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관련자료

돈에서 검출되는 세균

“돈 만졌니? 얼른 손 씻어!”

순천향대 오계헌 교수 ‘지폐 속 세균 10종’ 검출…
폐렴·장출혈 등 일으킬 수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람들은 돈과 함께 산다. 돌 잔칫상에 돈을 올려놓고, 관 속에 저승 노자라
며 돈을 넣는 한국인은 특히 그 정도가 심한 축에 속한다. 돈만큼 더러운 것이 없다는 것은 말뿐
이고 사람들은 모두 돈을 더 많이 가지려고 안달한다.

돈 한번 실컷 만져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순천향대 우체국에서 하루 5천만
원이 넘는 예금을 다루는 강정수씨(45)는 부러운 사람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폐 계수기에서 나
오는 먼지 때문에 매일 아침 목이 컬컬하고 따끔따끔한 고통에 시달리는 강씨에게 돈은 그리 달
가운 존재가 아니다.

학교 우체국을 자주 이용하며 강씨의 고충을 전해 들은 생명과학부 오계헌 교수는 목이 아픈 것
이 단순히 먼지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생물학을 전공한 오교수는 지폐에 묻어 있
을 세균에 주목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오교수는 실험실 조교들과 함께 서울·천안·온양 일대에
서 1000원권 지폐를 모았다. 올해 5월까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지폐에서 세균을 검출해 그 결과
를 최근 발표했다.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며 다양한 사연을 담고 있는 돈에서는 그만큼 다양한 세균이 검출되었
다. 오교수가 지폐에서 검출한 미생물은 △스타필로코커스 아우레우스 균(화농 균) △스타필로코
커스 에피더미디스 균 △스트렙토코커스 미티우스 균(구강균) △스트렙토코커스 살리바리우스 균
(구강균) △살모넬라 균 △시겔라 균 △용혈성 바실러스 균 △에스체리시아 균종(대장균) △수도
모나스 균종(녹롱균) △칸디다 균종 등 10종이다.

세균 감염시키기? : 음식물과 돈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중 재래 시장에서 수거한 지폐에서 발견한 용혈성 바실러스 균은 적혈구를 파괴할 수 있는 무
서운 세균이다. 바실러스 균을 피에 떨어뜨릴 경우 적혈구를 파괴해서 투명한 구역(clear zone)
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실러스 균은 식중독을 유발하는 균이어서 저장 식품에서 자주
발견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흔치 않지만 점차 발견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용혈성 바실러스 균만큼 위험하지는 않지만 지폐에서 가장 흔하게 검출된 세균은 스타필로코커
스 아우레우스 균이다. 피부염이나 폐렴을 유발할 수 있는 이 균은 항생제가 많이 개발되어 있기
는 하지만 내성이 강한 변종이 많아서 위험하다. 이 균은 특히 핏속에 들어가면 치명적일 수 있
다.

살모넬라 균은 지폐에서 여름철에 주로 발견된다. 식중독을 유발하는 이 균은 우리 몸 속에 어
느 정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많을 경우 문제가 된다. 감염되면 설사가 나고 심하면 장출혈을 일으
킬 수 있다. 변종일 경우 더 위험하다.

에스체리시아 균종은 지폐에 사는 가장 흔한 세균이다. 이 균은 병원균이라기보다는 지표(指標)
세균이다. 이 세균이 어느 정도 존재하느냐를 보고 오염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 균도 일정량
이 넘으면 감염될 수 있다.

지폐에서 자주 발견되지는 않지만 위험한 세균으로는 수도모나스 균종을 꼽을 수 있다. 가래를
끓게 하고 폐렴을 유발하는 이 균은 특히 병원내 감염을 일으키는 균으로 유명하다. 흔치 않은
세균이지만 항생제에 내성이 강해서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이렇게 세균이 지폐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바로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세균 한 마리가
병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십∼수백 마리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지만, 100
만 마리 이상의 세균이 침입해야 감염되는 것이 보통이다. 정상적인 면역력을 가진 사람은 지폐
에서 발견된 정도의 세균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수거한 지폐에 세균 가장 많아

사람의 몸 안팎에는 정상 세균(normal flora)이 있어서 오히려 신체 신진대사를 촉진하기도 한
다. 우리 몸은 많은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다. 세균이 침입해도 위장과 소장에서 살균되고 핏속
의 면역 세포가 감염을 막아준다. 그래서 세균이 바로 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이 정도의 세균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순천향대학병원 정일권
교수는 “에이즈 환자나 암 환자처럼 면역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세균이 치명적일
수 있다. 또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나 노약자, 항생제 과다 복용자에게 세균이 침입할 경우 바로
발병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오교수는 “돈은 유통이 빠르므로 직접 발병체가 되지 않더라도 세균 전파체 혹은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돈은 유통이 되면서 모이고 흩어지기 때문에 전파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또 세균
은 바이러스에게 숙주를 제공하기 때문에 지폐의 바이러스 유무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
했다.

제대로 된 숙주를 만나면 세균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때문에 지폐를 통해 옮겨진 세균이 바
로 발병원이 될 수 있다. 즉 돈을 주고받은 뒤 손을 씻지 않고 바로 음식을 만들면 세균이 음식
물로 옮겨져 문제가 될 수 있다.

세균이 가장 많이 검출된 지폐가 주로 어시장이나 재래 시장에서 수거한 지폐였다는 것은 이런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곳에서 수거한 지폐에는 식중독균을 비롯해서 세균이 가장 많이
검출되었다.

얼마 전 미국에서도 1달러 지폐에서 세균이 발견되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달러화에서 세균을
검출한 오하이오 주 라이트 패터슨 의학센터의 피터 엔더 박사는 “1달러짜리 지폐는 세균이 사람
들 사이를 옮겨다니는 마법의 융단이 될 수 있다”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적’인 세균에 대처하는 방식이 미흡하기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지폐에서 세균을 없애기 위해서는 발행 단계에서 항균 처리를 하거나 은행에 보관할 때 멸균 처
리를 하면 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돈 세탁’이 여의치 않으니 일단 돈 보기를 돌같이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손을 자주 씻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 손을 씻어서 돈에 묻은 세
균이 음식물 같은 곳으로 옮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금 문화가 일반적인 한국에서는 이밖에도 주의할 점이 많다. 먼저 돌 잔칫상에서 아이를 병에
걸리게 할지도 모르는 돈은 이제 치우고, 관 속에서 시신의 부패를 촉진하는 돈을 넣는 것도 그
만두어야 한다. 돼지코에 세균범벅인 돈을 쑤셔박는 것도, 고스톱을 치면서 밤새 세균덩어리 돈
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도 피해야 할 일이다.

자료제공 : 시사저널
글: 고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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