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 활동소식

[전문가 기고] 대규모 살처분을 놔두고 인권 국가가 될 수 있을까요?

참사랑동물복지농장 예방적 살처분 거부, 2년 넘게 소송으로 힘겹게 지켜와

 

김용빈(법률사무소 한서 변호사, 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

 

– 원칙 없는 살처분, 대규모 살처분으로 2003년 이후 9,415만 마리 땅에 묻혀
– 환경권, 동물권, 생명에 대한 존중, 평화적 생존권 3세대 인권으로 나아가야

2017년 장미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당시 로스쿨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었습니다.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 묻는 당시 문 대통령의 질문에 그 친구는 호기롭게 “인권변호사가 되고 싶다”라고 답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인권변호사라는 말이 없어지도록 만들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의 말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답을 듣기 전에 제가 변호하고 있는 <참사랑 복지농장> 사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예방적 살처분 거부한,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AI”하면 많은 분들은 인공지능을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AI(조류 인플루엔자)가 떠오릅니다. AI는 사람에게 전염 우려가 있는 국가재난형 가축 전염병입니다.

익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예방적 살처분 집행정지 결정 촉구 기자회견(2017.3.23)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AI 확산을 막기 위해 병에 걸린 가축과 함께 주변 3km 반경의 가축도 살처분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적 살처분’이라고 합니다.

AI가 유례없이 기승을 부리던 2017년 3월 10일 전라북도 익산시의 AI 발병 농가에서 2km 떨어진 <참사랑 복지농장>이 “가족같이 소중한, 그리고 현재 건강한 우리 닭들을 죽일 수 없다”며 익산시장의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거부하였습니다. 그 소식을 접한 저는 ‘왜 그걸 거부해? 미쳤나?’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열흘 뒤 그 미친 농장주가 제 의뢰인이 되었습니다.

당시 예방적 살처분의 실상에 대해 무지몽매했던 저는 응당 패소할 사건이라 생각하였습니다만 그 생각은 사건 관련 기록을 검토 한지 하루만에 뒤바뀌었고, 무조건 승소해야 할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원칙 없는 살처분으로 2003년 이후 9,415만 마리 땅에 묻혀

2003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병된 AI가 해마다 계속되자 정부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넓힙니다. 2011년까지 발생 농가 반경 500m였던 예방적 살처분 범위는 2016년 3㎞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결정은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농장 간 유격 거리와 사육 밀집 지역 간의 거리를 넓히고, 밀식사육을 지양하고 복지농장을 확충하고,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대한 백신을 도입하고, 발병 시 차단 방역을 강화하되 의심스러우면 역학관계 · 발생 시기 ·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살처분은 최소화하자.”라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정부는 너무 쉽게 어쩔 수 없다는 자기 위안과 합리화로 더 나은 방법과 고민을 외면하였습니다.

예방적 살처분 현장 일본과 미국의 경우 AI 살처분은 발생 농장에 한해서만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발생농가 반경 3㎞ 범위까지 살처분이 가능하다. (사진 연합뉴스)

AI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일본·중국·유럽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위도상에 위치한 북반구 전체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대규모 살처분을 감행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더군요. 일본과 미국의 경우 AI 살처분은 발생농장에 한해서만 이루어지고 있고, ‘국제 동물 보건기구(OIE)’에서는 조류독감 발생 농가 반경 500m 내에서 선택적 살처분을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마저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분으로 대한민국에서 2003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살처분된 가금류(닭·오리 등)는 몇 마리나 될까요?”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9,415만 마리라고 합니다. 이 숫자가 실감이 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살처분에 대한 보상비로만 1조2천억원 이상의 세금이 소모되었고, 매몰비용·인건비·소독비 등의 비용까지 따지면 3조원정도, 그리고 온 국토에 가축을 파묻어 발생한 토양오염과 대규모 살처분에 동원된 노동자와 공무원의 트라우마까지 생각하면 거의 매년 우리가 몰랐던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힘겹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농장주를 위해

2017년5월2일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에서 생명달걀모금액 전달식이 열렸다. 농장은 살처분을 거부한 두 달 동안 달걀을 판매하지 못해 1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고 2년 넘는 행정소송으로 입식자금, 사료값 대출 등 불이익을 받아 경영난을 겪고 있다.

현장의 아픔과 영문 모르게 학살당하는 생명들의 절규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사람에게 전염될지 모르는 수인성 질병인 AI를 막기 위해 당연히 예방적 살처분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저는 예방적 살처분의 실상을 알고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왜 이걸 아무도 막지 못하지?’, ‘왜 사람들은 이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그것보다 왜 사람들이 이 실상을 모르고 관심이 없지?’ 저는 머릿속에 맴도는 이러한 물음들에 명확한 답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참사랑복지농장>만이 무지막지한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정부·지자체에 대항하는 유일한 당사자이기에 반드시 승소해서 원칙 없는 살처분에 경종을 울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힘겹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농장주 가족에게도 그 싸움의 의미를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법원은 ‘박애’라는 3세대 인권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릴까

프랑스 법학자 까렐 바샤끄는 프랑스혁명의 모토인 자유·평등·박애를 바탕으로 인권을 세 단계로 나눈 인권의 3세대론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제1세대 인권은 ‘자유’에 관한 것으로 자유권, 선거권 등 정치적 권리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이 포함되고, 제2세대 인권은 ‘평등’에 관한 것으로 노동권, 사회권 등이 있고, 제3세대 인권은 ‘박애’와 관계되는 것으로 환경권, 동물권, 생명에 대한 존중, 평화적 생존권 등이 이에 해당된다할 것입니다.

농장주에게 가족같이 소중했던 닭들은 살 처분명령 거부 이후 2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지만 다가오는 7월 17일 법원의 판결이 나옵니다. 농장주는 중요하게 생각하였지만 대한민국과 익산시장이 가볍게 여겼던 ‘박애’의 3세대 인권에 대해 법원은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임기 중 인권변호사라는 말이 없어지도록 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과연 지금의 예방적 살처분이 우리 인간과 동물을 위한 최선책일까요? 우리는 우리 곁에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인권 국가일까요? 환경과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인권은 지켜지고 있는 것인가요?

P.S. 7월17일 광구고등법원 전주 재판부는 참사랑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익산시의 살처분 명령의 취소 여부를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선고 당일 변론재개를 결정하였다. 김변호사는 “선고를 앞두고 예방적 살처분과 관련하여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정리하여 재판부에 제출했다.”면서 “재판부가 변론재개를 결정한 것은 당사자의 이야기를 면밀하게 더 들어보고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용빈 회원은 법률사무소 한서 변호사로 익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공익변론은 물론 아파트 입주자 회의 대표를 맡아 동네 일에도 열심이다. 네 아이의 아빠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산다. 초록 릴레이 주자로 15명의 신입회원을 가입시킨, 소리 없이 강한 마당발이다.

미디어국 은 숙 C

미디어국 은 숙 C

"당신은 또 어느 별에서 오신 분일까요/ 사열식의 우로 봐 시간 같은 낯선 고요 속에서 생각해요/ 당신은 그 별에서 어떤 소년이셨나요 // 기억 못 하겠지요 그대도 나도/ 함께한 이 낯설고 짧은 시간을/ 두고온 별들도 우리를 기억 못할 거예요/ 돌아갈 차표는 구할 수 있을까요/ 이 둔해진 몸으로/ 부연 하늘 너머 기다릴 어느 별의/ 시간이 나는 무서워요/ 당신도 그런가요" 「은하통신」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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