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와 암술 상호작용 방해
신동호 기자
2001년 10월 19일 dongho@donga.com
환경호르몬이 남성의 정자 숫자를 줄여 난리다. 그런데 ‘식물의 정자’인 꽃가루도 환경 오염 때
문에 비실비실하고 있어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은주 교수는 오염이 심한 도시와 교외에 사는 소나무 꽃가루 4000개의 활력
도를 분석해 26일 열리는 한국생태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오염에 찌든 서울 남산과 여천공단의 꽃가루가 청정지역의 꽃가루보다 활력도가 훨씬 떨어졌다.
식물의 수정은 수술에서 만들어진 꽃가루가 암술머리에서 발아하면서 혀처럼 긴 관을 내밀어 이
관을 통해 정핵 등을 내보내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꽃가루를 인공발화시킨 결과 꽃가루관이 자라
난 길이가 오염이 심한 남산의 꽃가루는 광릉의 꽃가루보다 20%나 짧았다. 또 남산 소나무의 꽃
가루 발아율은 광릉 꽃가루의 발아율보다 10% 정도 떨어졌다.
또 여천공단 1㎞ 이내의 소나무 꽃가루는 순천 야산 꽃가루보다 꽃가루관의 길이가 36%나 짧았
고, 발아율도 7%가 낮았다.
이 교수는 “사람의 정자가 환경호르몬에 의해 숫자가 줄어들고, 활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식물의
꽃가루도 환경 오염의 영향을 받고 있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식물도 동물처럼 암술머리에 꽃가루가 떨어지면 흥분한다. 암술과 꽃가루 사이의 상호인식을 통
해 자기와 동일한 종의 꽃가루임이 확인되면 옥신이란 호르몬이 섞인 점액질 물질이 분비돼 암술
머리가 축축해진다. 이 호르몬이 꽃가루의 발아와 꽃가루관의 성장을 촉진한다. 이 교수는 “환경
호르몬이 여성호르몬을 흉내내 동물의 생식을 교란시키는 것처럼, 식물도 환경오염 때문에 꽃가
루와 암술 사이의 상호 인식에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www.dongascienc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