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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자원으로서의 물, 생명으로서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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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홍 환경연합 물위원회 운영위원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날을 맞이하여 각계각층에서 여러 가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는
농촌 지역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돗물 공급과 홍수·가뭄 등 재해를 방지하는 친환경적인 댐의 건설, 도시 하수관 정비 사업들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물위원회도 물관리 체제의 일원화, 통합화, 분권화를 중심으로 한 물 관련 정책
7대 과제를 선정 발표하였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물을 보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파괴된 물을 다독거리는 성찰적 자세가 필요하다.

근대화과정에서의 물의 변화

우리나라의 물은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1965년 연간 50억 톤의 물을 공급하던
것이 2001년에는 350억 톤을 공급해 규모면에서 7배가 늘어났다. 물론 이렇게 공급이 늘어난 원인은 4대강 곳곳에 건설된
다목적댐 때문이다. 1947년 18%에 불과하던 상수도 보급률은 2001년 87.8%에 이르고 있다. 또한 1인 1일당 급수량도
1947년 66ℓ였던 것이 2001년에는 361ℓ로 오히려 독일 등 선진국보다 급수량이 많은 실정이다. 하수도 보급률도 1979년
6%였던 것이 2001년에는 73.2%를 기록하고 있다.
하천개수 실적도 매년 증가하여 1967년 4,600km를 개수한 데 비해 2001년에는 26,520km를 개수하였다. 이러한
‘물의 변화’는 도시민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산업을 발전시킨 측면도 있지만 한쪽에서는 ‘물의 파괴’도 가져왔다. 1970년대
한강 지천인 청계천, 우이천, 안양천의 오염치는 700ppm, 946ppm, 672ppm으로, 현재 하천의 생활용수 5급수 기준이
10ppm 이하인 것을 생각하면 그저 황당한 느낌이다. 매년 증가하는 하천개수로 한강뿐 아니라 지방의 하천들은 친수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잃어갈 뿐 아니라 강 양얀의 생태계가 오염의 정화와 같은 기본적인 기능마저 사라진 실정이다.

시대의 요구에 따라 바뀌는 물관념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의 물관리를 위한 논의가 분분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논의는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가지는 물을 인간에게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공급한다는 방안이다. 올해 물의 날에
발표된 대표적인 정책시책인 농촌지역의 효율적인 물 공급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수자원, 효율, 민영화,
신자유주와 같은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다른 주장은 생태계를 지탱하는 생명으로서 물을 관리하는 방안이다. 이들은 생명의 본원적인
가치로서 물을 중시하며, 따라서 하천의 복원과 유지용수 관리를 중시한다. 이들이 즐겨 쓰는 용어는 생명, 수질, 형평, 참여,
분권 등이다. 전자에 속한 사람들은 비효율적인 물관리 체계를 비판하면서 ‘자원으로서의 물’을 강조한다. 혹자는 물을 효율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공급한 다음에 생태계에 대해 관심을 갖자고도 이야기 한다.
이들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마치 ‘자원으로서의 물’이라는 관념은 태곳적부터 존재해 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으로서의 물’ 관념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제시된 것은 1957년이며, 당시에 전문가들조차 ‘water resource’를
수산자원, 혹은 수력자원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것인데 그 당시의 물은 수력발전이나 어족자원과 연관해서만
자원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원으로서의 물’ 관념이 일반화되기까지는 10여년 이상이 걸렸으며, 당시의 신문은 이를
국민에게 계몽하는 각종 기사로 넘쳐나고 있다. 이렇게 물에 대한 관념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자원으로서의 물’ 관념은 ‘생명으로서의
물’ 관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물관념은 90년대 들어 다시 한번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낙동강 페놀사건, 동강 영월댐 저지운동,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거치면서 이제 물은 ‘생명’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자원으로서의 물’을 고집한다. 물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민영화와 각종 하수처리장, 수질정화기법들이 들어와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근대화 과정 속에서 ‘자원으로서 물’을 계속 강조해 온 결과 현재의 물의 파괴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대안이 과연 미래의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이제 시대는 다시 한번 물관념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생명으로서의 물’ 관념은 우리가 그동안 저질렀던 ‘물의 파괴’를 치유할 것이며, 결국은 인간에게 효율적인 물이 주는
편리함보다 더 큰 안식과 희망을 줄 것이다. ‘생명으로서의 물’은 ‘자원으로서의 물’을 보충하는 보완적 개념이 아니라 이제 한
시대의 물관념으로 부각되어야 할 가장 중심적인 개념이다.

글/ 이미홍(상지대학교 연구교수, 환경연합 물위원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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