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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의 섬이야기] 2020년대, 자연과 공존의 기로에 선 인간

2020년대, 자연과 공존의 기로에 선 인간

홍선기(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생태학)

 

2020년대를 시작하면서 쓰는 첫 칼럼이다. 늘 연말 연초에 쓰던 글처럼 희망을 주는 내용으로 채우고 싶었고, 이전과 다르게 2020년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마치 개화의 의미가 담긴 색다른 주제를 생각해 왔다. 그러나  전 세계 곳곳에 여러 가지 인류를 위협하는 생태변화가 발생하고 있어 이 얘기를 해보려 한다. 최근 호주에서의 산불과 생물 서식처 파괴, 세계 여러 주요 도시의 홍수, 북극의 녹아내리는 빙하 등 불과 수년 동안 역사에 없던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또 얼마 전부터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야생 동물을 식용으로 이용한 인간에 의해 발생한 사건으로 앞으로도 지구 환경변화에 편승한 질병들이 인류를 위협할 것이다.

국가간 생물다양성 조약에 의한 생물자원 거래
모든 질병을 예방하고 대처하는데 필요한 것은 동물이나 식물, 미생물에서 추출한 약품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동식물의 약품성은 동남아 지역이나 남미 정글의 동식물보다도 미약하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대부분 생물자원을 해외에 의존하여 수입하고 있다. 과거에는 선진국이 후진국의 생물자원을 무제한 발굴하거나 채집하여 활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간 생물다양성 조약’에 의하여 국가 상호 간에 서로 이익이 되는 한에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후진국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국가 차원에서 생물자원 접근 및 이익을 공유하고자 법적인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이러한 체계에 의하여 후진국에서 생물자원을 수집하여 상품화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일정한 비용을 상대국에 제공하게 된다.

약용과 발암성을 함께 가진‘핀낭’

인도네시아의 티모르섬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 사진. 인도네시아는 대소 1만 3,677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필자는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섬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의 항목에는 원주민들에 의한 생물자원의 이용도 포함된다. 올해 1월 초에는 인도네시아 레서 순다(Lesser Sunda)지역 끝에 위치한 티모르섬에 조사 다녀왔다. 다른 섬들을 답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서티모르 지역을 답사할 때도 재래시장을 방문하였다. 티모르섬은 지금까지 조사한 인도네시아 섬과 다르게 파푸아뉴기니나 호주 북부의 다윈의 원주민들처럼 문화와 생활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재래시장에서 핀낭 재료를 팔고 있는 주민들 (2020-01-13, 서티모르 쿠팡, 홍선기 촬영)

핀낭의 재료인 아레카 너트 말린 것과 열매, 베틀후추 열매, 야자수 잎(왼쪽 상부), 석회(상부 힌색) (2020-01-15, 서티모르 Kefamenau, 홍선기 촬영)

재래시장을 돌면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핀낭(인도네시아어 pinang)이었다. 이곳 연구자들의 말에 의하면 이 핀낭을 씹으면, 배고픔을 달래주고, 이를 튼튼하게 한다고 한다. 또한, 에너지가 넘치는 힘까지 준다고 한다. 추후에 이 식물에 대하여 더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우리말로 빈낭자라고 하는 아레카 너트(areca nut)를 말려서, 베틀후추(betel pepper, Piper betle, 인도네시아어 sirih)와 함께 석회를 바른 야자잎에 싸서 씹는 것으로 담배와 같은 약용, 흥분과 중독성이 있다. 사실 여기에는 후두암과 식도암을 유발하는 발암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기도 하여 위험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아레카 너트는 이미 약품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핀낭 열매인 빈낭나무(Areca catechu).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종의 종려나무이다. (2020-01-16, 서티모르 Kefamenau, 홍선기 촬영)

핀낭을 씹는 것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민간요법이기도 하고, 고유한 풍습이다. 네팔에서부터 인도, 스리랑카, 미크로네시아, 미얀마, 태국, 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괌, 솔로몬제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아레카 너트와 베틀후추는 일상생활에서 마치 잎담배와 같이 사용되고 있다. 일상에서 흔하게 얻을 수 있는 아레카 너트와 베틀후추에 포함된 다양한 민간생물이 생화학적으로 중요한 의약품 자원으로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새 생물자원을 발견하려는 연구자, 상인들이 찾는 티모르섬
민간요법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우리 기억 속에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옛날 어르신들은 아이가 배앓이를 할 때 담배 한 대 피우게 하면 금새 낫게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옛날 섬에는 배앓이 비상약으로 쓰기 위한 양귀비 한두 그루를 심어놓았다. 배 속 기생충을 죽인다고 석유를 마시게 한 적도 있다. 머릿속 이를 잡는다고 석회를 뒤집어쓴 적도 있다. 요즘 같으면 상상을 못할 일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담배, 양귀비, 핀낭 같은 식물들은 민간 치유로서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현대 의학에서는 중요한 의약재료를 추출하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에는 대항해시대 동인도회사가 활동한 향신료 무역의 중요한 통로였던 인도네시아 말루크제도와 그 중계지 역할을 했던 티모르섬은 새로운 생물자원을 찾기 위해 전 세계 연구자, 향신료 업자, 무역에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기후 변화의 따른 질병의 확산
최근 지구온난화에 대한 세계 연구자들의 경고가 강해지고 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최근 보고에 의하면 2020~2030년 사이에 인류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해야 향후 지구 생태계의 붕괴를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질병은 인간을 매개체로 확산되고 있다. 질병의 확산은 어쩌면 기후위기와 함께 시너지 효과에 의해 더욱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기온이 상승하고, 해수면이 올라가는 정도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 사라졌던 미생물, 바이러스, 동토에 묻혀 있던 미확인 생물체들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구환경 위기에 아직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인간은 기로에 서 있다. 인류를 위한 미지의 생물자원들을 찾고, 가치를 파악하기도 전에 귀한 생물들의 멸종을 지켜봐야 하는 안타까운 시점이 더 빠르게 가까이 도달한 것 같다. 인류세가 인류 마지막 시대가 될 것인지 향후 10년이 고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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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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