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 활동소식

정말 화평법·화관법이 기업발전의 걸림돌 맞습니까?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호소. 가습기살균제 사고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사용한 기업의 부도덕과 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이 빚어낸 참사였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1천명이 넘고, 그 중 사망자는 300명 정도로 추정된다. ⓒ환경운동연합

저는 기업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겪은 후 기업과 정말 많은 대화를 해왔습니다. 왜냐면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우리나라에 어마어마한 불신, 특히 기업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기 때문에 기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받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질문을 의논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자주 수행해왔습니다.

그 때 제가 우스갯소리로 기업과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기업에 술상무는 있는데 화학물질을 담당하는 과장은커녕 대리도 없다고.

기업에 직원이 사장님 하나면 사장 혼자 일을 다 하지요. 그러다 직원이 늘어나면 회계 담당자가 생기고, 10명 정도 넘어가면 사장님의 남편이나 친인척이 영업을 뜁니다. 그 다음에 구매담당자도 생기게 되고요. 그런데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이라도 여기에 담당자가 생기는 경우는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다루기 위해 기업에서 담당자를 두고 관리하는 영역조차 되어보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화평법·화관법은 유연한 법률, 기업에 크게 부담주지 않아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현재 기업의 인력 중에 정부의 교육을 일정 정도 이수하면 화학물질 안전에 대한 담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후엔 보통 기업 내에서 승진을 하며 담당자가 됩니다. 그런데 화평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은 아예 이런 담당자를 임명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화평법과 화관법은 굉장히 유연한 법률이고 당장 담당자를 만들라고 하면서까지 기업에 부담을 크게 주는 법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가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당신들이 판매하는 화학물질로부터 당신들의 소비자를 지키기 위해 이런 저런 일을 해야할 것 같아, 한번 같이 해보지 않을래? 그리고 정말 필요하다면 담당자를 이렇게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라며 정부가 기업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런 화평법, 화관법이 정말로 기업들에게 그렇게 큰 부담과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까?

오히려 일선의 기업들은 경제단체들이 화평법과 화관법을 흔들고 있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자신들이 법을 공부하고 법을 지키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데, 경제단체들이 흔들면서 법이 무력화되어 결국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 또 바보가 될까봐서. 우리사회가 결국 또 이렇게 되는구나, 내가 뭘 믿고 좋은 노력을 했을까 후회할까봐서 그렇습니다. 되려 이게 일선 기업들의 하소연입니다.

▲ 화평법 제정으로 주요하게 달라지는 제도들 (출처 환경부)

정말 피해를 입고 있는 ‘산업계’는 누구?

기자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화평법 화관법으로 인한 산업계의 불편과 어려움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산업계’라는 단어 대신 그 기업의 이름을 명시해서 기사를 써주십시오. 도대체 누가 힘든 것인지, 그들이 힘든 것이 사실인지.

만약 화평법, 화관법 때문에 기업들의 불편함이 너무 컸고, 기업이 망할 것 같다는 위기의식까지 느꼈다면 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있는 것은 우리와 같은 시민단체가 아니라 기업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화평법과 화관법은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아주 기본적인 수준의 가이드라인입니다. 이 법들의 제정 과정에서 모델이 되었던 유럽의 리치(REACH. 2007년 발효된 유럽연합의 신 화학물질관리제도.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제품은 유럽으로 수출도 할 수 없다.)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위의 법입니다.

▲ 유럽연합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인 리치. 2007년 발효되어 화학물질의 양과 위해성에 따라 등록, 평가, 허가, 제한을 다룬다. 화학물질 관련 제도 중 가장 선진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수출 규제 정국에서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하겠다고 전 국민이 움직이고 있는 이 시점에, 기업은 이 틈을 타 또다시 자신들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챙기기 위해 규제완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이상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선 안됩니다.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면서 매일매일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안전관리가 되고 있지 않은 화학회사 주변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그리고 화학물질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화학물질 관련법들은 더욱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정말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합니다.

*이 글은 8월 20일 열린 ‘정말로 화평법, 화관법이 소재산업 발전의 걸림돌입니까?’ 기자회견에서의 김신범박사(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운영위원장) 발언을 정리, 보완한 것입니다.

▲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환경운동연합 김은숙

※관련 글 : [논평] ‘화학물질 규제 완화, 국민 안전 방기’ 경제단체 들러리로 나선 전문가들의 과잉충성 우려스럽다.

※관련 글 : [기자회견문] 정말로 화평법, 화관법이 소재산업 발전의 걸림돌입니까?

한숙영

한숙영

환경연합 미디어홍보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sugar@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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