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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벗] 말레이시아 해안 생태계 훼손하는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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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해안 생태계 훼손하는 주범

 

말레이시아가 해안 간척사업 열풍으로 혹독한 몸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월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 말레이시아(Sahabat Alam Malaysia, SAM)’는 난립하는 간척사업으로 말레이시아의 해안 지역 사회와 해양 생태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조명하는 종합 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수천 헥타르에 달하는 어장과 해양 서식지가 간척 사업으로 인해 파괴되었다. 간척 사업은 케다, 페낭, 페라크, 셀랑고르, 말라카, 네그리 샘비란, 조호르, 파항, 켈란탄 등 서부와 동부해안을 따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말레이시아 간척개발 급증 

말레이시아의 국토 면적은 32만 9750제곱킬로미터로 한반도의 1.5배다. 말레이반도(13만 1,590㎢)와 사라왁 주(12만 4,499㎢), 사바 주(7만 3,711㎢)로 구성되어 있다. 위 3개 지역에 해당하는 해안선의 길이는 각각 2,031km, 1,035km, 1,743km이다. 말레이시아의 해안선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경치가 수려한 만(bay)에서부터 맹그로브 숲(아열대나 열대의 해변, 하구 습지 등에서 발달하는 숲)이 늘어선 얕은 갯벌까지 다양하다. 해운, 자원 개발, 해안 관광과 같은 활동이 국민 총생산(GNP)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는 연안 국가에서 해안지역은 국가 경제의 뼈대가 되는 역할을 한다. 돈으로는 감히 환산할 수 없는 뛰어난 자연·생태적 가치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말레이시아는 해안 지역에 급증하는 간척사업으로 인해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해안 간척은 기본적으로 ‘섬 형(island type)’과 ‘반도 형(peninsular type)’으로 나뉜다. 전자는 기존의 해안선에서 분리된 인공 섬의 형태이고, 후자는 육지와 해안이 연결된 간척지이다. 기존에 말레이시아는 반도 형 간척에 집중해 왔는데 근래 들어서는 섬 형 간척이 증가하는 추세다. 연방 헌법상 토지는 주(state)의 관할로서 모든 간척사업은 주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수면에서 최대 3해리까지의 해안을 포함한 모든 토지는 주정부가 관리한다. 일반적으로 간척 신청서는 지방 당국 혹은 주정부에 제출되며, 주장관(State EXCO)에게 최종 승인을 받기 전까지 여러 정부 기관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한다. 말레이시아는 1970년대 이후 도시 개발 가속화와 일부 주요 해안 도시의 토지 비용 상승으로 인해 주택 및 산업 용도를 위한 해안 간척 개발이 중요하게 떠올랐다.

지구의 벗 말레이시아는 해안 매립 사업이 해양 생태계와 어부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매립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Sahabat Alam Malaysia, SAM

생태보고이자 자연방파제 사라져 

해안 간척의 가장 극명한 문제는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모래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채굴지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바다를 메울 때 해저 생물이 매장된다. 채굴과 매립으로 인해 해저 침전물의 성분이 바뀌게 되는데 이로 인해 해저 생물의 생존환경이 변하여 생태계가 교란된다. 준설 과정에서 유기물, 중금속 및 기타 오염물질이 바다로 배출되고, 엄청난 양의 부유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유독성 화합물의 방출은 수질을 저하하고 결국, 낮은 수질로 인해 해양 생물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부유물질은 물을 흐리게 만들어 빛을 차단하여 해저 생태계, 특히 산호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한 산호는 더 이상 해양 생물의 산란장이자 보육장 및 먹이 공급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해안에 위치한 맹그로브 숲과 해초, 갯벌은 파도 에너지를 감소시키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며 쓰나미와 같은 재난의 위험을 줄여준다. 하지만 간척사업으로 인해 이러한 자연 방파제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간척 사업은 단지 해양 생물의 삶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맹그로브 숲은 해안 침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수많은 생물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해양 생물뿐만 아니라 철새들의 이동장소이며, 뱀이나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 원숭이와 수달 등의 포유류 그리고, 수많은 곤충이 그곳에 살고 있다. 간척으로 사라지는 것은 해양 생물만이 아닌 것이다.

간척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도 심각하다. 때때로 개발 프로젝트는 해당 지역 주민의 생계에 미칠 영향을 간과한다. 환경영향평가(DIEA) 연구에 따르면 지역 어장 규모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어장을 아예 잃게 되는 곳도 있으며, 일시적으로 어업 활동 중단을 피할 수 없는 곳도 있다. 이는 결국 어민들의 생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간척 공사 현장이 기존 항로를 막아 어장으로 가기 위해서 더 먼 항로로 돌아서 가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런데도 개발업자들이 제시하는 보상금은 손실액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하며 그마저도 일부에게만 해당한다. 간척 공사로 인해 기존 어장과 항로를 잃은 주민들은 새로운 환경에 정착해야만 한다. 더 이상 연안에서 어업을 할 수 없거나,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든 어부들은 먼바다에 나가 어업을 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갖추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페낭남부간척사업 재검토해야 

<지구의 벗 말레이시아>는 지난 2월 보고서 발표와 동시에 국가국토계획위원회(MPFN)에 말레이시아 전역에 예정된 간척사업과 그중에서도 특히 ‘페낭남부간척사업(Penang South Reclamation, PSR)’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페낭은 2019년 CNN이 선정한 꼭 방문해야 할 세계의 여행지로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의 역사 및 문화가 다채롭게 조화를 이루는 항구도시다. 그러나 페낭 주는 섬 남쪽에 1,821ha(약 550만평)에 달하는 3개의 인공섬을 조성할 계획이다. 섬 내부를 연결할 ‘페낭대중교통종합계획(Penang Transport Master Plan, PTMT)‘도 함께 내놓았다. 만약 이 사업이 통과되면 엄청난 예산을 필요로 하는 경전철(LRT), 모노레일, 수상 케이블카 및 수상 택시 사업이 곳곳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페낭 주정부는 자금 조달을 위해 연방정부에 막대한 금액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재무부 장관 림구안응(Lim Guan Eng)은 전체 국가부채 규모가 1조 링깃에 웃돈다고 밝힌 바 있다. GDP의 80.3%에 달하는 액수다. 페낭 남부에 인공섬 3개를 조성하는 데에는 700억 링깃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지구의 벗 말레이시아는 사업성이 불분명하고, 사회·환경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주정부의 사업에 연방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전체 부채 규모를 키우는 경솔한 일을 자처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외에도 페낭남부간척사업은 해안 서식지 훼손으로 인해 어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페낭 지역의 어민들은 간척 예정 지역뿐만 아니라 주변 해안에서도 광범위하게 어업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간척사업으로 인한 갯벌의 총체적 손실은 해양 먹이사슬과 어획량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측된다.

페낭주 총리 초콘여(Chow Kon Yeow)는 주정부가 충고와 비판에 열려있으며 대규모 개발 사업 역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올해 초 페낭남부간척사업이 국민의 복지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를 자랑하는 한국의 새만금 간척사업은 지난 20여년간 극심한 사회갈등을 일으키고 수조 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땅을 활용하는 데에는 그동안 들어간 돈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새만금의 어두운 그림자가 말레이시아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은 <함께사는 길 2019년 7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김혜린 국제연대 담당 활동가

김혜린 국제연대 담당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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