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관련자료

알이 닭을 낳는다

닭이 꼬꼬댁거리며 모이도 쪼아먹고 짝짓기도 하는 걸 보면 닭이 닭이라는 생명의 주체인 것 같
다. 그래서 우린 닭이 알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쩌면 알이 닭을 낳는 것
인지도 모른다. 닭의 눈으로 보지 않고 알 속에 들어 있는 유전자의 눈으로 보라. 닭은 잠시 이
승에 나타났다 달이 차면 사라져버리는 일시적인 존재에 불과하지만 태초에서 지금까지 면면히
숨을 이어온 알 속의 DNA야말로 진정 닭이라는 생명의 주인이다. 적어도 이 지구라는 행성에 사
는 닭이라는 생명에게는 말이다. 유전자의 눈높이에서 다시 보는 생명은 퍽 허무해보인다. 그러
나 약간의 허무함을 받아들이면 스스로가 철저하게 겸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곤 자연
의 일부로 거듭나게 된다.

-책을 내면서

■ 저자소개

서울대학교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서 생태학 석사, 하버드 대학에
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곤충과 거미류의 사회행동의 진화』(The
Evolution of Social Behavior in Insects and Aracbnids), 『곤충과 거미류의 짝짓기 구조의 진
화』(The Evolution of Mating System in Insects and Aracbnids),
『개미제국의 발견』(사이언스 북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효형출판) 등이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이며 제1회 대한민국 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 이 책의 특징

저자의 말처럼 관점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이고 모두 생태학적 세계관으로 재무장해야 할 때이
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는 최재천 교수의 생명에 관한 두
번째 에세이다. 평소 생명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련된 글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는 동물행
동학자인 만큼 이색적인 주제와 독특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앞쪽에 있는 20여 컷의 화보가
인상적인데 제인 구돌 박사를 비롯하여 육식을 즐기는 원숭이 사진 등 국내에서 보기 귀한 사진
도 여럿 포함되어 있다. 알려지지 않은 동물세계의 신비로움은 물론이고 동물행태에 비춰 인간
의 삶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필치가 돋보인다. 쉽고 매끄러운 문장과 재미있는 비유, 여유있는 디
자인, 익살스러운 사진 등 더운 여름나기에 손색이 없다.

■ 동물들도 몸로비한다

-본문중에서

‘옷로비’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시들해질 만하니 ‘몸로비’ 사건이 터져 또 한번 시끌벅적 난리
다. 재미있는 것은 향응을 받았다는 쪽은 오히려 시인하는 반면 그걸 제공했어야 하는 쪽은 완강
히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몸까지 바쳤는데 이게 뭐냐는 식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양쪽
이 함께 극구 부인하는 것이 통례인 걸 생각하면 뭔가 석연치 않다.
그런데 이런 사건에서 왜 남자가 성을 상납했다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한마디로 성에 관한 한 결정권이 거의 예외 없이 암컷에게 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의 경우 투자
를 가장 많이 한 최대주주가 최종결정권을 쥐는 것처럼, 암수 사이에서도 암컷의 투자가 대부분
의 경우 수컷의 투자보다 크기 때문에 성은 어차피 암컷의 특권이다.
수정을 하기 위해 난자를 파고드는 정자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해보면 마치 달 표면에 내려앉는
우주선과도 같다. 이 세상에 정자만큼 경제적으로 만들어진 기계는 또 없을 것이다. 수컷의 DNA
에 꼬리만 하나 달아준 것이 바로 정자다. 거기에 꼬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이른바 에너지 제조
공장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는 세포소기관들을 몇 개 목 부위에 끼워 넣은 것이 고작이
다. 그야말로 덜덜거리는 모터사이클 퀵서비스에 유전물질을 태워보내는 격이다.
그에 비하면 난자는 암컷의 DNA외에도 수정란의 초기발생에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고루 갖추고
있다. 수정 외의 번식과정에 암컷보다 훨씬 큰 투자를 한다면 모를까 성에 관한 한 수컷은 기본
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이 없다. 투자는 쥐꼬리만큼 해놓고 호의를 베풀겠노라 생색을 낼
수는 없지 않은가?
아프리카에는 그곳 사람들을 벌통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여 벌꿀을 수확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들
이 있다. 꿀안내새라 불리는 이 새의 수컷들은 제가끔 벌통을 하나씩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
들이 그들의 뒤를 밟아 꿀을 채취하는 것이다. 꿀안내새 수컷들은 인간에게 꿀을 제공하기 위해
벌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수컷이 벌통을 보호하는 진짜 이유는 암컷이 꿀을 먹으러 찾아오
기 때문이다. 암컷은 수컷에게 자기 몸을 허락하고 그 대가로 꿀을 얻어먹는다.
우리가 흔히 아는 침팬지보다 몸이 더 호리호리한 편이고 훨씬 자주 두 발로 걷기를 좋아하는 보
노보는 성에 대해 무척 개방적이다. 침팬지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이 번식기에만 성관계
를 갖는 반면 보노보는 월경주기 내내 빈번하게 성관계를 갖는다. 보노보 암컷은 일생동안 줄잡
아 5500번의 성교를 하며, 그 중 약 3000번을 첫 임신 전에 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그들의 성은 반드시 임신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보노보들은 열매가 잔뜩 달린 무화과나무를 발
견하면 우선 성관계부터 갖는다. 심지어는 서로 잘 모르는 패거리들이 우연히 맞닥뜨렸을 때에
도 서로 잠자리부터 같이 한다. 암컷들이 성을 이용하여 불필요한 싸움이나 지나친 경쟁을 줄이
는 것이다. 어느 동물에서나 이권을 위해 몸을 허락할 수 있는 것은 암컷뿐이다.

자료제공 : 도요새

알이 닭을 낳는다

생태학자가 본 현대인의 각박한 세상사

자연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며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 선 최재천(서울대 생명과학
부)교수가 생태학자의 눈으로 세상사를 들여다본 글을 모았다. ‘알이 닭을 낳는다’는 우리의
일상과 사회현상을 동물의 행태와 자연현상에 비춰 설명하며 생태학적 세계관의 중요성을 역설한
다. 휴가철, 자연 속에 겸허한 자세로 마주하며 읽으면 좋을 에세이집이다.

그는 정부의 경제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함을 지적하면서 불가사리를 예로 든다. 바닷가 물웅
덩이에 서식하는 해양동물 군집에서 불가사리는 가장 높은 포식자의 위치에 있다. 언뜻 불가사리
만 제거하면 나머지 동물들이 모두 보호될 것이라 생각되지만, 결과는 그 반대. 남아 있는 종들
간의 경쟁이 심해져 오히려 씨가 말라버리는 종도 생겨나고 다양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는 시
장을 지나치게 자유로이 방치하면 황량한 약육강식의 세상이 될 것이며, 인위적인 기업 퇴출은
생태학적으로 볼 때 결코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는 정부는 경
제규제를 불가사리만큼만 하라고 충고한다.

누군가 그를 ‘시인의 마음을 간직한 생물학자’라 표현한 바 있다. 파괴된 자연과 상처입은 생
명에 대한 애정어린 묘사를 읽을 때는 시인의 마음이 절로 다가온다. 깔끔한 문장에 담긴 이야기
들은 생명에 대한 저자의 끝없는 관심때문에 가슴이 저릿저릿할 정도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책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한 자연과학자의 해박한 지식을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가없는 경외심, 자연과 인간을 구별하지 않고 바라보는 철학적 사유가 저자 특유의 시적인
문장에 실려 있기 때문이다.

책의 또다른 기능은 자연환경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현대인의 태도에 대한 반성촉구에 있다.
그는 지구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이 인간이라고 강조한다. 극심한 가뭄에 못 이겨 바닥을 보인 저
수지에서 커다란 뱀장어를 잡아 마치 적장의 목을 베어 들고 선 관운장이 된 양 자랑하고, 촘촘
한 그물은 물론 배터리까지 동원, 물고기를 싹쓸이해 매운탕을 끓여먹는 사람들을 보며 “자연
의 슬픔을 이 때다 하며 짓밟는 인간들의 잔인함”에 치를 떨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내 강의를 듣고 훗날 염색공장 사장이 된 학생은 비가 조금 많이 온다고 해서 폐수를
슬쩍 흘리는 일일랑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최교수의 말은 학자로서의
삶조차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저자의 자세를 잘 보여주는 부분.

“지금도 이 땅 어디선가 무너져내리는 자연의 옷자락을 거머쥐고 서 있는 환경지킴이 한분한분
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는 ‘지구 청지기’로서 삶을 바치고 있는 한국의 환경운동가
들에게 보내는 고마움의 표시다.

(주제의식★★★★★ 대중성★★★★)

자료제공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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