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관련자료

DDT·톨루엔·크실렌…인체는 화학물질 저장소

우리 몸에는 얼마나 많은 유해 화학 물질이 축적되어 있을까. 빌 모이어스(66)라는 미국의 저널
리스트가 최근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PBS의 〈Trade Secrets〉)에서 이 의문에 해답을
주었다. 그는 혈액 검사를 통해 자신의 몸 속에 얼마나 많은 화학 물질이 있는가를 검사했다. 실
험 결과 빌 모이어스의 혈액에서는 검사 대상 화학 물질 1백50종 가운데 84종이 발견되었다. 84
종 가운데에는 독극물 13종과 살충제 DDT가 포함되었다. 빌 모이어스가 먹고 마시고 호흡한 66
년 동안 그의 몸 속에 축적된 것이다.

발암 화학물질 6백여종

지난 50년 동안 등장한 새로운 화학 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
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혈액 속에 외부에서 침투한 수많은 화학 물질이 돌고 있다는 점
에 대해서는 화학업계나 전문가 모두 동의한다. 빌 모이어스의 혈액을 60년 전에 검사했다면 납
한 가지만 발견되었을 것이라는 맥캘리 박사의 말처럼, 지난 50년 동안 새로 나타난 화학 물질들
은 인간의 몸 속으로 계속 스며들었다. 또 새로운 화학 물질이 등장함에 따라 유방암·소아암과
10대 소년들의 정소암·불임 등이 꾸준히 증가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화학 물질은 약 1천3백만 종. 이 가운데 상업적으로 생산·판매되는 것
이 10만여 종에 달하고, 매년 새로운 화학 물질 2천여 종이 상업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3
만6천여 종이 유통되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화학 물질 2백여 종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한국화학연구원 김용화 책임연구원(안전성연구센터 환경독성팀) 말대로
이 많은 화학 물질이 모두 인체나 환경에 유해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발암 물질이라
고 알려진 화학 물질이 6백여 종에 이르고, 나머지 대부분의 화학 물질 또한 인체에 해롭지 않다
고 단정할 수 없다. 설사 위험한 물질이라고 밝혀졌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사용을 전면 금
지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화학 물질에 따른 위험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4월5일 환경부가 발표한 ‘1999년 유해 화학 물질 배출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의 대기는 유해 화학 물질로 가득 차 있다. 이 조사는 한국에서 유해 화학 물질이 연간 1만6천t
이상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내 석유 정제업체 및 화학제품 제조업체 1백56개를 조
사한 결과, 이들 업체는 1년 동안 유해한 화학 물질 60종 1만6천3백79t을 배출했다. 25t짜리 덤
프 트럭 6백50여대 분량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 배출된 물질은 디클로로메탄(2천7백89t), 톨루엔(2천6백76t), 크실렌
(1천4백77t)이며, 이들의 90% 이상이 대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하천 등 수계로 가장 많이 배출
된 물질은 황산(8백79t)과 염화수소(2백81t)이며, 황산은 토양으로도 가장 많이 배출되었다(1백
76t).

이 가운데 디클로로메탄은 동물 실험에서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대량으로 노출되어서는
안되는 휘발성 유기 화학 물질이다. 또 톨루엔을 흡입하면 중추신경계통 기능이 저하되고, 간 기
능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임신 중 유산 빈도가 증가된다는 연구도 나
와 있다. 크실렌은 눈·코·목 등 기관지를 자극하고, 마취·현기증·구토 증세를 일으키는 등
건강에 유해하다. 다행히 세 물질 모두 인간이 흡입해도 간이나 폐를 거쳐 다시 빠져나가기 때문
에 인체에 축적되는 양은 많지 않다.

한국, 발암 물질 디클로로메탄 배출 가장 많아

그러나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신동천 소장(예방의학과 교수)은 “이들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
될 경우 인체가 해를 입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신소장은 업체가 화학 공정을 개선하면 배출
량을 줄일 수 있는데도 이처럼 다량 배출하고, 특히 발암 물질로 의심되는 디클로로메탄이 가장
많이 배출되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화학물질과 박봉균 사무관
은 다량 배출되는 유해 화학 물질을 ‘위해 우려 물질’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관
계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각의 유해 물질이 어느 정도 축적되었을 때 인체에 해로
운가를 규명하는 연구도 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3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평구 박사팀이 발표한 ‘서울 지역 도로변의 중금속 오염 현
황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대기는 중금속 오염 또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평구 박사 팀이
지난 2년 동안 서울 시내 13개 구 도로변 하수구 퇴적층을 조사한 결과 인체에 유해한 구리·아
연·카드뮴 등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다량으로 검출되었다. 아연의 경우 서울 시내 전역에
서 채취한 전체 시료 가운데 90.3%가 선진국 우려 기준(720ppm)을 초과했다. 구리 역시 전체 시
료의 88.5%가 우려 기준(190ppm)을 넘었고, 카드뮴은 조사 대상 시료의 12.4%가 우려 기준
(12ppm)을 초과했다. 연구진은 도로변 하수 퇴적물에서 중금속이 다량 검출된 것은 자동차의 연
료와 타이어 및 각종 산업활동에 의해 배출된 오염 물질이 도로변 하수에 흘러들어 장기간 축적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평구 박사는 “이 오염 물질들은 평소 대기 중에 떠다니다 비에
쓸려 퇴적층에 쌓인 것이다. 사람이 호흡할 때 대기 중에 떠다니는 중금속이 인체에 스며들 수
도 있다”라고 말했다.

각종 산업 활동에서 화학 물질 사용이 불가피하므로 모든 유해 화학 물질을 전면 금지하기는 어
려운 실정이다. 제도적으로 마련된 위해성 물질 관리 체제를 효율적으로 운용해 위험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신동천 소장이 지적한 대로 공해병을 일으킬 만큼 인체에 심각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환경 정책에 있다. 인체가 해를 입었을 때는 자연 생태계가 이
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환경 오염 물질은 생태계 생물 개체에 먼저
영향을 주고, 인체에는 훨씬 나중에 영향을 미친다. 인체가 적신호를 느꼈을 때는 이미 너무 늦
다는 것이다.

자료제공 : 시사저널 글: 안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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