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꽃가루의 세계
신동호 기자 | |
2001년 10월 19일 | dongh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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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부 터 개나리 벚꽃 소나무의 꽃가루. 이동방법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
현미경으로 자세히 보면 꽃가루도 천태만상으로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
특성평가센터 김재천 연구원이 전자현미경으로 벚꽃(2400배) 개나리(800배) 소나무(290배)의 꽃
가루를 잡았다.
벌이 꽃가루를 옮기는 벚꽃과 개나리는 사진처럼 꽃가루 껍질에 오돌돌한 돌기가 있다. 자연은
곤충의 몸에 달라붙기 쉽게 꽃가루를 설계한 것이다. 반면 송화가루는 놀랍게도 두 개의 큰 공기
주머니를 갖고 있어, 이 풍선을 이용해 멀리 이동한다.
그래서 꽃가루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식물을 분류할 때 벌 등 곤충이 꽃가루를 매개하는 충매화,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풍매화로 나눈다. 꽃가루 표면을 자세히 보면 길게 움푹 패인 발아공이
몇 개씩 있다. 발아가 되면 여기에서 꽃가루관이 나온다. 식물학자들은 이 발아공의 개수와 꽃가
루 껍질의 모양으로 이것이 무슨 식물의 꽃가루인지 금새 알 수 있다.
꽃가루는 밀가루처럼 보이지만, 호두처럼 단단한 단백질 껍질로 덮혀있다. 이 껍질은 강산으로
녹여도 끄떡없을 정도. 땅 속에서도 수 만년 동안 썩지 않는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지
만, 꽃가루는 죽어 껍질을 남긴다”는 말도 있다. 동물로 따지면 뼈에 해당하는 이 꽃가루를 분석
해 수만년 전의 기후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경주 안압지와 동해안 경포호
밑바닥의 꽃가루를 연구해 5000∼1만년 전의 고기후를 복원한 바 있다.
삼나무 편백나무 돼지풀 환삼덩굴 등의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꽃가루의 표면단백질이
사람의 눈 코 점막에 있는 수용체와 반응해 인체를 자극하는 것이 바로 알레르기 증상이다.
자료:www.dongascienc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