 지금까지 ‘왜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 지’,
‘환경보호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와 주장이 있어 왔다. 이제
는 그런 당위성 위에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대안기술, 대안정책뿐만 아니라 대안적인 생활방
식을 개발해야 할 때다. 물을 절약하고, 쓰레기를 분리 수거해야 한다는 건 모두들 알고 있지
만, 전기를 절약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집집마다 다른 가정 환경과 의식수준에서 구체적으
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바꿀 수 있고, 그럴 때 나타나는 어려움은 무엇이며, 그 어려움은 어떻
게 극복해야 하는 지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쓰레기제로운동은 이러한 대안을 만들어
가는 기초적인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비록 소수를 중심으로 하나의 건물 안에서 이루어진 운동이
기는 하지만 그 실천과정이 매우 구체적일뿐더러 나부터 실천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여기서 도출
된 삶의 방식은 일반인에게 모범이 되고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사후처방에서 사전예방으로의 확실한 전환을 보여주는 운동이다. 환경오염문제를 해결
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들이 끊임없이 개발되는 와중에도 환경 파괴와 오염의 정도는 날로 심각해
져 인류 존폐의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사후약방문격의 처리기술에 인
류의 안위를 맡길 수 없게 되었고 보다 근원적으로 오염물질 배출 자체를 줄이고 환경에 대한 부
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일고 있는 녹색기술(Green Technology)도 이러
한 전환의 한 방식이겠으나 소비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쓰레기제로운동과 같은
의미부여는 힘들다. 물론 오염된 환경을 개선하고 오염을 적게 유발하는 녹색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은 계속 이루어져야겠지만 소화제가 위장병을 치료할 수 없듯이 이들 기술만으로
는 환경 개선을 이룰 수 없다. 물, 공기, 쓰레기 등 제 오염현상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대량의 폐
기물(액체, 기체, 고체)이 그 원인인데, 이러한 폐기물은 대량의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다. 개개인의 소비에서 오염현상이 유발되는 것이고, 국가 기간사업체나 일반 기업체에서 발생하
는 오염물들도 결국엔 소비를 위한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 생활 속에서 발
생하는 쓰레기를 제로로 만든다는 것은 개인에 의한 오염뿐만 아니라 전체 오염 발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고, 쓰레기제로운동은 바로 이러한 지름길로 가기 위한 운동이다.
일곱째, 주장에서 실천으로 전환하는 운동 방식이다. 그 동안 매스컴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갖가지 실천 방법들이 홍보, 권장되어 웬만한 환경실천 수칙은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이
다. 또한 환경보호의 필요성에는 상식 수준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생활 속
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지식과 실천이 통일되지 않는 인류의 오랜 화두가 여기서 그대로 재현되
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많은 현인들이 설파했던 문제이기는 하지만,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해 온 시민단체와 관계기관에도 그 책임이 크다. 환경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여러 가지를 주장해왔지만 정작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실천하는 집단은 상대적
으로 적었다. 구호와 주장에 지쳐가는 시민들은 모범을 필요로 한다. 묵묵히 실천하는 따라 배울
만한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비판과 요구를 주 내용으로 하는 기존의 환경운동 방식에서 한 걸
음 나아가 생활 속에서 자기 실천과 경험을 토대로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
야 한다.
여덟째, 개인 실천에서 시작해서 사회정책과 생산구조의 변화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운동이
다. 개인이 주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와 국가, 나아가 지
구적인 환경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경험과 에너지를 생
활 속의 실천 활동을 통해 축적해 나가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개인 실천 영역을 꾸준히 개발,
확산해 나가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적, 기술적, 경제적 영역의 정부 정책과 기업 경영
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하는 것이다.

쓰레기제로운동의 원칙과 방법, 그리고 공동체 대중의 합의와 실천
정토회관에서 진행된 5년여의 쓰레기제로운동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많은 대중
이 어떻게 이 운동에 참여하고 실천해 왔는가 이다. 속도와 편의의 현대문명을 살아가는 누구라
도 이 쓰레기제로운동을 받아들이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비록 정토회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불교수행공동체의 구성원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대중이 여러 해에 걸쳐 지속적
으로 실천해 왔다는 것은 나름의 조직과 원칙, 합의 방식 등이 적절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하
였을 것이다.

쓰레기제로운동의 원칙과 방법
쓰레기제로운동은 ‘이 우주 안의 모든 생명은 한 몸으로서 누구의 것도 아님을 알아, 적게 쓰
고 적게 가짐으로써 자연과 더불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대안적인 생활양식과 새로운 문명을 만
들어 나가는 데’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원칙을 갖고 진행되어
왔다.
첫째, 사후처리에서 사전 예방적 관점으로 바꾸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사후약방문 등의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환경 오
염과 파괴가 일어난 다음에 이를 저감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 실효성이 떨어진다. 하지
만 지금껏 우리의 소비중심의 삶에서는 늘 뒷북치기 식의 환경 실천이 이루어져 왔다. 일회용품
과 채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물을 쓰레기라고 분류한 다음 이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분리수거해
서 처리비용을 줄이고 처리효율을 올릴 것인지, 그리고 이들의 적절한 재활용 방법과 대상은 무
엇인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으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단편적인 접근방법이다. 그러
므로 쓰레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은 그것의 처리가 아닌 발생 원인 규명과 해소 쪽에 서야 한
다. 원인규명과 이의 해소가 아닌 현상의 해결 자체에만 매달린 결과 수 천억에 달하는 연구비용
과 처리비용을 투입하고서도 늘 환경오염 현상은 악화되기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쓰레기
가 생산되지 않는 생활 방식과 부산물을 쓰레기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의 정립이 환경문제를 해결
해 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에 사후처리에서 사전 예방적 관점으로의 전환이 쓰레기제
로운동의 원칙으로 굳게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다.
둘째, 편리함을 추구하는 삶에서 불편함을 즐기고 감수하는 삶으로 바꾸기.
쓰레기제로운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불편함일 것이다. 모두가 편리하고 빠른 생
활을 추구하는 속에서 거꾸로 불편하고 느린 삶을 산다는 것은 그만큼의 거부감을 감수할 수밖
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쓰레기제로운동에서 불편함을 즐기고 감수한다는 것은 운동의 원
칙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당위적인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어
나가기는 쉽지 않은데, 불교환경교육원에서는 ‘현대 물질문명의 편리함’ 이면에 도사리고 있
는 ‘생명의 죽임’ 현상을 스스로 느끼도록 노력해 왔고, 그 핵심에 생태교육과 수행, 마음 나
누기와 토론을 통한 합의의 과정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5년여가 경과한 지금,
정토회관에 상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불편함을 즐기고 감수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앞으로
의 과제이다.
셋째,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살고 꾸준히 실천하기.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환경 파괴와 오염의 현상에는 물질적 만족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물질
만능주의와 다수의 보다 큰 만족을 위한 생산력 증대주의와 속도주의,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는 결과중심주의 등이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
런데 이러한 전도된 가치관이 환경문제 해결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을 쉽사리 볼 수
있다. 단기간에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애쓰는 가운데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고 의도한 바와 상관없는 결과를 얻기도 한다. 창으로써 창을 막는
방법이 가장 손쉬운 것이겠으나 이는 또 다른 위험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
지고 있더라도 결과에 집착하여 과정을 소홀히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비록 느리고 더
디게 진행되더라도 단기간의 효과에 집착하지 않고 실천과정에서 나타나는 성과와 문제점을 면밀
하게 분석하고 검증해 나가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운동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다. 패러다임
의 전환을 통한 대안적인 생활양식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근본적인 실천 운동을 통해
가능한 일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쓰레기제로운동은 머리로 이해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생
활 속에서 느리지만 철저한 실천을 통한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머리와 손발이 일치되어 함께 움직
일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둔다.
넷째, 절약의 정신을 넘어 공경의 정신으로 전환하기.
지금까지 일반시민들이 실천하는 환경보호 운동은 식목일이면 나무를 심고,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분리 배출하고, 합성세제를 덜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
는 등의 내용으로 일관되어 왔고, 이 정도의 실천이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환경의식이 뛰어나
다고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수십만, 수백만 명의 사람이 밀집해서 살아가는 도시에서의 삶을 전
체적으로 바라보면 이 정도의 노력만으로 환경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약 천만 명의 사람이 지
역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하고 한 번 쓴 물건은 어떤 형태로든 자연으로 되돌려 이용하는 형태로
살아왔던 조선시대 이전의 한반도였다면 우리가 실천하는 이 정도의 노력만으로 환경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겠지만, 4천만이 넘는 인구가 그것도 88%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면서 모든 자원과 에너지
를 외부에 의존하는 지금의 주거 방식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한 사람이 소비하는 자원
과 에너지의 양은 이전 시대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지금, 단순한 절약만으로는 환경문
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얘기이다. 결국 우리의 소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만이 우리 자손들에
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남겨줄 수 있는 방법이고, 그 바탕에는 사물을 자원과 욕구충족의 수단으
로서가 아닌 공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깔려있어야 한다. 즉 존재의 본질을 정확
히 간파하여 모든 존재가 하나이며 나와 상대(생명을 넘어 물질까지도)의 행복과 불행이 둘이 아
니라 하나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와 같이 절약의 정신을 넘어 공경의 정신으로 나아갈 때 모든
물건은 제 자리에서 쓰임을 다할 수 있고, 환경문제도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쓰레기제로운동
은 물질 또는 물건의 사용량을 줄이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이웃과 자연환경을 공경하는 마음가짐
을 가지도록 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지역과 국가, 지구적인 차원에서 자원이 불평등
하게 편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웃인 지역과 국가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없다면 경
쟁적인 자원채취와 이용행위를 막아내기 힘들 것읻. 또한 자연 생태계의 존재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인간의 편리와 이용의 측면에서 구분하고 이용하려 한다면 자연 생태계의 균형과 질서
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물질사용에 대한 절약의 차원을 넘어 사람은 물론 모든 존재까
지도 생명의 존재로서 소중하게 모시고 공경해야 할 대상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쓰레기제로운동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공동체 대중의 합의와 실천
1999년 봄에 정토회관의 환경문제에 대한 제기가 있으면서 정토회관에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쓰레기발생량을 줄이고 친환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실험적으로 추진해보자는 의견으로 인
해 쓰레기제로운동이 시작되었다. 정토회관에 상주하는 공동체 대중과 활동가, 방문자들을 대상
으로 실험과 실천이 진행되면서 이러한 실천에 대한 점검의 필요성과 전체적인 행동계획의 필요
성으로 인해 그해 여름총회를 거쳐 환경특별위원회(이하 환경특위)가 구성되었다. 쓰레기제로운
동을 개별 부서 단위의 사업을 뛰어넘어 정토회 전체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환경특위에
서는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 실천내용 결정, 집행, 자료 조사 등의 내용으로 2002년 2월
그 활동내용을 불교환경교육원이 그대로 계승하면서 발전적으로 해소될 때까지 활동하였다.
환경특위의 활동 목표는 쓰레기제로운동을 통해 도시에서 살아가는 일반인이 친환경적으로 살
아가는데 어디까지 가능한 지를 정토회관이 하나의 실험지가 되어 직접 실험, 실천해 보고 그 경
험과 성과를 토대로 사회적인 실천 방안과 정책적인 개선 방안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정
토회의 모든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총회로부터 쓰레기제로운동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아 강력한
집행력을 갖춘 환경특위에서는, 공동체 대중의 동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실천운동을 벌이자는 문
제제기에 따라 공동체 대중의 의견 수렴과정으로써 2000년 4월 ‘정토회 녹색화를 위한 공청회’
라는 이름으로 제1회 환경공청회를 실시하게 된다. 환경공청회는 정토회 전체 행사로서 모든 대
중이 반드시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으며, 참가하지 않을 경우에는 개인의 의견을 전체에
게 위임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공청회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른다는 의사결정구조를 마련하였다.
환경공청회에서는 매월 환경특위의 내부논의에서 결정된 한 가지씩의 행동지침과 실천 방법들
이 제시되었고 그 자리에서 토의를 통해 결정하였다. 한 달간의 실천을 통해 다음 공청회에서
전 달에 제시된 행동지침을 계속 추진할 지 여부를 결정하였는데, 구체적인 자기 행동반경에 큰
제약을 느낄 경우에는 적극적인 반대의견이 주장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행동지침들이 자리를
잡아 나가고 쓰레기 자체의 배출량이 감소하면서 상주대중의 삶의 방식까지 바뀌게 되었다. 이
런 ‘내면세계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2002년 3월 환경공청회라는 명칭을 ‘내 마음의 푸른 마
당’으로 바꾸게 된다. 이름만 변한 것이 아니라 진행방식에 있어서도 환경특위와 불교환경교육
원의 담당자 중심에서 공동체 대중 중심으로 바뀌게 되었다. 물, 에너지, 재활용품, 음식물쓰레
기, 일회용품 등의 분야별로 분과를 구성하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결정하고 한 달 동안 ‘지독하게 살아보기’를 체험하여 다음달의 ‘내 마음의 푸른 마당’에서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분과별 발표에 대한 전체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여 회관 내 공통실천 항목
으로 선정되고 일단 선정이 되고 나면 모두가 따라해야 하는 지침으로 굳어지는 방식이었다.
2004년 현재까지도 매월 진행되고 있는 ‘내 마음의 푸른 마당’은 분과별로 실천지침을 자발적
으로 논의하고 제안하는 토론의 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공동체 대중을 위한 환경교육의 장으로서
도 활용되고 있다.
이상에서 쓰레기제로운동의 초창기부터 대중들이 어떻게 논의하고 결정하여 실천해 왔는 지를
살펴보았다. 여기서 환경특위와 환경공청회(‘내 마음의 푸른 마당’을 포함하여)의 성격을 한
번 살펴보자. 우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천지침의 결정은 구체적이고 단순하였다. 막연하게
‘전기를 아끼자’, ‘물을 절약하자’가 아니라 전기 사용량을 몇 %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
를 설정하였다. 제1회 환경공청회에서 제시된 행동프로그램에서, 쓰레기는 완전히 재활용하여 제
로로 한다, 물 소비는 반으로 줄이면서 두 번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수도꼭지를 틀지 않는다, 전
기소비는 반으로 줄인다, 지독하게 녹색소비생활을 해본다 등이 목표로 제시되었다. 구체적인 목
표와 구체적인 실천 결과가 없으면 대안 생활의 자료로서는 턱없이 부족하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운동의 모든 내용과 진행이 자발성에 기초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
를 확인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였고, 공동체로 함께 사는 이유를 발견하는 근본적인 실천과정이었
다. 환경특위에서 전권을 갖고서 쓰레기제로운동을 추진하였지만, 강압적이거나 지시적인 것이
아니라 대중이 함께 모인 공청회에서 대중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화장
실에서 휴지를 사용하는 대신 뒷물을 하자는 실천지침에 대해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격렬하게
반대하여 오랫동안 치열한 공방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무
시하거나 설득하려 들지 않고 사람마다 다른 개성과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의 방법으로 활
용하였고, 오히려 자기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를 찾아내어 이를 해소하는 데 상
당한 역점을 두었다. 이때 개인욕구에 기반한 저항의 경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삶을 바꾸
어 가는 수행의 과정으로 삼으면서, 결국 쓰레기제로운동을 통해 환경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자
기 수행과 공동체 구성원로서의 의식을 함양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를 들어, 2000년 4월 제1회
환경공청회에서는 1999년 9월 처음 권고사항으로 제안되어 시행되던 화장실 뒷물과 관련하여 긍
정적인 의견은 전혀 없었고, 시설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하거나 소극적인 사람들의 불편함과 입장
이 최대한 고려되어야 한다는 중립적 태도가 주류를 형성하면서, 여자의 경우에는 뒷물이 불가능
하며 남아 있는 물기로 인한 거부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바가지로만 하던 것
을 뒷물용 샤워기로 교체함으로써 시설을 개선하고, 뒷물 후 물기 제거용 손수건을 휴대하는 대
안이 마련되었고, 소극적인 사람에게는 강요하지 않으면서 실천자들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방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셋째, 단순히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실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험을 통한 사전 검증의 장으
로 활용하였다는 점이다. 쓰레기제로운동의 근본취지가 ‘우리가 먼저 해보고, 다른 사람과 더불
어 해보고, 마지막으로 주장한다’는 것이었기에, 정토회관에서 진행된 쓰레기제로운동은 삶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기 위한 사전 확인 작업의 일환이었고, 환경특위나 공청회가 이러한 사전
검증 작업을 대중들이 모두 함께 하는 자리였다.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삶의 방식에 대해 점검하
고 실제로 줄이고 없애려고 노력하는 다수의 경험을 모아내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였다는 것이다. 일사천리로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대
신 대중의 ‘저항정도’를 조사하고 이를 해소해 나가는 과정을 매우 중요시함으로써, 일반시민
들에게 제안되었을 때 발생할 다양한 반대 의견과 저항을 예측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쓰레기
를 얼마나 줄였나?’보다는 ‘어떤 실천지침에서 대중의 저항정도가 얼마나 되는가?’를 늘 고려
하였다. 실천하기 전까지의 단계에서는 환경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모아냄으로써 개인의 실천의지
를 높이면서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 내었고, 실천과제가 결정되고 나면 흔쾌히 받아서
실천할 수 있는 힘과 그런 과정에서 느끼는 ‘불쾌감, 어려움, 반감’ 등의 저항에 대한 구체적
인 자료를 축적할 수 있었다. 결국 ‘저항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었다.

절약과 실천을 넘어 쓰레기제로운동은 가능한가?

쓰레기제로운동 성과의 한계와 과제
불교환경교육원에서 진행해 온 쓰레기제로운동 성과의 한계와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실험과
실천의 대상과 공간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정토회관이라고 하는 수행공동체에 상주
하는, 일반인들과는 다소 이질적인 성격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여 운동이 진행됨으로 해
서 그 결과가 그대로 일반인에게 적용, 확산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일반 가정과는 달리 신
행 활동을 하는 수행공간, NGO의 업무공간, 숙식공간으로 구성된 다중 성격의 건물 내에서 이루
어진 운동이었기에 가정생활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2004년 현재 한국불교환경교육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가족환경실천단 사업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정토회관 내에서의 운동의 성과를 바탕으로 일반 시민들의
구체적인 생활공간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환경실천 사례를 중심으로 쓰레기제로운동을 진행한다
면 보다 구체적이고 일반인에게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운동이 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5년 여간 진행되어온 운동의 성과를 토대로 일반가정을 대상으로 운동의 범위를 확산해 가는
시점에서 그 동안의 실험내용과 축적된 자료를 살펴보면, 당초의 목표나 사업추진 계획에 비추
어 과학적인 자료조사와 분석노력이 부족하여 데이터의 조사, 축적, 관리가 미비한 결과를 낳았
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특히 세부 실천과정에서 나타난 대중들의 심리적인 반응과 의식의
변화 과정에 대한 정성적인 분석 자료가 부족하였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소비와 의식 전환
의 모든 내용을 일관성 있게 꼼꼼하게 기록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특히 어느 단체도 어
느 누구도 이런 일을 한 사례가 없는 상태에서 운동을 진행하다보니 자료조사 양식도 수 차례에
걸쳐 변화해 왔고 이들 양식의 내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자료를 어떤 형태로 취합․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계획 없이 그 때 그 때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진행하다 보니 의미
있는 결과 해석에 장애 요인이 되었다.
따라서 쓰레기제로운동의 확산을 위한 가족환경실천단 사업에서는 광범위한 일반인을 대상으
로 운동을 진행하되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자료 조사, 축적, 관리가 필요하다. 단순히 실천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불려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해 가기 위해서는
일반 소비 생활의 다양한 면을 정확히 조사하여 자료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는 조사분석을 위한 치밀한 사전 설계가 필요하며, 실천항목에 따른 시민들의 저항정도와 이의
극복 방안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여기에 포함되어야 한다. 아울러 가정 내 개인의 실천의지 향
상뿐만 아니라, 환경성을 고려하면서도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시설 개선을 위한 기술적, 정책
적 접근 방안 또한 마련해야 한다. 물 사용량 절감을 위한 기술과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화장실 휴지를 대신한 뒷물 사용법의 불편함과 비위생성을 고려한 개선책도 마련되어야 한
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물 사용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새로운 방식
의 변기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는 수세식 화장실에 의한 유기성 자원의 폐기물화를 방지하
고 퇴비화를 통한 자원순환형 기술로서 물 사용량 또한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을 장보기의 단계에서부터 닦아먹기의 과정을 통
해 줄이더라도 최소한도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 하기 위한 보다 보편적이
고 실용적인 기술의 적용사례를 개발해야 한다. 현재 환경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사료화,
퇴비화 방법의 경우 기술적인 문제와 재생 제품의 시장성과 안전성 문제 등으로 인해 그다지 효
과적인 방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데, 쓰레기제로운동에서 추진해온 지렁이 등을 이용한 가정 내
완전 퇴비화 방법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발생량 전부를 이러한 방법
으로 퇴비화 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을단위의 공동퇴비장을 마련하고 여기서 얻어지는 퇴비를 활용
하기 위한 녹지공간의 조성, 이들 시설을 이용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생태학습장 및 생태교
육 프로그램의 마련, 시설의 구성과 운영을 위한 마을단위의 자치기구 조직화 등에 대한 방법론
개발과 아울러 시범적 실천이 필요하다.

쓰레기제로운동의 전망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현재의 사회발전 모델이 결코 지속가능한 모델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자연을 지배하고 약탈하면서 대량
생산-대량소비 체제를 통해 인간의 물질적 욕망의 충족을 목표로 하는 시장경쟁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과학기술에 의존하여 환경문제를 풀어가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생태주의적인 대안적 사회발전 모델과 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 체계
적으로 제시되고 현실적인 힘을 갖는 사회운동으로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쓰레기
제로운동이 갖는 의미가 있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고 생각된다.
쓰레기제로운동은 생활양식의 변화를 위한 대안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 문
제에 대한 비판과 반발력을 중심으로 하는 원심력형 운동의 에너지로서는 부족하다. 대안사회에
대한 비전과 열망이 가지는 흡인력을 바탕으로 하는 구심력형 운동에너지가 기반이 될 때 가능하
다. 따라서 쓰레기제로운동은 낡은 질서와 가치체계, 제도, 시스템 등에 대한 파괴와 저항 중심
의 운동을 넘어서 새로운 질서와 가치체계, 제도, 시스템 등을 만들어 가는 창조의 운동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쓰레기제로운동을 널리 확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토회관 내 수행공동체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던 실천 활동의 결과를 일군의 가정을 대상으로 확대 실험을 거쳐 일반 사
회 대중들에게 적용해 나가는 방식으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쓰레기제로운동
의 단계적인 확대과정에서 그동안 진행되어 온 정토회의 근본주의적인 집단적 실험의 성과들은
현실 속에서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실천 목표를 설정하는 데 중요한 잣대로 활용될 수 있을 것
이다. 또한 쓰레기제로운동은 정토회 내부에서만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
색하는 많은 시민단체들과 함께 연대하여 일반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 갈 때 진정한 사회
개혁의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지속가능한 삶의 모습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쓰레기제로운동의 성과를 제대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시민, 시민단체, 전문
가, 지자체, 국가가 함께 하는 종합적인 추진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 미국 시애틀시의 경우 시
환경국 산하에 물수요관리위원회(Purveyor Conservation Committee)를 두어 소비자와 전문가, 담
당자들이 직접 절감가능량 평가(Conservation Potential Assessment, CPA) 과정과 물절약 1% 프
로그램 개발 및 수행에 직접 참가하여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
고 있는 지방의제 21 사업과의 연계 모색도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쓰레기제로운동의 전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제 환경운동은 절약과 실천을 뛰어넘어, 단순히 쓰레기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죽임과
파괴와 개발의 문화를 살림과 생명과 보존의 문화로 전환시킴으로써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시민
의식 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 쓰레기제로운동은 그러한 단초를 제공하는 미래지향적 운동이 될
것이다.
둘째, 시민들과 괴리되어 시민 없는 전문가들만의 이슈중심의 환경운동이 아니라 전문가와 일
반시민이 결합하여 실천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실천하고 개발해 가는 시민중심의 환경운
동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실천 방법과 관련 기술, 정책의 개발은 전문가의 몫으로 남겠지만,
실천적인 모델을 개발하고 청소년과 시민들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실천 중심의 활동은 시민들이
맡아서 하게 될 것이다.
셋째, 20세기가 대립과 갈등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화합과 상생의 세기가 되어야 하며, 그러
한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쓰레기제로운동을 통한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환경문
제 해결 노력을 통해 나부터 하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한 다음 외부에 요구하고 주장하는 새로
운 시민 문화를 창조해 나갈 수 있다.
넷째, 쓰레기제로운동은 단순히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본
질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을 회복하는 신문명운동이다. 따라
서 서구의 기계론적 세계관을 극복하고 동양의 전통 가치관과 사상을 새롭게 현대생활에 적용함
으로써 물질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 정신과 영성을 소중히 하는 새로운 정신문명을 이룩하는 운
동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환경 문제를 단순한 공해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그 속에 숨어있는 남
녀 차별, 권위주의, 노동착취, 빈부격차, 폭력과 전쟁, 청소년 문제, 비민주성, 퇴폐문화, 성장
지향의 물질만능주의 등을 유기적으로 파악하여 환경실천이 바로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는 중요
한 방법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글 : 최광수 (한국불교환경교육원 정책위원, 경상대학교)
자료출처 : 한국불교환경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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